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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정
"흠, 그래서 뭐가 어쨌단 겁니까."
유운은 백화점 매장 안의 패스트 푸드점에서 커피를 한모금 머금고는 되물었다.
백화점 밖에서 유운을 맞으려 했던 운에게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언급했던 살인마가 그 인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 살인경험이 있는 사람은 꽤 있다. 하지만 운이 이야기 한 그저 '짜증난다'는 이유로 죽인 것은 솔직히 타격이 컸다.
옛날(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였단다), 유운과 운이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다. 유운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름없이 사근사근하고 붙임성이 좋은 남자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않좋았던건지, 그저 외팔이라는 장애인의 꼬리표가 마음에 안들었던건지 반 남학생 한명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
운의 말로는 1학기 초부터 그랬고 그녀가 말한 사건은 겨울방학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으니 오래참았다고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죽였다. 힘을 가졌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것도 세계최강의 인간이라고 불리는데 그 정도 뒷심도 못쓸까.
그래서 거기까지는 이해 할 수 있었다(피해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상대가 잘못되었다. 국가도 못 건드리는 괴물의 콧구멍을 후비다니).
하지만 그는 '학교안의 교실에서' '수업중에' 자신의 동료인 '영혼들에게 명령해서' 그 남학생을 '이리저리 비틀어' 살해했다.
학교는 발칵 뒤집혀졌다. 학교내에서. 그것도 그들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현상에 의해 사람이 살해 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부를 찍어눌렀는지 그런 일이 있었지만 매스컴은 물론이고 경찰도 아무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들은 유운을 학교 교무실(운의 말로는 친구들과 함께 교무실 문 밖에서 엿듣고 있었단다)로 불러 멱살을 틀어잡고(숨을 잠시나마 켁켁 거렸던 것으로 보아)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발악했다.
하지만 유운은,
"큭큭큭. 난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저 목을 제외한 모든 관절을 비틀고 몸 안의 갈비뼈를 모조리 한바퀴 돌려라.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구요."
웃으며 피해자 유족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다고 '예 그렇습니까'하고 가만히 있을만큼 유족들은 행동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바로 핸드폰을 처든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를 들어올린(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아버지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이것은 유운이 명령을 한 것도 아니라 이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단다).
유운은 나지막히 쓰러진 사람의 얼굴을 짓밟고는 중얼거렸다.
"저의 발 아래에서도 그렇게 전화욕구를 불태우시다니.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 20분만 기다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때쯤이면 댁의 아드님이 존재했던 물적 증거는 모조리 사라져 있을 테지요. 신고해봤자 허위신고로 벌금만 물을 뿐이랍니다."
그제야 피해자의 유족은 현실을 파악하고 소리쳤다.
"하늘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할아버지였던 모양)!"
그런 저주에도 유운은 오히려 매우 섬뜩하게 웃었다. 그저 미소만 지은 것이 아닌, 웃음소리까지 냈기 때문에 문 밖의 운도 그가 웃는 것을 들었다.
"하늘~!? 좋군! 멋져! 용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크하하하하하하!!!... 하지만,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걸?"
평소의 그 답지 않은 광소(狂笑)가 끝나며 그는 낮게 경고했다. 아니, 그 말은 경고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이를테면, 선언이랄까?
"미안하지만, 하늘은 '우리'를 벌하지 못 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 '우리'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모든 것은. 그 쪽이 말하는 하늘이 선택한 것이거든. 핫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걸로, 운의 이야기는 끝이었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천천히 운의 말을 감상하자는 유운의 말에 패스트 푸드점 구석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듣고 난 우리의 대부분은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그는 그저 지루한 다큐멘터리라도 보는(이 경우에는 듣는 건가?) 것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아까 유운의 대답에 분노한 듯, 운이 탁자를 탕소리가 나게 내려치며 입을 열었다.
"남의 일가를 그리 찌부러뜨리고 왜 반성하는 기색이 없노!?"
