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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13화 (21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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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라본 주인공

그렇게 말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소야는 갑자기 무엇인가가 생각난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께 있지. 슈는 처음 봤을때와 한국에서 봤을때의 동생이 같은 성격이었나?"

아마 기억을 읽어내면서 만났을때를 알았겠지, 하면서 처음 만났을 적을 회상했다. 그리고 슈는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요와 처음 만났을 땐 둘 다 어렸지만, 그녀가 기억하는 이미지대로의 요라면 그 당시엔 무지 어른스러웠다. 그렇달까, 말이 없었고 지금의 부드러운 분위기와는 딴판인 날 선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슈가 처음 반했던 것도 그런 분위기와 체스할때의 분위기가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카리스마(그래봤자 어렸을때지만.)에 반했다.

물론,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슈는 지금의 요가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 때의 요는 인간적인 면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때 잠시 보여줬던 그 모습은.....

소야는 그런 슈에게 말했다.

"맞아, 그 당시의 그녀석은 어두웠어. 안 본 녀석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

호지는 물론이고 슈, 요연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밝고 장난스럽게 행동하는 모습만을 보아온 그녀들에게 그런 요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나마 어두운 면을 봤다고 할 수 있는 능파도 그 면에 그리 큰 어둠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소야는 다시 한번 물을 마시더니 탄식하는 것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길고 깊게 뿜어냈다. 물 덕분에 습기가 가득한 숨결이 위로 퍼졌다.

"어렸을 적, 나와 요는 사이가 좋지 않았어. 서로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옳겠지."

"그렇게는.... 안보였습니다."

차갑지만, 상황을 살피는 것 같은 요연의 말에 호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동감을 표하곤 능파를 끌어안았다. 습관적인 반응에 능파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테디베어마냥 호지의 품에 안겼다. 그런 둘을 보며 씁쓸하게 웃은 소야가 말을 덧붙였다.

"지금이야 이런저런 관계지만 그 때는 뭐랄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수준에 불과했어. 그야, 나에게는 부족할 것이 없었으니까."

"사랑 받으며 자랐군요. 그에 반해 능력이 없던 할아버지는 상대적으로 도태되어 살았고. 그래서 자신은 차별없이 남을 사랑하는 것이고"

논지의 급소를 찌르는 말에 소야는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호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반론했다.

"에, 하지만 할머니가 왔을 때 그런 것치고는 너무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슈는 물론이고 요연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능파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설레 설레 고개를 저었다.

당시에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지라 몰랐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일정 시간 뒤의 이야기였다. 너무 어렸을적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초등학교 몇 학년의 사건도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사랑이 없었을 것이다. 유능한 것을 넘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소야의 재능에 묻혀, 집 안에서도 없는 존재나 다름 없었을 터.

그 이야기를 능파가 입에 올리자 소야는 고개를 떨구는 것처럼 끄덕인다.

"맞아. 그 때문에 당시의 동생은 조용했어. 그렇게 되는 것을 강요 받았지."

"그런 건... 너무 안됬잖아요. 어째서, 어째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은거죠?"

슈의 애처로운 말. 그것이 요를 생각해서 하는 말임을 모르는 소야가 아니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말해야 했다. 그것이 자기 변명에 불과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것 외에는 대답할 말이 없다.

소야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씹어뱉듯, 슈의 말에 대답했다.

"부족한 것이 없었으니까. 부모님은 나만을 바라 봐 주었고, 난 그 관심에 보답하면 됬어. 그 이상은 필요 없었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들을 쭈욱 둘러본 능파는 손뼉을 여러번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아요. 좀 더 다른 이야기가 있겠죠?"

"아아, 물론이지."

말하기 싫은 일을 조금이지만 벗어났는지, 무거운 분위기가 한꺼풀 벗겨졌다. 그런 분위기에 탄력 받아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라고 할까, 학교에서 시험을 봤어. 동생은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지. 웃기는 일이지만 부모님은 화냈고, 나는 동생의 가정교사처럼 공부를 시켜야 했지."

소야의 말에 호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지금 껏 방치 해 놨으면서 일이 있으니까 그런 일을 해요!? 뭐 그딴 게....."

반문이 곧 분노의 표출구가 되었는지 호지는 벌떡 일어나서 눈을 시뻘겋게 물들이곤 분개했다. 요연은 그런 호지를 눌러서 강제로 앉히고는 소야를 직시했다. 마치 '그런 상황인데도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냐?'라고 묻는 것 같은 요연의 시선에 움찔했다.

소야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화제를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하하하, 일단 비교 됬으니까 화가 난 것이겠지. 근처 아줌마가 어머,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 저 애는 왜 저리 못 났을까? 하는 소릴 들으면 아무래도 화날테니까."

"언놈이야, 우리 아빨 그렇게 말한 년놈들은!?"

괴수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을 뿜을 것 같은 호지의 입에 능파는 상추 한다발을 쑤셔넣어 잠잠하게 만든 뒤에 턱짓으로 계속해보라는 몸짓을 했다.

"어쨌든, 난 동생을 가르쳤어. 하지만 난 선생으로서의 자질은 없었지. 나의 경우에는 덧셈뺄셈을 보고 삼각함수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데 반해, 동생은 너무나 평범했으니까. 아무리 수준을 낮춰도 따라오지 못 하는거야."

"그, 그야 초등학생인 것 같은데 당연히..."

슈의 말에 소야는 인정하면서 말을 이었다.

"맞아. 그런데도 나는 나의 기준을 강요했어. 결국 나는 손을 놓기로 결심했고. 동생이 그 때 했을 것을 생각하면 오싹하지."

