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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02화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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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이냐."

의문문임이 당연할 질문임에도 그의 말은 모두에게 묻는다기보다 단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진실이기도 했지만 인정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현재 밤의 어둠을 검의 형태로 묶어놓으면 저렇게 될까 싶은 새카만 쯔바이핸더. 마치 고슴도치 같이 비죽비죽한 무늬가 그려진 새하얀 코트. 탈색되어 희미하게 금빛이 남아 있는 백발. 그러한 어울리지 않는 그 외향적 특징들이 모여, 한 남자는 이렇게 불렸다.

유다. 칠흑성검 '마왕'의 주인이며 배신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누이고 압착기로 짓누른 것처럼 바닥에 처박혀있던 요연이 왼손의 백호검을 지지대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진 동료들도 그녀의 말에 동조하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요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만 혀를 찼다.

유다와 격돌하고 몇 분. 스스로의 실력에는 자신 있었던 그녀였지만(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리라) 그 잠시 동안의 격돌에서 요연은 삼검주 최강이라는 힘을 여실히 맛봤다.

처음의 격돌 때는 괜찮았다. 오히려 혼자서 붙어도 될만큼 약했던 것이다. 하지만 싸움시간이 길어지면 길수록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4명 전원이 덤벼도 이기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만총(萬銃) 중 일기(一技), 속경."

어느샌가 하늘로 날아오른 앤트로아의 팔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면서 변신하기 시작하더니 수십정의 권총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

자비심 따위는 눈꼽만큼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같은 연사. 그것도 혈맥을 깊게 눌러 제어하는 기묘한 마력이 들어있는 탄환이면서 일반적인 탄환에 비해 6배는 큰 탄이다. 대부분의 적은 아마 1발만 맞아도 죽어버릴 것이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론.

퍼버버버벅.

총알이 아니라 주먹에라도 맞은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유다는 모든 탄환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는다.

탄환들의 폭풍이 만들어내는 먼지가 걷히자 총을 맞은 것이 진짜 맞는지 궁금한 그의 멀쩡한 모습에 챠이가 혀를 찼다.

"빌어먹을 내구력.... 너 진짜 인간이었던 거 맞냐?"

챠이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렇게 물었다.

사실, 챠이는 유다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똑같이 인간이었고, 사명을 부여받아 영생을 얻었다. 유다와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의 비슷하리라. 그런데도 저렇게까지 실력차이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살아온 시간의 차이일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솔직히 말이 되지 않는다.

겨우 300년짜리 실력으로 거의 2000년에 육박하는 세월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시간의 대마법사와 기계장치의 대마법사. 그리고 황룡의 후예이며 자신과 동렬인 사신검주가 있다.

상처하나 입히지 못 한다는 것은...

"젠장, 같은 처지의 인간끼리 왜 이리....큭!"

자신의 한심함을 입에 옮기던 중, 목을 짓밟는 충격에 챠이가 입을 다물었다.

"너와는 다르다. 힘의 개념조차 다른 너와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

퍼엉!

챠이의 목을 밟고 있던 유다의 허리가 꺽이면서 멀찍이 날아가버렸다. 시간왜곡을 이용해 기척을 감춘 슈의 보디블로가 작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격에도 아랑곳않고 유다는 되물었다.

"그럼 무엇이 같지?"

유다의 질문에 슈는 머리카락에 묻은 모래먼지를 털어내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린 것 같아 유다는 잠시 흠칫했다.

"아마 요라면, 육왕이라면 이렇게 말했을거야."

잠시 눈을 감은 슈가 눈을 뜨면서 덧붙였다.

"'마음이 여린 점'이라고."

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다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것은 슈에게 있어서 자신의 말의 증거나 다름 없었다.

지금 이리 다치고 저리 다치고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리 큰 상처가 아니었다. 애초에 벽에 처박히거나 한 상처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진짜 유다가 죽이려고 마음 먹었다면 이곳의 4명은 순식간에 이등분 됬을 가능성이 컸다. 유다는 지금 보여준 능력만으로도 그랬고, 그 이상의 힘을 아직도 숨기고 있었다.

"잠깐, 아가씨."

유다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 챠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리다는 것 인정 못 하겠지만 일단 망설이고 있다는 건 확실하겠지?"

"...예, 그래요."

"좋았어.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까지 숨겨왔던 전력을, 발휘해 보자구? 설마 이 꼴이 났는데도 숨길 생각은 없겠지?"

챠이의 장난스러운 말에 앤트로아가 먼저 태클을 걸었다.

