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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87화 (28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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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바캉스-

나는 일명 '내 방'이라 불리는 수련장소 '자체'의 효과는 그리 체험하지 못 했다. 싸워도 싸워도 상대방과 같은 실력이니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그로 인해 생기는 파장은 확실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첫 패배 이후로 나는 곤란해 하던 '게으름'을 일거에 소각 시켰다. 이길 수 있을 법한데 저버렸으니 나 나름의 훈련(이라기 보다는 제작. 무술의 훈련도 했다)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패했다. 이유야 간단하지만, 그것이 안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 처방이 간단치가 않았다.

우선, 내가 강해지면 그녀석도 강해졌다. 아무리 비물을 싸가지고 와도 그녀석도 가지고 있으니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겠지만 결정적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어째선지 결정적인 순간에 나보다 한발자국 더 앞서있는 것이다. 최종비기로 승부를 보는건가, 싶으면 갑자기 잔기술을 급소에 먹이고 잔기술인가 싶으면, 큰 걸로 박살이 나니 도대체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이해 할 수 없었다. 수 읽기라면 어지간해서는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방주의 힘이 있으니 불사와 같은 수준의 수 짜기를 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계속 져버리고 말았으니 열이 받았다.

그러한고로 나도 수련에 매진해 약 일주가 지났을 때는 게으른 시간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런 신체시간을 맞추어놓고 오늘도 '내 방'에서 그 망할 가짜 놈을 밟아주려 갈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어째서 내가 이곳에 있는거냐아아앗!!"

내 방의 그 시커먼 정경은 어디가고 내 앞에는 푸른 호수와 초록빛 들판만이 남았다. 뭐랄까, 데자뷰가 느껴지는 현상이었다.

이전에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자 혀끝이 씁쓸해졌다. 그 당시의 일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적어서' 여전히 마음에 묵직한 짐으로 남아 있었다.

일전, 호수는 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그 여행을 주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운이다. 지금은 방주의 탑에서 엄중하게 갖혀 있는 그녀 말이다. 알아차리는 것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챠이도 기쁜 마음으로 이곳에 있을 수 있었을텐데.

"하아아아아."

"할아버지. 옛날 생각 때문에 괴로운 건 알지만 다들 노는데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파라솔을 설치하고 느긋하게 의자에 누워 과일주나 마시고 있는 능파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째 너무 분위기를 타고 즐기는 능파의 말을 쉽사리 듣고 싶진 않았다. 허나, 그렇게 가만히 있기에는 능파라는 존재가 나에게 있어서 너무 남달랐다.

"어째서 놀아야 하는거냐 능파야. 너도 봤잖아? 여기까지 올 때 그 고까운 시선들을."

내가 침대보와 일체가 된 상태로 보쌈이 되어 강제로 호수까지 끌려갈 때, 나는 많은 인원들이 공사를 시작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 중에서는 마수도 있었고, 인간도 있었다. 심지어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한마디로 민간인)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사에 매진하고 있는데 정작 윗놈들은 놀러간다며 인사까지 하고 갔으니 칼 맞아도 달리 변명할 수가 없다.

능파가 과일주를 파라솔 옆의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비웃었다.

"후후,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쓰셨다고."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욱 슬펐다.

"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나에게 악평이 생기는건 괴롭다구?"

"괜찮아요. 이래뵈도 대응은 해뒀거든요.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약 일주일에 달하는 힘든 수련을 거치고 잠시 요양을 떠난다'...고 해뒀으니까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거 참 누구도 안 믿을 말이겠구나."

미안하지만 나는 수련에 매진하게 되기 전까지는 할 일이 없어서 공사장에서 막노동도 한 몸이었다. 우리가 느긋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물론, 능파도 그걸 알고 '일주일'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겠지만.

능파는 덧붙였다.

"게다가 며칠간 침대에서 죽어가던 유운도 일어난 참이니까요. 회광반조라는 현상이 슬프지만 잠시간은 기쁘게 해줘야죠."

"안 죽어가거든? 게다가 걔들은 산쪽으로 갔잖아. 에효. 뭐 어떠냐. 이렇게 된 거 왕창 놀아야지."

"그런 정신이에요. 그럼 결심도 했겠다, 평가를 내려주지 않겠어요?"

"평가?"

내가 되묻자 능파는 보기 드물게 수줍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수영복의 목덜미부근을 들어보였다. 미안하지만, 전혀 색시하지 않았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능파는 하얀색 비키니 스타일의 매끈한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에 따라서 섹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능파의 체격은 어디까지나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걸쳐있는 수준. 욕정을 느낄 수는 없다.

