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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10화 (21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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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라본 주인공

하늘은 어두웠다. 그것은 마치 슬픔의 빛을 빨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도 슬퍼서 나는 그저 울었다.

이 남자는 여기서 사라지면 안되는 남자였다. 나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그가 이렇게 죽어선 아니된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더욱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거다,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얻었을지도 모른다.

왜 하필 이번에도 나의 말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간 것일까. 하지만 내 이성은 그것에 대해 '그것 밖에 대책이 없었다'고 무정하게 답하고 있다.

젠장, 죽지마 --.

그의 손이 내 뺨을 쓸어내린다. 아무것도 담기지 못한 공허의 눈동자는 이전과는 달리 빛이 있었다.

"그 때에 비하면 무미건조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왕이 무심코 던져주는 말들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따듯한..... 그래, 기적이었다. 난 왕에게 기적을 받았다. 하지만.... 그 기적은 돌려주지 않겠어."

그래, 돌려주지 마라.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일단 살아남아라.

내 뺨을 쥔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기적은, 때가 올 때까지 내....가, 맡....고 있겠.....다....."

이윽고, 그의 손은 내 볼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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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

입속에서 여린 신음을 토해내면서 나는 일어나며 꿈에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꿈. 일본에서 처음 꿨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무참히 밟아놓은, 나의 꿈이다. 그렇다고 모든 꿈이 전부 그런 것도 아니라서 식별이 조금 어렵지만.

확신의 계기는 그것, 챠이와의 만남. 어째선지 이름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겪음으로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읏차....아?"

내가 강제수술로 인해 잠들었던(기절했던) 동안에 침대로 옮겨놓은듯,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뉘여 있었다. 나는 할 것이 생각나 자리에서 일어나... 려 했으나 묵직한 것이 팔뿐만이 아니라 전신을 누르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시선을 내려보았다.

오른팔에는 호지가 떡처럼 찰싹 붙어있었고 왼팔에는 어째선지 슈가 붙어있다. 게다가 요연은 내 위에서 몸을 짓누르듯이 누워있다. 아니, 그것까지는 일상적인(슈는 일단 넘기고) 일이지만 묘하게 머리부근이 푹신한 느낌이...

"헉."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것은 누님의 붉은 머리카락. 묘하게 진정된 덕분에 나는 지금 내 상태를 냉정하게 입에 올릴 수 있었다.

일단 날 중심으로 상하좌우에 요연, 누님, 슈, 호지가 있다(잘 보니 슈하고 호지는 이불을 깔아서 높이를 맞췄다).

어쩌지? 나갈 수가 없어!

"별 수 없죠."

고운 미성에 내가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공간이 기이하게 비틀려 날 빨아들인 탓에 무엇인지는 제대로 보지 못 했다.

공간의 비틀림이 사라지자 나는 침대 밖에 있는 내 방의 바닥에 서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을 보니 요연과 누님은 아주 찐하게 붙어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날 도운 소녀, 능파가 귀엽게 고개를 까딱이면서 묻는다.

"아아, 땡큐 능파. 솔직히 정말 위험 했어."

4명의 미인들이 곁에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으니 나의 욕구는 몰래 무언가를 만진다던가 하는 것으로 배출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능파는 그런 말에 오히려 웃어보였다.

"쿡쿡, 이제 개인용 침대로는 안되겠네요. 좀 더 큰 걸로 사야겠어요. 그리고 매일 밤마다 1:5로 환락의 밤을..."

꽁.

가볍게 이마를 마주치는 것으로 능파의 입을 다물게 했다. 능파도 농담이었는지 장난스럽게 키득거린다.

그런데 말이지, 1:5라니. 그거 누님도 들어가 있잖아? 그거 인륜을 범하는 거라고? 알고서 하는 말이야?

"알고서 했어요."

멋대로 남의 속 읽지마라.

나는 문득 의문이 들어 능파에게 물었다.

"그런데 능파야. 너도 나랑 같이 잤지?"

능파도 날 좋아한다고 직접 나에게 말했다. 아무리 저렇게 철벽으로 날 둘러싸고 있기는 했다지만 능파가 그런 것에 휘둘린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능파가 저들이 있다고 안 끼어들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능파는 얼굴을 슬쩍 붉혔다.

"하, 할아버지 변태. 자, 잤다니...."

나는 내 말이 오해를 부를만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딱히 시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 눈빛은 내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눈빛이다.

