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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05화 (20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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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온다.

검의 모습을 취한 칠흑의 검이 실체를 잃기 시작하면서 마치 도깨비 불처럼 넘실거리기 시작했다.척보기에도 두꺼워진 칼날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공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느낀 나는 유다가 일격으로 끝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유다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다의 흐릿한 황색 눈동자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쓸까...'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광진 6식이나 '그것'을 쓰는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이해타산을 생각해보면 광진 6식이 더 낫겠지만... '그것'은 일단 패널티가 6식보다 작다. 훗날 뒤통수를 칠 것을 계산한다면 어떻게든 버티고 싶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아깝지만 쓰는 수 밖에 없다.

왼손(이라고 불러야하는 것은 지금 유다의 발아래 뭉개져 있지만 일단)을 부여잡은 오른손을 때고 겉옷 안에 있는 물건에게로 손을 뻗었다. 유다는 내 비기마저 눌러버릴 생각인지 최후의 참격을 뒤로 거뒀다.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한 유다에게 애도를 보내면서 나는 가슴팍에 있는 물건을 쥐었다. 금속 특유의 이물감과 차가운 느낌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하늘이 거대한 불길과 함께 갈라졌다.

"누가 우리 아빠에게 검을 겨누어도 좋다고 했지?"

화르륵, 콰앙!!!!

거대한 불꽃의 팔이 유다의 몸을 찍어눌렀다. 거리가 있는 나조차도 녹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고열이 주변을 휩쓸었다. 유다는 그 손을 검 하나로 견뎌내면서 위를 힐끔하고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거대한 화염에 어울리는 몸을 가진 화염의 거인이 존재하고 있었다.

저 화염의 거인은, 분명히 내가 사막에서 보았던 그것. 그리고 방금 유다에게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내가 아주 잘 아는...

"꺼져 쓰레기."

검에 가로 막힌 화염의 손은 통째로 유다를 쥐고 반파된 도로에다가 메다꽂았다. 유다를 잠시나마 침묵시킨 화염의 거인이 내쪽으로 걸어왔다.

한발짝 한발짝 가까워질 수록 줄어드는 화염.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자 드러난 것은 조금 서늘한 기후에 지나지 않은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코트를 걸쳐입은 나의 딸이었다. 복장 때문에 조금 위엄이 새겨진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외모는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하긴, 안 만난지 약 2~3달인데. 말하면 여심을 모른다며 꾸중듣겠지만.

타다닥.

빠르게 다가오더니 호지가 내 품으로 몸을 날렸다.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어렵게 받아낸 나는 능파의 가속도가 붙은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빠! 나, 보고 싶었어! 쓸모 없는 녀석들이 계속 시끄럽게 굴어도 아빠를 위해서 참았어."

"그래 그래. 힘들었니?"

"응. 하지만 괜찮아. 아빠를 위해서인......"

간만에 만난 터라 더욱 어린애처럼 굴던 호지가 시선을 낮추더니 입을 다물었다. 뭘 보았나 싶어서 호지의 시선이 닿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내 왼팔이 있었다.

손이 잘려나가고 없는.

"...이거 누가 그랬어."

호지의 말. 그것은 절대로 묻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혼잣말에 지나지 않은, 그냥 말이었다. 이미 마음 속으로는 유다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뺨을 긁적였다.

"호지야. 내 팔은...."

"죽여버린다!!!"

내 몸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포효하면서 쏘아져 나간 호지가 손을 들어올렸다. 밝은 오렌빛 열기가 그 손에 집약되면서 거대한 열기를 생성해냈다. 지금 막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던 유다는 다시금 얼굴에 주먹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잠깐.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방심했어도 저건 피했어야 옳다. 물론 일반적으론 피하지 못 하겠지만 유다는 내 광진 5식 찰나와 비등한 속도를 가진 남자다. 그런 남자가 저런 무식한 공격을 피하지 못 한다고?

"호지!!!!!! 조심해!!!!!"

"에?"

내 외침을 들은 호지가 날 바라보았다. 그런 호지의 앞에 쓰러져 있던 유다의 검이 허공에서 멋대로 움직이면서 호지를 노렸다.

카아앙!!

황금빛 기운과 검은 기운이 충돌하면서 허공에 돌연 충격파를 만들었다. 황금빛 기운을 가진 검의 주인, 요연은 검의 반동을 이용해 호지의 허리를 안고 내가 있는 곳까지 빠르게 다가왔다.

"요연, 다친 건 괜찮아?"

"예. 애초에 그리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아마 다들 그럴겁니다."

"당연하지. 뭐, 유다에게 필살기란 필살기는 모조리 갈겼는데 튕겨나갈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어느샌가 내 뒤로 다가온 챠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옆에는 앤트로아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요야말로 괜찮은거야? 팔 하나를...."

요연의 반대편에서 내쪽으로 다가온 슈가 내 왼손을 쓰다듬으면서 울먹인다. 나는 하나 남은 팔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괜찮아. 신경쓸 것 없어. 그건 그렇고... 능파만 빼면 다 모인 셈인가."

