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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17화 (11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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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정

침묵.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말하려 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이 말을 지금까지 제대로 따라온 사람은 말하는 당사자인 유운과 직접 겪은 소화, 그리고 말상대를 하고 있던 나뿐이었다. 하지만 결론짓는 그의 말로 여기에 있는 이사장실 패밀리 전부가 이해했다.

그는 이 마법과 관련된 모든 일에 관여치 말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단호하게 말을 끝맺은 유운은 우리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회한과도 같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소유나, 현 신가의 당주, 운천아저씨. 그 분들은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로서는 몇 천년이나 싸워온 적과의 결판을 짓는 일이기도 할 테고 우리는 예언에 선택받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당신들은 이곳에 서 있어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유운의 의지가 느껴지는 단호한 그 몇마디에 나는 왠지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기쁨의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운에게서 유운의 과거사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실망한 감이 적잖게 있었지만 역시 유운은 유운이었다. 친구들을 위해 걱정하고, 힘 써주는 면은 정말로 어느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우리의 든든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우리가 손을 때고 싶더라 하더래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했다.

"그 걱정은 감사히 받을 께. 하지만 거절이야. 우리는 이미 손을 때고 말고를 선택 할 수준이 아니야. 최소한 나와 슈는 너의 걱정범위 밖. 너와 같은 길을 걷게 될 테지."

난 아마 카타스트로피의 하위조직(화한 것으로 보이는) 마술협회의 공적이다. 일단 한국이라는 절대 안전지대(대외적으론. 솔직히 이제는 안전지대도 아닌가 싶다)에 있어 살아는 있지만 나에 대한 정보는 이리저리 뻗어있을 터. 일본에서도 한바탕 했으니 아마 분명하리라.

그리고 슈는 조금 얼빵한 느낌과는 달리 순수한 마법사의 혈통. 그것도 삼대 대마법사의 직계다. 지금까지 숨어서 살아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마법사의 정보가 그들에게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다가 슈 또한 나름의 살업(殺業)을 쌓은 상태니 유운 말처럼 발을 때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호지나 요연, 능파는 일단 나와 하나 취급되니 넘어가고.

나의 말에 답이 나온 곳은 유운이 아니었다.

"무슨 소릴하는기가? 니가 저 미친놈이랑 같은 길을 걸을리가 없... 뭐꼬. 갑자기 얼굴을 왜 돌리나."

나름 날 변호한답시고 운이 말했지만 나나 우가 고개를 돌리자 불안한 듯 말을 덧붙였다.

운은 모르지만 나는 일단 살인자다. 여기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운뿐(어쩌면 소화도 모를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저리 말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난 명백히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닌 수십명을 죽인, 대충 잡아도 서른은 족히 넘을 양의 인간을 죽인 대량 학살자다.

나야 별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세상이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은 기정사실. 걷는 길이 다르다.

"뭐... 저분은 일단 제쳐두고."

"난 들러리가!?"

유운의 담담한 패스(pass) 선언에 운이 타이밍 좋게 태클을 집어넣었지만 그는 별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옛날에 선례가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선례?"

"예에, 선례죠. 소유가 배반룡이란 칭호를 얻게된 이유가 그 선례에 해당합니다. 혹은 '이례'라고도 부르지요."

선례. 그것도 소유가 배반룡이라는 궁금한 칭호를 얻게된 경위. 모두의 흥미가 동하는 것이 피부 위로 느껴졌다.

소유는 성격이 좋다. 종족간의 미묘한 갭이 있을텐데도 소유는 그것을 넘어서 자상하기까지도 하다. 뭐, 인간애인(선생님...)을 둘 정도니 그 성격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은 물론, 마을 시장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인기는 '인간'한정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쥴. 그녀에게는 상당히 큰 적의를 사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집안에서 거주하는 몇몇 마수들에게서도 상당히 사이가 나쁘다.

이렇게만 보면 '인간에게만 인기가 있는 페로몬을 내뿜지는 않은 가'라는 가설을 세우게도 하지만 일본의 광이나 몇몇 마수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소유가 적의를 사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우리기준으로는 누구나 나이가 많으나) 나이가 많은 마수들. 그들에게서는 절대라고 해도 좋을만큼 거대한 적의, 살의를 사고 있었다.

막연히 배반룡이란 단어와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엉뚱한 곳에서 알게 될 줄은. 흥미가 솟는 것을 느꼈다.

유운은 과한 기대에 몸서리를 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는 두번째의 전쟁이라 부르는 그 전쟁에는 단 하나의 선택 받은 사람이 존재했습니다."

"선택을 받아? 누구에게?"

나의 반문에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냥 표현입니다. 이번대에 저 같은 영왕과 육왕이 있 듯, 그 시대에도 따로 예언이 닿은 인물이 존재했단 소립니다. 그 당시에는 '천왕'이라고 불렸죠. 여튼, 그 사람은 역대 최강이라 불리며 예언대로 적들을 처단해 나갔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며."

