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35화 (13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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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연

그녀의 살기 때문에 타들어가는 듯한 바닥을 보고, 내게 겨누어진 청룡검을 보고, 마법 때문인지 붉은 하늘을 보고, 요연의 얼굴을 보았다. 느긋한 나의 행동이었지만 요연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나에게 검끝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나른한 손짓으로 팔을 들어올려 뒤통수를 긁었다.

"잠깐만 요연. 나는 말이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야. 이게 어찌된 일인지 설명을 해주겠어?"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파악 못 하는 멍청이는 아니었을텐데요."

서슴없이 거친 말을 내뱉는 요연의 말에 나는 한쪽눈을 치켜뜨면서 그녀를 노려봤다.

딱히 나를 비하한 발언에 화가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말은 이미 어렸을 때 충분히 받았고, 견뎠으며,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가볍게 몸을 공중에 맡기고 바닥을 찼다. 도약을 위한 발길질이 아닌, 스트레칭을 위한 발길질이었다. 그 반동을 액셀삼아 운사의 힘으로 단번에 전투상태로 바꾼 나는 요연을 바라보며 광진 3식을 전개 시켰다.

"좋아.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어. 슈하고 능파는 어떻게 됬지?"

요연을 제외하면 처음에 함께 사라진 인원은 둘. 능파와 슈다. 그 둘이 요연이 이런 짓을 벌이는데 협조 했을 턱이 없으니 분명히 요연이 손을 써두었을 터. 이곳저곳 찢어진 요연의 옷이 내가 그녀의 대답을 유추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되도록이면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잠시 뜸을 들인 요연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사이좋게 카론과 뱃놀이라도 나가지 않았을까요. 편도행 티켓이란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제가 요님에게도 카론과의 벳놀이 티켓을 끊어드리면 충분히 함께 즐기실 수 있겠지요."

카론은 이승에서 떠도는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가준다는 전설상의 사람. 그녀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대번에 깨달은 나는 그대로 요연의 머리를 향해 오른 팔을 내질렀다.

퍼억!

이상 할 정도로 말끔하게 얼굴에 작렬한 펀치에 대해 의아해하는 마음을 제쳐두고 제차 얼굴에 오른발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이타(二打)째까지 맞아줄 생각은 없는지 상반신을 뒤로 누이면서 피해내고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겨우 그 정도가 아닐텐데!"

짐짓 분노한 표정으로 난 내가 가진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곰방대의 끝에서 나온 연기가 그대로 수십가지의 병기가 되어 그녀를 덮쳐갔다.

채재쟁....

반 수 이상이 그녀의 검격에 튕겨나갔지만 나머지 반은 그녀의 관절에 정확하게 박혔다. 슈가 분투한 탓인지 그녀의 기본 방어력을 무시하고 쉽사리 상처를 입 힐 수 있었다.

"간만에 보는 공격이지? 조금 더 옛날을 되돌아보도록 할까?"

요연이 연기의 공격을 쳐내는 동안 바닥에 깔린 연기들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녀를 뒤덮은 것과 같은 연기들이 알의 형태로 그녀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 알의 포박이 완성되기 직전, 난 화염탄 하나를 그대로 알 안에 던져넣었다.

화악!

폭발한 화염탄이 연기를 야수처럼 집어삼키면서 분진폭발을 일으켰다. 연기가 섞인 공기조차 불태워버리는 난폭한 불꽃은 이내 요연의 폐부까지 침투해 내부부터 불태워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죽지 않겠지. 용의 생명력은 공기를 고갈시킨다고 없앨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니까.'

그것을 따지기 전에 용은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자동 에너지 생성기관, 노심이 있다. 하군 아저씨의 힘으로 내 몸에도 박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왼손을 꼿꼿히 세웠다. 광진에 의해 폭풍처럼 회전하는 마력이 손끝으로 모여들면서 서서히 검처럼 날카롭게 정련되기 시작했다.

혈문신 검의 형. 외부로 발현되는 마력을 검처럼 날카롭게 끌어모아 적을 베도록 만드는 형의 술식이다.

땅거죽을 뒷쪽으로 차내며 빳빳히 세운 왼손을 불타오르는 연기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채앵!

쇳소리와 함께 손이 튕겨나갔다. 나는 몸 전체에 가벼움의 식, 익의 형을 불어넣고 뒤로 빠져나왔다. 그것과 동시에 요연이 내가 있던 공간을 냉큼 청룡검으로 갈라버렸다.

"옛날에 당했던 그대로 똑같이 당하는 기분이 어때?"

"더럽... 크허, 군요..."

아까 그녀의 검에 튕겨나갔기 때문일까,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피를 혀로 살짝 핥던 중,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번, 시험해볼까...?'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알아둘 필요성이 있었다. 게다가 방금 것은 확실한 정보라고 할 수도 없으니 몇 번의 검증이 더욱 필요했다.