호지, 요연, 슈, 챠이, 앤트로아. 그리고... 나. 지금 당장 팔대간부와 맞붙더라도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력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팔대간부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는 괴물. 이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런데 호지야. 여왕의 일은 어떻게 됬어? 설마 나 때문에 중도하차한 것은 아니겠지?"

내 말에 요연의 허리에 안겨 있던 호지가 바닥에 내려서면서 내 머리를 안았다.

"아냐. 모두 끝내고 온 거야."

"그렇다면 도깨비를 부르는 것도 가능하겠지?"

가온이 말하길 여왕은 도깨비들에 대한 절대적인 통솔권을 갖는다고 했다. 그것은 비단 유운에게 비견가는 능력. 도깨비들을 부를 수 있다면 유다라해도 이길 수 있다.

호지는 내 말에 빙긋 웃었다.

"이미 왔어."

끼이이잉.

공간이 울부짖는다. 과도하게 제어당한 공간이 서로 충돌하고 비틀린 덕택에 나는, 일반적으론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소리.

하늘, 땅할 것 없이 모든 곳에서 수십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일대를 둘러싼체 나열한다. 하나하나가 천하를 진동시킬만한 강건한 괴물들.

"아빠, 어때? 내 똘마니들."

후후, 하고 웃는 것이 마치 칭찬해달라는 것 같았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호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멋지네. 이녀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지?"

"응? 아빠 말이라면 뭐든지."

나는 잠시 헛기침으로 목을 고르곤 입을 열었다.

[분명히 한국에 산재해 있는 레플리카들의 사냥이겠죠. 남김없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끼어드는 전자음 섞인 능파의 말에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슈가 조금 쑥스러운듯 나에게 통신기를 내밀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대화를 슈의 통신기로 도청장치를 쓰는 것처럼 엿들었으리라.

나는 쓰게 웃으면서 통신기 안의 능파 말에 동조했다.

"맞아. 호지야. 저 부하들을 모두 레플리카 섬멸에 써줬으면 해."

"에에~? 하지만, 그러면 아빠가..."

호지는 뒷말을 흐렸다. 아마 더이상 말했다간 불안함을 감추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그런 호지에게 능파가 말했다.

[걱정말아요. 할아버지는 충 , 분 , 한 대비책을 이미 가지고 계시니까요.]

능파가 묘하게 어딘가를 강조하는 말에 호지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수긍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나와 능파 둘 다하는 말이라면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호지가 왼손에 세개의 비녀를 집어들었다. 그것들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고 점점 크기를 부풀리더니 꼬이고 꼬여 거대한 지팡이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조금 들어올리고, 바닥에 찧는다. 그것으로 인해 생겨난 파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몰랐지만 도깨비들에게는 충분한 의사 전달이 된 듯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일단 제가 남는 병력들을 데리고 갈테니 어떻게든 버텨보세요.]

"아니야. 넌 컬러나이츠를 도와줘. 아마 그 큰 문어녀석에게서 고생하고 있을테니까."

요연을 이겼다(한정적이기는 하지만)는 치지가 있기는 했지만 상대방과는 상성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능파가 오히려 유리할 싸움터였다. 하지만 능파는 부정했다.

[괜찮아요. 거기는 소화가 갔으니까.]

"소화? 그녀정도로 충분하단 말이야?"

[....직접, 봤으니까요. 하여튼 기다려요. 빨리 갈테니.]

뚝. 치지직...

반론은 허용치 않으려는 듯이 신호가 끊겼다. 게다가 그 후에 들려오는 불규칙적인 소리를 보아하니 나처럼 부숴버린 모양이었다.

"능파... 무슨 일 있나? 못 본 사이에 많이 바뀐 것 같아."

호지의 혼잣말에 슈와 요연의 몸이 굳었다. 물론 내 몸도 굳었다. 지금 상황을 전혀 알지 못 하는 챠이와 앤트로아만이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호지는 일단 능파가 나를 좋아하게 됬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아직 자궁의 마음을 풀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딸이 연적이 됬습니다~'라는 상황을 호지가 달갑게 받아들일 턱이 없다.

"가족간의 대화는 끝났나?"

유다의 말에 솟아오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솟아오르면 가라앉는 것이 있는 법이지만, 너무 빨랐다.

유다는 옷이 조금 타들어간 것 빼면 멀쩡했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지."

유다와의 2차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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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여자 넘버원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넘버원은 그저 순서. 진실로 잊혀진 사람은 투죠.

여하튼, 호지가 등장했습니다.

강해졌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도 상당히 오래전에 쓴 것이라서 말이지요.

그건 그렇고, 신작 쓴 것을 새로 올릴 겁니다.

현재 아이젠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말이지요.

역시 새로 시작하고 싶달까.

그래도 주력은 육아일기! 항상 늦지 않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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