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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21화 (22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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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면

한명의 중년인과 한명의 노년인이 등장 했을 뿐인데도 주변의 공기는 그 두사람에게 잡혀 묵직하니 가라앉았다.

검제. 한 시대에 검의 극의를 보았다는 절대자로, 살아생전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해지는 지고의 강자. 무인들의 왕이라고까지 불리며 불사와 대적했던 두 남자 중 하나이다.

일검에 군대를 몰살시켰다는 일화를 가진 그의 검은 유다의 몸조차 불태울 것이다.

마종. 검제와는 반대되는 길, 마법의 극점에 이른 또 다른 절대자. 검제가 폭주했을때 유일하게 막을 수 있는 사람이며 그의 부드러운 인품은 전장 밖에서도 상당한 유명세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마법은 인품과 반대되는 잔혹함을 가졌다.

그 잔혹함은, 유다라 해도 견디기 힘들테지.

둘이 내놓는, 누님에게 필적하는 패기. 그것은 분노했던 유다조차도 입을 다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유다에게 침착함을 돌려준 듯, 유다가 검을 놓았다.

검은 안개가 되어 대기 중으로 흩어졌다.

"후우우... 장난은 그만하자, 육왕. 쓸데없는 도발을 할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닐 터."

쉽게 흥분하는 것치곤 의외로 빠르게 내 의도를 눈치챘다는 것에 놀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부른 건 그쪽이야. 그저 심술을 부렸을 뿐이지. 너무 깊게 담아두진 마."

고개를 숙이며 머쓱하니 머리를 긁는 그가 슬쩍 시선을 내게로 주었다. 살의와는 조금 다른, '애원' 담겨 있었다.

"내 목적 이전에, 네가 했던 말의 진의를 듣고 싶다. 그들은 정말로, 포기한 건가?"

사막에서 그가 지켜왔던 주민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

솔직히 아까 유다를 도발한 건 그리 큰 이유가 있지 않았다. 요연처럼 온 힘을 빼놓으면서 핵심을 찌르면 유다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한 것이란 소리다.

오래 산 것치고는 쉽게 흥분하기에 찌른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피할 화제라고 생각했기에 물은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 물어오면 곤란하다.

개인적으로 말을 심하게 했다는 인식이 있는지라 계속 우물거리기도 뭐하다.

유다가 궁지에 몰린 나를 재촉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냔 말이다, 육왕."

".... 모른다."

결국 내놓은 대답, 유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유다가 되묻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질문했다.

"유다, 너는 어떤 남자냐. 긍정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

유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통은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할리가 없다. 이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유다이지만 그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가 굳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지금이라고 대답하겠지. 내 대답은, 아마 누구도 믿지 않을테지만.

나는 손을 들어 스스로의 가슴에 얹어보였다.

"난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렇기에 신랄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지. 하지만, 그것은 내가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넌 스스로 지금까지 봐왔던 것을 무시할 셈이냐? 남에게 답을 구해보기 전에 스스로 답을 내놓아봐라."

유다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아까 유다가 나에게 대답을 재촉했던 것처럼 입을 열었다.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하지만 그의 왕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위엄을 잊지 않고 가슴속의 칼처럼 숨겨둔체.

"넌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유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마음을 묶어둔 하나의 단단한 사슬이 끊어져 나간 것이 느껴졌다.

내가 그의 왕이기 때문일까. 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몰랐다. 그와 나는 닮은 꼴이었으니까.

유다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되지 '못' 했고, 나는 그가 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이것.

유다는 웃었다.

묶여있던 그의 모습은 이제 없다.

"그런가, 난 긍정적인 모양이다."

"그래? 그거 잘됬네."

내가 가벼운 어투로 동조하자 유다는 웃는가 싶더니 전신이 칠흑으로 빛나는 검을 손에 현현시켜 가볍게 바람을 갈랐다. 찢겨나간 바람은 공격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 자체로도 큰 위협이었다.요연이나 챠이할 것 없이 모두가 날 지키려는 것처럼 내 앞으로 나섰다.

솔직히 그들의 행동은 감사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기둥서방이라는 것이 확정되는 느낌이라 조금 불안해졌다.

나도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그런 소문은 조금 곤란하지 않겠는가? 뭐, 하지만 그것은 그거고, 지금은 해야할 일이 따로 있으니 질책은 나중이다.

가로막아서는 그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더더욱 가까워진 유다와의 거리. 하지만 유다는 뽑은 검을 다시 휘두르려는 기색은 없다. 그저 위협뿐인듯, 검을 하늘을 향해 빙글빙글 돌리다가 바닥에 찍었다.

"왕이 가진 그릇, 확실히 보았다. 허나, 그것만으로 나의 왕이 되기는 부족해."

"그럼 무얼 원하지?"

"나의 공포. 그것을 알아내라."

유다가 공포스러워 하는 것. 간단한 말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모두들 짐작한 듯, 혀를 찼다.

이 세상에 유다만한 강자는 없다. 불패나 불사야 논외. 한마디로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 없는데 그런 그가 무서워한다? 아니, 그런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무리다.

하, 하고 숨을 뱉어내며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공포... 좋은 말이지. 그럼 기다릴까나."

"에에엑!? 폐하, 무슨 소릴!?"

