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08화 (10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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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미안하다. 걱정했어? 아니, 걱정한 것으로 보이네."

내 품안에서 훌쩍이는 호지에게 만이 아닌, 방금전까지 싸우고 있던 친구들에게 그렇게 난처한 인사를 하자, 뒤통수에 희멀건 백광이 떨어져 내렸다.

퍼억.

따끔따끔한 충격에 뒤를 돌아보니 능파가 손만 변이시켜 비늘 덮힌 용의 팔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금 그 타격은 능파가 줬던 모양이다.

갑작스런 타격이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응도, 화도 낼 수 없었다. 내 나름의 힌트를 줬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걱정시킨 것은 분명했으니까.

미안한 마음이 대폭 상승한 나는 볼을 긁으며 사과했다.

"미안. 너무 걱정시켰지? 그래도, 고맙다. 걱정해줘서."

"됬어요. 할아버지가 그런 인간인 것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보낸 힌트는 이미 잘 받아뒀는걸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어요."

눈망울에 한움큼 눈물을 머금고 그런 소릴해봤자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지금 아쉬운 것은 나였기에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능파의 '힌트'라는 발언에 품에 안겨서 얼굴을 파묻고 있던 호지가 얼굴을 들어올려 나를 올려다 봤다.

"힌트? 아빠, 힌트도 준 적이 있어?"

귀엽게 묻는 호지의 말에 모두 다 그것이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가장 쉽게 눈치챌 거라 생각한 소유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을 보아 그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중에 가르쳐주는 것이 더욱 재밌을 터.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망토를 펄럭이는 하여가 청접륜을 들어보였다. 륜의 칼날이 달빛에 번뜩였다.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정치가(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는 몇몇 기자(나의 친우들)들의 틈바구니에서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우리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린을 발견하고는 화두를 재빨리 바꿨다.

"그, 그런데 린은 저기서 뭐하는 거야? 너도 이리와."

나의 손짓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린 답게 몸을 웅크렸지만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부끄러움 같은 양(陽)감정이 아닌, 공포와 같은 음(陰)감정이었다.

평소에도 잘보이지 않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의아해하던 나는 그녀가 무엇에 공포를 느끼는지 눈치를 챘다.

그녀가 공포를 느끼는 사람. 아니, 사람들. 바로 '우리'다.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중에서 인간의 죽음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수출신은 당연히 부동. 우는 내가 군인들을 죽였던 것을 실시간으로 관람했었고 슈는 진성 마법사. 하여는 로데오의 마법사로 폭죽으로 만들던 것을 봤고 소화는 유운의 여자친구. 죽음이란 생명의 섭리에 관해서는 오히려 무감각한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린은 다르다. 눈앞에서 하여가 비에고를 난도질하는 모습이나(설사 되살아났더래도) 인간이 급속도로 타들어가는 모습은 처음일 터.

소유도 깨달았는지 회한의 한숨을 내쉬었다.

"린은 내가 데려다 주고 오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하지요."

의외의 인물(요연)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린에게 다가갔다. 린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것과 동시에 요연과 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무런 전조도 없는 그 상황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공간계 마법사말고도 텔레포트 같은 마법이 있는 학파는 많지만 저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황룡의 스펙은 장난이 아니구만. 누나는 어떻게 저런 애를 이긴거지?"

새삼 누나의 전력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할아버지. 어떻게 살아나신거죠? 직접 당하는 것을 본 건 아니지만 솔직히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 같은데요."

내 소맷부리를 잡아당기며 질문하는 그녀의 행동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상대방에게 '내가 목이 잘린 것처럼'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나도 사용하기 직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나는 내 얼굴을 한 목을 들어올려 얼굴부분을 긁었다. 그러자 귓가 부분이 약간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얼굴에서 유리가면이 떨어져 내렸다.

유리가면의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레테의 얼굴이었다.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유리가면을 바라본 호지는 손뼉을 쳤다.

"일본의 그 무녀들이 준거야?"

"정확해. 저 가면은 일본에서 선물로 받아온 거지. 저것하고... 이걸로 도망쳤지롱."

나는 주머니에서 녹색빛의 단검 하나를 꺼내들었다. 언젠가 누님이 나에게 주고갔던 텔레포트 나이프다.

이발이 두고갔던 독단검과 하나를 합쳐서 이제 8개밖에 남지 않은 물건. 하나는 나와 레테의 몸이 있던 장소를 뒤바꾸고 나머지 하나로는 무작위 텔레포트.

"그리고 슈가 줬던 이것으로 기척을 감췄지. 도망치는 것만으로 루그로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할테니까."

나는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투구모양의 반지를 강조하듯 내밀었다.

우가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원활하게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보고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그러자 능파나 호지도 내 손의 반지를 둘러봤다.

전에 대충이나마 말해둔 적이 있었지만 내 목숨을 구하는데 쓰였다니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비도를 개조해서 도망친 거였구나... 그리고 반지덕에. 헤헷."

기뻐하며 얼굴을 붉히는 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폭발해서 산화해버린 단검에 나는 가면과 화정을 달아놓았다. 그래서 단검에 닿은 레테는 나와 뒤바뀜과 동시에 가면이 씌워져 나의 모습으로 둔갑한다. 나는 텔레포트 나이프의 무작위 전이로 도망쳤다. 그리고 슈가 줬던 반지로 몸의 마법적 기척을 완전히 소거.

이것이 내가 그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말이었다.

슈가 고개를 까딱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거야? 물리적인 건 소거되지 않는데?"

"아, 그건...."

"역시 내가 설명해야 하려나?"

설명하려는 내 말을 끊어버리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교문 쪽에서 날아왔다. 어둡게 도색된 밤의 커튼을 걷어버리 듯, 두명의 여성이 우리가 있는 운동장으로 경쾌하게 걸어나왔다.

뚜벅뚜벅.

단 한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강조하는 운동장의 에코가, 주역을 소개하는 것처럼 주변의 소리를 잠재웠다.

"자, 나도 앞으론 이사장실 패밀리에 참가할거야. 잘 부탁해."

적경홍이 쾌활하게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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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편의 대담으로 알아챈 분이 많았을 듯?

그건 그렇고 요즘 또 다시 새로운 작품에 골몰을....

스네이크와 달리 육아일기와는 연동이 안되지만 여러모로 힘들군요.

다음편을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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