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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키우웅.
집앞의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직전, 주머니안의 무언가가 진동한다.
"어라? 이건, 텔레파서... 호진가?"
황동에 미스릴을 3 대 1의 비율로 합성해서 만든 쇠판.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멀리있는 누군가와 의사를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점이라고 해봤자 무겁고, 단 한사람밖에 안된다는 점이 있지만 핸드폰이 없는 나를 위해 만든 것으로 상당히 쓸만한 물건이다.
텔레파서의 홈을 손톱으로 긁자 귀안으로 마력선이 흘러들어갔다.
"아, 아빠? 오시는 중에 부탁이 있는데..."
아마도 위험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안도감이 물씬 깃든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케잌? 라스베리? 블루베리?"
말을 하지는 않아도 호지의 어투와 분위기를 보면 원하는 것이 뭔지 쯤은 안다. 그녀가 생각을 간파당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소소한 미소를 냈다.
"헤헤헤. 라스베리! 이만 끊을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는 바로 텔레파시를 끊었다. 아직 일본에서 번 돈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에 슈 생일 선물도 사주고 하다보니 돈도 별로 없다.
나는 내 주머니의 잔고를 생각하며 거의 다 온 집에서 발걸음을 돌려 빵집으로 향했다.
빵집은 학교너머에 있기 때문에 필히 학교를 지나쳐서 가는 게 필수. 잘하면 퇴근하는 소유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지나쳐서(애석하게도 만나지 못했다) 빵집 앞으로 갔다. 문을 열자 띠링하는 종소리가 악마의 종소리처럼 들렸다.
"어라? 악마의 종?"
주변을 둘러봤다. 카운터에도, 유리창밖의 도로에도. 사람은 없었다. 예전에도 이런적이 있었지. 아마 요연이 날 구해줬던가.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일본에 일로 그들은 분명히 암살자를 보내도 소용없다는 것 쯤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알면서도 계속 적들을 보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갑자기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후인계획. 어째서일까, 협회와 우리나라의 마수는 정말 전무하다싶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유의 말은 믿을 수 없지만 요연이 했던 이야기이니 확실하리라.
만약, 아주 만약에. 협회에서 암살자를 보내는 것이 이미 계획된 것이라면? 말도 안되는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소유가 배반룡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아쥴이 지금은 이해한다고 했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소유는 최소한 두번째들을 '구하려했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세번째인 우리를 해할 가능성은 적다.
계속 생각을 하던 도중 설득력있는 가설이 하나 떠올랐다.
흑기사단 혹은 그것의 배후. 일본에서 청룡은 말했었다. 적들은 알아서 찾으라고. 대략 그 '적'이라는 것이 흑기사단이라고 가정한다면 가설은 설득력을 갖는다.
일단 브류나크. 그것은 어느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골수 협회파. 그런 가문이 가진 물건을 이상한 놈이 들고왔다? 그렇다면 협회자체가, 우리의 적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협회가 함락된 것이거나.
전자라면 모를까 후자는 위험하다. 몇백년이나 된 조직을 지배할 수 있는 배후라면 상당히 강할 터. 하지만 청룡의 또 다른 말이 걸렸다.
'어차피 너희의 손바닥안이겠지만.'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무슨의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설마 '전력차'는 아닐 것이다. 가까이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가장 의심가는 것은 소유다. 두번째를 지키려했건 안했건 칭호는 배반. 가장 가능성이 높다.
"칫, 아무것도 모르겠어. 일단 부딫쳐 볼까나."
그렇게 말하며 유리문을 열었다. 밖은 세상이 정지라도 한 것처럼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기계회가 이루어진 이 도시에 정적이라니. 정말 어울리지않네라고 생각했다.
문밖으로 걸어나왔지만 저번처럼 어느 건물로 날라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왠지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조용한 세계 그대로다.
인간은 물론이고 나태함의 상징인 비둘기도, 현대인이라면 질색하는 벌레도.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적조차도.
"설마, 패러렐 월드로 날려온건 아닐테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뱉으며 혼자서 킬킬댔다. 웃긴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위한 웃음이었다.
어디서 적이 공격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온몸을 죄어왔다. 풍백을 전개했지만 사방 백미터안에는 잡히는 것이 없다. 그렇게 느낀 순간. 백미터의 경계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삼미터는 되어보이는 거인 하나와 두명의 남자로 보이는 것이 둘. 그리고 내 나이또래의 여자가 하나. 도합 넷. 나의 상대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로?
최대한 넓은 거리를 곳으로 자리를 바꾸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몇초 뒤, 그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이 보이자 나는 그들에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가장앞에 잡상인같은 차림새의 남자가 가장 급이 높고, 그 뒤에 수행원처럼 뒤 따르고 있는 사람이 그 다음. 가장 뒤의 천으로 온몸을 가린 거인과 소녀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호오. 육왕치고는 자신감이 넘치는군. 아니, 적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인가?"
가장 앞의 갈색머리 남자가 비꼬듯이 중얼거렸다. 명백한 도발. 하지만 나는 그것에 넘어갈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다. 그리고 그의 말 중 한단어가 나의 관심을 잡아 끌었다.
육왕. 내가 '왕'이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육'왕이라니? 그 단어로 추정할 수 있는 가설은 두개.
왕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앞에 붙은 육은 아마도 무슨 왕인지를 의미하는 것이리다. 솔직히 왕이 아니라는 가설은 이미 의심하고 있던 가설이었다. 첫가면을 유운에게 넘겼을 때, 그녀석은 분명히 '영왕'이라고 했었다. 지금 것으로 확신이 들었다. 왕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앞에 붙는 육. 유운의 영은 그나마 이해가 갔다. 소씨가문은 대대로 영혼을 관리하고 다뤄왔던 가문. 이해가 가지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육이다. 숫자의 육인지 몸을 가리키는 육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의 육인지. 무엇을 의미하는 육인지를 안다면 아마 많은 의문점들이 풀리리라.
그들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육왕치고는 이라. 육왕이기에 그렇다고 말해줄 수는 없나? 누군지도 모르는 해외의 마법사씨?"
내 말에 그가 손을 이마에 얹었다. 잊고 있던 것이 기억났다는 투의 몸짓이다.
"이런. 그런 길고 재미없는 이름은 필요없어. 나의 이름은 루그로 테피시아. 협회최고의 기술자지. 이 뒤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내 걸작품이야. 뒤의 이 아이는 호문쿨루스(플라스크 안의 소인) 비에고, 이 양복의 남자는 레테, 저 거인은...이름이 없지만 대충 붙이자면 마스크 자이언트라고나 할까."
육왕에 관련된 단어를 꺼낼 줄 알았던 나로서는 솔직히 맥 빠지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놀랐다.
호문쿨루스라는 것은 연금술을 익히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호문쿨루스는 플라스크 안의 환경에서 존재할 수 있다. 그외의 공간은 물론,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물고기를 구름에 던져놓는 것과 진배없는 행위.
그것을 플라스크밖으로 빼낼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창조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것. 이제야 이 적은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