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39화 (13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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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가장한 특별편 상(上)

요가 입원한지 사흘째되는 날의 아침.

곧 있을 학교의 중간고사 공부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은 사람들이 요의 집에 모여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와 요연. 그리고 입원소식을 듣고 날아온 호지까지. 그렇게 세명이었다. 능파는 그런 셋의 눈치를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슈가 답답한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에, 이렇게 여자들만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네."

요연의 갑작스런 부름으로 달려온 슈이기는 했지만 그녀에게로부터 아무런 말도 들은 적이 없던 그녀는 사소한 주제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호지와 요연은 마치 나무나 쇳덩이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그렇지요."

오히려 악영향을 준 것 같자 슈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테이블에 놓인 쿠키 하나를 집어먹었다. 능파가 만든 쿠키가 자신이 만들었던 쿠키보다 맛있는 것을 느낀 슈는 다른 의미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요연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안의 녹차가 회전하는 모습을 보더니 슈와 호지를 보았다.

"눈치는 채셨을거라 생각하지만 말은 해두겠습니다. 전, 요애께 사모하고 있다.. 그렇게 고백했습니다."

문화제 밤의 전투 때 이미 요연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던 슈는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으나 호지는 테이블이 부서질 것 같은 기세로 내려치면서 그녀를 질책했다.

"헛소리! 아빠를 공격했던 주제에!"

그녀의 그런 반응에도 요연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 강자나 어른의 여유와는 다른, 이미 이길 패를 가진 자의 여유였다.

요연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튕기면서,

"헛소리라... 그건 누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합니까?"

너무나도 자신 있어 보이는 요연의 반응에 호지는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입을 다물고 요연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제가 요애를 공격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죄라고 할 수도 없죠. 애초에 요애의 손을 빌어 자살하려던 것 뿐이니까요. 살인죄야 지금처럼 묻어오면 그만이죠. 물론, 이번 일로 일어난 요애의 피해는 죄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요연의 직설에 호지는 입을 다문체 요연을 매섭게 노려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요연이 어째서 죽으려고 했는지라던가의 이유는 이미 요에게 들은 능파가 가르쳐주어서 이미 알고 있던 바였다. 자신들이었다 하더래도 그렇게 했을거란 동질감이 호지의 발언을 막으면서 요연의 말이 계속되는 것을 보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요연은 승자의 미소를 지은체, 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어찌되었든... 당신과 같은 스타트라인에 섰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같은 연적으로서 말입니다. 일단 이것이 당신을 부른 첫번째 이유. 부른 이유는 두가지 더 있으니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숨이 차는 듯이 녹차를 마셔 갈증을 달랜 요연은 후하고 숨을 크게 뱉어냈다. 슈는 가라앉기 시작하는 공기에 눈을 깜빡였다.

"두번째 이유는 일종의 부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간단히 말해서 제가 이 사랑싸움에서 진다면 첩으로 삼아달라는 이야깁니다."

면전에 그 이야기를 들은 슈는 물론이고 옆에서 씩씩거리던 호지도, 부엌에서 새로 쿠키를 내오던 능파도 완전히 얼어버렸다. 지금까지 평정을 잃었던 적이 없던 능파도 얼만큼 그녀의 말은 그야말로 폭탄선언이라 봐도 무방했다.

첩. 보통은 진짜 부인 대신 들이는 두번째 부인을 말하며 그 부인이 낳은 아이를 서자라해서 그 아이를 주제로 이야기(홍길동전)를 만들기도 했던, 그런 말이다.

슈는 손사래를 치면서 요연의 말을 되받아쳤다.

"무무무무무무슨, 소릴 하는거야 요연!? 너무 이른... 아니, 그래도 조금 기쁘달까."

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는 것이 기쁜 듯, 양볼을 감싸며 반쯤 넋이 나가버렸다.

요연은 그런 슈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전, 솔직히 아직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요애의 곁에 있어도 좋을지...말입니다. 사랑은 하고 있지요. 하지만 가장 옆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저도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설명하기 어렵군요. 하여튼 그런 이야깁니다. 게다가 완전히 버려지는 쪽보다는 기생하는 편이 더 낫기도 하고요."

호지는 볼을 부풀렸고 슈는 그런 호지를 보더니 난처한 듯이 볼을 긁었다.

"에, 그... 그거 호지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지?"

호지가 묻지 못하던 것을 대신 물어준 것이 마음에 드는지 호지는 슈의 뒤로 돌아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런 호지를 보던 슈에게 요연은 의아한 목소리로,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호지는 애초에 연적이 될 수 없지 않습니까."

난데없는 연적퇴출 선언에 호지가 발끈했다.

"뭐야! 그러면 너나 슈도 연적은 될 수 없잖아!"

단 한번이기는 하지만 요를 습격했던 것을 물고 늘어지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호지의 그런 반응에 요연은 코웃음쳤다.

"슈는 어렸을 적부터 동경해왔으니 오케이. 전 그와 함께하면서 좋아하게 되었으니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어떻습니까?"

"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요연이 하고 있는 말을, 호지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지는 그것을 극구 부정해왔으며, 억지로 보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것을 들추는 요연을 호지는 노려보았지만 요연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아니, 오히려 기뻐보이는 얼굴이었다.

"자궁. 이렇게 말해도 모르시겠습니까?"

자궁. 장시상천의 알이라 불리는 그것은 장시상천의 일족이 타 종족의 아이를 받아 키울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에서 깨어난 자는 처음으로 보는 자를 사랑하게 되며 그것은 신이라해도 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호지의 사랑은 자신이 정말로 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궁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칙.. 생리현상이나 다름없는 사랑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요연의 말에 호지가 머리를 싸맸다.

"아, 아니야....."

"슈는 한 때 적으로 돌아섰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타의에 의한 것. 결국 요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 또한 비슷하지요. 그것은 사람의 관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고저(高低). 하지만 당신에게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저 일직선의 사랑... 아니, 본능일 뿐이지요. 확실하게 말해서 호지, 당신은.... "

"아니란 말이야!!!!!!!"

날카롭고 냉정하게 말하는 요연의 말을 끊어버리듯이 호지가 일갈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때, '아니야'란 말만을 반복하는 호지의 곁으로 능파가 담요 같은 천을 걸쳐주면서 요연의 목을 틀어쥐었다. 요연은 별다른 기색도 없이 살의를 내뿜는 능파를 내려다 보았다.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요연의 눈을 뚫어지게 보던 능파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가 뭐냐. 이번에는 그나마 이해하고 넘어갔다만 지금 이런 분란을 조장하는 건 너로서도 좋을만한 일이 아닐텐데."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자궁출신인 것은?"

능파 또한 자궁출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다.

능파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하지만 이쪽은 그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이미 판단했다."

"나나 슈는 상관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랑도 아닌데 호지를 요애께서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희극이나 다름없는 일이지요. 이만한 조치는 필요합니다."

"아니라고 했잖아!!!!"

마치 마라톤을 막 끝내고 온 사람처럼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호지의 일갈에 서로의 멱살을 잡은 능파와 요연이 시선을 호지에게로 주었다. 하지만 호지는 이미 염불처럼 아니란 말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요연은 손가락을 하나 들어보였다.

"그럼 시험...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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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편은 특별편이면서 이번 사막 파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할만한 부분입니다.

....맞나?

열심히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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