양손에 망치와 같은 묵직함을 주는 퇴의 형과 오행 중 가장 단단한 철의 형이 맺혔다. 그 순간,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요연이 돌격해오면서 청룡검을 내 인중에 겨냥하고 찔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냉기를 머금은 바람조차 비견되지 않을 섬뜩한 찌르기를 볼이 긁히는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면서 단단해진 왼팔을 뻗었다.

콰앙!

쇳덩이를 망치로 후려친 것만 같은 거친 폭음과 함께 그녀의 가슴께가 터져나갔다. 그것으로 또 다시 비틀거리는 요연의 허리에 놓치지 않고 보디블로를 꽂아놓었다.

"크허헉....!"

갈비뼈를 비집고 들어가는 보디블로에 요연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발을 후리던 나는, 맞대응 해오는 청룡검에 발을 거둬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라서 다리에 길게 검상이 남았다.

아팠지만, 아파도 웃음이 나왔다. 아까처럼 분노로 요연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웃는 것이 기분 나쁜지, 요연이 일갈했다.

"뭐가 웃깁니까!"

생각을 불어버리기엔 때가 아니었기에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전설상의 황룡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어서 그런다. 황송하기 짝이 없어."

비꼬는 것만 같은 어투로 말한 뒤에 나는 광진을 4식까지 끌어올렸다. 지금까지의 식으로는 얼마 못 버티고 들통난다. 그것이 아니더래도 만일 내 예상이 틀렸을 때를 대비해서 광진을 상위식으로 만들어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애초에 결계로 인해 색감이 많이 틀어진 세상이 녹아내리자 평소보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광경에는 마약과도 같은 매력이 있다.

"한방으로 승부를 보자. 그 때처럼, 너는 너만의 공격법으로. 나는 나대로."

"....좋습니다."

요연이 검을 쌍수로 쥐면서 몸 앞에 곧추 세웠다. 나도 내가 가진 네 개의 혈문신을 끌어모았다. 철, 익, 검, 퇴의 형이 뒤섞이면서 미묘한 조화를 이루는 나의 비기.

혈문신의 사형(四刑)이 어울리며 만들어지는 충뢰(充雷). 양손을 합쳐서 쥔 나의 자세에 대응하듯,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마치 세상이 멈춘 상태에서 그녀만 움직인 것 같은 상상이 들 정도였다. 그 검기(劍技)의 극에 홀린 나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다름아닌 요연이 내뱉는 기술명이었다.

"청련파(靑連破)."

꺾이지 않고 일직선으로 날 향해 날아오는 푸른 검광을 충뢰로 맞받아쳤다.

쿠과과과과과과광!!!

공격과 공격이 맞닿은 것만으로도 바닥이 터져나간다. 버티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판단될 기세였지만, 나에게는 필승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이윽고 현실에 투영되었다. 나의 충뢰가 요연의 청련파를 꿰뚫고 그녀에게로 돌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급히 검을 휘둘러 막아내려 했지만 역부족일 것이다.

나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파직.

허무한 소리와 함께 전기가 정전되는 것처럼 충뢰가 사라졌다. 덕분에 내 몸에 남아있던 마력도 정전 때문에 피해를 본 냉장고처럼 처참하게 변해버렸다.

일본에서 신을 상대하던 중 일어났던 방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우연이었고 지금은 내가 의도적으로 일으켰다는 것에 있다.

맥 없이 휘둘러진 요연의 검이 오른쪽 볼을 약간 파고들었다.

"크윽!"

그 순간, 요연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검의 진로를 역행시켜 엉뚱한 곳으로 던져버렸다. 덕분에 제대로 된 공격방향이 일그러진 우리는 한데 뭉쳐 구르기 시작했다.

구르던 것도 잠시. 내가 아래로 요연이 위에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때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바로 요연이었다.

"미쳤습니까!? 갑자기 힘을 빼다니 무슨 몰상식한 짓입니까! 죽으면 어쩌려고..!"

"카론과의 뱃놀이 편도행 티켓을 끊어주시겠다며?"

완전히 나에게 놀아난 것을 눈치챈 것인지 요연이 얼굴을 싸맸다. 그런 요연에게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어째서 나에게 죽으려고 했지 요연?"

요연은 입을 다문 체 고개를 숙여 침묵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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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입니다.

요즘은 기분이 정말로 좋군요. 챔피언 타이틀이다, 디지털 데빌 사가 아바탈 튜너다하는 좋은 일만 한가득~.

뭐, 그런고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학일, 3월 2일까지는 매일 한편씩 올리도록 하지요.

내 비축분에 여유는 넘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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