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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언젠가 소누를 데리고 요가 피신했던 높다란 건물의 일층.
"이걸로 하늘에서의 공격은 어떻게든 된 거겠지?"
전신에 흉터를 마치 팩이라도 바른 것처럼 덕지덕지 만들어놓은 사내, 우가 말했다. 그의 양손은 물에 집어넣으면 일어나는 파동처럼 새하얀 빛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 우의 손에서 일어나는 마력의 파동은 하늘을 덮는 거대한 방패를 현현시키고 있다는 증거. 사실, 현재 우의 힘으로는 남한 전체를 가릴만한 방패를 만들 그릇이 못 된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인 요가 유운에게 몇 가지 부탁하는 김에 '확장'속성의 마법진을 '한국'에 설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우는 그 때의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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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적들은 가장 짜증나는 형태로 공격을 해왔어. 시간벌이든 뭐든 인해전술로 나왔단 말이지. 그렇다면 이쪽도 가장 무식하게 싸워주자구."
요의 말에 유운이 반문했다.
"무식하게..라면?"
"상대 전력을 전부 공중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공중군, 지상군 두개로 나누어서 섬멸하는 거지."
"미친짓입니다. 그런 위험천만한게 될 턱이 없잖습니까? 혹 된다 하더라도 전국으로 쏟아져 내리는 전방위 공격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요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우는 왠지모를 섬뜩함에 몸을 떨었다.
"괜찮아. 백색아성의 방패를 펼친다면 어려울 것 없지. 내 기억이 맞다면 우는 그런 역할이지 않아?"
유운은 요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공중으로 침입한 지상부대가 침공을 완료하면, 우의 거대방패로 전국을 보호한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무모했다.
그런 유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요가 말했다.
"지상부대를 잡고 있는 놈들의 공중부대가 원거리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무효화 장치만 걸어주면 어려울 것 없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죠. 그런데, 유다는 어쩔셈입니까? 시간을 번다는 것은 뒤에 무언가 믿을만한 것이 있다는 것일텐데."
"뭐, 그건 그 때 가서. 여차하면 네 가면의 힘을 빌리면 되고."
유운은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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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소모가 평소보다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눈에 띌 정도는 아닌 양(가면의 백업을 받으면 그 미미한 차이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이었기에 느긋하게 방패를 발동하고 있는 우가 슬쩍, 옆에 있는 소누에게 시선을 줬다.
"그런데... 소누, 너는 뭘해야 하는 거야? 나야 이 방패의 유지지만, 너는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잖아?"
그의 말대로, 소누의 힘은 전투와는 동 떨어진 힘이었다. 거대하지만 방향이 완전히 다른 힘인 것이다.
소누는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치지 언니도 전선에 가담하길래 보조로 나서라는 건 줄 알았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했네요."
"요 녀석이? 그렇다면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거겠지."
우가 자조하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난간에 기댔다. 소누는 살짝 불쾌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사귀고 있는 상태의 두사람은, 서로에게 비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귀는 과정에서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우의 비상식적이라고 할 정도의 저 '믿음'을, 소누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실재론, 감정적으로는 고요에게 기묘한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신뢰 받지 못 한다는 것은, 그것도 남자에게 밀린다는 것은 여자로서, 애인으로서 상당히 열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둔한 남자는 자신의 애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 한다.
물론, 말하면 알아주겠지만...
"말하면 지는 것 같지?"
"예에, 뭐... 에, 에에엣!?"
자신의 상념을 가로채듯이 말하는 여성의 말에 소누는 황급히 생각을 멈추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린다. 들어올려진 자신의 시선에 비춰지는 것은 위에는 교복 상의, 아래는 청바지, 어깨에는 망토, 양손에는 파란색의 나비문신을 한 기묘한 차림새의 여학생.
컬러나이츠의 블루이자 청접륜의 소유자인 하여.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곤 나비문신이 새겨진 손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여자로서의 고민이라.... 애석하게도 난 연애와는 인연이 없어서. 그런 건 연애의 스페셜리스트인 슈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거야. 누가 뭐래도 몇년이나 지켜온 사랑이니까."
하여로서는 나름 진지하게 한 충고였지만, 정작 그것을 듣고 있는 소누는 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소누에게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아주 작게 하는지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못 들을 정도 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다. 아마 하여는 거의 대부분을 들었으리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애인인 우가 마력을 최대치로 전개하고 있어서 못 들은 것이랄까. 아니, 어쩌면 하여가 못 들었을 가능성도....
하여가 소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마. 그 이야기, 절대로 말하지 않을께."
"우아아앙!"
소누는 우가 듣지 못 하도록 작게 울었다.
삐비빗.
돌연 들려오는 전자음에 우, 소누, 하여의 가벼운 마음가짐이 변모한다. 자신들의 귀로 손을 가져간 그들은 통신기의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맞췄다. 잠시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귀에 부착된 통신기에서 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애 상담 중에 미안한데 큰 일났다.]
"...이거, 도청기능까지 있는 건가요."
묘하게 핵심을 짚어낸 요의 말에 소누는 진짜로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되물었다. 평소라면 '그럴지도 몰라~'라면서 장난스럽게 대응해 올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요는 황급히 용건을 입에 올렸다.
[아니야. 그런 것보다, 레플리카들이 학교를 습격하고 있는 모양이야.]
"뭐!? 잠깐, 어째서?"
적의를 넘어 분노마저 느껴지는 하여의 되물음에 요는 쓰게 말했다.
[숫자가 부족하니까! 그리고 말했잖아.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생명체의 파괴라고! 방학기간에, 그것도 이 시간대에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학교다! 다른 녀석들에게도 다 부탁해서 다른 장소에 보내놨어. 너도 여유 있어?]
"물론이지!"
물론이고 자시고 간에 지금까지 할 일 없이 소누의 혼잣말을 감상하며 여심에 대해 심사숙고 하고 있던 차였다.
하여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통신기 속의 요는 안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선수 고등학교를 너에게 맡긴다. 장소는...]
"아, 거기 내 친구가 있어서 잘 알아."
[그래? 그럼 부탁한다.]
치직, 뚝.
용건이 끝나자마자 다시 되물을 틈도 없이 순식간에 통신이 꺼져버린다. 평소 그의 장난스러운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서는 이 통신을 하는 중에도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여는 양팔을 양 옆으로 펼쳤다. 뻗은 팔의 손등에서 빛의 입자로 된 푸른 나비가 선회하며 솟아오르더니 점점 전차의 수레바퀴 같은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다.
동그란 형태의 무기, 륜(輪)이다.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흔한 모습의 무기도 아니지만, 현재의 하여에게는 가장 손에 익은 무기였다.
하여는 눈을 감으면서 물었다.
"교주, 보조마법을. 걸 수 있지?"
"네, 물론이에요."
등을 보인체 지금 당장이라도 쏘아져 나갈 것 같은 미사일의 발사대에 오른 느낌이 드는 하여의 등에 소누가 손을 올린다. 소누의 손에서 하얀 빛무리가 뿜어져나와 하여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몸이 점점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감았던 눈을 떴다.
"너희도 열심히 하고 있어."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건 마법은 길어봐야 1시간 정도에요.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안되요."
원래의 소누라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금호도의 주인인 치지가 전투에 나섰기에 그녀를 서포트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그녀라도 두사람을 괴물로 만들정도의 마법을 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여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피식 웃으면서 창문을 열어재끼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에게, 그런 걱정은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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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습으로 세간에 과학과 마가 섞이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스네이크로 연결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기에 무지무지 중요한 편이지만, 제 필력은 높게 잡아 '중하'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지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