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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34화 (23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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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개시!

콰과과과과광....

저 멀리 뒤편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귓전을 맴돌며 귓바퀴를 뜯어갈 것만 같은 소리에 저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뒤를 보지는 않았다. 이미 무엇이 일어났는지 아는데 볼 필요 따윈 없다. 그런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 해야할 계획의 진행을 걱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안 그래도 아직 불안한 점은 많이 있었으니까.

"... 그래도, 운에 따른 것이었는데 잘됬네."

내가 기레와의 싸움에서 도망친 텔레포트는, 요연이 언제든 쓰라며 건네준 물건. 단 무작위이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바로 옆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무서운 물건이다. 그래서 요연에게 비밀로(만일 그녀가 알았다간 '못 믿음직한 거군요. 알겠습니다.'라며 절에다가 내 몸의 안녕을 빈 다음 인당수에 몸을 던질지도 모른다) 살짝 개조해서 일정 영역 밖으로 이전시키도록 개조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곳에 던져질 줄이야.

눈 앞에 보이는 건물들의 색, 형태. 사전조사(그래봤자 여행 다녀왔습니다 같은 리뷰지만)를 철저히 하는 나는 이곳이 어딘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째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이자 목표지점인 곳이 특이한 몰골로 바뀌어 있지만, 그것은 필수오차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계탑...."

마법협회의 진정한 본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소위 빅벤이라 불리는 관광지의 명소이지만 이계의 시계탑에 그런 모습은 없었다.

현실의 시계탑의 다섯배는 될 정도의 넓이에, 중심에는 확실히 빅벤이라고 알 수 있을 법한 기둥 하나가 하늘로 솟아있다. 하지만 그 위에 담쟁이 덩굴처럼 얽혀 올라가 있는 또 다른 시계탑들이 있다. 위험천만하게 생긴 그것은 언제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살고 있는 거대한 예술품에 가까웠다.

저것이, 표적이다. 내가 무너뜨려버릴 카타스트로피와 마법협회의 총단. 마법협회의 인간과 카타스트로피에게는 상당히 괴롭힘을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것은 공든 탑이다. 몇백년의 염원이 한군데 모여서 쌓아올린 탑. 그것을, 인류의 유적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내 손으로 무너뜨린다.

이만한 희열이 따로 있을 것인가, 아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슴이 세차게 뜀발질 하면서 계획의 실행에 열을 올렸다.

저열한 욕망으로 가득찬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며 나무인지 금속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질감의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섰다.

"멋진데. 과연 마법사들의 성지. 인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딴판인걸."

영국왕실(이라고 해도 모르지만 일단)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벽지마냥 벽들에 따닥따닥 달라붙어 있다. 딱히 병기로서 쓰이는 것은 아닌 것 같은게, 아마도 현실에서의 전력을 끌어올 수는 없으니 대신해서 쓰는 것 같다.

나 때문에 인간들이 모두 밖에 있는지 가까운 곳에 인간은 없었다.

"일단.... 들키지 않고 뽑아낼 수 있을만큼 뽑아내고 싶은데."

정보화 시대이전에도 정보는 세계 최고로 중요한 것이었다. 슈나 리토가 다루는 일흔 두명의 마신도 대부분이 직접 힘을 쓰기보다는 세계의 진리를 가르쳐준다는 것 같은 정보를 다루는 것이다. 정보는 동서고금의 보고. 신체적 약자도 단숨에 군대를 몰살시키는 강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휘이이익, 이이잉.

내 귓가를 어지럽히는 풍백과 운사의 전언. 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곳임에도 이곳의 흐름은 어긋나는 곳이 있었다.

운사가 아니면, 설사 유다라 하더래도 눈치채지 못 했을정도로 은밀한 곳이다. 이만한 대비를 해뒀을만한 곳은 내가 표적하는 곳과 비슷할 터.

"좋았어, 어디 한번 볼까."

