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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47화 (24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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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이어

"여기까집니다. 프리아가, 우리도 목표지점으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케이슨의 말, 시선이 그를 향했다. 챠이로 인해 분노가 끓어오른 상황이라 내 눈은 지옥불 같은 열기를 품고 있었다.

케이슨의 쌍검이 뇌전을 흩뿌렸다. 정화의 일격을 받아내는 신기들은 쫓아가던 몸을 급격히 선회시켜 피해냈다. 그 틈을 타서 케이슨과 프리아가는 무너져가는 건물 사이로 파고들어 지각의 아래를 향했다.

쿠구구구구!!

철암장군의 이능(異能)이 빛을 발한다. 갈라지는 대지가 야수의 아가리처럼 변모해 그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벌이 밖에 되지 않았다.

프리아가의 얼음기둥이 대지의 입 속에서 솟아올라 다무는 것을 못 하게 한 것이다.

얼음을 걷어가며 지각의 아래로 사라져가는 둘. 쫓아가고 싶지만 몸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시바의 손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시바, 쫓아가!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

"거절한다. 최우선 사항을 잊지마라. 그리고 난 너의 부하가 아니야."

나의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무능하고 무력한 자신에게 화가 일었다. 좀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했다.

챠이는 이런데서 무너져도 되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나 때문에 300년이란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했다. 좀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는, 나의 가신이었다.

허나 죽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적들을 베어넘기면서.

시바의 목에 감겨 있는 뱀을 세게 틀어쥐었다. 지금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뇌리를 메우고 있어 정상적인 생각이 불가능했다.

"제길... 챠이...!"

감정이 북받쳐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챠이'라는 그 이름을 입에 담자 더욱 폭주하기 시작하는 감정이다.

시바가 끼어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챠이 꼴 나는 건 한번으로 끝나지 않아."

시바의 말이 옳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케이슨들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후퇴인지 완전한 후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만일 태세를 갖추고 바로 반격해온다면 이쪽은 몰살 당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설사 동료들이 모두 함께 있더라도 마찬가지.

가면을 벗었다. 이 이상 현계시킬 필요는 없다. 재소환은 불가능하겠지만 어차피 다음 전투는 기대하지 않았으니 상관은 없었다.

손 안으로 모여드는 삼신기를 지워버리고 능파에게 넘겨주었던 종이에 적어둔 비상 합류지점. 그곳을 시바에게 말하자 갸웃하는가 싶더니 몸을 선회하며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날기를 한참, 피부 위를 저격하는 탄환과 같은 살기가 전신을 휩쓸었다. 이만한 감각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랄까, 거의 느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뭔가 어렴풋이 기억날 것만 같은 감각이기도 했다.

피이잉, 쉬리리릭!

붉은 만도 형태의 병기가 탄환이 되어 이곳으로 쇄도했다. 시바의 피나카가 칼날의 궤도를 틀어놓지만 그것만으로도 시바의 몸은 크게 흔들렸다.

데미지가 너무나도 쌓인 것이다.

나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요여어어어어언!!!! 공격중지!!!!!!!"

목이 아려오는 외침을 내지르자 재차 움직이던 주작검의 행동이 멎었다. 저 멀리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아가는 검, 능숙하게 받아내는 남성용 양복과 비슷한 전투복의 요연이다.

발을 딛을 곳이 없음에도 요연은 허공을 박차며 내쪽으로 다가왔다.

"요애, 몸은 괜찮으신겁니까?"

"응... 괜찮아."

"다행입니다. 왼팔이 다시 날아간 것 같지만... 이만한 전과로는 싼값이겠지요."

싸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냐 요연. 챠이의 목숨 값은, 이런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요연은 나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읽은 듯,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발 밑의..."

질문을 끝 마치지 못 한다. 하기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요연을 뒤쫓아 온 능파들의 얼굴이 기이하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바가 아군이다. 확실히 언급한 적도 없고, 그런 낌새도 없었다. 심지어 능파조차 이해하지 못 했는데 요연이 알 턱이 없다.

"동료야."

".....할아버지. 때려도 되요?"

어느샌가 내 뒤로 다가온 능파가 가볍게 말한다. 어째서 능파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짐작가는 것이 여러개가 있기 때문에 웃으면서 장난스레 넘기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애꿎은 화풀이를 하지 않기 위해 화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자잘한 건 나중에 말해.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야."

슬쩍, 능파의 시선이 내 눈에 닿는다. 최대한 평정을 가장한답시고 말한 것인데 능파의 귀는 속일 수 없는 듯 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아직 챠이하고 유다가 오지 않았는데......"

"그 둘은 신경 쓰지마. 일단 돌아간다."

