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01화 (1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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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요연

백발의 꼬마. 백능파가 소파에서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지금까지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잡았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이미 아버지의 신호는 금와와 '그 사람'으로 부터 받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머니께 말할 것인가? 아니면, 묵비? 그녀의 할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묵비일 것이다.

할아버지는 치밀하다. 그런 할아버지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곳에 묶여있다면 적은 최소한 '가면'은 가지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것이 소유의 감각을 막는데 동원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게다가 소식조차 이렇게 보낸 것과 주변의 새들이 급증했다는 것을 보면 새는 아마도 적의 사역마. 최소한 이 일대의 도시는 적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쓸데없이 마수들을 풀어서 할아버지의 계획을 망가트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색심명."

빛나는 털을 가진 야수가 몸을 꼿꼿히 세우며 능파의 앞에 섰다. 날카로운 빛의 기세가 허공에 죽죽 그어지는 것을 보고 능파가 미소지었다.

이정도라면 사역마 사냥은 충분하리라. 할아버지의 계획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적의 눈을 가리는 방법. 바로 무차별 사역마 학살. 할아버지가 숨어있을 곳만이 아니라 보이는 족족 부숴버린다면 할아버지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없으리라. 그렇다고 숨어있던 할아버지가 튀어나오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도움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사역마 사냥을 부탁한다. 지금 집세는 그것으로 부탁하는 거야. 보이는 족족 죽어버려. 잡아먹어도 무방하다. 집안의 마수들을 전부 이끌고 카니발이라도 열어. 알았지?"

호지나 요와 함께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마수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자궁에서 나온 마수는 필연적으로 이중성을 갖게된다. 가장 처음 보았던 자에게는 매우 좋은 모습으로. 별상관없는 사람에게는 소위 본성이란 것이 들어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 게다가 마수들은 요와 호지, 요연이 일본에 갔었을 때 이미 그 성격을 경험해보았다. 놀랄 이유가 없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안주인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으실 겁니까?"

안주인. 다른 마수와 달리 모색심명은 산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말투가 특이했다. 특히 호지가 집에 들인 마수 중 첫번째라 호지에게 여러가지 부탁(이라 쓰고 명령이라 읽자)을 받았는데 안주인도 그것의 하나다. 다른 마수들은 아부는 그만해라라는 야유를 보냈지만 이미 그의 입에 익은데다가 두사람이 잘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별 반응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만큼 호지가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요가 죽을 뻔 했다는 것은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는다. 같이 있던 마수들이 붙잡지 않았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박살을 내버렸을 것이다.

능파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안돼. 할아버지의 본 목적은 아마도 적들에게 자신이 완벽하게 죽었다, 그렇게 판단하기 위해 만드는 걸 꺼야. 엄마에게 말하면 어머니는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좋아하겠지. 숨기더라도 분명히 적들에게 들킬 공산이 커."

모색심명은 고개를 숙이며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때, 옆의 금와가 폴짝 뛰어올라 모색심명의 머리위에 앉았다.

"하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사역마 사냥은 나가면 안되지 않아요? 적들에게 우리는 혼란스럽다. 그러니 빨리 치러 와라. 그렇게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요의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혼란스러운 것을 목표로 치고 들어오는 적의 뒤통수를 갈기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사역마를 사냥한다면 자신들이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능파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역시나 궁금했다.

"네 말대로 그렇다면 최고겠지. 하지만 적은 상당한 꼼수를 쓰는 아버지의 퇴로를 막은. 아니, 막을 뻔한 인물이야. 금자궁급의 마수 하나에 은자궁이 둘. 이정도의 마수가 이 근처에 돌아다니는 사역마를 모른다면 그들은 필시 의심하게 될 거야. 차라리 눈치챘다고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주는 편이 나아."

금와는 수긍한 듯 모색심명의 머리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향했다. 모색심명도 능파에게 머리를 숙여보이고 창문을 열어 마수들을 밖으로 인도했다. 그 곳에는 거대한 오색의 구름이 둥둥 떠있었다.

마지막으로 모색심명이 고개를 숙이고 구름에 올라타자 다른 마수들도 올라타기 시작했다. 오색구름에 탄 수많은 마수들이 수십개로 갈라져 곳곳으로 사라져갔다. 능파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소파에 몸을 묻었다.

자신있게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 아닐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제발, 제발 나의 예상이 맞기를...."

양손을 맞잡고 흘리는 그녀의 말에는 깊은 걱정이 어려있었다. 그녀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요의 몸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아니, 남은 것은 하나 더 있다.

"나도, 이제 준비해야 해."

아버지의 퇴로를 막을 만한 인물. 혹은 물건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가면으로 추정하고는 있다. 만일 정말로 가면이라면, 그에 걸맞는 물건이라면. 이쪽도 대응책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일본이나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넋놓고 당했지만 이번에는 쉽게 당해줄쏘냐. 할아버지의 손녀를 얕보지 마라. 그리고, 지원군도 불러야 한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번호를 누르지 않고 본체에 손을 얹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백색의 마력이 스파크로 변하면서 전화기 안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력과 과학을 합쳐서 사용한 이 기술이라면 세계의 끝에 있어도 닿을 것이다.

전봇대 하나 없는 동네라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눈을 감고 기다리던 도중,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의 안에서 귀찮은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님... 이십니까?"

심요연. 그녀가 연락을 받았다. 능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안에 심어둔 마수의 정보를 듣자면 용들을 포섭하러 갔다고 했다. 용들은 특히나 깨끗한 자연을 사랑하는 존재. 전봇대 하나 없는 오지에 갔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도 연락이 닿은 것이다.

"나야. 백능파."

그녀의 대답에 왠지모를 안도한 한숨이 수화기로 흘러나왔다.

"요님께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전 요 며칠간 용들을 포섭하러....."

능파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납치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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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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