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31화 (1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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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두번째로 향한 곳은 한세현이 적을 두고 있는 요리부가 쓰는 가정과실이었다. 워낙 내부가 화려한 과학실의 옆에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낡아보니는 것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가정과실의 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서자 요리부라는 이름답게 먹거리들을 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배리 같은 작은 과실이 들어간 쥬스, 닭꼬치, 떡볶이, 튀김류 등등의 각종 먹거리들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학생들의 손에 다듬어져 먹기 좋은 빛을 띄고 있었다.

외국인인 슈 덕분일까, 우리가 가정과실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를 발견한 세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왔어? 여전히 사이가 좋네."

"하하하, 여전히 반응이 심심한 걸."

처음 이곳에 입학 했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세현은 언제나 생각이 깊은,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위인전에서 주인공을 설명 할 때마다 말하는 총명함을 가진 학생이랄까. 그렇기에 나랑 비슷한 성격의 련택과 소꿉친구 였을 수 있었겠지만.

세현은 옆에 있는 A4용지 하나를 집어들더니 그것에 기계적으로 그어진 검은 글자들을 따라 읽어가더니,

"추천메뉴는 쥬스, 튀김, 떡볶이. 여자애들이라 튀김은 조금 꺼리려나?"

돌아보자 슈와 요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솔직히 몸무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랬다간 슈의 악력에 짓눌릴 것 같아서 얌전히 블루베리 쥬스를 3개 시켰다.

잠시 후, 세현이 가져온 쥬스는 안이 비쳐보이는 투명한 플라스틱제 통에 담겨져서 우리의 손으로 들어왔다(물론 돈은 전부 내가 냈다). 의외로 양이 많은 게 개당 1000원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이렇게 많이 주는데 이득이 남긴 하겠어?"

"고양이가 쥐 생각 할 필요는 없어. 이윤이 많이 남도록 파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많이 주다니. 왠지 어디에나 있다는 음식비리가 떠올라 정신을 어지럽혔다.

설마 학생이 만들어서 파는 것인데 TV에서나 나올 법한 음식물 비리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라며 자신을 위로하며 가정과실을 나오려는 데,

"참."

세현이 무엇인가가 기억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왜? 뭐 잊은 거 있어? 가져다 줄까?"

"잊고 있기는 했지만 물건은 아니야. 혹시나 해서 말해둘까하고."

딱히 말하는 어조가 평소와 다름 없는 것이 어려운 화제를 꺼내려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왠지 끈적끈적한 질감의 불길함이 느껴졌다.

세현은 웃으면서 그 불길함을 입에 올렸다.

"너희 이사장실 패밀리가 하는 것 말이야, 문전성시인 것 같더라."

문전성시. 문 앞에 마치 시장이 선 것 같다는 뜻으로, 세력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이 매우 많음을 나타내는 말. 보통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그 말일 것이다. 그런데, 유운이 벌인 일이 인기가 있다?

말도 안된다. 물론 성행하면 좋지만 그 불성실한 장식이나 어디도 사람을 끌어모을 요소는 없다. 오히려 그런 면에 끌려서 온사람도 있겠지만 소수일 터.

혹시나해서 세현에게 다음 질문을 날려보았다.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어?"

"손님? 조금 특이하긴 했어. 양복을 껴입은 사람들이 많이 끼어 있었거든. 평범한 옷차림도 많았지만. 그러고보니 경홍의 어머니도 거기 서 있다던데."

... 무언가 이상한 손님들이다.

외부에서 왔으니 평범한 옷차림은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양복? 게다가 경홍의 어머니라. 아는 사람의 친인이 껴 있으니 단체로 강령시켜서 끌어들인 것은 아닐 것 같았다....만, 역시나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 였다.

"우린 이만 갈께."

"아아. 잘 가."

세현의 배웅을 맞아주고 우리는 그 즉시 학교의 좌측에 있는 계단으로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현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유운의 점집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것도 상당한 숫자라 줄이 1층까지 뻗어 있었다.

