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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만의 전투
옥상은 반파된 상태였다. 거북이 등껍질보다도 더욱 처참하게 갈라진 바닥은 언제 자갈가루가 될지 모르는 상태였고 쇠로 된 난간은 엄청난 힘에 의해 바깥쪽으로 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의 중심에, 이리저리 난도질한 상처에 인두를 지진 것만 같은 상처를 입은 바엘이 왕을 접견하는 신하처럼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체, 반쯤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바엘의 아래에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사선으로 베인 검상이 있는 슈가 한쪽무릎을 굽힌 체, 자신들을 이 꼴로 만든 요연을 올려다보았다.
요연이 순수한 감탄을 입에 올렸다.
"굉장... 했습니다. '광신의 이빨'이라... 그 강력함만을 보자면 과연 어울리는 이름입니다만, '형태'로 보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기술이로군요... 크윽."
요연이 말을 끝내면서 피를 한모금 토해냈다.
아직도 용신화를 유지하고 있는 요연은 황룡의 힘을 사용한 것이 맞기는 한지 아주 처참한, 그야말로 빈사 상태였다.
온몸을 뒤덮은 금빛의 비늘은 이곳저곳이 갈라진 상태였고 몸통은 완전히 타들어가 용의 살점을 구경 할 수 있었다. 더욱이 머리에 난 두 개의 뿔조차 멀쩡하지 않아서 한쪽은 완전히 부러져나갔고 나머지 한쪽도 부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아무리 대마법사의 칭호를 가졌다지만 한낱 인간이 상대인 것을 생각 했을 때 요연이 이런 상태라는 것은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요, 연.... 어째서 죽이지 않았.....어?"
슈는 이미 텅텅 비어버린 자신의 마력탱크를 되돌아보며 요연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신검을 검갑에 집어넣으며,
"이번 승부는 제가 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저를 죽이려 들었다면 그 '광신의 이빨'로 끝장낼 수 있었겠지요."
그녀의 물음은 잘 못 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슈가 '광신의 이빨'을 한계치까지 사용했다면 지금의 요연은 끝장이 났을 터. 하지만 슈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은 이쪽입니다. 어째서 저를 쓰러트리지 않았지요? 당신이라면 전투불능 상태를 넘어서 생명을 끊어놓는 것으로 몰고 갈 수 있었을 텐데요."
슈는 휘청거리는 몸을 바닥에 뉘였다. 아예 쉴 작정인지 슈는 눈을 감으며 과하게 흥분한 폐와 심장을 서서히 진정시켰다. 몸이 진정되자 슈는 눈을 뜨고 가볍게 눈물을 흘렸다. 가뭄이 든 것처럼 갈라진 바닥에 단 비처럼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난, 나쁜 여자니까. 네가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았으니까. 조금 이기적이게 된 거야."
요연은 눈동자를 크게 뜨고 누워있는 슈를 바라봤다. 그러던 것도 잠시, 요연은 슈에게 등을 보였다.
"걱정 마십시오. 그건 당연한 일인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니, 잘 부탁합니다."
대답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요연도 그런 것을 바라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타들어가는 바닥의 소리를 제외하면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전장에 적막감만이 맴돌았다. 아니, 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들리지 않게 접근하고 있을 뿐이었다.
"방해 할 생각입니까, 영왕?"
허공에서 마치 신선처럼 구름 같은 것을 타고 요연을 내려다보고 있는 외팔의 남자는 학교에서 유명하기로는 외국인인 슈에 비견가는(일단 눈에 띄니) 유운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오. 저는 구경을 할 뿐이지요. 하지만 당신의 의도를 알았으니 훈수를 둘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막을 생각은 없는겁니까."
유운은 후후하고 낮게 웃었다.
"당신은 못 들었지만 저는 백화점에서 물건들을 사러다닐 때 당신들이 손을 때게 해주겠다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그 뒤의 일은 신경 쓸 바가 아니지요. 뭐, 여러모로 후회가 없기를."
후회 할 것이라 단언하는 것 같은 유운의 모습은 서서히 일렁이는 것 같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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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돌아본 교실들을 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열심히 이상한 하늘에 뒤덮여 변해버린 학교를 돌아다녀봤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학교라는 건물만이 존재하고 그 안의 가구라고 할만한 물건은 모조리 치워져 있었다. 마치, 만들어지다만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만들만한 사람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요연. 그녀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 정식제자는 아니었고 자신도 그쪽보다는 검이 좋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것은 익혀두었을 터. 나로서는 이만한 술식자체가 굉장한 일이지만 그녀라면 무리없이 사용이 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공간계는 별로 사용하지 않던 요연이 이만한 술식을 어떻게 펼쳤는지 의문이 갔지만 이내 이해 할 수 있었다.
나보다 일찍 와 있었으니 백제관처럼 미리 설치 해 놨겠지.
"혹시나해서 준비해두길 잘 했지."
나는 벨트의 뒷춤에 달린 작은 주머니를 툭툭치면서 혼잣말했다.
이것의 안에는 연금술에 매진하면서 만들어둔 각종 무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들고 다니지 않지만 능파가 혹시 모르니까라며 계속 강권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유비무환이라는 단어를 상기해내며 주머니에서 연금술의 비의로 만들어진 각종 무구와 비약들을 꺼내 온몸에 장착했다.
교복의 안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흉갑, 양손에는 하여의 강소만큼은 아니지만 근력상승을 부르는 장갑, 몸을 가볍게하는 벨트, 중력을 무시하게하는 신발, 열개의 손가락에는 신체를 보호하는 투박한 반지들, 그외에 기타등등.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양의 도구들을 열매처럼 주렁주렁 걸어둔 나는 주머니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물건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곰방대. 보통은 옛날 사람이 담배를 피기 위해 쓰는 물건이지만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전투를 위한 물건.
"이걸 처음 실전에 썼을 때는 요연이었지."
그 때의 자신의 한심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왔다.
요연의 마음이 여리지 않았다면, 내가 잠시라도 주춤했다면, 만일 도망다니다가 슈와 만나지 못 했다면. 그 때 나는 누님을 보지도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 분명했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누르며 볼을 짝소리가 나도록 세게 연달아 세번 쳤다.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에는 도망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삼았다면 지금은 죽일 각오로 싸워야한다. 능파의 앞에서도 맹세했고, 나 또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적이라면 실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죽인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거지."
아무리 복도의 구석에서 폼 잡고 있어도 정작 싸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왠지 모르게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쨍그랑.... 화아악!
유리같은 것이 깨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강렬한 마력파동이 2층에 있는 내 쪽까지 밀려들어왔다. 급박한 마력의 격류에 정신을 놓칠 뻔 했지만 나는 간신히 참아내고 위로 정신을 집중했다.
"이 거리... 옥상인가!"
가장 처음 이곳에 입학 했을 때 하여의 제안으로 학교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지 않았음에도 옥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느 때보다도 빠른 몸놀림으로 계단을 세단씩 뛰어서 옥상의 문을 열었을 때는, 제발 아니길 빌었던 결과가 눈 앞에 드러나 있었다.
입술을 깨물면서 눈 앞에 있는 인물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요연...!"
황룡의 후예, 사신검주. 그러한 칭호를 가진 요연이 옥상문을 열어재낀 나에게 청룡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머리에 무엇인가가 말려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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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일단 다른 말은 다 생략하고 이 말만 하겠습니다.
챔피언 타이틀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