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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88화 (28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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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바캉스-

채애애애앵!

급기야 부딫이는 백색의 검과 은회색의 검, 대기를 찢어발기는 쇳소리가 호숫가의 평화를 깨부숴놓는다. 능파의 실력에 맞춘 것인지 가장 평균적인 형태의 청룡검과 백호검으로 응수해가는 요연의 일격이 허공을 가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에 찔러넣는 사인. 검로를 방해하려는 청룡을 파사의 용(사진)이 물어뜯으며 붙들어놓는다.

카가앙!

사진이 튕겨나가고 이내 사인참사검마저 튕겨나간다. 발뒷꿈치를 먼저 앞으로 내미는 진각, 땅을 밟고 연계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발뒤꿈치를 축으로 앞꿈치를 빙글 돌린다. 그 반동을 이용해 뻗는 청룡, 살아있는 것처럼 능파의 손을 노렸다.

퍼억! 쑤우욱.

"!?"

검의 궤도가 일그러지면서 애꿎은 땅에만 검흔을 남겼다. 철판에도 자국을 남길 진각 때문인지 앞으로 내민 요연의 발은 땅에 박혀 이미 무릎까지 흙이 닿아있는 상태였다. 능파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턱을 차올렸다.

용족의 상징인 비늘이 요연의 턱에 자국을 남기고, 요연의 눈빛이 살의를 가졌다. 능파는 싱긋 웃었다. 능파의 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 나조차도 공포에 떨게 하는 이해 불능의 웃음에 요연조차 몸이 굳어버렸다.

사사사사사사사삭.

능파의 다리 하나가 빠르게 원을 그렸다. 순식간에 완성되는 마법진, 토(土)의 힘을 끌어내는 자연계의 마법진이었다.

퍼어엉!

"으엇!?"

한발을 끌어올리려던 요연이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았다. 유사(流沙)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밟고 있던 대지가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요연을 향해 능파는 사악하게 웃어보이며 마구잡이로 흙을 퍼넣었다.

검으로 베려고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집어넣는다. 실재로도 흙은 전혀 꺼리낌없이 요연이 빠져버린 흙구덩이를 체워갔다. 검력을 퍼뜨려서 튕겨내지만, 방주의 힘을 유용하는 것인지 날려간 흙조차 다시 돌아와 땅을 체웠다.

킬킬킬 거리는 능파가 합장을 하는 것처럼 손을 모았다. 그 상태에서 빠르게 손이 움직이며 수인을 맺고, 자연의 힘 중 하나인 대지의 힘이 허공에서 구현화 되어 거대한 말뚝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것이 약 여덟개. 요연으로서는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척보기에도 위력적일 것 같은 중량감있는 말뚝이, 마치 투창처럼 떨어져내렸다.

꿍! 꿍! 꿍! 꿍! 꿍! 꿍! 꿍! 꿍!

파고드는 것이 아닌, 단번에 찔러넣는 듯한 소리다. 순식간에 묘지처럼 장식된 구덩이의 위에 완전하게 흙으로 덮어버리고 그 위에 올라서 승리의 세레모니를 날렸다.

"....자리를 피하자."

도저히 저기 있을 수가 없었다. 능파가 날 붙잡을지도 모르지만, 요연이 저런 것에 쉽게 당할 여자도 아니다. 아마 금세 나와 능파와 생사결을 펼치고, 박살을 내놓은 다음에 내 앞으로 끌고 올 것이다.

마법으로 예지관련 술식을 펼친 것도 아닌데 예상되는 미래가 너무나 현실적이라 오한이 들었다. 나에게 피해나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는 방주의 호수는 한국에 있던 호수와 거의 크기가 비슷했다. 특출나게 넓은 것도, 좁은 것도 아니라서 빠르게 그 둘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빠~~."

포옥.

내 품에서 느껴지는 작고 따뜻한 감촉. 매일 밤 반 억지로 느끼던 감각이었다. 그 감촉에 날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들 사람은 호지 밖에 없다.

부드럽게 끌어안자 호지가 헤헤헤 하고 웃으면서 마주 끌어안았다. 근력과는 반대되는 피부의 감촉이 가슴에 한가득 느껴졌다. 요연과 능파의 승부로 인한 날카로움과 정반대 되는 것을 만끽하고 있을 때, 호지가 내 가슴팍을 밀고 나와 거리를 뒀다.

