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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64화 (26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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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드

공기를 찢어발기며 달려드는 이족보행의 늑대. 은색의 털빛보다도 더욱 깊은 은빛을 내는 손톱이 빛을 내뿜으면서 눈 앞의 공간을 잘라냈다. 순식간에 사라진 공간의 대기, 허공에 남긴 진공의 흉터가 움직여 영역 밖의 공간까지 잘라냈다.

그냥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기예. 즉, 무리(武理)를 담은 일격이다. 나에게는 없는 그것을, 그라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가지고 있었다.

파바박, 하고 발을 옮겼다. 땅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는 움직임으로 저 넓은 범위의 공격을 피해냈다.

살계를 썼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할정도의 최소한도의 움직임. 지극히 실전적이고 균형적이지만, 멋지다는 것도 느낄 수 있는 동작이다.

이 동작에 그라드의 눈빛이 변했다.

"하핫, 소년!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는데!?"

"별 말씀을...!"

지금 내가 보이는 움직임은 광진 사식에 살계를 펼친 움직임. 그것은 지금이나 저번이나 다를 바 없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무학(武學).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법적인 이야기다. 마법이 안되면 신체능력을 발전시키고, 그마저도 안된다면 기술로 승부하면 된다.

바다에서 슈와 맞붙었을 때, 나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졌다. 광진을 더 끌어올리지 않기도 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자신 있었던 초근거리전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만일 그곳에서 밀리지 않았다면 큰 일격을 노리지는 않았을 터. 최근까지는 마땅한 스승이 없었기 때문에(슈나 요연의 무술은 내게 맞지 않았다) 따로 익히지 않았지만 최근에 나는 마땅한 스승을 찾아냈다.

유운천. 최고의 무인이다. 겨우 열흘도 안되는 찰나였지만, 엄청난 무의 경지를 이룩한 사람으로 나를 이만한 수준까지 끌어놓았다.

요연이나 챠이, 유다와는 질적으로 다른 강함이라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래도 그 느낌에 가장 가깝다면 요연정도일까. 하지만, 그런 건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피이잉, 차자자자자작!

빠르게 변화하는 공수. 공격을 하고 있다싶으면 어느샌가 막고 있다.

공격자체는 어느정도 받아넘기고 있지만, 속도에서 밀리고 있다. 광진 사식으로 속도에서 밀린 건 유다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직 그 수준이냐 소녀어어언!?"

정수리를 스치는 상단의 일격. 피부가 전율하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필살격이다. 그것을 중심을 낮추므로서 피해냈다.

공격을 끝내던 그라드의 손이 위로 치솟는다. 반격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속공. 피할 방도는 남아있지 않다.

퍼어엉!

차올린 보도(寶刀)와 같은 일격. 압축된 공기를 차냄과 동시에 날린 공격이 그라드의 뺨에 긴 상흔을 그려놓았다.

"그 수준이냐...고?"

뒤로 몸을 빼냈다. 잠시간의 여유를 되찾은 몸이 이완되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안 그래?"

"그런 것 같군. 멋진데? 이거... 기대 이상이야."

그렇게 말하며 뺨을 훑는 그라드. 손길이 지나간 곳에 남아있을 상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놀라운 재생력.

"하지만, 그걸로 날 죽일 수는 없어."

알고 있다. 이미 눈치채고 있던 바다. 이미 '사막'에서 뼈저리게 느꼈고, 런던에서 각골통한 했던 일이다.

사막에서는 분명히 불안정했다지만 광진 육식의 일격을 먹였다. 조절이 안됬던 힘이니 정화가 약했을지는 몰라도 광진 육식이다. 사용한다면 유다라 해도 맞상대할 수 있는 나의 최고 절기에 의한 공격을 먹였는데도 그라드와 기레는 살아났다. 런던에서도 챠이가 심장부근에 검격을 쏟아부었음에도 그는 살아있었다. 유다의 말이 맞다면 분명히 기레도 살아있을 터.

불사. 그 말이 그만큼 어울리는 자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던 바. 그렇다고 해서 방도 따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럴 때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물론 알고 있지만, 부수고 부수고 부숴주지."

더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부수고 부수어 작살낸다. 간단하지만, 그것 외에는 그라드를 쓰러트릴 방법이 없다.

이런 무식한 방법,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나는 이런 승률 0%의 승부에 승부수를 띄우는 남자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도 꿰뚫지 못 한다면 왕의 자격이 없다.

운명을 뒤집을 수 없다.

"좋은 말이다!"

그라드의 다리가 채찍처럼 뻗어나왔다. 대기가 세차게 진동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틈바구니에 찔러넣는 일격이다.

공진격. 타격임이 분명한 공격에 관통을 품은 일격이다.

겨드랑이 사이를 관통하는 일격. 풍압만으로도 살이 쓸려, 뜯겨나간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다. 몰아치는 공진격이 수 없이 날아들었다.

"하!"

빠카아앙!

일격과 일격, 뼈와 뼈의 맞물림. 육신의 충돌로 만들어지는 소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속 같은 충돌음이 전장을 지배한다.

