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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92화 (1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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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어느 이름 모르는 빌딩의 옥상. 나는 그곳에 서서 나를 강제로 추락시키려는 빌딩바람을 온전히 받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그야말로 바늘방석을 세워두기라도 한 것처럼, 빽빽하게 검은 것들이 날고 있어서 위압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 하늘의 검은 것들은, 새처럼 날개가 달린 것부터 그저 인간의 확장된 모습까지 여러가지 모습이었지만 단 하나, 같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자에 대한 증오심.

[저게 레플리카....]

하늘을 메우는 그것들의 이름을, 우가 내 귀로 연결된 통신장치에 짤막하게 읊조렸다. 치직거리는 전자음이 끼어들어 듣기 어려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끼고 있는 귀의 동그란 이어폰은 통신장치였다. 한곳에 모여서 적을 소탕하는 전투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적을 상대해야하니 우리는 분산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각각의 명령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경홍에게 특별히 공수해온 물건이었다.

나는 자그마한 이어폰에 달린 다이얼을 돌려 전파가 우에게 닿도록 맞추고 길쭉하게 뻗어나온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갔다.

"준비는 제대로 됬어?"

[물론이야. 그런데, 정말로 레플리카들이 네 생각대로 움직여줄까?]

"그래, 아마도."

레플리카들이 살기를 보이는 대상이 살아있는 자들이라는 잠정적인 가설도 들어맞았으니 아마 내가 예상한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있었다.

내가 예상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그것'이 빗나간다면 지금 내가 경홍에게 부탁해둔 준비는 거의 쓸모가 없는 것이다. 승패를 가르는 큰 요소는 아니지만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우리의 최대목표는 '희생자 없이 이 전투를 끝내는 것'이다.

우는 내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알았어'하는 짤막한 대답만을 내놓고 전파를 끊어버렸다. 아마도라고 불안한 기미를 보이며 대답했거늘 우는 별 감흥이 없어보였다.

"우 나름대로 완벽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지."

"할아버지."

내 혼잣말을 끊듯이 날 부르는 여린 목소리 한마디가 내 옆에서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얀 백발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능파가 전선이 이곳저곳에 풀어쳐진 TV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능파는 내게 시선을 주면서 TV의 액정을 툭툭쳤다.

"이것봐요."

몸을 옆으로 물리면서 하는 말에 나는 TV가 늘상 하는 프로그램. 즉,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그 방송은 역시나 하늘을 뒤덮고 있는 레플리카에 관한 것들이었다. 당황하며 일장연설을 해대는 아나운서들의 얼굴에는 공포심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할아버지 생각대로 그리 큰 파장은 일지 않았네요."

능파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삼켰다.

지금 이 상황은 능파말대로 그리 파장이 크지는 않았다. 보통이라면 사이비교주들의 선동이나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소누 교주가 있다.

그녀는 은연중에 '위험'이 닥칠거라는 예언을 했고, 그것은 일어났다. 그리고 소누는 최소한의 피해로 일이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교회를 넘보는 지지도를 가진 그녀가 한 말이다.

안 믿기에는 그녀의 위치가 너무 크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니, 조심할 필요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레플리카들을 최대한 빨리 뭉개버리는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

내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자 불안했던 것인지, 능파가 내 소맷부리를 잡아당겼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다 잘될거야."

"아니, 그거 말구요."

내가 짐작한 의도는 틀린듯, 능파는 손쉽게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레플리카들... 이상하죠? 그들의 행태가 생명체의 파괴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능파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나도 능파의 말에 깊게 동감하고 있던 차였다.

레플리카들이 우리나라로 진격해오는 것을 알고, 수를 줄이기 위해 유운이 유령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가져온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살아있는 것만을 습격'하는 그들의 습성. 그것도 되도록이면 무기질(갑옷, 쉘터등)적인 것들의 파괴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죽이는 것이다. 그 행동이 카타스트로피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었다.

"맞아, 그들에게 도움될 일은 없지. 하지만 그 현상이 무얼 나타내던 간에 지금 도움이 된다면 이용하는 수 밖에 없어."

"...그것이 노림수라도요?"

"물론."

아무런 대응없이 싸우는 건 안되겠지만. 그렇게 덧붙이려는 말을 삼키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잔잔한 파도처럼 출렁이던 레플리카들의 움직임이 멎어가는 것을 보아하니 곧 공습이 시작될 것 같았다. 긴장하고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멀리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갈색머리가 탈색된 것처럼 옅게 갈색빛이 남아있는 백색의 단발, 칼 조각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비늘검 코트. 그리고 손에 들린, 검의 전신을 뒤덮는 검과는 반대되는 성스러움을 가진 칠흑의 대검. 그 모습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다.

저것이 칠흑성검을 가진 내 검주의 첫번째, 유다. 그의 시선은 우리의 작전대로 나와 멀리 떨어진 건물 근처를 향하고 있었다.

"이제 곧... 전투다. 준비하자, 능파야."

"알았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저는 무얼하죠? 마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레플리카들을 사냥하기만 하는건가요?"

나는 난처한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능파의 말대로 능파에게는 제대로 정해진 배역이 없었다. 컬러나이츠와 검주, 슈, 앤트로아등등... 그들에게는 각자 맡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능파는 토라진 것처럼 말했다.

"저도 유다 대응조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건 안되지."

능파가 용이기는 하지만 힘은 아주 미약하다. 게다가 백룡은 애초에 전투와는 별로 인연이 없는 용종이라 전투센스도 부족하다. 솔직히 그 네명에게 맡겨놓은 것조차 불안한데 능파까지 맡겨뒀다간 내 간이 먼지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피."

귀엽게 토라지는 능파를 보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등을 보이며 '나 삐졌어요'라는 것을 표현하는 능파를 끌어안았다.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목숨의 위험 때문에라도 피할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둘 밖에 없으니 가능한 행동이었다.

능파가 입술을 살짝 내민체로 나를 슬쩍 올려다보는 것을 마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런 말하기는 조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요연이나 슈, 그리고 호지를 포함해서 모두들 중에 널 가장 신뢰하고 있어."

그것은 진심이었다. 딱히 강력하기 때문이라던가, 더 좋아한다던가 하는 이유와는 조금 거리가 먼.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감정이지만.

능파는 혀를 찼다.

"할아버지는 거짓말쟁이니까 안 믿을래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을 슬쩍 붉히는 것이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 말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벌써 레플리카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멎은 상태였다.

"잡담은 여기까진가 보다."

이제부터는 전력으로 맞붙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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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시작입니다.

이번 전쟁은 이미 비축분으로 끝난상태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들었고, 결과가 기대되는 편임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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