깜짝 놀랐다. 호지라면 언제까지고 내 품에 안겨서 놀았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떨어졌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생각해둔 '전쟁플랜'. 호지는 멋대로 내 마음속을 까뒤집은 적이 여러번 있었으니 그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도 그 플랜에서는 자칫하다간 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작전이 아직 남아있으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호지의 표정은 밝았다. 빙글빙글 돌고 날 향해선 호지가 웃었다.

"아빠. 어때?"

"....뭐가?"

자랑스럼게 가슴을 피며 늑골부근을 쳤다. 그제야 나는 호지가 입고 있는 것이 수영복이라는 걸 눈치챘다. 평소에 안았을 때와 감촉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몰랐는데, 호지는 확실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비키니 스타일의 붉은 색 민무늬 수영복. 나름 멋낸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여 멋지다고 해주었다. 호지가 자신의 볼을 잡고 기뻐하지만 난 속으로 쓰게 웃었다.

멋지다는 말에 거짓은 없었다. 이런 말에 거짓을 담을 필요는 없었고 실재로도 말 그대로 였으니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호지가 느끼는 것하고 내가 느끼는 것의 '핀트'가 달랐다.

간단히 말해, 나는 앞뒷말을 모조리 빼먹고 '멋지다'는 말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아이로서 귀엽다는 의미지, 호지가 원하는 연인으로서 멋지다는 이야기와는 정반대의 것. 호지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요연처럼 일명 나이스바디인 것도 아니고 능파처럼 딸리는 몸매를 매력으로 감싼 것도 아니다. 날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와 태도가 거의 바뀌지 않았으니 어디 달라질게 있을까.

그래도 뭐, 기뻐하면 된 거다. 쓸데없이 감정을 뒤집는 것도 좋지 않으리라.

"그런데 호지야. 뭐하고 있었니?"

나야 능파와 요연이 싸우기 전까지는 반쯤 잠들어 있었지만, 꽤나 조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는 능파가 개입을 안 했다치더라도 놀라운 일.

호지는 바닥에서 투명한 공을 집어들었다. 아까 능파와 날 어딘가로 쳐박았던 비치발리볼에 쓰이는 공이다.

"비치발리볼! 의외로 재밌어. 긴장감도 있고."

"헤에.... 그렇구나."

호지의 뒤에 보이는 땅 덕분에 너무나도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박살. 아주 박살이 나 있었다. 자연경관이란 단어가 아니라 자연훼손이란 단어가 더욱 어울리게 리모델링 되어 있었다.

뭐라 형용하기 힘들다. 도대체 어느세계의 비치발리볼을 하면 저렇게 되는걸까. 제발 나와 같이 하자는 말만은....

"아빠도 같이 하자!"

"직빵이냐앗!!"

"우걋!?"

놀라서 자빠진 호지가 울먹이며 날 올려다 보았다. 당황해서 끌어안아 토닥여주자 금세 웃음 짓는다. 참으로 다루기 쉬운 아이다.

그것 그렇고, 참 귀찮게 되었다. 놀이(라기보단 살인) 상대인 요연은 지금 능파를 상대로 분투 중이고 호지는 자연스럽게 나와 놀고 싶어할 것이다(평소에도 그렇겠지만).

하지만 저 비치발리볼을 하는 순간 나는 죽겠지. 아마 염라대왕도 웃을 것이다. 통X 아빠가 피구공 맞고 죽은 것만큼이나 비웃음을 살게 뻔 하다.

고민했지만, 답은 금세 나왔다.

내가 안되면,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면 된다.

"그런데 호지야. 슈는 어딨니?"

"슈? 저기."

호지도 여자아이인데 다른 여자에 대해서 묻는 것은 조금 실례지 않을까나~ 하고 생각했는데 호지는 의외로 별 꺼리낌없이 가르쳐주었다.

호지의 손 끝이 향한 곳은 호수 한 가운데로, 안에 들어가면 발이 닿을만한 곳은 아니었다. 수영을 제대로 해봤던 적이 손에 꼽을만한 나로서는 조금 걸리는 곳이었다.

