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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
얼음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불'이라고. 하지만 우르카들이 본 '불'은 장작을 태워 목숨을 연명시키는 가녀린 불꽃이 아니라, 마치 소 같은 머리, 인간의 신체를 가진 불로 뒤덮힌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불은 배경이 되는 빙룡성을 잡아먹을 것처럼 불을 더욱 세차게 피워올리며 우르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쿵쿵하는 묵직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온 6미터에 육박하는 괴물은 우르카들을 내려다보다가 손에 들고 있는 길다란 검을 들어 케이슨들이 있는 곳에 겨누었다.
"어, 당신도 아군이야?"
불에 휘감긴 괴물은 능숙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뒤쪽으로 턱짓. 모두의 시선은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하얀색의 붕대 대신 초록색의 나무줄기로 전신을 뒤덮은 나무줄기 미라가 고동색의 나무지팡이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불꽃의 괴물보다 작아서(실제로도 2미터도 안되보인다) 함께 들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했던 모양이었다.
"오, 오늘따라 운이 좋은 것도 같고 나쁜 것도 같고...."
피부 위로 느껴지는 감각만 해도 저 둘의 실력은 범상치 않다. 이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자신들을 구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는 물론이고 플랑크톤에게라도 손을 벌려 도움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 자잘한 것들은 생략하기로 했다.
우르카는 코트 안으로 집어넣었던 손을 밖으로 꺼냈다. 그의 손에 붉은 금속제의 가면이 들려 있었다. 그 가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침음성을 흘렸다.
영왕의 가면, 군신의 가면, 사신검주의 가면, 백색아성의 가면. 그리고 단심검주가 가지고 있는 다섯개의 가면. 하나만 빼면 모조리 삼왕이 존재하는 치우회에 모였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단심검주의 가면... 이로군요. 그러고보니 모조리 탈취 당했던가요."
케이슨의 탄식에는 아랑곳 않고 우르카는 가면을 얼굴에 씌웠다.
호지는 가면의 위험성을 두번이나 목도한 적이 있었기에 불안해졌다. 일본에서는 청룡을, 한국에서는 아쥴을 폭주시켰다. 그리고 두명의 마스크 자이언트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습격한 적도 있었다. 그런 선례가 있는지라 우르카가 가면을 쓰는 것이 불안하기만 한 호지였다.
하지만, 그런 불안을 비웃는 것처럼 우르카는 멀쩡하게. 아니, 모든 능력등이 상승해 전신을 위협하는 살의를 내뿜었다.
"육왕 폐하의 세번째 검으로 선언한다."
우르카의 단호한 말은 쓰고 있는 가면 덕분에 탈놀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그 누구도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은 없었다.
"너희들을 죽이겠다."
우르카의 몸이 앞으로 화살처럼 쏘아지면서 정면에 있던 케이슨의 머리에 수직으로 검을 내리꽂았다.
말을 할 때는 '너희'라고 말했지만 저들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케이슨이다. 척살 우선 순위 또한 케이슨이 가장 위. 공격 대상은 케이슨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쨍!
교차되는 은빛의 쌍검에 가로막힌 충의의 적색은 마치 뱀처럼 움직여 케이슨의 목을 노리고 아래로 찔러들어간다. 하지만, 우르카의 적은 혼자가 아니었다.
"으랏차아아아!!"
우르카의 시야를 메워버리는 것처럼 거대한 석재의 흰 색 주먹이 날아들었다. 케이슨의 목을 노릴지, 아니면 자신의 몸을 감쌀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지만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잇! 퍼어억.
목을 파고들던 검날은 이내 우르카가 주먹에 맞고 날아가는 것으로 가벼운 상처로 끝났다. 우르카는 '두개로 나누어진 검'을 앞으로 내밀어 전투자세를 취하고는 재차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바의 창을 오른손의 검으로 연달아 쳐냈다.
충의의 적색이란 검은 간단히 말해 형체가 없는 무기다. 충의라는 것이 둘로 나뉘든 셋으로 나뉘든 변함이 없는 것처럼, 몇 백 개로 분열할 수도 있고 분열한 무기는 합쳐진 것과 동등한 위력과 강도를 가진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우위와는 달리 우르카의 심정은 바깥의 사막처럼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시선을 돌려보니 호지는 환마(라이칸스로프, 뱀파이어)들과 전투(방어에만 전념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아서 전투라고 하기에는 뭐하다), 앤트로아는 프리아가와 베헤모스를 상대로 창이라던가 각종 화기들을 몸에서 빼내 분투하고 있었고, 식물로 된 미라는 거대한 빙룡의 브레스를 막느라 여념이 없다. 게다가 가장 기대했던 불꽃의 괴물은 아수라왕과 그것이 소환해낸 아수라들과 싸우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우르카를 도우러 오기는 불가능한 상황.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정면에서 찔러들어오는 케이슨의 검날을 왼손의 검으로 쳐내고는 옆으로 빠졌다.
"숨 돌릴 틈도 없냐...!"
자신이 상대하는 자는 셋. 숫자의 열세를 무시하기 위해 선공을 날렸는데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아쉽기는 아쉬웠다.
케이슨은 제쳐두더라도 눈 앞의 시바는 상당히 경험이 많다. 신. 그것도 파괴신이라 불릴정도이니 전투에서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은 그를 넘어설 자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옴팔로스는 본능으로만 싸우는 녀석이라 절제 된 일격에는 맥을 못 추겠지만 지금처럼 한시적인 합격술이 필요할 때는 그의 성향은 매우 쓸만하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만은 인지하며 시간이 될 때까지 버티던 우르카는 허리를 가르는 감촉에 휘두르던 검이 아주 잠시간 멈칫했다.
"합!"
옴팔로스 답지 않은 짧은 기합성과 함께 날아든 주먹에 우르카는 검으로 막을 세도 없이 몸통에 직격했다.
빠악!
이제껏 맞아왔을 때의 타격음과는 격이 다른 골절음이 울려퍼지면서 우르카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차아악.
정신을 잃지는 않았기 때문에 바닥에 안전히 착지할 수 있었던 그는 등 뒤에 검붉은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면서 검을 바로 잡았다. 아까까지의 기교가 없던 마구잡이식의 자세가 바르게 변하자 치고 들어오려던 셋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런 셋을 향해 우르카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세계가 전율했다.
세상을 짓누르는 강력한 기세에 전투를 벌이던 모두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지금 다가오는 무언가를 칭할 단어를 하나 입에 올리고 있었다.
"최강...."
최강. 그것만큼 이 기세에 합당한 대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최강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은 케이슨은 지금 이 강력함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었다.
먼 옛날, 자신이 가진 쌍검의 주인이 썼던 그 기술의 정통 계승자이며 삼왕 중 가장 가신이 많은 남자. 그리고,
"나의 대적자...."
이미 불꽃의 괴물과 엇비슷한 크기로 뚫려 있는 벽을 완전히 허물면서 들어온 존재를 보며 케이슨은 그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육왕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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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에서 바로 최강으로 등장한 우리의 주인공!
이라고 해봤자 시간제한 딸린 최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