내가 들어온 문에서 약간 떨어진 벽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기묘한 흐름을 되돌리려는 운사의 힘이 그곳을 파고 들었다.

주변에는 알아채지 못 하도록 바깥부분은 현상태를 유지하도록 고정. 내부는 정상적인 흐름으로 돌려놓았다.

잠시 후, 내 눈 앞에 있는 벽의 중심에 사각형이 새겨졌다. 그 사각형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져 이내 사람 하나가 들어갈정도로 변했다.

새까만, 사람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문.

새삼 찾아오는 긴장에 목덜미를 매만졌다.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일'까지 알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만은,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짐작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논리가 맞지를 않는다.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고선 현실을 설명할 수 없는데도 한계가 없어지지 않으면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어째서 지려하는가. 기왕 시작한 싸움, 이기는 것도 좋을텐데. 이쪽으로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 하지만 그들은, 케이슨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고 죽을 것을 바라고 있다.

내 예상이 적중하지만 않는다면 좋으련만.

문 안으로 들어서니 모든 벽이 시커먼 옻칠로 뒤덮혀 있는 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옻칠 자체가 마력을 가진 듯, 희미한 역장을 발휘하고 있다.

"이건가..."

옻칠과 같게 모조리 시커먼 가구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선반의 위에 놓여져 있는 종이뭉치들을 발견했다. 만지는 것조차 위험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물러날 수는 없어 그대로 집어올렸다.

당연하겠지만, 그곳에는 영어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허나, 옛날의 나와는 다르다. 검은 것은 글이고 흰 것은 종이요, 하던 시절의 나는 이미 없는 것이다.

능숙한 솜씨로 영어를 읽어내렸다.

"프로젝트 21(더블원) 연계 프로젝트...31(쓰리원). '칠흑검주 육성계획', 최종계획 연계...."

스스로 읽어낸 글임에도 나는 가슴팍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예상했던 말이기는 했지만 이 현실은 가혹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이 사실에 안심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나쁜 현실이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겨우 '그것뿐'인 것이다. 내 상상 이상의 나쁜 일은 없다.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영역이라면, 대응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칠흑검주 육성계획의 개요... 능력... 패턴... 성장... 장난이 아니군. 이거, 젖먹이 수준부터 키워온 것이나 다름 없잖아?"

하지만 그것이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간섭했다면 그가 몰랐을리가 없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그녀에게, 그렇게 어린나이에 이름을 물려줬을리는 없으니까.

문득, 시선에 비쳐드는 '연계'란 단어. 앞에 있는 프로젝트 21이란 단어를 읽었다.

황급히 몸을 놀려 선반을 뒤적거렸다. 31이 이곳에 있었으니 아마 21도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도둑마냥 선반을 뒤적거리기를 한참. 나는 21이라 불리는 종이뭉치를 찾아냈다. 어두운 방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누르스름한 종이는 세월에 흔적. 그곳에는 믿기지 않는 것이, 솔직히 말해 예상밖의 일이 적혀 있었다.

"프로젝트 21... 삼인(三人)의 술(術) 프로젝트... 각각 '공간', '시간', '기계장치'라는 특기능력을 개발, 발전시켜 후학을 성장.... 허나 둘은 중도 하차. 셋 중 '둘'이 자아의 간섭을 자동적으로 해제. 기밀유지를 위해 들키지 않게 간섭증거 소거. '공간'과 '기계장치'의 행방은 불명. 현재 '시간'에 지속적인 간섭을 시행.... 성공. 현재 일반인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

거기까지 읽은 나는 맨 마지막장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어지러이 적힌 수식들이 있었다. 그것의 아래에 보이는 '연계'에 대한 자료.

최근에 만든 것인 듯 빳빳한 새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읽어내렸다.

"'시간'에게 딸이 생김.... 마력에 대한 재능, 극상(極上).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재능. 현재까지 계획만 존재하던 프로젝트31에 사용여부... 허가."

나는 그것을 내팽겨치고 다시 31부분을 집어들었다.

