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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준비
나와 슈, 요연으로 구성된 인원 세현에게 부탁하던 것을 끝 마치고 지금 높다란 산의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에는 세현보다 좀 더 중요한 사람이 머물고 있다. 지금 내가 세워둔 계획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람이 있는 곳.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신비의 후예, 삼가 중 무(武)의 최고봉인 바로 유운천 아저씨의 집이다.
운천 아저씨는 대개 숭례문들과 함께 외국을 떠도는 모양이었지만 지금은 리바이어던이 전해준 공습 때문에 국내에 있는 상태였다.
여하튼 그런 운천 아저씨를 찾아 산 정상의 끄트머리까지 올랐을 쯤에, 침묵을 유지하던 요연이 입을 열었다.
"요애. 어째서 세현에게 말한겁니까?"
뒤통수를 찔러오는 말에 나는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어쩐지 세현에게 우리들의 사정을 설명하고(마법에 관한 것까지 전부 다 간략하게) 났을 때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했더니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굳이 세현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나 슈. 아니, 요애 스스로가 소문을 퍼트려도 상관 없었겠지요."
맞다. 굳이 세현일 필요는 없었다. '두번째' 부탁은 분명히 이사장실 패밀리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첫번째 부탁은 확실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실, 내가 세현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은 정체불명의 '적'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내 악평을 써둔다는 정체불명의 적. 그것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소유의 시선을 피해서 써둘 정도면 보통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세현을 선택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 인원은 전부 알려져 있을 것이다. 우리들 중 가장 일반인이라 할 수 있는 경홍도 물론. 그런데 그런 우리가 소문을 퍼트리면 무엇이 되었든 상대는 그 효과가 최소가 되도록 방해할 터. 최대한 '이쪽'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놓은 대답이 세현. 세현이 들켰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아 멀쩡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그런 이야기들을 입에 올리자 요연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 수 없는 적인겁니까... 그런데, 그 '적'은 어쩔 셈인지요."
"글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야."
"무슨...!?"
또 귀가 떨어질 것처럼 소리를 지르려는 요연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리고 나는 시선을 돌려 앞을 보았다.
"왔어."
녹색과 검은색등등의 풀색으로 이루어진 군복을 입고 전신에 무기들을 덕지덕지 장비하고 있는 청년이 미소를 띄운채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유운천. 실력은 본 적이 없지만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삼가 중 하나의 축이다.
"여어. 간만에 보는군. 무언가 용건이 있나?"
"예.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겁니다."
전투가 주목적인 부탁은 아니니 당연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운천 아저씨는 수염도 나 있지 않은 턱을 매만지면서 악동스럽게 미소지었다. 피부 위로 느껴지는 기세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난 전사야. 그것이 무엇인지 아나?"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고 인정하는 '전사'와 운천 아저씨처럼 대를 이어오며 지켜온 신념의 '전사'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아저씨 또한 내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근처 돌덩이에 엉덩이를 맡기고는 말했다.
"전사는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진정으로 될 수 있지. 나는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 좋다만?"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위험한 일이 하고 싶다면, 좋습니다. 위험한 것으로 부탁드리지요."
결국에는 같은 부탁이지만 조금만 더 추가해서 부탁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쪽지 하나를 꺼내들어 아저씨에게 넘겼다. 아저씨는 그것을 살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이것뿐? 겨우 조사지 않나."
"예. 겨우 제 불안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아마 그곳에는 팔대간부 중 하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자비나타의 방에 있었던 간부는 총 7명. 외주라 불리는 케이슨까지 도합 8명이다. 즉, 팔대간부는 따로 한명이 있다는 소리다.
건들건들하게 반응하던 운천 아저씨의 몸이 멈추면서 마치 전율하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의외의 반응에 나는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겨우 그저 목적지와 팔대간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입에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저런 반응이라니?
운천 아저씨는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이유는?"
팔대간부 중 하나가 있을 것이란 짐작의 이유를 묻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상한 힘의 흔적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불사와 불패, 그 둘이 아니라면 그만한 흔적을 남기기 어렵겠죠. 게다가 그 강력한 유다가 꼬셔졌다는 것은 아무리봐도 약점을 잡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게다가 자비나타의 성에서도 한놈만 없었다고 하고요."
일전에 자비나타의 의뢰로 갔던 사막에서 발견했던 기이한 마을. 그곳에서 느꼈던 강력한 힘의 기류는 누님정도나 가능할 흔적.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유다도 강력한 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남의 명령을 듣는다는 건 약점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유다는 그곳에서 약점을 지키기 위해 다른 팔대간부와 맞싸움을 벌이다가 실패해서 휘하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게... 유해의 뱀이랬던가?"
덧붙이는 내 말에 운천은 손등으로 내 이마을 툭쳤다.
"멍청하긴. 팔대간부 중에서 유다를 이길 수 있는 놈은 없어."
그러고보니 언젠가 팔대간부 전원이 유다 한명을 못 이긴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그 사실을 말하려고 운천 아저씨를 바라보자, 열리려던 나의 입은 살포시 닫혀버렸다. 운천 아저씨의 눈에는 살의가 깃들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그곳에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간다!"
불타오른다. 그 말이 무색하게 운천 아저씨를 휘감는 오오라는 주변의 대기마저 집아삼키며 발화하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자신이 왔던 오두막으로 걸어가며 운천 아저씨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육왕, 기억해둬라."
허리춤에서 금빛패를 꺼내들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운천 아저씨가 데리고 있는 사설부대, 숭례문. 강력한 용병부대를 상징하는 패이며, 동료들을 소집할 수 있는 마법도구다.
운천 아저씨는 그것을 부숴버리면서,
"팔대간부의 마지막, '유해의 뱀'. 그것이 나의 대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