몸이 순간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왕이란 아마 두번째의 육왕이나 영왕과 같은 직책일 것이다. 그런 유사점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온몸에 차올랐다.

마침, 내 옆의 슈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그녀는 앉은 체로 소파를 누르는 나의 손을 수전증처럼 떨면서 잡았다.

유운은 기온이 내려간 것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도 그 느낌을 받은 것인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당시 어렸던 소유... 히탄 그레타리아는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전쟁, 피를 이미 흘렸다면 그것으로 끝내자'. 그렇게 다짐한 그는 대담하게도 카타스트로피에게 직접 청해 스스로 스파이 노릇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끝내자고 생각한 그 땐... 이미 이쪽이 완벽하게 이기고 있었으니 전쟁을 멈추려면 카타스트로피쪽도 칼자루를 잡고 있을 필요성이 있었죠.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유운은 잠시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멈췄다.

우리는 어린아이가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촉구하는 듯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유운의 입만을 주시했다.

"카타스트로피는 그것으로 반격한 겁니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으로 수많은 마수들이 멸종하고 나머지는 숨어버렸죠. 그것이... 그가 배반룡이라고 불리는 이유."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면 실질적인 피해자인 노마(老魔)들은 당연히 소유를 배척하고 미워할수밖

에 없을 것이다.

유운이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선례... '이례'가 일어났습니다. 예언에는 분명 한쪽만이 살아남는다고 명시되었는데 양쪽 다 남은거죠. 한마디로, 예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란 겁니다. 그러니 당신들도 수를 쓰면 이 굴레에서 빼낼 수 없지만은 않을 겁니다."

"과연. 하지만 그 말에는 위험한 약점이 있다."

나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 되었다. 언뜻 유운의 살기마저 느껴지는 시점에서 살짝 땀이 나왔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그 예언. 일단 둘 중 하나가 남는다고 했는데, 어찌보면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닐지도 모르거든. 소유의 배반덕에 우리측... 이름이 없어서 표현하기 힘드네. 어쨌든 우리측은 거의 괴멸했어. 우리쪽은 승패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가 '죽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설혹, 무승부로 본다 쳐도 그것은 굉장한 피해를 남기고 끝났어. 만일 우리가 이례로 인해 빠져나갈 수 있다 치더라도 수많은 존재를 재물 삼아야 하겠지."

"그으으으... 윽!"

뭔가 말하려 하다가 유운은 입을 다물고 날 사납게 노려봤다. 눈빛에 간간히 원망의 빛이 보이는 게 어째 상당히 원한을 산 것 같다.

무리는 아니리라. 아마 자신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데도 별 제재도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이 일에서 발을 빼게 하기 위한 것이었을테니까(운의 등장은 우연이었다쳐도 아마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 준비물을 구입하면서 넌지시 말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때, 유운이 무언가 결심한 듯 눈빛을 바로하고 무엇인가를 입에 올리려는 순간. 하여가 손뼉을 연달아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자자, 그만. 어두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고. 어차피 자잘한 이야기는 월요일에 듣게 될 텐데 뭘 그래? 그리고 오늘은 요녀석의 귀환회를 하기로 했으니 좀 재밌게 놀자구? 새로운 이사장실 패밀리에 참가하게 될 운의 집들이도 합쳐서."

평소와도 같은 하여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말이 맞다. 지금은 즐겁게 지내야하는 순간이지 않은가. 어두운 이야기는 나중에 소유에게 들으면 그만이다. 오늘 같이 평소와 다름 없는 날에는 평소처럼 웃으면 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는 호지와 슈가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 일어서자 모두 다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차례로 일어섰다. 나는 유운에게 손가락을 뻗으며,

"네가 계산해."

"... 일단은 왜라고 묻죠."

"돈 좀 벌었다며. 가난한 학생에게 뜯지 말라고."

유운은 평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든 체 카운터로 향했다. 소화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종종걸음으로 뒤쫓으면서 말했다.

"돈 좀 보테고 올께. 너희는 먼저 2층 매장에 가 있어."

역시 여자친구는 다른 것일까, 우리는 적당히 대답하고 2층 매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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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는 결국 안 말했네."

소화는 돈 계산을 끝 마치고 돌아오는 유운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유운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투덜댔다.

"못 말한거다. 나조차 말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고. 아니, 어쩌면..."

유운이 말을 흐리자 소화가 슬픈 눈빛을 한 체 그를 껴안았다. 유운은 그녀를 마주 안으며 작게 한마디 했다.

"나와 같은 길을 걷기에 더이상 말 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몰라."

그 말을 끝으로 두사람은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은 체, 요들이 있을 2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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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참!!!!

내일은 올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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