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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51화 (15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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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본 것. 문제편

얼음으로 만들어진 방. 정말로 얼음이외의 물건은 없었다. 심지어 침대마저도 단단한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누워서 자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그 침대를 보며 능파는 인생을 다 산 할아버지 마냥 한숨을 뱉어냈다.

침대는 있지만 준비해두었던 침낭과 모포로 밤을 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능파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호지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마냥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딱딱한 침대위를 롤러처럼 마구 구르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있던 능파는 호지를 잠시 곁눈질하면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이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엄마.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짐작은 가지만'이라는 뒷말은 집어 삼키며 능파는 호지를 주시했다. 호지는 굴러다니던 것을 멈추고 능파를 마주봤다.

"봤잖아, 아빠 반응."

능파는 호지에게 들리지 않도록 역시나하고 중얼거렸다.

그녀가 생각하는 할아버지와 엄마의 인연은 사소한 일로 뭉개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궁의 마음도 부수고 진실된 마음을 얻었다. 아직 할아버지에게 그것을 알리지 않기는 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할아버지에게 보디블로를 먹이고 나서부터는 엄마의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로 삐진 거라거나 경멸하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헤헤헤, 조금만 더 애타게 만들어서... 이것저것 부탁해야지~."

능파는 자신이 꺼내놓은 베개를 껴안고 뒹굴뒹굴 거리면서 갖가지 망상을 입밖으로 내기 시작하는 자신의 엄마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 행동은 간단히 말해 '튕기는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기를 '이제는 딸이 아닌 연인의 느낌으로!'라는 식의 반응을 얻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능파가 생각하기에 그 의도는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은 어긋났다.

확실히 그녀의 어머니가 저런 상태로 있어도 할아버지의 반응이 바뀔리는 없었다. 그것은 신앙이라 해도 옳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두 사람이다.

가장 처음 할아버지에게 고백한 슈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 자신도 고백한 요연이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가장 가까이서 가드하고 있던 엄마가 떨어져 나갔으니 저돌맹진에 가까운 대쉬가 이루어질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둘은 고백까지 한 상태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제한이 약해진 상태니 하룻밤에 '기정사실'이란 것으로 결과가 나타날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능파의 머리에는 누군가의 고백을 받고 받아들인 요가 누군가와 함께 호지에게서 멀어지는 장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 장면은 호지가 바다로 풍덩.

비명이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능파가 입을 열었다.

"어, 엄마. 빨리가서 할아버지를 되찾지 않으면 큰 일 나요. 두 사람에게 뒤쳐질지도 모른다구요."

"에에? 괜찮아. 아빠는 그렇게 정신의 끈이 얇지 않으니까."

그것은 확실히 능파도 인정하는 바였다. 같이 침대에서 잘 때는 몰래라도 요연이나 엄마의 이런 곳이나 저런 곳을 만질 수 있음에도 마치 인왕(忍王)처럼 가만히 잠을 자는데 주력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할아버지의 경우다. 슈나 요연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고 솔직히 할아버지가 거부하더라도 그녀들이 힘으로 찍어누르면 거부할 수 없다.

능파 머릿속의 그녀들은 뭔가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인다. 이런 생각도 이상할 것은 없다....만, 조금 과한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능파는 그것을 스스로에게 반증하기보다는 호지에게 말하는 쪽에 중시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정말 최악의 가정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고 더이상 저 상태에 대해서 물어오는 요의 추궁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사정은 쏙 빼놓은체 자신의 생각을 호지에게 말하자 호지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에, 진짜로 그럴까?"

슈나 요연이 대쉬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던 모양인듯, 호지가 되물었다. 슈는 '조금 과장됬지만'이라는 앞말을 잘라먹으며,

"그래요."

능파의 확답에 베개를 끌어안으며 호지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고민 내용이 훤히 보이는 능파는 그저 호지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이윽고 호지가 얼음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능파에게로 다가왔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 요즘... 아빠한테 미움 받을 짓만 골라했는데..."

그랬다는 자각은 있다는 것이 더 기가막힌 능파였지만 사랑하는 어머님의 물음을 무시할 수만도 없었기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이야기했다.

"으으음... 아마 할아버지는 지금도 침울해 있을 가능성이 커요. 가장 쉬운 방법은 잘 때 파고드는 거지만 그래도 직접 사과하는 것이 점수를 더 딸 수 있겠지요."

"응응. 그렇지."

"할아버지는 지금도 침울해 있을테니까 지금 가서 사과하는 것은 어떨까요? 할아버지는 인간관계에 잔재주를 쓰는 건 싫어하니까요."

"알았어. 그럼 다녀올께."

그야말로 전광석화나 다름 없는 스피드로 사라지는 호지의 등을 바라보며 능파는 딸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되새겼다.

실제로는 반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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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가 호지를 떠나보내고 짐을 뒤적거리고 있을 무렵. 호지는 지금 무언가가 상당히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의 행동이 잘 못 된 것은 아니었다. 취지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정보. 요가 있는 곳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나온 호지는 요가 방에 없자 빙룡성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요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응. 생각하자, 생각."

마치 능파나 요처럼 자신도 생각에 빠지면 잘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호지는 요가 어디로 갔을지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에는 없었다. 그것은 직접 들어가보았으니 확실했다. 분명 다른 곳에서 마음을 달래고 있을 것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아빠가 갈만한 곳은....

"모, 모르겠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시커먼 암흑.

생각해보면 자신은 아빠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렸을 때 세계적인 체스대회에서 우승했다느니 하는 과거의 사실을 아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런 사건들에서 무엇을 느꼈는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빠는 자신을 항상 사랑해 주었으니까, 알 필요가 없었다.

"나, 정말 못 됬구나..."

아빠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을 보아달라는 이기심으로 아빠를 슬퍼하게 만들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자신이 핀치일 때도 울지 않았던 아빠를.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낀 호지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무작정 발을 내딛었다.

"사과하면, 물어보면 알아줄거야. 조금씩 알면 돼. 그러면..."

다짐하면서 달리던 그녀가 도착한 곳은 성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사람이 다섯명정도가 들어가도 될만큼 커다란 발코니였다. 그곳 근처에서 미약하지만 요의 느낌이 났다.

빙룡성자체가 마력으로 만들어져 찾지 못 했는데 가까워진 지금에서야 반응이 나온 것이다.

"아빠...."

시야 끄트머리로 희미하게 보이는 요의 모습에 호지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니, 커다랗게 나가던 목소리는 요의 다음 행동으로 인해 사라져버렸다.

맞잡은 손을 당기고 허리를 숙여서 키스한다. 대상은 눈에 띄는 금발. 시간의 마법사인 슈다. 그것을 인지한 호지는 달려가려던 몸을 코너에 숨기고 바닥에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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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실재로 이번편은 152화에 나와야 했을 편입니다만... 솔직히 순서를 바꾸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문제편이라는 이름으로 올렸습니다.

여하튼, 이번 사막편의 초반. 잘 즐겨주세요.

그리고 살짝 네타를 하자면, 사막편에서는 XX의 강력한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막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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