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259화 (259/340)

0259 / 0340 ----------------------------------------------

방주

그 벅찬 감정을 숨기며 인형이 안내하는 곳을 향했다. 그 인형이 도달한 곳은 나와 유다가 찾았던 자판기로, 인형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구멍에다가 카드(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른, 인형의 것이다)를 집어넣었다.

승선권. 그 카드를 그렇게 부른다고 인형이 가르쳐주었다. 이 방주에서는 일종의 신분증 역할도 하므로서 앞으로 잃어버리지 말라(능파가 잃어버렸다고 말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카드를 보며 조목조목 설명했던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이 방주에대한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서 그럭저럭 이곳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부우웅.

아크레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말했던 엘리베이터의 기동이 시작했다. 부드러운 역(逆)중력이 우리의 몸을 감싸올랐다.

"꺅."

기묘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느릿한 속도로 솟아오르자 장난스럽게 호지가 달라붙었다. 슈도 못 마땅한 듯 옆에 붙으려 하지만 호지가 파리를 쫓는 것 같은 손짓으로 붙지 못 하게 막는다.

귀여운 둘의 행동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틈센가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어떤 바닥이 눈 앞에 나타났다. 정체불명의 제질인 것은 땅과 똑같은 듯, 눈이 멀어버릴 듯한 흰색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 내려 그 바닥에 서자 엘리베이터는 자기 소임을 다하고 아래로 하강했다.

굉장한 기술력. 그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자, 이제 아크레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레일(철도)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요연의 물음에 인형은 희미한 미소로만 답했다. 마치 인간과도 같은 대답에 요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 또한 역겨움이 치미는 광경이었기에 더이상의 질문은 입에 담아두고 주변을 잘 살펴보았다.

그저 중력에 무시한 바닥이 하늘에 떠 있는 형태. 그것이 우리가 서 있는 곳이었다. 아까 우리가 올라왔던 곳에는 아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자판기가 있고 난간도 있다.

실용적인 미가 집약되어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게 되어있다. 기술력과 동급으로 심미안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드디어 옵니다."

난데없이 귓전을 울리는 인형의 말. 그 말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내가 본 것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구체화 된 빛이었다.

빛이다. 마치 생명체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수십개의 빛이 하나의 물체를 이루며 이 바닥의 앞을 지났다. 바람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으며 사뿐히 생긴 빛의 도록, 철도가 우리 앞에 있다.

그리고,

빼앵!

세찬 경적소리가 울렸다. 그야말로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달려오는 열차가, 빛으로 만들어진 레일의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래서 아크레일. 방주 위를 달리는 빛의 철도다.

"어, 엄청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 이건."

"그, 그렇네요. 빠른 것도 보통 빠른 것이 아니고. 음속은 가볍게 넘을 것 같아요."

놀라워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체, 우리는 전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이는 전철의 크기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내부는 굉장히 넓어서 많은 인간을 수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의자에 적당히 나눠앉은 우리는 창가를 보았다. 하지만 이내 시커멓게 변해버리면서 밖의 광경을 막아버리자 당황하며 인형을 보았다.

인형은 다소곳한 모습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했다.

"아크레일의 속도는 음속의 23배입니다. 밖의 광경은 볼 수가 없습니다."

사무적인 대답. 예상한 말이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몇십초의 시간이 흐르고, 전철의 움직임이 멎었다. 문이 열리고 우리가 내리자 전철은 빛의 레일을 따라 어디론가로 사라져간다.

"아, 왔어? 늦었네?"

생기발랄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는 남성미가 물씬 넘치는 여자아이, 하여가 망령의의 망토를 두른체 기다리고 있었다.

찌뿌듯한 몸을 기지개를 피며 이완시켰다.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도 몸이 뻣뻣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챠이하고 운은?"

쩌적, 하고 달아오른 분위기가 망가졌다. 기껏 피하고 있던 주제가 다시 부상하자 웃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일그러진다. 때문에 그 주제를 부상시킨 장본인인 하여는 당황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다.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어떻게 운이 배신자였다고 말할 수가 있으며 챠이가 죽었다고 말할까. 아마도 하여는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우리 팀에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 하겠지. 어쩌면 운처럼 나라면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하여뿐만이 아니라 날 아는 사람 모두가 그렇게 말할테지.

"뭐, 뭐야... 잠깐. 불안해지잖아 입을 다물면."

"미안해.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리더는 나였다. 챠이의 행동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일했다. 그 상황까지 간다면 전세는 이쪽에 있을 것이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서 결국 챠이를, 죽여버렸다.

그 때의 분노가, 슬픔이, 허무가 밀려들어온다. 그것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흐르자 하여는 웃는 낯을 지우고 뒤로 돌았다.

