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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고요가 없는 집안에서는 호지가 볼을 부풀리며 요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먹을 요량으로 저녁밥은 먹지 않은체로. 하지만 그것이 40분, 50분이 지나자 호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학교와 집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대략 10분 정도. 학교와 빵집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5분 거리. 집 근처에서 다시 빵집으로 향했다고 해도 약 30분.
10분 이상의 오차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능파도 말 없이 음식들을 랩으로 싸두고는 있지만 상당히 걱정되는 듯한 눈치였다.
"어머니. 찾으러 가볼까요? 조금... 걱정되는데요."
하지만 호지는 고개를 저으며 능파의 말을 거절했다. 능파는 그 누구보다도 요를 위하는 사람인 호지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이내 왜 거절했는지 깨달았다.
요도 남자다. 본인은 말하지 않지만 계속 구해지기만 하는 입장인 것을 자존심 상해왔었다. 실리를 추구하고 은근히 냉철한 사고를 하고 있는지라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조금씩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왔던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능파는 랩으로 싼 김치를 냉장고에 집어넣으며 근처의 마수, 금와를 불러들였다.
"다른 녀석들도 불러서 일대를 수색해 봐. 이상한 점이 느껴지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고 어머니께는 말씀드리지 마. 알았지?"
금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의 마수가 숨어있는 장소로 폴짝 뛰었다. 능파는 그것을 보고는 가볍게 추적마법을 전개했다. 몇번이고 재발동을 해봤지만 잡히는 것 따위는 없었다.
이럴 경우는 단 두가지. 능파가 쓴 추적마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마법으로 숨어있거나.
죽었거나.
"말도 안돼... 다른 누구도 아닌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는 자기 몸 하나는 건재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분명히... 살아있어."
둘 다 그다지 좋은 경우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두번째가 아니기를 능파는 빌고 또 빌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평소에 하던 인사말을 날리며, 웃으며 돌아오기를.
그렇게 생각하며 능파도, 호지도. 말 없이 부엌에, 거실에. 그저 그 곳에 서서 단 한 사람을 기다렸다.
달이 근처 뒷산에 가라앉도록. 아니, 지금도 요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 7시. 평소라면 요가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두사람은 마중 나왔을 시간임에도 요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호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능파는 넋이라도 나간 것마냥 소파에 앉아만있던 호지가 움직임을 보이자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나, 학교에 가볼게. 기다리고 있을래?"
능파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에 남아있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마침 나갔던 마수들이 돌아오는 기색도 느껴지는 터라 집을 비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금 당장에 돌아올지도 몰랐다. 그것이 말도 안돼는 바램임을 알면서도.
금와가 싱크대에 올라와서 능파를 바라봤다. 하지만 금와의 입은 부들부들 떨리면서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평소에 가장 말이 많던 마수가 입을 다물었다는 것에 지금까지 눌러왔던 불안이 터질 것처럼 솟아올랐다. 침을 삼키며 그의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 집주인님의 피가 다량......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치사량 정도는 아니고 잔상처를 많이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말을 잇지못하고 끄는 금와의 반응에 능파가 답답한 듯 싱크대를 쾅소리가 나도록 내려쳤다. 그녀의 눈에는 평소의 시크한 능파답지않은 흉흉한 기운이 뭉글뭉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금와는 자신을 향한 살기가 아님을 알면서도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가 공포를 가까스로 밀어내며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목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약간... 보였습니다. 약간입니다! 치사량은 아니니까 걱정 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금와는 그렇게 위로했다.
다른 부위도 아닌 목이다. 목은 방향만 제대로 맞는다면 순식간에 과다출혈시킬 수 있는 급소다. 최소 성대만해도 입을 막을 수 있다. 피가 적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멀쩡하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능파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능파는 더이상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물론 어머니가 좋으냐 할아버지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어머니겠지만 고요가 죽는다면, 최소 어디하나 못 쓰게 된다면 분명히 호지는 상처받을 것이다. 능파는, 그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
능파가 주저앉은 채로 천장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는... 말하지마. 자칫하면 우리 목숨도 날아갈지 몰라. 나라면... 그럴테니까."
그것은 자궁에서 태어난 자의 숙명. 장시상천에게 안전을 약속받은 대신 얻은 저주이며 축복. 그것이 이번에 축복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저주로 작용할지는.
"할아버지에게 달렸어요. 돌아와요... 제발."
그렇게 능파가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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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지가 집 근처와 학교 주변을 둘러본지도 벌써 한시간째. 아무런 소득도 없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음에도 그녀는 요가 자주 다니던 길을 몇번이나 왕복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무사하길 빌며 걷기를 또 몇분. 문득,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학교의 정문이었다. 지금은 수업중인지 운동장과 근처에 사람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학교에, 있을지도 몰라. 학교일이 바빴을지도 모르니까."
호지는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며 무언가에 홀린 듯한 발걸음을 학교 안으로 옮겼다.
학교 안에 발을 딛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처음 와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곳에 자신을 걱정시킨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모르게 흥분됬 던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보면 따끔하게 혼내줘야지 하고 결의하며 수업을 받고 있을 요를 상상했다. 저도 모르게 미소지어지는 것을 참으며 1학년 교실이 늘어선 복도를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마침 지금은 수업 중이라 방해하기 힘들기도 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고 2반 복도 벽에 쭈그리고 앉아서 종이 치길 기다렸다.
자신이 온 것을 당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그저, 그 생각밖에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잠시후 종소리가 울리면서 복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2반에서 수업하던 선생님이 나오길 기다렸다. 선생님이 나가고 그녀가 반에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도 한번 찾아온적이 있었으며 요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소문을 나오게 했던 장본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유의 거짓 증언 덕분에 오히려 반 아이들(대부분 여자)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호지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면면히 훑어봤다. 하지만, 바라디 바라던 아버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저기, 아빠는 어딨어요? 화장실이라도 갔나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들어왔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지만 분명히 광진이라도 써서 갔을거라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호지를 배반했다.
"어라? 아파서 쉰다고 그러지 않았나?"
"같이 사는 것은 아닌가 보지. 마침 이곳에 왔으니까 언니가 학교 구경시켜줄까?"
반의 여학생 중 하나가 호지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그곳에 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호지가 주저앉아 있어서 시야의 범위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학교에 와서야, 호지는 겨우 인정 할 수 있었다. 믿기 싫은 일이지만 그것은 일어났다. 자긍심 따위는 버려도 상관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으면서도, 그것이 아버지의 모토임을 알면서도 찾으러가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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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 주인공은 살아있다.
1. O
2. X
2 문제(1번에서 O를 택한 사람만 표기). 살았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살았는가?(주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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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맞혀보시길. 그건 그렇고 추천선작코멘이 필요합니다.(진짜로 코멘은 많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