"부정, 숨겨오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뒷말을 흐리는 앤트로아를 의문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챠이였지만,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은색의 거병(巨兵)을 보곤 입을 벌렸다.

"불러내는 것이 조금 걸렸을 뿐."

"맙소사, 상위과학을 가진 비밀결사라는 놈들과 싸워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건 없었다구?"

전장 1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체, 마치 야수처럼 적을 노려보는 붉은 안광,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실루엣을 가진 그것은 그야말로 전투를 태어난 미(美)였다.

챠이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정신을 바로 했다. 놀랄만한 것이기는 했으나 자신의 것도 그에 비등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니 참고 가면을 얼굴에 썼다. 붉은 구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 가면이 기묘한 빛을 발하자 전신에서 붉은 오오라가 솟아올랐다.

"앤트로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꽤 쎄. 기대해도 좋아."

슬쩍 시선을 돌리자 요연은 자신의 목을 쓰다듬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픕니다. 하지만, 요애를 위해서라면 쓰는 수 밖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에 엉망으로 꽂힌 검들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사다리꼴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검의 길이가 같은 백호검과 청룡검이 각각 좌측과 우측에, 가장 긴 주작검이 아래, 짧고 뭉툭한 현무검이 위에 안치된다. 검들이 만들어낸 사다리꼴의 중심에서 황금빛 기운이 넘실대자 요연이 그곳으로 손을 억지로 쑤셔넣고는 빼냈다. 아무 것도 없던 그녀의 손에는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닌, 에너지를 응집시켜둔 검이 들려있었다.

"사신검주의 다섯번째 검, 황룡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 심지어 유다조차도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저 힘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은, 황룡의 후예가 황룡의 힘을 완벽하게 끌어냈다는 것. 물론 황룡 그 자체보다는 약하겠지만 얕볼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슥.

4가지 색이 섞인 가면을 뒤집어썼다. 이제 그녀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슈. 이제 당신 차롑니다."

"아, 응. 알아. 그런데.... 그게, 유다를 상대로 쓰기엔 조금 안될 것 같아서..."

"...? 무슨 소립니까?"

요연의 반문에 슈는 '에에'하며 당황하더니 이내 마음을 굳힌 듯, 바닥에 여왕의 증표를 꽂고는 손을 땠다. 마력의 연결이 전혀 없는 것을 보아 그것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슈는 후웁하고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놀라면 안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발끝에서 수십가닥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요연과 앤트로아는 지금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챠이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챠이는 사막출신의 유대인이었다. 자란 곳은 다른 곳이라 유대인의 풍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유대인의 본능은 '무언가'가 일어난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챠이는 슬쩍 유다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유다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 둘에게 슈는 웃어보였다.

"이건 사용하는게 조금 힘들어서 요에게 함께 설치를 부탁해봤어. 세계최고의 영맥을 가진 한국의 '소환진'이니까 기대해도 돼."

마법진이 허공으로 떠오르자, 진이 마치 수면처럼 천천히 파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솟아오르는 4미터의 거구 둘. 챠이는 그것의 정체를 드디어 깨달았다.

"미친...! 저런 걸 인간이 소환해냈다고?"

"헤헤헤, 국토의 백업이 있었는 걸."

겸손을 떠는 슈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린 듯이, 유다가 덧붙였다.

"'메타트론', '산달폰'... 빌어먹을 대천사 두명을 소환해냈군."

메타트론. 유대교에서 '천사의 왕'이라고까지 칭해지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대천사. 은빛의 피부에 서른개가 넘어가는 금색의 눈무늬. 한쌍의 날개처럼 보이는 여러겹의 날개를 가진 그것은 그야말로 천사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대천사.

산달폰. 메타트론의 쌍둥이 동생이며 신이 쓸 화관을 만드는 자라 불리는 대천사. 금빛의 피부에 어깨에서부터 내려오는 서고트를 걸친 천사.

그 둘이 지상에 강림했다.

"이거 이거, 진짜 강자는 따로 있었던 것 같네. 폐하는 진짜 여복도 많으시지."

"헤헤, 고마워. 그리고...."

챠이의 칭찬에 기쁨으로 물들던 슈의 눈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제대로 승부하자, 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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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인공의 시점에서 벗어나 이들의 대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유다의 강함이 어느정도 이해되셨는지요. 물론 나중에 요가 참전함으로서 더욱 확실시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신작을 쓰는 것이 땡기는 군요.

지금 연회 시리즈하고 마수황자 시리즈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건 그렇고 쿠즈노하 라이도우 대사집 같은 거 없나요. 하고 있는데 말을 모르겠어서 조금 힘듭니다.

어찌됬건 열심히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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