상상외로 엄청난 인파에 슈나 요연 할 것 없이 입을 벌린 체,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그 때, 소화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너희 왔어? 데이트 중이야?"

"데이트하는 김에 찾아온 거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설마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어."

"나도 그랬는데... 알고보니 이해가 되더라고. 아, 이거 받아."

소화가 품에 안고 있는 의료차트 같은 것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거기에 적힌 검은 자들을 읽어내렸다.

"행운부 5만, 재액부 7만, 등용부 10만 금운부 9만.....!? 가격이 터무니 없잖아! 이거 설마 부적을 파는거야?"

"응. 왜 이런가 했더니 원래 사업하는 곳에다가 이번 문화제에서 특별히 반값에 판다고 붙여놨다나 봐. 덕분에 인지도는 물론이고 돈도 와장창!"

반 값이라고? 본래는 전부 이 가격의 두배였단 말인가? 게다가 이거 한정수량이라고 쓰여 있다. 예전부터 이런 일을 했다더니 상술에는 능한 모양이었다.

"설마 가짜를 파는 건 아니겠지."

"에이. 저녀석도 자존심이 있는 걸. 자신의 능력을 비하하는 일은 하지 않아."

소화는 차트를 들어올리면서,

"어쨌든 그런 것보다는 너희도 점이나 한번 볼래? 내가 말하기는 뭐 하지만 그녀석 점은 상당히 잘 맞는다구?"

"그런 것에 의미는 없을 겁니다."

미묘한 억양의 남자가 우리쪽으로 걸어오더니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가 허리를 다시 폈을 때, 나는 한발자국 물러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얼굴을 각종 목공도구로 파헤치면 저런 얼굴이될까 싶은, 우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흉터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의 반응이 심각하자 그는 웃었다.

"히히히. 놀라지 마십쇼. 이래뵈도 한몸에서 살았던 몸이니."

"...탄?"

굉장히 특이한 이름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누님에게 붙잡혀 내 안에 기생하고 있던 영혼이니까.

"맞습니다. 키키키. 옛날과는 달리 굉장히 강해지셨는데요. 왕의 관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칭찬인지 비꼬는 것인지 애매한 그의 말에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어주었다.

왕이란 이름은 나에게 언젠가 죽음이나 죽음의 시련을 내릴 칭호. 그리 달가울 턱이 없다. 그런 감정은 나뿐만이 아닌지 슈와 요연도 인상을 찌푸렸다.

탄이 손을 흔들며,

"이야이야. 자칫하다간 죽겠습니다. 우리의 왕도 일에 열중하시는 것 같으니 도우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군신도 오십시오. 왕께서 외로워하지 않습니까."

"아, 응. 그래야지. 난 이만 간다."

탄을 따라 유운이 있는 곳으로 가버린 소화의 등을 무심히 쳐다 볼 때, 슈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요, 빨리 가자. 시간이 별로 없어."

"그래야지. 요연, 네가 신청한 데이트니 네가 하고 싶은 걸 말해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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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몇 시간. 이것저것 먹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용하지 않는 교실의 의자에 앉은 우리는 시계를 바라봤다.

6시 24분. 후야제라면서 강당에 모일 시간이다.

"뭐 마시고 싶은 것 없으십니까?"

요연이 대뜸 말을 꺼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그냥 물이면 되지만... 무탄산 레모네이드로. 슈는?"

"난 됐어."

슈가 거절하는 것을 보자마자 요연은 돈도 받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마 오늘 계속 돈을 쓰게 했던 것이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내가 가진 돈은 씨가 말랐다고 봐도 좋을 정도니 그녀의 판단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때, 학교에 번개가 내리는 것처럼 곳곳이 번쩍거리더니 세상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무슨..."

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마력이 솟아올랐다. 강력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괴이한 마력. 이런 느낌의 마력을 어디선가 느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연, 슈, 능파!"

급히 뒤에 있을 세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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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참!

제발 코멘을 주십시오. 코멘이.... 코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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