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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65화 (26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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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드

광진 오식. 그것을 실전에 사용해본 것은 유다 때가 처음이지만 내 팔을 잘라내는 데 쓰고 바로 물러났다. 한마디로 거의 쓰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기술이기에 시연에는 조금 부담감이 있었다.

마력소모가 심한 것. 영약으로 이루어진 나의 드래곤 하트는 끄떡 없겠지만 그 정도까지 사용한 뒤의 리바운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당시에는 겨우 몇초를 쓴데다가 패널티 이전까지 사용했다지만 지금은 재료가 부족해서 패널티 이전이 없었다.

쇼크사의 가능성도 있다. 허나.

"겨우 그런 것에 쫄까보냐아아아아!!!!"

광진 오식 찰나, 발동.

최고의 속력 중시 비기인 찰나의 마력이 움직인다. 혈액, 세포, 신경이 마력의 부름을 받는다. 세계의 색이 사라지고, 느려진다. 감지할 수 없던 존재가 귀로, 코로, 눈으로, 입으로, 피부로 느껴진다.

안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충실감. 느껴지는 강함의 존재가 피부 위로 드러난다. 피부 위를 옅게 흐르는 마력이 작게나마 방어막을 친다.

"조금쯤은, 진심이 된 모양이지?"

"어랍쇼? 진심인데 몰라봐주다니, 그래선 여자에게 인기 없다?"

"이래뵈도 오빠부대가 있는 몸이다!"

라이칸스로프가 됨으로서 커진 신장이 만들어내는 공격범위. 게다가 아까보다도 몇배는 빨라져 있다.

파아앙!

공기가, 대기가 잘려나간다. 겨우 몇 cm 앞을 가격하는 것에서 그쳤던 공진격이 마치 탄환처럼 쏘아져 나간다. 월광의 괴물이 내놓는 살기를 담은 진공의 참격이 땅에 거대한 상흔을 만들어 놓는다.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위용.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내 몸이 멋대로 전율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지금의 난 그라드정도의 적에게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이타째. 늑대의 살의가 담긴 손톱이 머리 위로 떨어져내린다. 강력하고 빠른 일격이 공간을 찢고 내려온다. 손톱이 흩뿌리는 빛이 시야를 좀 먹어갔다. 아름다울정도로 깨끗한 움직임이라 다른 시공에서 싸우고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느리다. 빠르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내 눈에 보인다. 이길 수 있다, 앞지를 수 있다. 저만한 위력의 일격에 반격을 할 수 있다.

뻐억! 뻐억! 뻐억!

순식간에 작렬하는 삼연타. 손목과 팔꿈치, 어깨에 정확하게 꽂아넣는 공격들이다. 반동으로 튕겨나간 그라드의 얼굴빛이 나빠진다. 튕겨나가는 그라드의 신체에 올라타 주먹을 내지른다. 나선형으로 엮인 마력의 공세가 그라드를 땅에 처박는다.

콰광!

쓰러졌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자세를 바로잡고 이쪽으로 돌격해온다. 늑대의 살의를 전신에 두른 것이 그 어느것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다. 폭풍처럼 맹렬하게 몰아치는 공격들이 내 앞으로 쏟아진다.

광진 덕분에 속력은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전방위를 노리고 날아오는 공격이라 피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옷소매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크기의 검은 막대가 손에 잡힌다. 그 막대는 순식간에 2미터가 넘게 늘어나 휘두르기에 적당한 크기로 바뀌어 있었다.

파리의 날갯소리처럼 부웅, 하고 울리는 바람소리가 그라드의 공세를 일거에 쓸어버린다. 뒤로 물러나는 그라드의 몸체, 반격은 시작되었다.

광진으로 인해 강화된 시야로도 제대로 볼 수 없는 피아노선. 검은 막대의 끝에 달린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그라드의 목덜미에 꽂힌다. 피아노선의 끝자락에 달린 투명한 갈고리 그라드의 살을 마치 두부처럼 쉽게 파고들었다.

휘익, 콰앙!

피아노선의 움직임이 격해지고, 그라드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힌다. 금세 일어나지만, 아직 선은 이어져 있었다.

"호수에서는 물고기를 낚지만, 땅에서는 늑대를 낚는군?"

호수로 놀러갔을 때 누님에게 받았던 낚싯대, '강태공'. 누님의 무지막지한 괴력을 견뎌낸, 내구도만큼은 여느 신병못지 않은 병기다. 낚싯줄부분은 채찍처럼 후려칠 수 있고, 막대부분은 근접공격에도 용의하다. 그 두개를 연결해둔 상태라 다루기 어렵다 느낄지도 모르지만 일단 사용해보면 매력이 있는 무기였다.

그라드가 미끼에 걸린 피부조각을 뜯어냈다.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행동이지만 뜯겨나간 부분의 피부가 눈에 보이게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더욱 기괴하다.

그라드가 손톱을 들어올렸다. 자신을 향한 것이, 마치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손톱이 그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이쪽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예의상 그러지 않을 수는 없겠지."

심장으로 파고들었던 손이 나온다. 피에 적셔진 손, 붉게 얼룩진 손이 털의 은빛과 어울려 기이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처것, 찌직, 차자작.

피의 얼룩이 손을 감싸듯이 퍼져나간다. 핏방울 하나씩 하나씩 손 끝에서 내달리며 손 전체를 뒤덮는 '장갑'의 형태를 이루었다.

