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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호수여행
낚싯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나오자 왠지 모르게 뒤쪽의 존재감이 확대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우리집에서 거주하던 수많은 마수들이 마치 행군을 하는 개미 때처럼 몰려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모습이 연상된다. 그것이 무엇일까 돌이켜보다가 마땅한 상황을 생각해냈다.
"TV에서 보았던 수상생물에게 먹이를 주던 것...이었나."
그 때는 팽귄들이 뒤뚱뒤뚱 귀엽게 걸어가며 생선을 받아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 생각 없이 보았던 광경. 그것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핑, 휘익.
누님의 낚싯대가 허공으로 튕겨올라가고 물고기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것을 몇몇이 먹고 뒤이어 날아오는 물고기를 다른 사람이 잡아먹었다. 간간히 우나 소누가 낚는 물고기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채어간다.
몇몇 마수가 내꺼라고 소리치며 투닥거리는 모습까지 보아서야 완전히 애완동물이나 다름없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직 손에 꼬치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고기를 베어먹었다. 병사들의 땀(충성)과 눈물(자존심)이 녹아든 꼬치의 맛은 절묘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하지만, 맛도 좋고 나쁘지 않은 실력이지만 그것은 아직 부족한 것이 있었다. 아빠에게서 요리능력을 흡수(아빠는 그렇게 표현했다)한 능파의 밥을 먹어왔으니.
혹시나하는 마음에 목에 감긴 능파의 입을 열고 고기 하나를 물려보았다. 입은 자동적으로 고기를 씹기 시작했다.
기계적이라서 더욱 무서운 능파의 저작행동이 멈췄다. 그리고,
"우오오오오옷, 믿을 수 없어요!"
포효했다. 그야말로 용의 포효. 주변의 산새들과 호수의 물고기들이 도망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 고기는 최고급인데 굽는 실력이 이렇게 형편 없어서야! 맛이 제대로 살지 않아요. 게다가 기름도 잘못... 아아, 너무 맛없어!"
그렇게 말할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능파가 남아 있던 꼬치의 고기들을 모조리 다 뜯어먹고 말았다.
인식하기도 전에 일어난 기사(奇史)라 비명을 지를 틈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늘 너머로 사라진 꼬치를 바라보는 것뿐.
능파의 비명이 이어졌다.
"게, 게다가 야채는 탔잖아!? 이딴식으로 요리를 하다니, 이건 도전이다!"
그렇게 말할거면 먹지나말지. 능파는 불만과 함께 하늘 끝까지 치솟더니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격했다. 잠시 왁자한 소리가 거기서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저런 상태의 능파는 말려봤자 내게 마이너스만 된다. 그렇기에 유운보다도 더 병사들을 굴릴 존재가 가고 있었지만 말리지 못 했다.
아듀, 병사들.
눈물반짝.
"응? 저건...."
유운의 병사들에게 애도를 보내고 있을쯤, 붉은 빛이 호수를 갈랐다. 넓은 호수라 누님이 있는 곳의 물은 잔잔했지만 호수가 갈라지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붉은 빛이 용처럼 꿈틀거리면서 물에 큰 파문을 그린다. 직선으로 곧장 날아가던 창이 갑자기 선회하면서 물이 솟아오르고, 앞에서 날아드는 푸른 빛의 두 '바퀴'가 주춤거렸다.
빠카아아앙!!
미혹될 것만 같은 강렬한 쇳소리. 호수의 파문이 커지면서 솟아오른 물에 붉은 빛과 푸른 빛이 감싸였다.
나의 담임 선생님과 하여가 신명나게 겨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컬러나이츠들은 엉덩이 아래에 깔개를 깔고 술이나 안주 같은 것을 먹으며 소풍나온 기분으로 그 둘의 결투를 재미나게 구경하고 있었다.
과연 둘이라고 할까, 멋진 실력이다. 하지만.....
"저러면 안될텐데."
호수의 물이 점점 흔들린다. 멀리서 낚싯대를 드리우던 누님의 인상이 가늘게 좁혀졌다. 아까부터 거의 매초마다 올라가던 낚싯대가 이제는 움직임이 없었다. 주변의 마수들도 배고프다는 것처럼 아우성을 쳤다.
"어이쿠야, 누님 화나겠다."
지금 저 둘을 말리지 않으면 선생님과 하여는 서로가 아니라 불패를 상대해야만 할 것이다. 누님의 도락을 방해하면 나라가 지워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누님이 나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하지만 소누가 어깨를 붙잡는다. 멀어서 대화가 들리지 않지만 만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설득이 통할까 싶은 생각이 뇌리에 들어찼을 쯤, 소누가 스윽하고 손을 들어 그녀들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일으키는 파문 사이로 금색의 검광이 찾아들었다. 절세의 보검이 가진 날카로움을 품은 금빛은 두 사람을 갈라놓고 육지로 던져버렸다.
소누의 호위인 치지. 요연이 인정할만한 검사라고나 할까, 저 두 사람을 단번에 제압해버렸다.
물 위가 조용해지자 누님은 자리에 앉아 낚시에 전념했다. 물 안의 물고기들이 다시금 찌를 건드리는지 통통하고 작은 파문이 일었다.
다시금 낚시에 열을 올리는 누님을 보니 안심이 됬다. 그 여세를 몰아 풀밭에 몸을 눕혔다. 하늘의 구름이 멍하게 떠나가고 있었다.