내 말에 챠이가 놀라서 펄쩍 뛰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은 듯, 내 입을 주시했다. 그나마 능파는 나를 눈짓하며 흐린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나 능파. 그때 그 마을을 보지 않았으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역시 능파는 내....

"폐하?"

"아, 음. 신경 쓸 것 없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테니까."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능파만이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흥미를 잃은 듯, 혀를 차며 바닥에 주저앉은 내 옆에 붙었다.

시간이 흐른다. 주변의 관객처럼 인도에 서 있는 사람들도, 내 옆에 붙은 능파도, 뒤에서 여차하면 검을 꺼내들 상황의 모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몇분 동안 있자 하늘에서 '반응'이, '비'가 한방울씩 투둑, 투둑 떨어졌다. 희미하게 적시는 볼의 푸른 감촉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옆의 인도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정신은, 모두 유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유다는 떨고 있었다.

공포로.

"나는 사막의 마을에서 보고 말았지."

나는 이윽고 전신에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를 맞는 상태로 일어서며 말했다. 유다의 눈은 공포로 조금 풀려있었다.

"홍수의 이빨자국...이라고 할까. 그것 덕분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인가."

나와 요연이 도착했던 사막의 마을에는 굉장히 커다랗게 파인 '물길'이 있었다. 그것은 홍수의 흉터다.

사막에서 홍수라니 보통사람은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사막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지만 한번 내리면 사막이 떠내려갈 정도의 양을 한꺼번에 내놓기 때문에 홍수란 굉장히 무서운 재앙에 속했다.

아마 유다는 그때 많은 사람들을 잃었을 것이다.

아무리 유다라도 한계는 있을테고, 마을 사람들의 숫자도 마을 크기를 보면 만만찮았을테니까.

나는 비에 젖는 것도 아랑곳않고 그의 앞으로 걸어나갔다. 무서워하는 빗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은 연약한 고슴도치처럼 느껴졌다.

"비가 무서울테지.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내 손끝에서 발현되는 우사의 힘. 빗물이 마치 모세의 기적을 드러내는 것처럼 갈라져 나와 유다가 있는 부분에서만 비를 걷어냈다.

유다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네가 비를 무서워한다면 난 네 위에 있는 비구름을 지워주마. 그러니 넌 날 죽음의 운명에서 구해봐라. 그렇게 한다면, 난 네 옆에서 항상 비를 없애주겠다."

손끝이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것을 멋들어지게 휘두르며 영혼, 육왕의 외침을 공기 중으로 퍼뜨렸다.

"나에게 와라, 칠흑검주! 지키지 못 했던 너의 소중한 것이 되어주겠어!!! 대신 난 너의 곁에서 공포를 가져갈테다! 그 업조차 베어버리는 검으로, 업을 힘으로 삼는 너의 의지로! 날 지켜내 보아라, 유다!!"

그야말로 영혼의 외침. 그것이 유다의 마음을 흔들었을지는,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내 의지다.

한치의 거짓도 없는, 나의 의지.

유다의 검이 땅에서 뽑혀져 나왔다. 검은 섬뜩한 기운이 내달리는 그 칼날은 나의 목 언저리에 닿았다가 이윽고 사라졌다. 유다의 다리가 허물어지는 것처럼 꿇어졌다.

공포라는 이름의 속박이 사라진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육왕 고요, 나의 왕. 나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난 그대의 검으로서, 그대의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겠다고 약속한다."

유다가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나, 칠흑검주 유다. 이곳에 이름을 되찾았느니."

드디어, 삼검주가 모이는 순간.

대기가 그것을 축복하는 것처럼 절규했다.

짝짝짝짝...

박수가 터져나온다. 내 외침이 닿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유다가 나에게 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역시나 고요. 좋은 선동가가 될 수 있을겁니다."

언뜻 비꼬는 말처럼 들리지만 순수하게 칭찬을 담은 말. 그것이 날아온 후방을 돌아보니 바람에 나부끼는 한쪽 옷 소매가 보였다. 그리고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나누는 것처럼 도열한, 고대 장비를 차려입은 수백의 병사들.

영혼들의 지배자, 이승(肉)의 왕인 나에게 반대되는 저승(靈)의 왕.

영왕 소유운.

"선동가라니. 이 퍼포먼스는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내 말에 유운은 그저 웃으면서 뒤로 손을 뻗었다. 손이 향하는 곳의 공간이 기이하게 비틀리면서 새로운 정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인세에서 보기 힘든, 그야말로 유토피아에 가까운 광경.

산과 들이 펼쳐져 있고 꽃과 동물들이 뛰논다. 어찌보면 단순한 세상이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영웅에게는 영웅에 걸맞는 퇴장이 필요하죠. 촌스럽게 도보로 가버리면 쫓아올테니까."

나는 유운이 하는 말에 슬쩍 웃으면서 영왕이 마련한 퇴장법으로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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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일일 연재를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잠적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 상정! ....이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가 아픈 것은 아니고요, 친인이.

일박 이일의 지루함은 정말 상상도 못 하겠더군요. 그건 그렇고, 재밌으셨습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다음편부터는 조금 현실적인 내용이 들어가겠습니다.

기대해주시라.

....그런데, 설문조사에서 미쳤다 고른 인간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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