말을 자르는 나의 말에 능파의 시선이 기묘하게 변했다. 나의 반응이 어째서 이런 것인지 아까의 말로 확실히 알아낸 것이다. 과연 능파라고나 할까, 이제 내가 어째서 이런 상태인지 알았으니 최대한 배려해줄테지.

요연은 물론이고 슈, 호지도 지금이 되자 뭔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나라면 분명히 그 둘을 직접 찾아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녀들의 말에 반응해줄 틈은 없었다.

"자! 자잘한 건 할아버지 말대로 제쳐두고 빨리 움직여요. 자칫하다간 이 공간째로 죽어버릴거에요?"

하늘이 울긋불긋하다. 게다가 마치 벽이라도 된 것처럼 금이 가고 틈세가 벌어져 바깥세상을 비춘다. 그 틈세 사이로 민간인이 살아가는 런던의 모습이 보인다.

이 공간을 유지하던 축인 시계탑이 불에 타서 날아가버렸으니 당연한 일. 이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쩌저적.

급기야 하늘을 구성하던 공간의 파편이 떨어져내린다. 파편이 지각에 닿자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거짓된 이쪽 공간을 잡아먹는다. 하늘에서 떨어져가는 파편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에, 빨리 가자. 이러다가 우리도 먹히겠어."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슈의 말. 모두는 긍정하고 요연이 주작검을 공간에 찔러넣어 다른 공간으로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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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장포가 펄럭거렸다. 그 위에 새겨진 검은색과 금색의 칼날무늬가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등에 맨 칠흑의 칼이 격조없이 흔들거리고 등산할 때 쓰는 부츠에 철을 덧댄 특이한 신발이 땅을 차면서 따박따박하는 참신한 소리를 냈다.

따박따박.

걸었다. 검은색 외형과는 다른 성스러움을 품고 있는 검이 제대로 된 검대에 불만을 가진 것처럼 흔들리지만 남자는, 유다는 무시했다.

슬며시, 시선을 들었다. 인위적으로 파놓은 동굴, 불빛이 없어 탁한 황색 눈동자에 비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가진 감각은 말하고 있었다.

적은 그곳에 있다...고.

"젠장.... 케이스은! 괜찮은거냐? 기레도 빨리 와라."

이족보행의 은빛 늑대가 돌무더기에 깔린 검은 망토의 여자를 들어올렸다. 마치 짐짝처럼 어깨에 인 그라드는 금세 자신들을 뒤 따라온 케이슨을 보았다. 상처 같은 흔적은 전혀 없는 것이 싸움터에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야 임마. 너 혼자 그렇게 멀쩡하니까 좋으냐? 이쪽은 죽을 둥 말 둥 하면서 싸웠는데."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이래뵈도 안은 엉망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그건 쓰지 않았는데."

케이슨이 가슴을 탕탕친다. 피가 베어나왔는지 칠흑의 갑옷 사이로 검은 액체가 툭툭하고 떨어져내렸다. 아까 가슴을 친다는 행위만으로도 상처가 터진 듯 하다.

그라드의 입이 다물렸다.

"그런데, 챠이는?"

"죽었지. 시체는 버리고 왔다."

"그렇습니까... 옴팔로스도 죽었으니... 이쪽이 이득을 본 걸까요."

순간 유다는 그들이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 했다.

챠이, 단심검주. 그가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묘하게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으득, 하고 이가 갈렸다.

"누구냐!?"

프리아가의 외침. 좁디 좁은 이 동굴에는 어울리지 않은 크기의 그는 유다의 이가는 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유다가 특이한 발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가시(可示)거리에 들어갔다.

타박, 타박.

경박스럽던 발소리는 없다. 분노가 깃든 발소리에는 묵직함만이 남았다.

"유...다..!"

케이슨의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유다의 손이 등에 매인 칠흑성검을 뽑아들었다. 어두운 이곳에서조차도 돋보이는 아름다운 검신, 그 칼날이 그들을 향한다.

"어이, 어이. 이거 완전히 놀아난 거 아니냐 육왕에게?"

그라드의 장난 같기도 한 말. 틀린 말이 아니기에 케이슨은 이를 갈았다. 유다는 대답없이 검을 자신만의 독특한 파지법(무기를 쥐는 법)으로 잡았다.

유다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육왕의 명령. 오히려 충심스런 챠이에게는 '아무런 명령도 없었다'.

육왕이 내린 명령은 하나.

지하로 도망칠 팔대간부의 섬멸. 실패할 것 같거나 죽을 것 같으면 도망치란 소리를 덧붙였다.

"과연 왕 다운 말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지."

칠흑의 검이 내뿜는 내력이 간부의 위로 떨어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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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대간부 낚ㅋ였ㅋ닼.

...안녕하십니까, 아이젠입니다.

유다가 전세를 뒤집었군요. 다시 뒤집힐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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