혈문신, 익(翼)의 형. 광진의 날카로움에 날개를 달아놓는 비기다. 하지만, 일파(一波)를 막아낸 것에 불과했다.

짓쳐드는 이파(二波)의 충격파가 머리를 관통할 것처럼 쏟아진다. 젖혀버린 얼굴의 옆면을 훑고 지나가는 진공의 상흔이 볼살을 일그러뜨렸다.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은 대기의 비명이 머리를 지나쳐갔다.

일격 일격이 목숨을 내놓는 공격이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공격들이다. 허나, 버겁기는 하지만 못 따라갈 수준은 아니다.

이쪽은 아직 진심이 아니다.

파아아아아아아앙!!!

멈추지 않고 몰아쳐오는 그라드의 이타(二打)째의 공격. 묵직한 그라드의 공진격을 막아내기 위한 각법(脚法)이 내 다리에 펼쳐졌다.

혈문신 추(椎)의 형. 무거움만이라면 이쪽도 지지 않는다.

쩌억!

공진의 일격 위에 내려앉는 뇌신의 전추. 발차기의 기세를 눌러놓기에 적절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라드의 공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려찍기의 일격을 받아내면서도 이쪽을 향해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직격이다.

"한발 더!"

일격을 막고 있는 것을 축발삼아 몸을 크게 띄웠다. 뛰어오르는데 일조한 다리가 솟아오르고 이타쨰의 전추가 그라드의 머리를 노린다. 광진의 힘이 외부로 발현되어가는 탓인지 광진의 뇌전이 대기를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

콰드득!

머리의 바로 앞. 교차된 양손이 진로를 방해한다. 팔을 부러뜨렸지만, 월광의 축복을 받은 그라드의 육체는 무너지는 즉시 수복해가며 내 일격을 완전히 방해했다.

타격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좀 더 집중된 파괴력을 가진 것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추의 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혈문신 검(劍)의 형. 전추의 무거움을 가진 각법이 일점집중의 기예가 되어 양손의 방어를 꿰뚫고 그라드의 목에 작렬한다. 타격만을 전달한 탓인지 그라드의 가드를 뚫어버리는 송곳 같은 일격이 외었지만, 데미지는 주었다.

몸을 뒤로 뺐다. 검의 형과 추의 형이 결합되어 내놓은 파괴력은 그라드의 목 언저리를 위에서 거대한 창으로 찔러넣은 것과 같은 상처를 만들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신체능력의 스펙을 무시하고 꽂아넣은 일격이 만든 상처는 저 재생력으로 벌써 반 가까이 아물어버렸다. 허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포기할만큼 멍청하지도 않다.

이쪽은 아직 숨겨둔 것이 많이 남아있다. 저 쪽도 아직 본 실력의 반이나 드러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굉장하군. 정말로 놀라워. 실력은 분명히 이쪽이 위였는데."

"이 세상은 수치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옳은 말. 허나, 이렇게 쉽사리 넘길 수 있는 또한 아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나도 검과 추의 복합형이 이렇게 큰 상처를 만들어놓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기는 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는 몇가지 있지만 그라드가 보이는 언뜻 위화감은 그것이 분명하다.

런던. 아니, 어쩌면 사막에서부터 얻은 상처의 흔적. 그것이 그라드의 감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진격을 날려오는 것도 그렇고, 무술의 고수이기도 한 그가 겨우 일주일 조금 넘게 배운 나에게 무술로 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날아오는 손톱. 다섯개로 갈라지는 진공의 일격은 여전히 무섭고, 강맹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분석'은 이미 다 끝났다.

파킹.

무엇이든 베어버릴 것 같은 손톱의 영역이 검의 형을 담은 손이 내뿜는 경력에 허무하게 흩어졌다. 위력적인 일격이었거늘 쉽게 파훼된 것이 놀라운지 그라드의 눈빛이 바뀌었다.

멋진 일격. 하지만 너무 많이 보았다. 약점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대응법정도는 생각해낼 수 있다. 이것이 본래의 내 전투 스타일이다.

정보를 종합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결과를 끌어낸다. 이런 근접전이라고 해서 그런 정보전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거, 진심으로 상대해야겠어."

본 실력을 꺼내겠다 선언하는 그라드. 그리 놀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예상했던 바, 대응책은 생각해둔지 오래다.

분위기가 바뀌고, 눈의 색이 붉은 색에서 찬란한 달빛의 색으로 바뀌어간다. 그의 피부를 휘어감는 오라가 색 다른 예기를 낳는다.

사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함.

이정도의 강력함, 예상하지 못 했다? 그렇지 않다. 이 이상의 강함도 생각해둔 적이 있다. 겨우 이정도라면 맞붙어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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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문체에서 무협의 그림자를 보았다면, 그건 착각이 아닙니다.

전투씬에서 판타지는 무협을 따라가지 못 하니까요. 그렇게 되는겁죠. 예.

무엇보다 제가 무협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참고로, 밤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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