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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96화 (9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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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도망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일단은 골목길로 도망쳤다. 광진을 쓸 수 없게 된 것 때문일까, 시간이 평소보다도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광진이 아닌 일반적인 강화라 그런지 마력의 효율이 나쁜데다가 소모도 심하다.

내가 한시간정도 시간을 벌면 분명히 호지들은 분명히 나를 찾으러 올 터. 흑룡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호지는 일본에서 청룡도 부쉈던 적이 있다. 족보도 없는 흑룡은 덤벼도 소용없을 것이다.

지원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강화를 단련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마법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력소모가 심해서 노심의 마력생성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 실력에서 광진의 비율이 이렇게 컸을 줄이야.

"풍백..! 우사..! 합격포."

뒤 따라오는 루그로의 머리를 향해 바람과 물의 대포알을 난사했다. 하지만 그 공격들은 루그로의 근처에 가자마자 물풍선마냥 터져버렸다.

본디 삼신기는 광진으로 뇌의 활용도를 높여서써야 본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막힐거라는 것은 예상했던 바지만 풍백과 우사는 마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서 쉽사리 못 막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영창의 일격으로 공격을 부숴버리다니.

"어이 어이.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니까? 정말이지... 가시엥 휘 게스트라."

그의 3음절 영창. 내 발 앞에 돌로 된 다섯개의 송곳이 솟아올랐다. 운사가 가진 흐름파악의 능력덕에 눈치채서 간신히 일격의 앞에 멈춰설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붉은 구슬, 화정을 꺼내들어 내 머리높이로 던져올린 다음에 손가락으로 찔러넣었다. 언젠가 요연에게 쓴 적이 있는 적포. 포의 형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라 관통력은 별로지만 이 정도의 공격은 쉽사리 막을 수 없으리라.

콰아아앙!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것은 루그로도 막을 수 없는지 가면의 거인을 앞으로 내세운 것이다.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시간은 벌었다.

"아디오... 크윽!?"

퍼억.

시간을 벌었다고 안심했던 탓일까, 어느틈엔가 내 앞을 막아선 레테의 일격을 복부에 허용했다. 광진의 패널티 덕분에 고통에 몸부림치는 일은 없었으나 강화를 가볍게 뚫고 들어온 그 일격은 내 몸을 멈추기에는 적절했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무릎을 땅 아래로 처박고 등은 벽에 기댔다.

"방금 그건 위험했어. 흥, 하지만... 너무 약해. 영왕은 이길 수 없기에 밖으로 유인해냈지만... 너무 약하군. 가면을 두개나 가지고 온 의미가 없잖아? 아니, 다른 놈들은 인간이 아니니 필요하기는 한가?"

그의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영왕을 유인했다는 것은 유운을 밖으로 유인해냈다는 소리. 어떻게 유인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운이 상당히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목적은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아마 호지나 소유도 표적인 듯 하다.

내가 여기서 지면 표적은 분명히 그 들. 그건 곤란하다. 호지나 소유는 걱정이 없지만 소화나 이린 같이 실전경험이 전무한 녀석들은 자칫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이길 것인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빠른 판단력을 얻었기 때문인지 나는 포기가 빨랐다.

"뭐야, 포기한거냐? 최대한 발버둥 쳐보라고? 나야 목숨이 파국에게 묶여있다지만 너는 아니지 않나. 응? 빨리 덤벼보란 말야."

그는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듯이 그렇게 외쳤다. 덕분에 나도 이길 수 있는 방도가 하나 생각났다. 허리춤에서 단검을 루그로에게 보이지않도록 뽑아들며 거기에 몇가지 아이템들을 부착시켰다.

그래도 얼굴은 포기한듯한 기색을 지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흥이 가신 듯 혀를 차고 손에서 숏소드 하나를 소환해냈다.

"쳇, 질렸다. 날 죽이지도 못하는 놈에게는."

무력한 척, 가만히 벽에 기대어 누워있는 나의 머리에 검이 떨어져내렸다. 그 순간, 공격과 동시에 열린 루그로의 틈에 단검을 던져넣었다.

"큿!"

상당한 반사신경으로 볼이 스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뒤의 레테는 예상 못한 일격이었는지 가슴팍에 단검이 꽂혔다.

날아드는 검이 목에 닿을 때 쯤, 여러 마법파장과 함께 레테가 있던 공간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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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겅.

목이 굴러떨어지자 루그로가 뺨에 묻은 녹색기운이 담긴 상처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쳇, 이거 파티아(강화인간)용의 독인가.. 이런 걸 어디서."

그가 알기로 대(代) 파티아의 독은 현재 제조법이 사라진 비술 중 하나였다. 덕분에 남은 목표들을 치러가는데 시간이 걸리게 됬다.

"이거 참. 이틀은 걸리겠군. 이만한 독을 도대체 어디서... 짜증나게. 그건 그렇고...."

루그로가 폭발해버린 벽을 처다봤다. 단검에다가 뭔 장치를 해놨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마력파동이었다. 그래서인지 레테는 시체조각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다른 자아가 만들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다른 자아와 하나라는 의식이 있었다. 자신이 만들지 않아도 씁쓸했다.

그가 이면의 자아에게 선언하듯 입을 열었다.

"독은 내 관할이니 내가 잠시동안 몸을 쓰겠다. 그리고... 저놈의 목은 어쩔까나?"

놀란듯이 눈을 부릅뜬 그 모습은 그가 보기에는 상당히 추했다. 아니, 아들이나 다름없는 놈을 죽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요의 머리를 집어들어서 공놀이하듯 허공에 던져올리며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하늘에서 검은 선 같은 것이 모여들면서 머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머리가 중력의 법칙에 의해 그의 손으로 돌아왔을때에는 시커먼 상자로 변해있었다.

"레테.... 는 죽었지. 음.... 별 수 없나. 집적 쓰는 수 밖에. 가자 비에고. 마스크 자이언트. 빨리 독을 회복하고 싸울 날은...."

그가 말꼬리를 흐리며 독이 회복되는 순간의 연산을 시작했다. 힘을 되찾고 여러가지 방도를 세우려면 최소한 삼일이 나온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토요일 저녁. 그 날이 라스트매치다. 그러니까, 일단은..."

그가 그렇게 말할 때 비에고가 입을 열었다.

"경고. 할거야?"

백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부드러운 음성. 루그로는 짤막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확실히 그의 취향은 경고하고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명이 죽은 것이 곧 알려질 터.

살일경백. 하나를 죽여 백에게 경고를 한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정보에 의하면 적들은 상당히 육왕을 위한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형태의 '경고'를 해도 좋으리라.

"희망을 쥐어주고...."

손에 들린 상자를 흔들었다. 안에든 머리가 상자의 벽과 부딫혀 딱딱한 타격음을 냈다.

"절망을 선사하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비에고에게 대답하고는 루그로는 밤의 어둠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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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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