그 말을 했을때 능파는 무언가 불길한 것이 가슴속 깊은 곳을 들쑤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능파를 무시하듯, 소야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관두기로 결심한 그날 밤에 난 봤어. 내가 이정도는 풀어야지라면서 넘겨준 문제집을 풀고 있는 걸. 초등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밤을 새고 푸는 건 굉장했지. 그제서야 나는 이게 일반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동생이란 존재에 대해서 다시 볼 수 있었어."

그것은 소야가 요를 제대로 보게 된 계기. 모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소야 또한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소야는 곰곰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그 때부터 난 동생을 봤어. 그리고, 일주일도 안되서 충격 받았지. 가족이었으면서 부모란 작자는 동생을 전혀 보고 있지 않았어. 동생이 있는 곳은 너무나도 쓸쓸한 사막 같았지. 나는 그곳에 발을 딛기로 결심하고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켰어."

"에, 또 공부?"

호지가 되묻자 소야는 난처한 듯이 웃었다.

"햐하하하하. 난 동생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으니 말이지. 말을 걸 껀덕지는 아무 것도 없었어. 그래서 그런 방법을 선택한거야."

호지가 이해한 듯, 입을 벌리자 소야는 호지에게서 시선을 때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어쨌든 난 공부를 가르쳤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도 상냥하게. 하지만 동생은 화냈어."

능파를 제외한 모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소야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어째서'냐는 물음일리 모르지 않는 소야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로선 동생이 어째서 화내는지 몰라. 지금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슬픔이란 것을 느꼈지. 결국 나는 그런 쪽으로의 접근을 완전히 포기하고 재미난 것으로 그녀석을 웃기게, 재밌게 하려고 애썼어."

능파는 가슴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곤 소야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다가 체스를 가져왔군요?"

"맞아. 처음에는 내가 이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야 했지. 그러다가 결국 난 졌어. 깨끗하게."

그 때를 회상한 것인지 소야는 양손을 들어보이며 항복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런 자세를 하던 소야는 검지를 턱끝에다가 댔다.

"그런데 그 때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웃음을 찾아갔지. 난 그렇게 계속 내 나름의 애정표현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동생녀석이 꾸물거리면서 내 앞에 섰지. 나로선 신선한 모습이라 몇 분이고 기다렸거든? 그 때 동생이 뭐라 말했는지 알아?"

도리도리 젓는 그녀들을 보면서 소야는 무지 웃긴 것이라도 말하는 것인냥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너무해, 나 배추할께."

"아아, 할아버지....!"

자잘한 과거사에서도 지금의 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한마디에 능파는 얼굴을 가리면서 절망했다. 소야는 그런 능파의 머리를 살짝 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아. 하지만... 난 당시에 동생이 그런 말을 할지도 몰랐고, 설마 웃기려고 한 이야기일 줄은 몰라서 한참은 웃었지. 웃을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소야는 그 때를 회상하며 다시 한번 웃곤 말했다.

"그 뒤로, 동생은 간혹 그것과 비슷한 맥락의 개그를 나에게 선보였어. 난 그 때마다 재밌어서 미칠 것 같았지. 다른 녀석이 했을땐 죽여버렸겠지만. 하지만 가끔씩 나는 봤어. 혼자서 추욱 늘어져 있는 걸. 그 이유가 바로 나라는 걸 모르지 않았던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 그러던 중에.... 내 스승을 만났지."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사람을 입에 올리자 요연이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하지만.... 난 동생에게 '떠날테니 잘 있어라'라는 말을 할 수 없었어. 만일 그런 말을 했다면 난 밖으로 나가지 못 했을테니까. 하지만 그 당시에 좋은 찬스가 한번 왔어."

"세계적인 체스대회...."

슈가 탄식하는 것처럼 말하자 소야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확실히 그 대회는 1달이 넘도록 하는 굉장한 대회였다.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했던 그 시합은 소야가 도망치기에는 좋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었다.

"우였나? 하여간 그녀석이 돈을 대주는 바람에 동생은 갔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세보이는 영혼을 넣는 걸 잊지 않고. 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

잠자코 듣고 있던 슈는 소야에서 무언가 돌뿌리처럼 걸리는 것을 느꼈다. 이내 그것이 무언지 이해를 한 슈는 착실한 학생처럼 손을 들며 물었다.

"저.... 그렇다면 잘된 이야기가 아닌가요? 도망쳤지만 서로 친해졌고, 미워하지도 않고."

"고모 할머니가 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에요. 아마... 할아버지의 속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망간 것이 마음에 안드는 것뿐이겠죠."

"하하하... 말하자면 그렇겠지. 난 벽을 넘지 못하고 도망쳤어. 그게 싫어서... 난 이 이야기가 싫어."

난처하게 대답하는 소야의 말에, 나른한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한마디 하자면.... 누님은 동경의 대상이었어. 누님이 날 위해서 스스로를 낮춰서 날 상대할 필요는 없었지. 누님은 강자로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누구보다도 앞에서 천하를 오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거야."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소파에 누워있던 요가 상체를 세우고 나른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가르칠 때 화냈고, 누날 이겼어도 기뻐하지 않았어. 하지만 누나를 차츰 이기다보니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의 옆에 어떠한 것으로라도 설 수 있구나, 싶었어."

소야는 입을 벌리고 요의 말에 경청했다. 요는 그런 그녀에게 최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걸로, 벽은 없는거지?"

그 뒤, 소야는 요에게로 뛰어들어 으스러질 것처럼 끌어안았다.

몇년동안 끌어온 남매의 벽은 이제야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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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일단 평범한 인간이 기준이었던(지금은 아닙죠) 사람이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을 과거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다음편부터는 데이트 시작. 상대적으로 슈의 이야기가 빈곤합니다만, 그것은 후에 쓸 일이 있으니 패스.

하지만 능파의 방대한 양은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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