"아니야. 어쩔 수 없는거였겠지. 두번 다시 못 본다는 건 슬프지만.... 앞으로 나아가자."

"...그래."

인형은 아크레일을 타는 정거장 앞에 세워두고 하여의 뒤를 따르자 이내 거대한 탑 같은 것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창문 같은 것이 전혀 없는까지는 별 것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입구로 보이는 곳도 전혀 없는 특이한 건물이었다.

피잉!

실을 끊는 것과 같은 소리. 내 어깨 너머에서 길게 팔이 뻗어나왔다. 콱, 하고 흰 소매의 팔이 푸른 단창을 쥐었다. 창을 쥔 유다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꼬마아이. 끽해야 능파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보이는 외모의 꼬마가 던진 모양이었다. 본 적 없는 외모였지만 정체는 그가 던진 창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리바이어던. 국내의 일은 처리가 다 끝난 모양이지?"

"물론이야. 그것도 잘 썼다. 돌려주기 아까울 정도의 물건이더군."

"만일 네가 베헤모스와 싸울 의향이 있다면 빌려줄 수도 있어."

팔대간부 중 하나인, 베헤모스. 리바이어던과 짝이 되는 지상의 마수로 그의 강함은 힘을 돌려받은 리바이어던 이상. 덧셈뺄셈으로 계산하자면 리바이어던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리바이어던이 손을 마주 잡으면서 기뻐했다.

"오오, 정말로? 당연히 상대해주지. 안 그래도 그 새끼는 죽여버리고 싶다 생각하던 차였어. 뭐, 하지만 지금은 아닐테니 돌아다니고 오겠다."

근처의 가로수를 밟으며 사라져가는 리바이어던의 모습을 유다가 혀를 차며 바라본다. 아까 우사를 던졌던 것이 마음에 안드는 것 같았다.

"자아아, 지금은 나를 빨리 따라오라구."

하여가 손바닥을 벽에 댔다. 초록빛으로 물결치는 벽으로 하여의 손이 빨려들어가고 이내 몸까지 완전히 잠겨 사라졌다. 우리도 하나씩 손을 먼저 넣어보고 들어갔다.

수영장에 들어간 것처럼 물이 전신을 감싸는 듯한 느낌.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다.

그 감각이 사라지고 눈을 뜨자 별천지 같은 곳이 드러났다. 하늘은 마치 뻥 뚫린 것처럼 밤하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햇빛이 쨍쨍 모래알이 반짝하는 낮이다. 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시간대. 그렇다고 환상으로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어때, 놀랐지? 여기는 이곳 시스템상 항상 밤이라나 봐."

"굉장하네. 그런데 유운은?"

"그게 말이지, 지금 방주는 완전히 가동 된 것이 아니라던데?"

"말도 안돼, 그럼 시간이 그렇게 짧지는 않았을텐데."

완전히 가동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내부의 아크레일 같은 것은 잘 움직이고 있던 것 같았다. 아니, 그거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녀석들의 2팀은 이곳으로 즉시왔을텐데도 기동을 하지 못 했다고?

영국으로 가는 동안이 약 닷새. 런던에서 버틴 것이 일주일. 이곳으로 오는 시간이 약 나흘. 전부 합치면 16일이나 된다.

그런데, 그 '영왕'이 이것에 대해서 처리 하나 끝내지 못 했다고?"

"아아. 여기에 오니까 말야, 레플리카들이 깔려있더라고. 그거 섬멸하느라 사흘이 걸린데다가 이 방주의 시스템은...."

"여기에 레플리카가 있었다 했나?"

난데없이 끼어드는, 떨리는 중저음. 유다가 눈은 공포로 탁해져 있었다. 하여는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그게, 그런데? 하지만 이곳에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기 있는 너의 왕도 그랬는걸."

방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케이슨의 정체를 황룡이라고 짐작했을 때부터 그렇지 않을까, 하고 유운에게 말한 적이 있기는 했다. 우리 3팀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을 거라 생각했고 어차피 능파라면 그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몰랐다면, 2팀이 방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 했을테니까.

유다가 내 어깨를 잡는다.

"어째서 말하지 않은거냐! 어쩐지, '그'가 본 힘을 되찾았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유다?"

유다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최악의 적에게 최악의 힘을 넣어줬다는 이야기다."

=======================================================

적이 가진 최대의 패인 동방삭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 전력으로는 유다로서도 이길 수 없으며, 상성으로는 불패가 나서야 합니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겠습니다.

우오오! 삼천갑자아아아아!!!

원래는 삼천갑자도 아군이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계획이란 건 참 많이 바뀝니다 그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