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26화 (12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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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빙룡 자비나타. 그 용에 관해서라면 기억에 있다. 아주 잠깐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날 고용했던 근본적인 이유였다.

내가 일본에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협회가 그 자비나타라는 용을 사냥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었다. 아마도 이 의뢰서라는 것은 협회의 인간이 공격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유운은 그 편지를 북북 찢어버리고 공중에 뿌려버리며,

"의뢰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 덕분에 고생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입니다. 참 사적인 이야기지요."

"잠깐. 자비나타는 분명 협회의 공격을 받았다고 한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지금 유운이 하는 의뢰의 내용을 봐서 자비나타는 협회의 공격을 잘 막아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용이 뱀파이어나 라이칸스로프를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해 와? 게다가, 내가 알기로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는 분명히 사막쪽에 살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 '빙룡'인 자비나타는 어째서 멀리 있을 것이 뻔한 그 놈들의 처리를 부탁한단 말인가?

유운은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다가 주머니에서 붉은 색, 푸른 색, 검은 색의 자갈을 앞에 일직선을 그리도록 늘어놓았다. 유운은 그 중 월등히 큰, 푸른 색 자갈의 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자비나타는 특이한 용입니다. 보통 숲 같은 자연이 잘 발달한 우림에서 사는 데, 그 용만큼은 특이하게도 불모지인 사막에서 살고 있지요. 하물며 빙룡인데. 여하튼, 그런 특이한 습성 때문에 협회와의 전투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없었고 이기기는 했지만 큰 상처를 얻고 말았죠."

그 다음의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갔다.

"자비나타는 그 지역에 있어서는 일종의 패자였겠군?"

자비나타는 용이다. 빙룡이라 주위의 영향을 얻지는 못 했겠지만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의 힘을 누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이 사라졌다면, 눌려있던 세력들은 상당수 움직일 것이다.

유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직선으로 놓인 자갈을 삼각형으로 만들었다.

"예. 덕분에 지금 자갈처럼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귀찮은 스타일의 형세가 만들어졌죠.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만일 그 두종족이 단합해서 자비나타를 습격한다면 지금의 자비나타는 그대로 죽을테고 우리가 쓸만한 '말'도 하나 사라지는 결과가 될테니까요."

"'말'이라..."

씁쓸한 단어 선택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나도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질책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유지되던 중. 유운이 덧붙였다.

"...는 대외적인 일의 이야기고."

"엥?"

유운이 나보고 기뻐하라는 듯한 표정의 웃음을 지었다.

"당신을 지킬 '검'을 찾았다는 이야깁니다. 사막은 용병출신인 '단심검주'는 주 활동영역이니까요. 정확히는 제가 나갔을 때 찾았습니다만... 그 건방진 놈, '내 왕을 직접 보기전에는 믿을 수 없다!'면서 도망치는 터라..."

하하하. 음습하게 웃으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들어올리더니 우드드득하고 부숴버렸다. 어지간히도 화가 난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단심검주라. 루그로가 말하기를 분명히 누군가가 카타스트로피의 지부를 박살내면서 가면을 다섯개나 탈환해 갔다고 그랬지. 그렇다면 유운과 소화가 하나씩, 마스크 자이언트가 쓰고 있던 두 가면으로 총 4개. 만일 단심검주가 그 가면을 탈환한 것이라면 동료로 들어오게 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가면이 전부 모이는 건가?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유운. 루그로가 썼던. 그러니까 날 습격했던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가면은 누구 꺼야?"

유운은 잊고 있었던 듯, 손바닥을 치며 오른 손에 가면 두개를 현현했다.

하나는 지금까지 보았던 가면과는 조금 다른 빛의, 단단해 보이는 백색가면. 다른 하나는 4가지의 색이 섞였지만 엄숙해 보이는 가면. 기이한 빛을 토해내는 그 것들은 아마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었다.

유운이 우에게 백색가면을 던졌다.

"그건 백색아성의 것.... 이건,"

휘이익. 신비로운 분위기와는 다른, 방정맞은 호선을 그리며 가면이 떨어진 곳은.

"사신검주의 것. 일단은 주인이 갖고 계십시오. 괜히 다른 주인이 갖고 있으면 거북하거든요."

요연은 가면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씁쓸하게 웃으며 가면을 만지작 거렸다. 뭔가, 평소랑 다른 모습이다. 아니, 요즘 요연이 평소처럼 지내는 적은 거의 없었다. 생각에 빠진 듯, 골몰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다가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피해버려서 뭐라 해줄 수 없는게 한스럽지만.

"그리고 좋은 소식은 조금 사소한 겁니다."

주제를 바꾼 유운은 잠시 숨을 들이키더니 빠르게 내쉬었다.

"우리 특이문화 감상부의 이벤트는 제가 전담합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번에 백화점에 갔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죠."

우리의 고민에도 무색하게 너무 쉽사리 일이 풀려버렸다. 생각해보면 백화점에서 학교 행사 때 쓸 거라고도 했었지.

소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혼자서 뭘 하게? 설마 '인기도' 제로의 재미없는 걸 할 생각은 아니겠지?"

인기도는 외부에서 들어온 손님이 먹이는 점수로 가장 높은 쪽은 상금 40만이라는 후한 포상이 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0점은 밤에 무대에서 춤추게 한다고 했는 데.

유운은 사악하게 웃으며 강시영화에서나 볼 법한 부적을 다섯개나 꺼내들어 부채처럼 만들어 입을 가렸다.

"후후후. 영왕을 얕보지 말라구. 단언하건데, 나는 이번 문화제에서 일등을 하게될거야. 설사 일등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매상을 올리게 되겠지."

무한한 자신감을 보이는 유운에게 우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렇게 자신만만한데 못 믿기에는 근거가 없고, 유운은 여러모로 능력이 있는 편(영혼들로 인해)이니까 믿기로 했다.

소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뭘 하는데?"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면서 가장 사소한 것. 하지만 유운은 검지손가락으로 소화의 입술을 누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비밀."

퍼억!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소화의 라이트 어퍼. 솟아오른 유운의 입에서 음습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바보가.... 남들이 다 보는데!"

"백화점에서는 대놓고 키스도 했.. 컥!?"

다시 한번 강력한 라이트가 스트레이트로 유운의 볼에 직격하면서 유운이 쓰러졌다. 확실한 K.O승이다.

쓰러진 유운이 일어나면서 검지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렸다.

"그럼 어디서 하는 건지만 가르쳐 줄께."

장소를 알 수 있다면 대략적인 것은 알 수 있을 터. 소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해보라며 짧게 대답했다. 유운은 크게 숨을 들이킨 다음, 입을 열었다.

"2층으로 올라오는 왼쪽 계단 옆의 그 공간. 거기서 할 거다."

교무실과 교장실등이 포진한 1층에서 위로 올라가면 건축 구조상 약간의 빈공간이 나온다. 그 넓이는 열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만원버스의 느낌으로).

갑자기 불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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