"이거 참. 그건 그렇고.... 심심하구만. 이대로 세상만사 다 잊고 느긋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곤란하다, 왕."
"우악!?"
난데없이 들리는 유다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유다가 여전히 탁한 눈으로 호수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즐겁게 웃는 동료들의 얼굴들이 있었다. 여기서 뭐하냐고 물으려던 나의 입이 다물렸다.
유다는, 과거를 돌이키고 있을 것이다. 그가 스스로 느꼈던 머나먼 과거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 사막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던 일들을 말이다. 그 때의 생각을 하는 것 때문인지 표정은 너무나도 슬퍼보였다.
"유다..."
"왜 그러지?"
너무나도 담담한 목소리라 아무 말도 꺼내지 못 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잃어보지 않은 나에게 말을 꺼낼 배짱은 없었다.
"너무 신경 쓰지마라. 그저 부러울 뿐이다. 닿을 수 없는.... 이미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상이라고나 할까."
"너도 저 장소에 끼어들 수 있는데? 조금만 뻗는다면 손에 넣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유다의 인지도는 최악(유다를 포섭할 때의 영상으로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이 곳에는 없었다. 오히려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난 녀석이 한 사람 있었다.
챠이. 요즘들어 운이나 유다와 부쩍 친해진 상태다. 훈련이 목적이기는 해도 그것으로 친해질 수 있으니 좋은 일.
하지만 유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 때 이상으로 행복할지도 몰라. 하지만 무섭다. 행복했던 시절의 친우들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겨우 그 정도로 잊어버릴만큼 네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 또한 그렇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운 것은, 이곳에 있는 행복을 깨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유다. 그가 하는 말이 경험담이라고, 나는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유다는 허공을 쳐다보았다. 아련한 시선은 창공을 꿰뚫고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곳을 향해있었다.
아마, 그 어떤 자도 볼 수 없겠지. 유다만이 볼 수 있는 기억의 세계이리라.
"옛날에는 그저 물욕에 잡혀있었다. 이만큼 강하지도 않았어. 일반인이었다. 그 당시의 난 너무 어려서,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넘겨버리고 말았지."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서야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가 예수와 함께 했던 시절의 유다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왠지 들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유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속았다, 고도 할 수 있다. 죽인다는 이야긴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슬펐다. 울고 말았어. 그날 이후로 난 잠적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업을 쌓아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500년에 달하는 시간이 흘러있었어. 그 무렵에는 업술의 힘을 거의 완벽하게 제어했던지라, 가르침에 반하던 자들을 죽이고 다니기도 했었다. 속죄...였지."
그것은 마인사냥꾼이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였다.
"그리고 결국 나는 사막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 마을에 한 아이를 주웠다. 그 아이는 내게 마을을 만들어달라고 바랬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주었다. 그곳을 약 천년간, 발전시키고, 지켜왔다. 하지만...."
더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더이상 말했다간 유다가 울어버리는 모습을 볼 것이다. 깊게 들어서면 안되는 화제였다.
하지만, 하지만 그는 계속 말하려 했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그의 말을 앞질렀다.
"괜찮아. 그 때와는 달라. 나와 함께... 이곳의 모두를 지켜줘."
"허나...."
"걱정마. 무너지지 않아, 나의 행복은."
유다는 눈을 감았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저 유다가, 웃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군. 헌데... 낚시라는 것은 어떤 재미로 하는건가?"
그러고보니 유다는 내륙지방의 인간이었다. 심지어 물고기가 살고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막출신이었다. 물고기를 먹어본 적은 있어도 낚아본 적은 없을 것이다.
나는 빙글 웃어보였다.
"해볼래?"
"해보겠다."
유다를 데리고 누님에게로 가자 누님은 유다를 보더니 대번에 싫은 표정을 지었다. 유다는 머쓱한지 무표정으로만 일관했다.
"누님, 낚싯대."
"엑.. 알았어."
누님의 낚싯대를 받아 유다에게 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하려는 찰나, 유다의 낚싯대가 움직였다.
피잉, 촥!
실이 호수면을 파고들기가 무섭게 낚싯대가 빠져나왔다.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낚싯바늘에는 물고기가 걸려있었다.
"우와, 이거 강태공 못지 않겠는데?"
유다는 누님이 하던 것을 보고 있었는지 생선을 찌에서 빼내며 마수들에게 던졌다. 유다가 던졌기 때문일까, 마수들이 조금 꺼리는 기색을 보였다. 모색심명의 표는 하아, 하고 숨을 내쉬더니 그 물고기를 물었다.
"퉤."
그리고 뱉었다. 조금 꺼림칙한 얼굴을 한 표는 앞발로 물고기를 찼다.
"낚싯바늘이 박혀있습니다."
표의 말대로 낚싯바늘이 박혀있었다.
등 한복판에.
누님은 낚싯바늘이 망가진 것을 보고 분개했으며 나는 유다도 요연나 챠이 못지 않게 일반상식이 부족한 것에 한탄했다.
하지만 그걸로도 괜찮지 않냐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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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특별편은 끝. 전에 미쳐 다 못 했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 때 결국 총을 겨눈 주인공은......
안녕하십니까, 아이젠입니다.
아까 말은 스포일러 틱하게 해보았습니다. 내일은 본편이 쭈욱 가겠내요. 좋은 현상입니다.
현재 비축분의 상황은 조금 곤란한 상황입니다. 전쟁급의 묘사를 제가 해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뭔가 모델이 필요한데,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