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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
강렬한 공기의 파동. 외침보다 더욱 빠르게 쏘아져 나간 보이지 않는 화살은 능파와 흑룡의 얽힌 몸체 중 정확히 흑룡의 몸통에 적중했다.
타앙!
총탄이 쏘아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린 화살이 흑룡의 위에서 화살이 재현되어 또 다시 흑룡의 몸을 가격한다.
내가 가진 천개적궁의 주능력이면서 가장 애용하는 능력인 필멸. 인외의 존재를 멸하기 위해 만든 활의 주기능인만큼 그 공격력은 탁월하다
황룡인 요연이 직접 몸으로 겪어봤고, 그렇게 판단한 물건이니 쉽사리 버티지는 못 할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흑룡은 천개적궁의 필멸을 맞고 기괴한 비명을 토해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흑룡의 단말마를 들으며 나는 옥상 난간의 밖으로 몸을 던졌다. 허공에 발판이나 그것을 대체 할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나는 허공에 마력을 발판으로 만들어 지면에 서 있는 것처럼 능숙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가면을 향해 뛰어가는 나의 몸에서 번개가 용솟음 쳤다. 그 뇌전이 부피를 늘려가는 것이 서서히 잦아들 쯤. 내가 낮게 외쳤다.
"광진 사식. 발동! 외부병장(外膚兵裝) 악마륜(惡魔輪). 중첩 강화식. 연탄!"
나의 모든 진언을 스킵하고 외쳐버린 마법강화의 이름이 허공을 울리면서 몸을 감싼 뇌전이 수많은 빛에 감겨 사라졌다. 그것과 동시에 세상의 색이 세탁기에 넣고 빨아버린 것처럼 색이 녹 듯 사라진다.
간만에 느끼는 상위식의 감각. 적을 멸하기에는 최적의 감각이다. 더욱이 슈에게서 뜯어내다시피 배워둔 강화라 그런지 감각은 학교 전역을 아우를 정도로 확장된 상태였다. 심안만큼 세세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에 준하는 수준은 될 것이다.
난 그런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 시킨 체, 허공의 마력을 박차며 두 거인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져나갔다.
내가 보아온 바로는 분명히 저 두 거인이 소유와 호지의 몸을 포박하고 있을 터. 그렇다면 저것을 부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루그로가 끼어들지도 몰랐지만 우도 멍청하지만은 않으니 내가 가면을 부수기 전까지는 잘 버텨줄 것이다.
키이잉!
공간이 비명을 지른다. 내 신체가 지나가는 자리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강대한 마력의 집합체인 내가 돌격함으로서 세상이 비명을 지른다.
상관없다. 세상 따위,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안배 해놓은 나의 계획에 무너져라.
강대한 마력을 휘감은 검푸른 번개빛으로 변모한 발자국이 눈앞의 거인에게 연달아 세겨지면서 폭죽마냥 터져나간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 옆의 거인에게 발자국을 남긴다.
"말도 안돼! 어째서, 어째서 네놈이 여기에...!"
루그로가 언뜻 보이는 나의 인영만을 보고 나의 정체를 눈치챘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것으로 끝난다.
평소라면 사식의 패널티에 몸을 골골거리며 바닥에 누워있을 만한 움직임이지만 나의 데미지는 수십개로 분산되어 허공으로 뻗어나갔다.
이 상황이라면, 상위식도 어느정도 가능 할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변함없는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
두 거인의 시신을 헤치고 루그로에게 달려들었다. 시간도, 공간도 격하는 쾌속의 다리가 땅거죽을 하늘 높이 차올리면서 다가오는 루그로의 멈칫하는 루그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광진의 연동식. 혈문신, 검의 형을 행했다.
카타르처럼 길게 뻗어나가는 붉은 마력의 칼날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졌다. 그러는 동안 그의 상냥한 모습이 떠올라 바닥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상태로 나는 죄책감을 지우려는 듯이 크게 외쳤다.
"이걸로, 끝이다. 루그로!!!"
푸학!
손끝에서 느껴지는 뭉글뭉글한 감각. 남자의 가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감각에 고개를 퍼뜩 들어 위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내 손에 심장을 꿰인 비에고가 무심한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음을 눈빛으로 만들면 저런 눈빛일까. 자신을 파괴한 사람을 보는 눈치곤 너무나도 차갑고, 싸늘해서 한 순간 사고가 멎었다.
그리고 이내 기억해냈다. 이녀석은 죽지않는다. 머리든, 심장이든. 어느곳을 파괴해도. 아마 주인인 루그로가 죽기전에는 죽지 않게 개조된 모양. 그렇다는 것은.
콱.
생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녀의 몸이 죽음에서 동력원을 찾은 것 같은 움직임으로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손을 자신의 팔로 얽었다. 아무리 손에 힘을 줘도 빠지지 않는다.
미미하게 비에고의 입에 미소가 지어진 것 같았다.
"크윽..!"
루그로가 한순간의 방심으로 틈이 발각된 나를 향해 짓쳐들었다.
망했다. 최후의 순간이 가장 쉽게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이 이미 뒤집었기 때문에 불가능 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해버렸다.
죽는다. 저녀석이 가진 가면 때문에 죽은 것으로 연기하고, 속이고 했던 모든 결과들이 허사로 돌아갔다.
"아니, 아니야...!"
느릿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최대한 생각을 부정했다.
뒤집힌 판은 다시 한번 뒤집어주면 그만이다. 그 때, 그렇게 그녀와의 판세를 무승부로 돌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떻게?
풍백도, 운사도, 우사도. 강화된 호문쿨루스인 비에고에 막혀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몸 자체에 마력을 억제하는 힘이 있는 건지 광진도 요지부동이다.
내가 답을 찾지 못하고 루그로의 마력이 담긴 손끝이 내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순간,
기적은 일어났다.
"흐아앗!!"
검푸른 하늘이 작열하는 불꽃에 의해 세로로 쪼개진다.
그야말로 주작의 날개. 그것은 하늘에서 섬광처럼 지면으로 낙하해 내 앞의 비에고를 갈라버리고 이내 루그로의 몸조차 이등분 했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불꽃에 양단된 비에고는 재생이 더는 불가능한지, 몸을 차디찬 바닥에 뉘였다. 루그로 또한 몸을 완전히 불태웠다.
"...괜찮으십니까?"
백열하는 시체를 등지며 나를 구한 사람은 다름이 아닌, 요연이었다. 아마 능파나 호지에게 나에 대한 소식을 들은 것일테지.
괴이하게도 내 팔은 테우지 않고 비에고와 루그로의 시체만을 테우는 불꽃을 털어내며 그녀에게 미소지었다.
"미안해 요연.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온거지?"
평소처럼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요연이 나의 감사에 멋쩍은 듯이 고개를 돌려 앞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아니오... 아닙니다."
평정을 되찾고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는 방금전까지 불꽃을 생성시키고 있던 주작검을 검집 안으로 소리없이 밀어넣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나는 떠나갈 때 보였던 그녀의 모습을 상기하고는 입을 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묵직한 감촉이 허리를 얽어왔다.
"아빠!!"
가면의 봉인이 풀린 호지가 나를 등뒤에서 껴안은 것을 확인하고는 요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해도 충분하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물어보아도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눈물로 내 옷자락을 적시는 호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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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끝. 다음부터 에필로그가 들어가겠군요.
여러모로 힘든 편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등장이 적었다는 점에서.
자아아. 열심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