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90화 (19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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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준비

이른 아침의 학교 교실. 그곳에서는 카타스트로피의 공습이라던가 하는 무시무시한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활기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활기참의 근원 중 하나인 나를 향해, 막 교실로 들어온 련택이 질문했다.

"요, 너 얼굴이 왜 그러냐?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은데."

련택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얼굴 위의 상처에 손을 올리며 쓰게 웃었다. 그의 물음대로 지금 내 얼굴은 몽둥이로 흠씬 맞은 것 같은 몰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웃음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옆에 있는 요연이 련택의 물음을 들었는지 나와 련택의 시선을 피했다.

사실 이 상처는 어젯밤에 능파와 함께 목욕했던 것을 들킨 후에 요연에게 얻은 상처였다. 물론, 요연이 내가 능파와 목욕을 하고 있었단 것만으로 나를 공격할리는 없다. 이 상처는 순전히 요연이 빚어낸 나의 우발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당시 요연은 침묵을 지키다가 낮게 말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당연히 나와 능파는 뒤집어지면서 말렸고, 그러던 중 내가 '능파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잖아'라는 말로 말렸다. 그 때, 요연은 이렇게 답했다.

"저, 저도 용신화가 있습니다...!"

참으로 골 때리는 대답이 아닐 수 없다. 그거야 어쨌든 나는 황급히 몸을 날려 요연의 양팔을 붙잡았다. 힘으로는 요연을 누르는 것은 무리였지만 나에게 그 괴력을 발휘할리가 없으니 말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email protected]##&^&%(*^&(^!!!!!"

요연이 순식간에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난동을 부리자 나는 팔을 붙잡은채 머리를 갸우뚱 했다. 그리고 요연의 시선이 닿는 곳(내 허리 아랫부분의 아마존)을 기억해내고 나는 말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여하튼 그런 과거가 있었던 터라 대답하기 힘들었기에 웃음으로 회피한 것인데 련택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고개를 저으면서,

"뭐, 뻔하군."

련택은 마치 새로운 사실이라도 알아낸 것처럼 가슴을 피며 성큼성큼 걸어 교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연설이라도 할 것처럼 련택이 분위기를 잡자 교실 안에 있는 학우들이 주목했다.

련택은 목을 '크흠'하고 고르더니,

"요에게 애인후보 하나가 더 늘었다!!!!"

일동 침묵. 솔직히 나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능파가 새로 애인목록에 들어왔으니)했기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폭풍 전의 고요란 것일까, 파장은 엄청났다.

"뭐? 저 새끼는 어째 입원할 때마다 여자 하나씩 늘리는 거 같다?"

"사실 입원이 아니라 여자를 꼬시러 다닌거 아냐?"

"슈가 있으면서."

살의 넘치는 대사들이 내 양옆을 오간다. 나는 요연에게 시선을 주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요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어제 내 아마존(더이상의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다)을 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우리반의 특징인 '포박'을 당하려는 순간, 교실의 앞문이 열렸다.

"오빠?"

모두들 나를 붙잡던 것도 잊어버리고 앞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주시했다. 뒤에 눈을 감은 정장차림의 여성을 대동한 하얀 원피스의 아가씨가 챙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며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련택이 성큼성큼 다가가 챙을 살짝 들어올리더니, 다시 씌웠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내 멱살을 들어올렸다.

"너너너너너너너, 도, 도대체 누굴 꼬신거야!?"

"....애석하게도 내가 꼬신 아가씨가 아니다만."

"그러면 누군데!?"

나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으로 내 뒤에 있는 우를 가리켰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챙 모자의 소녀, 우리들의 교주님인 소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우의 앞에 서며 넥타이를 바로 잡았다.

"...타이가 삐뚤어졌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외쳤다.

"헤이, 거기까지!"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의 교주님은 상당히 비주류의 취미를 가지고 계셨다. 아마도 평소에 즐기던 만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교주님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었다.

"역시나 알고 계셨네요?"

"뭐, 심심풀이로 만화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곳에는 왠일이야?"

장난스럽게 휘어져 있던 소누의 눈썹이 날카롭게 변했다. 소누가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작게 말했다.

"카타스트로피의 공습 때문에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고 소유가 부르더군요."

"....분위기는?"

소유는 의외로 목소리에 자신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휘어잡아온 그녀이니 그런 것에는 민감할 터.

소누는 쓰게 말했다.

"위험수위는 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

"예에... 그래서 모두 모이라고 불러서요."

나는 포박하려는 몸 그대로 굳어버린 학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슈와 요연을 데리고 교실을 나왔다. 교실 밖에는 세현이 창가에 기댄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그 일이야?"

"...응. 위험해진 것 같더라구."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힘내."

"땡큐."

무거운 화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세현에게서 멀어져 이사장실로 향했다. 어느샌가 따라붙은 소누가 세현에게 시선을 슬쩍 주었다.

"저 사람인가요? 제 일거리를 빼앗은 사람이?"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있을 카타스트로피의 공습에 대비해서 우리들은 갖가지 계책을 세웠다. 그것 말고도 나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부탁한 것이 있었는데 소누의 경우에는 '한국의 분위기의 조성'이었다.

소누는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교주였다. 그런데 이 카타스트로피의 공습을 예언하면 인지도가 확 늘어버린다. 그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의 말이 낚시 였다면 소누의 가장 큰 장점인 인지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자세한 것들은 세현에게 부탁한 것이다. 게다가 세현에게 부탁했던 것은 세현만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홍도 하고 있었다. 부잣집이기도 한 그녀도 소문내기에 참여 했으니 상류층들은 물론이고 중류층도 문제 없을 것이다.

"소누, 이사장실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누구야?"

"으음. '백룡'하고 붉은 코트의 오빠랑, 로봇이요."

능파와 챠이, 앤트로아는 전부 모였단 소리다. 나는 시선을 돌려 우를 보았다.

"우. 내가 부탁했던 방어마법의 준비는 됬어?"

"물론이지. 그런데 그건 나에게서 때어놓을 수 있는 성질의 마법이 아니라 활용도는 낮을 거야."

"상관없어. 넌 너의 일만 잘하면 되는거야."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 앞만을 바라보았다. 수업이 시작한 것인지 복도는 한산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슬쩍 주먹을 쥐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카타스트로피의 공습인지 뭔지, 전부 덤벼봐라. 나에게는 유다도, 레플리카들도 막아낼 계책이 이중 삼중으로 있다. 절대로, 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에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에게는...

광진 육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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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 더 올렸습니다.

뭐랄까, 재미없다 싶은 편은 빨리 넘어가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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