자신의 말을 시정할 생각인지, 능파는 잠시 헛기침을 하곤 발을 굴렀다. 탕, 하고 엷은 소리가 그녀의 발끝에서 퍼져나가며 신비로운 오색구름을 발출해냈다. 그 구름들이 능파의 전신을 휘감자, 그 구름 사이에서 길쭉한 것이 내 목을 얽어왔다.

"이런 상태면 상관 없겠죠?"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지."

흰 비늘이 사슬갑옷처럼 절그럭 절그럭하는 감촉을 내보낸다. 능파는 용의 특징적인 그 몸을 쭉 뻗어서 꼬리로 툭툭, 내 왼팔을 쳤다.

"왼팔은 어때요?"

나는 그제야 내가 외팔이였던 것을 고치기 위해 바알제불의 말뚝을 쑤셔넣었던 것이 기억났다. 왼팔을 들어올리니 팔이 잘리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 결합이 완전하지 않은 듯,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1~2초 정도의 타이밍이 조금씩, 희미하게 어긋났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혹시 능파가 시무룩해 할까 싶어서 바라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아보였다. 아니, 오히려 '기뻐' 보였다.

"할아버지."

"아, 응. 왜?"

"왼손도 못 쓰는 마당에 말하기는 죄송스럽지만 오른손도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능파의 말에 오른손을 내려다 보았다. 오른손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슬쩍 손가락을 까딱여보자니 무시 하기 힘든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리 검의 형을 썼다곤 하지만 광진의 방어벽을 뚫어버리는 데미지를 줬는데 멀쩡할리가 없죠. 그러니 안정을 취해주세요. 알겠죠?"

고개를 끄덕이자 능파는 만족한듯, 내 목에서 풀려나와 '식사 준비를 하러 이만 갈께요'라고 말하며 부엌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능파가 나에게서 관심을 돌린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안방에 있는 전화기로 다가갔다.

능파를 못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장의 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최후의 수단인 이것은 되도록이면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감출 필요는 있었다.

감각이 어긋난 것뿐인 왼손을 이용해 나는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누군가가 말 없이 받았다.

"여어, 식수담당."

[누가 식수담당이냐!]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해 내 반 농담을 받은 리토가 포효했다. 리토는 내 인사가 마음에 안드는지 이리저리 불평을 내가 듣는다는 것도 모르고 수화기에 토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리토. 귀국은 제대로 됬어?"

말을 끊으며 묻자 리토는 가볍게 긍정했다.

[물론이지. 솔직히 이런 시기에 출입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 했는데 쉽게 되드라. 너네가 손 썼겠지.]

하핫, 하고 나는 웃었다. 손 쓴 것은 분명히 유운일테지만 내가 미리 부탁해놓은 것이기도 하니 딱히 부정하지는 않고 웃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그래서, 쪽지로 부탁했던 것은?"

지금까지 즉답해오던 리토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나오는 이유를,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나인가..."

[뭐, 역시나다. 쪽지에 적혀 있던 그대로야.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짐작은 가지. 너도 안팍으로 고생이구나.]

마치 비웃는 것 같은 격려에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기분 나쁜 말이지만 동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게다가 리토의 말대로라는 건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단 소리.

[그런데 말야. 쪽지 아래에 적어둔 사이즈는 뭐냐? 하나는 뭘 해달라는 건지는 알겠다던데.]

"아, 그거? 비장의 무기."

리토가 갑자기 침묵한다. 나는 잠시 내가 이상한 말을 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지만 이상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토가 조금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난 너희 한국인이 비장의 무긴지 뭔지를 말하면 무슨 핵폭탄이라도 꺼낼 것 같아서 두렵다. 젠장, 그 유운이란 놈. 뭔가 준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런 걸....]

그러고보니 유운이 분명 리토들에게 무언가 강력한 비술을 건네주었다는 것을 듣기는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듣지는 못 했지만, 상당히 강력한 무기라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그 뒤로,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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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아이젠입니다.

현재 내용상 휴식기가 이어지는 타임입니다. 다음번에 벌일 역습편의 떡밥을 날리는 편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사사로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묵직한 주제를 오가게 할 테니 기대를 해주세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겁니다만, 가면 갈 수록 능파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딱히 노린 적은 없지만 말이죠? 주인공이랑 시야가 대등해서 그런가.

어쩄든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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