변태가 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차가운 평가를 내리려던 나의 입에 능파의 손가락이 닿았다. 순식간에 말할 기회를 놓친 내게로 능파의 얼굴이 다가왔다. 어린 나이(만으로는 겨우 1살.)에 어울리지 않는 고혹적인 분위기가 나를 매혹했다.

정신을 놓을 것처럼 아찔한 순간. 가슴팍을 쿡 찍은 능파의 손가락이 천천히 가슴을 타고 목을 지나 내 볼에 이르른다.

쪽.

손가락을 때는 것과 동시에 볼에 입술이 닿는다. 짧은 감촉, 아쉬워하는 자신을 보고 머리를 두들겼다.

"쿡쿡, 어떻다고요?"

"예쁘다. 무지. 반할 뻔 했어."

애써 시선을 피했다. 몸매는 전혀 눈을 혹하지 않는데 능파가 만들어놓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능파에게 빠져들게 만들고 있었다.

내 볼을 쥔 능파의 손이 세졌다. 뾰루퉁한 눈의 능파가 더욱 얼굴을 가까이 했다. 다시금 입술과 입술이 닿을만한 거리다.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대응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능파의 눈이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당황했지만 그럴 틈도 없었다. 이러다간 정말로 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좀 더... 날 봐줘요. 날..... 원해줘요. 예? 할아버지......."

죽을 것 같다.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

파아앙!!

가까이에 있던 능파의 몸이 돌연 튕겨나갔다. 무언가에 맞은 듯, 땅바닥을 호쾌하게 구르는 능파의 위로 동그란 것이 하나 떨어진다.

"비치발리볼(ball)....?"

"그런 농담은 재미없습니다만.... 그런 것은 넘어가죠."

안이 투명하게 비쳐보이는 고무공에 튕겨나간 능파가 벌떡 일어나 내 발언에 태클을 거는 요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네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앞지를 수 있었는데!"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아니될 말입니다. 이쪽도 노리고 있으니까요."

"흐응?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 속옷차림은 어떠십니까?'라며 물어봤어야죠!"

요연이 은빛의 꽃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비키니를 부족한 양팔로 숨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격에 어울리는 풍만한 몸짓과 어울려 더욱 부끄러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내 시선이 돌아가지 않고 그 수영복차림을 계속 주시하자 요연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빙글빙글 자신이 있는 자리를 돌면서 계속 이곳을 힐끗 거리는 것이 나에게 수영복차림이 어떠냐고 묻고 싶은 것 같았다.

그냥 대답해주는 것도 좋겠지만, 저런 모습의 요연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어디라면 상반신이라던가)라 말 없이 요연에게 다가갔다. 부끄러워 하는 요연이 내가 다가갈 수록 몸을 자꾸 뒤로 물리면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신음을 뱉어냈다.

최대한 '관찰'이란 말이 어울리도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몸을 탐색했다. 요연이 몸을 계속 배배 꼬지만 그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능파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풍만한 가슴이 검은색의 비키니에 감추어져 있어서 사람(나)을 유혹하고 호수에 있던 탓에 젖어있는 피부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요, 요애.... 그, 계속 보지 말아주세요... 부끄럽습니다."

"알아. 하지만 보고 싶은 걸."

"그, 그런....."

요연의 모습이 더욱 가까워진다.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요연의 팔을 꽉 붙들어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더욱 얼굴이 가까워지자 요연은 당황했지만, 크게 싫어하지는 않는 듯, 조금씩 몸을 밀착시켜왔다.

가슴에 닿는 요연의 가슴이, 물 때문인지 묘하게 사실적인 감촉에 혼이 빠질 것만 같다. 매일 밤에 옆에 끼고 잤는데(순수한 의미로), 이렇게 감촉을 느끼니 감동(?)'은' 보통이 아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검은 오라에 감동도 약간이지만 퇴색한다.

파아앙!

느껴지던 증거가 물리화 하는 순간이었다. 물리적인 위력은 크지 않았지만 탄력적인 일격은 내 혼을 빼놓기에 적당했다.

"어이쿠야."

진흙바닥을 크게 구른 나는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파라솔 쪽에서 능파가 씩씩 거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할, 아, 버, 지!? 몸매가 좋다고 여자는 다가 아니랍니다."

"아, 그건 확실히."

능파의 몸매는, 지금 당장 같이 목욕(서로 등 밀어주기 포함)을 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을 수준. 하지만 능파의 매력은 그런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순식간에 사람의 이목을 휘어잡아 자신만을 보게 만드는 매력이, 여성으로서 능파의 진정한 매력이었다.

요연으로부터 등을 돌렸던 탓일까, 요연이 내 몸을 끌어안았다. 등이기는 하지만, 감각이 더욱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없는 것보단 낫습니다, 능파."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두마리의 용이, 대지를 부셔가며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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