"칠흑검주, 사람을 조금 꺼리는 기색이 보여 '시간'과 함께 체스대회에 보냄... 육왕에게 지대한 관심. 성장... 순조로움. 현재 카타스트로피 내에서 접촉자는 무(無), 협회 내에서도 무(無). 허나 성격발달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역시나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내 예감에 적중하고 있다. 그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31의 종이를 한 곳에 모아 가장 윗줄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읽었다.

"칠흑검주 슈드나이 랑페르제...!"

쓰다. 현실은 너무나도 쓰다. 하지만 견디지 않으면 안되는 것. 유다에게 이유를 들어서 알고 있기에 이미 심정적으로는 안정을 끝냈다.

휘이잉.

풍백의 끝자락. 범상치 않은 형태를 가진 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 정보를 다 얻지 못한 것이 슬프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다간 내가 죽는다.

아껴두었던 마력을 전신에 돌리며 광진 사식을 전개했다. 늘어나는 시야, 감각. 절대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하며 화약의 대부분을 그곳에 던져놓고 빠져나왔다.

내가 갖지 못 하는 정보라면, 더이상 필요는 없다.

"나쁜 꼬마로군."

섬뜩한 기세, 얼음으로 된 철퇴가 얼굴의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팔대간부 중 하나, 프리아가. 켄타우러스 계의 인우(人牛)로 빙결계가 특기인 대괴수다. 사막에서 맞승부는 벌이지 못 했지만 강함은 충분히 느꼈다.

발이 땅을 박찬다. 땅거죽이 거칠게 솟아올라 프리아가의 시선을 가린다. 뒤로 물러난 나는 준비해두었던 비물(飛物)들을 격식없이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독침, 폭약. 갖가지 물건들이 비산하고, 프리아가는 네개의 발로 능숙하게 움직이면서 하나 하나 섬세하게 쳐냈다.

거대한 몸이라곤 생각지도 못할 움직임이다.

"큭, 이건 어떠...!"

"어떨까~~~?"

소매에서 튀어나온 소형 총. 단발식이기는 하지만 탄환은 굉장한 것이기에 준비해둔 비장의 수 중 하나가, 뒤에서 튀어나온 은빛 털의 소유자에 의해서 가볍게 잘려나갔다.

팔대간부 중 하나, 라이칸스로프의 왕인 그라드.

"기왕 틈이 온 거 죽여주도록 할까!"

"그것은 곤란. 아직 이상한 점이 있다."

붉은 피부로 둘러쌓인, 수많은 팔을 불가의 상징처럼 형태를 잡고 있는 자.

팔대간부 중 하나, 아수라왕. 죽지않는 군대인 아수라를 이끌고 적들을 섬멸하는 괴물이 이곳에 친히 나선 것이다.

"아우, 넌 진짜 나한테 불만있냐!? 왜 내 말에만 태클이야?"

"단순히 네놈이 무식한 것."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패기어린 목소리.

푸른색 피부. 아수라왕보다는 적은 손들. 하반신에 두르고 있는 흰 호피. 이마의 한복판에 새겨진 강한 기백의 눈.

흰두교 최고 삼신 중 하나이며 팔대간부 중 하나, 파괴신 시바.

그가 진리가 담긴 리듬을 타며 이곳에 걸어오고 있었다.

"확실히 포획이 좋겠습니다. 육왕은 전사라기보다 지략가, 이런 곳에 혼자왔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지요."

검은 갑주, 예기를 흩뿌리는 한손에 든 창.

인칭 타 위험인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최악의 남자이며 카타스트로피의 외주, 케이슨. 그까지 이곳에 나섰다.

다섯명. 도망칠 곳은 없다.

"일단 기절해주시겠습니까?"

퍽.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 하게 하는 둔탁한 일격. 정신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것을 느끼면서 딱 한마디를 떠올렸다.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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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나요? 지금 정도로 놀라면 다다음편은 더 놀랄겁니다.

....아니면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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