몸을 뜨게 하는 방법정도는 아니까 괜찮으려나~ 하고 호숫가에 다다르자 슈가 날 발견 했는지 이쪽으로 다가왔다.

"요 왔구나. 헤헷."

"아, 으응."

순간 어째서 슈를 찾았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물 속에 있을 때와 바깥으로 나왔을 때 시야에 남는 파괴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일전에 바다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희미한 물방울 무늬의 파란색 비키니지만, 그 때와 지금의 인식 때문인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가, 굉장히 이렇게나 갭이 컸던가. 호지나 능파의 경우에는 워낙 유아체형이니 그렇다쳐도 요연의 몸매는 누님과 비슷(누님쪽이 더 강하기는 하지만)해서 별 감각이 없었는데 오히려 균형잡힌 현실적인 체형으로 다가오자 보통이 아니다.

괜히 머쓱해졌다.

"그... 잘 어울려."

"에? 아, 응... 고마워."

갑자기 분위기가 핑크빛을 띈다. 능파가 매력을 발산할 때와는 다르지만, 느껴지는 감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퍼억!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는 일격.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것도 아닌데 호수에 다이빙을 해야만 했다. 물 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도 잠시다. 슈의 외침에 나는 제 3자가 되어 지켜보아야만 했다.

"호지야!"

"시끄러! 멋대로 아빠랑 좋은 분위기나 되고! 아빠는 못 줘!"

내가 언제부터 호지의 물건이 되었는지 심히 고심해봐야 할 대사였다.

슈와 호지가 서로를 으르렁거리며 보고 있자니 파라솔 옆의 요연과 능파도 생각이 났다. 왠지, 내 근처에 있는 여자들은 전부 무섭고 강한 여자들 뿐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모조리 잊고 다른 세계로 여행이나 갈까.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쯤에, 하늘에서 두명의 인간이 호수로 떨어져 내렸다. 로켓과 비등한 속도, 하지만 지각에는 어떠한 파문도 일으키지 않았다. 실로 놀라운 기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만한 정신적 여유는, 나에게 없었다.

멋지게 자란 몸. 수영복 같은 것은 입지 않았지만 호수에 떨어진 탓인지 옷이 젖어서 속이 비쳐보인다. 흰색의 면티라 그런지 더욱 부각되고, 즐겨입는 청바지가 젖은 것이 색다른 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수영복과는 다른 에로스가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동생아. 날 두고 가다니, 너무해."

"아, 그, 죄송하니까 제발 떨어져주세요."

평소보다도 격식을 갖춰 말하자 누님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금세 이해 하고 말았다.

슬쩍, 몸매를 강조하는 자세로 내 몸에 엉겨붙었다. 물 때문에 느껴지는 감촉이 굉장히 에로틱했다.

"폐하, 어째서 저도 두고 가신겁니까. 이 챠이, 멋지고 강하신.......!"

챠이가 호숫물 위에 선채로 나의 찬양론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아하니 누님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건지 이해가 되었다.

챠이야 매일 아침 날 깨우러 오니, 없으면 팔짝 뛸 아이다. 그리고 누님은 그걸 보고 나에게 온 거겠지. 누님은 그냥 날아온 경우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헤에. 최대의 적은 역시 따로 있었네."

호지의 섬뜩한 목소리가 호숫물을 얼리는 것 같다. 어느샌가 모여든 요연, 능파가 스파크를 튀기며 누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누님은 날 더욱 끌어안으며 어디 덤벼보라는 듯이 도발한다.

기쁘지만, 솔직히 곤란한 상황 속에서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에서 일어나는 상황 따위는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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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입니다.

놀러가는 편입니다.

예, 아이젠입니다.

육아일기의 비축분이......완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오, 놀라운 일. 솔직히 완결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안 했는데.

....라고는 말했지만, 본편이 끝난 다음에는 새로운 걸 연결해서 갈 겁니다. 스네이크를 올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는 하지만....뭐, 그건 거의 포기했습니다. 첫키스만도 못할 줄은.

완결에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아, 마지막은 어떻게든 육아일기 답게 끝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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