나름 주변을 의식한 건지 음량을 낮춘 듯 한 목소리였지만 외쳤기 때문인지 목소리는 넓게 울려퍼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침이라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지나가던 행인A는 없었다.
유운은 담담하게,
"글쎄요. 하지만 당신도 간접적으로 득을 봤을텐데요."
"뭣...."
"만일 살인사건으로 치부되었으면 학교는 금방 휴교 했을 것이고 근처의 집값도 떨어졌을테죠. 학교측에서도 그것 때문에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들먹이는 유운의 말에 운이 말없이 그를 째려봤다. 하지만 유운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의 모습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자비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눈빛에 응수했다.
공기가 점점 달아오르는 것이 자칫하면 싸움이 날 것 같아 이쪽이 화두를 잡기로 했다.
"일단 그건 넘겨두자고. 그런데 유운. 어째서 힘을 대놓고 사용한거지? 한국은 영향이 마술협회의 힘 미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일반인에게 힘을 보이지 않는 것은 공통적인 통념같은 것이잖아?"
"그건, 그저 열이 받았다...고 하면 안믿겠죠."
당연하다. 영혼을 다루는 기술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정신력이 특출나게 높아야만 쓸 수 있는 기술들이다(그래도 효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유운처럼 신대(神代)의 영들과 하하호호하는 녀석이 한낱 꼬마의 말을 듣고 쉬이 분노 할 리가 없다.
유운은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것 참. 대답하면 저기 있는 아가씨가 더 화낼 것 같은데요."
"... 해 봐."
내가 낮은 목소리로 재촉하자 그는 입을 열었다.
"소문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무당 일을 하고 있거든요. 세계최강이든, 뭐든 돈은 필요하니 일을 해야하죠. 그런데 이 바닥은 영명함 같은 것 보단 인지도가 필요해서 말입니다. 실력은 일단 뒤로 제쳐둘 수 밖에 없었죠."
유운은 잠시 숨을 고르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아니, 어쩌면 다음 말은 추측해보라는 의도로 입을 다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처음 한마디로 깨달았다.
"그래서 '산제물'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게 참 쓸만하더군요. 그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둘이었는데 지금은 수십명씩 찾아가니 말입니다."
"이 미친...!"
"스톱."
나는 열이 올라 일어서려는 운을 가로막듯 말하고 시선을 유운의 옆에 있는 여학우. 소화쪽으로 돌렸다.
그녀는 유운의 여자친구다. 유운이 이만한 폭탄선언을 했으면 정나미가 떨어지던지 아니면 운처럼 분노하던지 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반응이 담백하다. 아니, 없다. 그녀는 완전히 일반인이었을텐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저리 반응이 없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다.
소화는 자신에게로 시선이 모인 것을 알아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녀석인 걸 알고 사귄거야."
유운이 백주대낮에 마법으로 인간을 살해 한 것과는 색다른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우리들 중 일반인에 가장 가까웠던 그녀가 아무런 이상도 없이 유운과 사귀어왔다고?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불가능과 가능을 떠나서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 때, 슈가 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니 안색이 나쁜 게 눈에 확 들어왔다. 아마 지금 계속되고 있는 무거운 주제 때문이리라.
"그, 그러고보니 유운은 소화한테만 존대를 하지 않았지?"
능숙하게 말을 돌린 것이 아닌지라 운에게서 눈총을 받았지만 열이 오를대로 오른 그녀도 그 화제로 계속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딱히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뚝.
하지만 대화는 단절되었다. 가볍게 분위기나 띄울 요량으로 선택한 주제가 잘못된 것이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건만 유운은 아까의 화제 때보다 더욱 침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어차피 알게 될 것이라면... 제가 말하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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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엡. 두번쨉니다.
2연참이지요. 방학으로 인한 비축분의 상승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시험때를 대비해야하는 것이니 패스.
그리고 사담이지만, 보통 소설책(최근 기준)이 210kb(혹은 그 이상) 더군요.
현재까지 육아일기는 4권(비축분 포함), 스네이크는 1권(물론 비축분 포함)분량이 된다는 소립니다.
친구한테 들은 거지만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