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61화 (16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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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그 두번째

호지의 말이라고 가장 먼저 인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요연이었다. 능파와 슈는 아직도 자신이 들은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소유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번째로 인지 했지만 침묵을 지켰다.

요연이 검갑에서 주작검을 빼들어 호지의 목에 겨누었다. 그것에 놀란 능파가 달려들었지만 요연은 현무검으로 능파의 몸을 가로 막을 뿐이었다.

"...어린애니까 울면, 어디서라도 요애가 뛰쳐나와 위로해줄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그녀의 말에 호지는 여느 때보다도 감정의 기복을 크게 드러내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런 호지에게 요연은 검을 더욱 더 가까이 하면서 말했다.

"언젠가 능파가 말했었지요. 가족이라고도, 구심점이라고도."

그 단어들의 의미를 대번에 깨달은 것은 역시나 능파였다.

저 말들은 한 때 요연이 방황하여 용들을 포섭하러 중국으로 날아갔을 무렵, 능파가 그녀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그 말들은 지금 요연의 입에서 튀어나와 호지의 가슴을 보는 사람이 괴로울정도로 후벼파고 말았다.

보다 못 한 슈가 앞으로 나서 요연을 붙들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자비심이 많은 그녀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요, 요연 그만해. 싸우면...."

"그럼 당신은 용서하실 겁니까? 요애를 상처입혔는데?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버려둔다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으..."

슈는 짤막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침묵해 버렸다. 요연의 말은 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를 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시커멓게 불길한 것이 타올랐지만 슈는 억지로 밀어넣었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화가 난 사람은 슈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능파나 요연은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됬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슈는 전혀 몰랐으니까. 게다가 같은 집에서 숙식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이니 슈로서는 약간이지만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능파는 붙드는 힘이 약해져가는 슈의 손을 보며 혀를 차곤 호지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그 모습을 본 슈은 요연에게서 떨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능파, 당신에게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건 네 생각이지."

차가운 능파의 대답에도 요연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때,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났을테지요. 그 때 제가 당신에게 들었던 그 말. 지금 여기서 하겠습니다."

"..! 웃기지마. 엄마는 그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네가 그럴 자격 따위는 없어!"

"그 당시의 당신에게는 자격이 있었다고 말하는 겁니까?"

침묵. 능파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잘난듯이 말하기는 했지만 당시는 물론이고 능파가 요연의 방해 했던 것은 자격과는 상관없는 일일 뿐더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 뿐이었다.

요. 그녀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요연이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당신은 이제 우리의 가족이 아니...."

콱.

우윳빛의 손이 튀어나와 요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적인 일이라 요연이 반응할 틈 따위는 없었다. 요연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가로 막은 사람을 불쾌한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난, 알고 싶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 나는 몰라. 그러니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겠어."

슈의 말에 요연은 혀를 차더니,

"저도 모릅니다."

"에?"

요연의 당당하고도 어이없는 선언에 슈는 얼빠진 소리를 내놓았다. 요연은 자신에게로 모인 질책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말했다.

"모르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요애가 상처를 받았다는 그 사실뿐입니다."

억지였지만, 슈는 그 말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었기에 침묵을 지켰다. 그 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호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빠는... 날 좋아해주지 않았는걸. 내가 용기를 내서 스스로의 의지를 확인했지만 날 사랑해주지 않았으니까."

호지의 말의 영문을 깨달은 사람은 능파였지만 호지의 말에 대답하듯 입을 연 것은 요연이었다.

"개소리. 세상이 1 대 1이라는 평등한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생각하는 겁니까? 그리고, 당신도 말했잖습니까. 요애에게 자궁의 마음을 버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패널티를 주겠다고. 자신이 선택한 일은 스스로가 책임을 지십.. ...?"

날카롭게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송곳 같은 요연의 말을 가로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슈였다. 슈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려던 요연은 슈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말을 목구멍 뒤로 삼켜버리고 지금까지 오갔던 대화를 천천히 되살려 이상한 점을 탐색했다. 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그녀에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자신이 일으킨 침묵을 깨부수려는 것처럼 슈는 말했다.

"요는 호지를 좋아하고 있어. 확실히 그건 우리가 바라는 감정과는 다를거야. 하지만 그런 것 호지도 인정하고 있던 바였잖아? 왜 이제와서..."

슈의 말에 생각해보고 있던 요연은 크게 끄덕였다.

호지가 처음 삐졌던 이유는 짐작하고 있었다. 무슨 마음으로 그러는지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과한 반응을 보일 이유로는 부족하다는 것 또한 지금 눈치챘다. 그렇기에 호지의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아빠는 슈를 좋아하니까... 더이상, 내가 나설 곳은... 없어."

"에....? 그랬나?"

전혀 짚이는 곳이 없는 슈로서는 그런 맥빠진 말 밖에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슈의 반응이 더 기분 나빴는지 여세를 몰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난 봤어! 아빠가 슈에게 키스하는 거.... 아빠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직접 키스할 사람이 아니야..!"

끝내 흐느낌으로 변해가는 호지의 목소리에 슈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의아함 때문이 아니라, 미안함 때문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짐작도 못하고 있던 슈는 키스라는 대목에서 모든 것을 깨달은 순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자신 때문이란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슈는 외면하려는 것처럼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능파와 시선이 마주쳤다. 능파의 눈빛은 정말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눈싸움에서 져버린 슈는 추위에 떠는 아기 강아지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호지의 말을 끊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의 처음 부분에서는 무슨 소릴 하는 거냐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슈의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는 멍하니 입을 벌리는 것 밖에 도리가 없었다.

호지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나, 어떡해... 아빠에게 그런..."

"괜찮아요. 할아버지는 사과하면, 분명히 들어주실거에요."

급기야 울어버리는 호지를 토닥이는 능파를 보던 요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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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뭐라 쓸 생각이었는데 '아' 밖에 못 썼네요.

요즘 여러모로 바쁜지라. 덕분에 비축분이 빛을 발하고 있지요.

이번편은 개인적으로 조금 허망하게 끝맺었다는 느낌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뭐, 이번 사막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XX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니 슬쩍 넘어갔습니다.

어쨌든, 다음편부터는 더더욱 열심히 쓰도록 하지요.

물론, 비축분말입니다.

그런데 비축분으로는 사막편이 벌써 끝나고 공습편이 중반에 접어들고 있군요.

빠른 시일내로 공습의 다음편인 역습편을 쓸 수 있도록 응원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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