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99화 (9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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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소유가 호지의 질문에 고개를 숙였다. 긍정의 표시가 아닌, 부끄러움의 표시다. 그의 반응에 호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부분, 적은 우리나라로 침투하면 바로 그녀의 아버지를 공격한다. 일단은 본목적이 뭐든간에 명분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것에대한 정보는 거의 소유가 갖고 있다. 전에도 한번 못 들은 적이 있었지만(요연과의 두번째 만남) 그 당시에는 피해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피해를 봤다. 그것도 바로 앞마당에서.

그녀로서는 이 정보의 부재를 묵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우리, 한국의 마수들은 대표적인 공통점을 하나 갖는다. 바로 정보통이다."

그 정보통이 어찌되어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리라. 호지가 턱을 주억거리며 계속해보라는 사인을 보냈다.

평소와 같은 잔잔한 목소리로 소유가 말했다.

"그 정보통은 대대로 소씨 성을 쓰고 있지. 눈치챘나? 바로 소유운. 지금은 그가 이번대의 정보통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 없어. 그의 부재는 우리의 정보체계가 완벽히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늘 하루라도 인터넷이 사용 불가능하다면 최소 스무 곳이 넘는 기업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 하물며 사람의 목숨쯤이야.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이 정보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직접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최소한 정부와 관련이 있다면 누가 오가는 지의 유무정도는 알고 있을 터.

"그 후인계획에 정부인사도 껴있다며? 그 유령왕이 없어도 최소한의 감시는 가능할 것 아니야? 아니면 후인이 그 정도의 지위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네가 말한 것에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

"반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되물어서 그것의 진의를 물었으나 그는 호지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 확실히 높은 쪽에 후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래쪽. 그러니까 검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후인이 전혀 없지. 유명한 용병을 고용해서 킬러로 내보내는 것이라면 알지만 전형적인 마법사의 경우에는 알아낼 수가 없지. 그렇다고 그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검문소에서 직접 검사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이쪽도 방심하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의 말에 호지는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후인계획에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청룡이 소유를 믿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그 말에 확신이 갔다(안 믿었던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말에 심증을. 청룡의 말을 증언삼았다). 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더이상 알아낸 것이 없기도 하겠지만 그 행동에는 어렴풋이 소유를 향한 신뢰가 있었다.

설사 아버지의 판단이 틀렸더라도 지금의 후인계획에 이상은 없어보였다. 이들이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계획을 짠 것은 아니리라.

그래도, 방심은 없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한다.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은?"

그녀의 말에 옆에서 훌쩍이던 슈가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슈는 저번의 바다에서 한번 배반한 적이 있던 여자다. 요가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몰라도 그 때는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이번에도 배신자가 있다면 그 때는 누구라도 목을 쳐버릴 것이다.

그녀의 결의에 반하 듯 소유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다. 놈들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마력도 못 잡는 것은 아니야. 그 때, 슈는 정확히 집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내부의 적은... 없을거다."

없다라고 단정짓지 못하는 것은 역시 자신과 슈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럭저럭 인정하고 넘어가려던 호지는 그의 말에서 크나큰 오차를 발견했다. 당하는 것을 못 느꼈다해도 기척이 '사라지는 것'은 느낄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몰랐다?

"거짓말. 너, 알고 있었지? 아버지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더이상 입을 다물고 있다간 무력으로 그 더럽게 무거운 주둥아리를 틀어서 열어버릴 줄 알아. 난 지금, 뭐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니까."

정곡을 찔린 듯, 소유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공허한 듯한, 후회하는 듯한 자주색의 눈빛이 천장만을 응시했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그의 입이 열렸다.

"심요연이 떠난 것을 몰랐다. 방학 때, 그녀는 간혹 자신과 요의 기운을 더불어 감춘적이 있었다. 그런일이 방학 때 번번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덕분에 그 글자를 지우는 것도 상당히 늦어서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해졌지."

그의 말에 소유가 적이 아니라는 안도감보다 요연이 어째서 그랬는 지의 의문이 먼저들었다.

심요연. 그녀는 분명히 요의 누님 일이 끝나고 완전히 동료가 되었을 터이다. 소유의 말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요연도 순순히 믿을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언뜻보면 그녀의 아버지를 좋아하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관심을 주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슈의 기억을 읽어본 바로는 걱정하는 손을 감히 뿌리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방학 때는 기척까지 지우기를 반복했다 잖은가.

호지는 다른 것보다도 그것이 가장 열이 받았다. 자신이 받아본적이 없는 걱정을 그녀는 받았는데 오히려 그녀는 뿌려친 것이다. 물론, 호지도 걱정한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본인이 못 느꼈다.

"그건 그렇고, 왕이 무슨 소리지? 아빠가 왕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모를 뿐. 아빠가 말하기를 '그것은 후인계획의 본 목적.'아니야?"

요 스스로도 그것의 진의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렇게 전투병력들을 모으는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했기는 했지만 전부 추측. 이왕 이렇게 된 것,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빼낼 수 있는만큼 빼내야 했다.

그녀의 말에 훌쩍이던 슈의 눈조차 기이하게 변했다. 그녀도 방금 그 말을 계기로 후인계획을 마음속으로 재검토 할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은... 요를 구해낸 다음에, 이야기 해주지. 이제 너희들도 알아야 할 때가 된 것이겠지. 하나만 말해두자면, '드디어 종지부'다."

이해 못 할 말이었지만 그는 더이상 말 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미련없이 몸을 돌려 밖을 향했다. 지금은 아군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리고, 아직 의문점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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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자잔. 재밌게 즐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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