"뭐..야, 그건?"

끔찍하다.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외견은 아름답다. 일반적인 심미안을 가진 내가 그렇게 느꼈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붉게 빛나는 질감은 마치 루비와 같고 중세의 건틀렛을 생각나게 하는 외형도 고풍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끔찍했다.

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니다. 그런 인간적인 것과는 격이 다른 물건이다. 게다가, 옛날에 희미하게 누님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각과 흡사하다.

"혈심수(血心手). 무기는 너만 있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지."

어느샌가 심장을 찔렀던 손이 아닌 다른 손에도 혈심수가 입혀져 있었다. 불쾌한 감각이 두개로 늘어나자 그라드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치잉!

직선으로 찔러들어오는 그라드의 손, 옆으로 몸을 빼면서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공간 자체를 도려내는 것과 같은 위력에 가슴이 철렁한다. 혈심수란 것을 끼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올라간 위력이었다.

그라드의 손이 접힌다. 일직선을 그리던 혈심수의 궤도가 크게 선회하면서 자세가 불안정한 나를 노린다.

방향전환. 살계의 반응이 그것을 감지하고 발의 균형을 더욱 어긋나게 한다. 더이상 서 있지 못 하고 쓰러져버리는 나의 위로 거대한 수도(手刀)가 지나쳐간다. 폭탄을 터뜨린 것 같은 소리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그라드가 서 있는 곳을 보니 그곳은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큼직한 크레이터가 남아있었다.

맞으면 끝이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강타했다.

그라드가 일어섰다. 딱 알맞게 벌어진 거리, 조금 뒷걸음질쳐 더욱 벌린다. 조금씩 조금씩 벌어진 거리가 이제 첫대면에서의 거리만큼 벌어졌다.

사식 때처럼 날카롭고 화려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둔중하고 느린 움직임의 마력을 붙잡는다. 혈맥을 관통하는 마력이 철벽의 의지가 되었다.

혈문신, 철의 형. 철을 뛰어넘는 강도를 피부에 선사하지만, 그라드의 현재 공격력을 생각해보면 쉽게 생각할 것은 못 된다.

'선수는.... 팔!'

혈심수가 아무리 강해도, 공격범위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넓어도 피하지 못할 것은 아니고 반드시 공격의 그늘이 존재한다.

혈심수가 비릿한 혈광을 냈다. 철냄새가 줄기줄기 뻗어나오며 후각을 마비시킨다.

파악!

땅을 박차자 땅거죽이 일순 부풀어오르면서 터져나간다. 사라졌다가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은 움직임, 다리가 사선으로 차내린다. 혈심수라는 무기를 강조해놓고서 사용하는 것은 다리. 확실히 의외였기 때문에 강태공을 휘두르는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다.

빠악!

왼팔에 작렬하는 뼈의 마찰음. 되살린지 얼마 되지도 않는 왼팔을 다시금 못 쓰게 된 것에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아쉬워할 틈 따위는 없었다.

놀랄 틈도 없이 짓쳐드는 왼손의 일격, 혈심수가 덮히지 않은 팔목부분을 밀쳐냈다. 강해진 그라드의 근력과 약해진 내 광진의 공격력은 비틀어놓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기사회생의 한수라고 보기에는 충분했다. 비틀어놓는 것조차 힘에 부쳐서 땅을 구르기는 했지만 살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굴러줄 의향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할 참에 그라드의 싸커 킥이 눈 앞에 도달해 있었다.

콰앙!

땅바닥에 터지면서 퍼지는 돌덩이가 마치 산탄처럼 퍼진다. 한방만 맞아도 빈사상태를 피할 수 없는 일격,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다.

쉬잉, 시시시시싯, 파바방.

혈심수의 참격들이 연달아 뻗어나오고 내가 피한 틈을 타서 그라드의 다리가 채찍처럼 후려친다. 빠르고 간결하며 효율적인 연계기에 나는 맥을 못 추고 물러났다. 그것이 반복되고 패색이 짙어진다.

"큭....!"

거리를 벌릴 요량으로 강태공을 휘둘렀다. 낚싯대의 영역을 뛰어올라 능숙하게 피해냈다. 하지만 강태공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낚싯줄이 만들어내는 이타(二打). 눈에도 잘 잡히지 않는 선이 명검의 예기를 품고 휘둘러졌다. 멀쩡한 공기를 잘라내는 일격이 그라드의 머리앞까지 도달한다.

촤좌좌좌악!

그라드의 모습을 놓쳤다. 낚싯줄만이 허망하게 공중을 가를 뿐이었다.

"어디...!"

그라드의 모습을 찾기 위해 시야를 빠르게 돌리지만 찾기 힘들다. 증강된 오감도 거의 찾아내질 못 하고 있다.

"이걸로 끝이다."

발을 크게 돌리며 옆을 보았을 때,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찾던 그라드의 모습이 눈 앞에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오연하게 서 있다. 단숨에 목을 베어낼 수 있을만한 거리다.

그라드가 손을 치켜든다. 급하게 돌아본 것이라 반격도, 피할 타이밍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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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핀치!

우선, 죄송합니다. 일요일에 올라갔어야 할 편이네요. 훌쩍.

지인께 '내일부터 시험인데 뭔짓거리야!'라는 소리를 들어서 말이죠.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그냥 느긋하게 봐주세요.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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