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93화 (193/340)

0193 / 0340 ----------------------------------------------

전쟁

도시에, 인간을 풍선처럼 부풀리고 나무껍질로 도색한 것만 같은 2m의 수 없이 많은 괴물들이 땅에 내려 앉는다. 길거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레플리카들을 보고는 비명을 지른다.

번쩌억!

레플리카들이 양단된다. 당연하지만, 민간인에 의해 잘려나간 것이 아니다. 레플리카를 벤 사람은 옛날의 병사들이나 입을 것 같은 낡은 갑옷을 입은 동양의 정병들이었다.

그들은 낮게 웃었다.

"드디어 우리차례다 꼬마들아!!!!"

우오오오오!!!

병사 중 하나가 외치자 주변의 다른 병사들이 포효로 동조하면서 자기 주변에 있는 레플리카들을 섬멸해가기 시작한다.

리바이어던의 말대로라면 강화된 것이 분명한 레플리카들이건만, 압도적인 전력차에 레플리카들은 너무나도 허약하게 무너져내린다. 아니, 레플리카가 허약한 것이 아니다. 단지 저 병사들이 강한 것 뿐이었다.

자신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마(魔)와 영(靈)의 싸움에 그들은 어렴풋이 이 전투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하는 자.

"헤이헤이헤이~~!!! 살았으면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거라구? 언제까지나 지켜줄 수는 없으니...까!"

말을 하면서도 또 다시 옆의 레플리카 하나를 베어버린다. 병사에 의해 구해진 사람들은 감사의 인사는 물론이고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않고 도망쳐버렸다. 구해준 병사는 사람이 건물 안으로 도망치는 것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그는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다. 웃기기 그지 없는 일이다.

"농땡이 부리지마, 탄! 우왁!?"

장난스럽게 비명을 토해내는 옆의 병사가 뒤에서 날아드는 레플리카의 주먹을 피해내면서 등에 맨 창을 하늘로 던져올린다. 하늘까지 솟아오른 창은 이윽고 분수처럼 갈라져 땅을 뒤덮기 시작하는 레플리카들의 정수리를 꿰뚫는다.

상당수의 적들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공격. 하지만 그러한 공격에도 그의 눈에는 수없이 많은 적이 비치고 있었다.

쨍!

한 때 육왕의 안에 있었던 탄이 능숙하게 검을 휘둘러 짓쳐드는 레플리카들을 셋이나 베어버리면서 비웃었다.

"우조! 겨우 그게 한계냐~~?"

"시끄러워!"

하하하핫!

주변의 병사들도 여유로운 것을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가벼운 사담을 나누면서 하나씩 하나씩 베어나간다. 그런 상황을 보던 표가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올리다가 하늘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세에 시선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시선을 돌렸음에도 그가 들고 있는 검은 멈추지 않고 레플리카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미친...! 저런 걸 막을 수 있을 턱이 없잖아!?"

하늘이 점점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하늘에 남아있는 공중형 레플리카들이 불꽃이라도 쏠 것 같은 분위기다.

저런 것은 막지 못 한다. 견디라면 수백발이라도 견딜 자신이 있지만 하늘에서 저딴게 떨어지면 최우선 목표인 '사람들을 지킨다'는 명제는 지킬 수 없게 된다.

파바바바방!!!

옛날 지상을 심판했다던 불꽃처럼, 오렌지빛의 마력선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탄이 건물 위로 몸을 날렸다. 인간의 한계는 살았을 적에 이미 초월한 그로선 겨우 6층 높이의 빌딩 꼭대기로 뛰어오르는 정도의 일은 어렵지 않았다.

"될거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최소한 내가 구할 수 있는 사람만이라도!

그런 애절한 외침과 함께 그가 검을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하늘에, 하늘을 가릴 것처럼 넓게 퍼져가는 백색의 기묘한 무늬들이 보였다.

퍼버버벙.....

작은 소리였지만, 그의 귀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오랜지 빛의 마력선은 확실하게 저 '백색의 방패'에 닿아서 소멸하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 할 현상에 표는 한동한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 보았지만, 이윽고 저 백색 방패의 정체를 '상기'해냈다.

이 상황, 저만한 위력, 저 빛깔, 형태. 게다가 세상을 상대해도 버틸 것만 같은 위용. 이것들을 종합해보면 나오는 것은 하나다.

"백색아성이로군! 과연, 폐하께서 전투에만 집중하라고 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애초에 저렇게 거대한 방패를 한눈에 담을 수 없지만, 방패가 기묘하게 휘어져 있는 각도를 계산해보면 최소한 '남한'은 덮을 정도의 크기일 것이다. 아마도 저것으로 공중전력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일테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공중전력은? 아무리 백색아성이라고 해도 저렇게 크게 펼친 상태에서 계속 데미지를 받으면 길어봤자 한 두 시간일텐데?"

그렇게 의문을 입에 담은 것도 잠시, 백색방패의 밖에서 거대한 힘이 해일처럼 레플리카들을 쓸어버린다. 강력한 힘의 파동은 너무나도 강대하고 강력해서 레플리카의 시신조차도 남기지 않는다.

겨우 일격에 상당수의 레플리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본 그는 피식 웃고는 자신들의 적이 있는 빌딩 위의 적을 분쇄했다.

하늘 위에 있는 '두 사람'을, 표는 언뜻 보았다. 그리고 이해했다. 공중전력 따위는 애초에 무의미하다는 것을.

검제와 마종. 먼 옛날 불패를 막아냈던 괴물들이다. 두번째 전투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졌지만, 그들이 번 단 하루의 시간이 세상을 지킬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런 괴물들이 레플리카들을 쓸어버린다. 혼자서도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까지 불린 괴물들이다. 그들의 행동에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

몇초사이에 열마리를 넘어서는 양의 레플리카들을 처단하면서 개미 다리털만큼의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은 표가 말꼬리를 흐렸다. 그것은 지금 표의 눈에 보이는 기묘한 현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있었다.

역겨운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살아생전에는 동료의 시신을 잡아먹으면서 강해지는 특수능력을 가진 전우도 있었다. 문제는 저것 또한 그 전우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런 종류는 상당히 귀찮은데...."

물론, 레플리카 전원이 한데 모여도 죽지 않고 죽일 자신은 있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아마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전투의 파장이 너무 커져버린다. 민간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

표가 혀를 찼다.

"젠장, 죽어서도 쉬지 못 하는 구만!"

그렇게 말하며 표는 몸을 부풀리기 시작해가는 레플리카들을 최우선적으로 베어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적들을 베어내면서 싸운다.

하늘에서는 바다가 연상되는 검기의 해일과 강력한 숨결들에 의해 레플리카들이 사라져가고, 지상에서는 무수한 영웅들로 인해 레플리카들의 생명이 꺼져갔다.

=====================================

영왕 유운의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쓴 편입니다. 독자분들로서는 그리 재밌는 편은 아니겠지요.

다음편에서도 주인공의 등장은 없지만, 이번편보다는 재밌을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