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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89화 (8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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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3

여러가지로 시끌벅적했던 찻길이 끝나고, 우리는 학교 정문앞에 도달 할 수 있었다. 각자의 집에 대려다 주기에는 기름값이 올랐다며 선생님이 푸념하기에 집까지의 인도는 부탁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발언에 진지하게 외국으로 나가서 앵벌이라도 해올까(일단은 나도 미성년자니까)라고 생각하며 차에서 내린 나는 갈색 머리칼을 자연스럽게 내려 젊어보이는 남자(외국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빙긋.

"어, 어라...? 안면이 있던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가볍게 눈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은 생판 남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친근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얼굴을 조금 들여다 보았다. 자세히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기는 하다. 그것도 상당히 최근과, 무지 옛날에. 그의 얼굴을 봤던 상당히 구체적인 시간대가 생각은 났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정체는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 조수석에서 내리는 소유를 보면서 눈짓으로 이 남자 누구냐는 질문을 날려보냈다.

내가 외국인과 다량 접촉한 것은 마법사들의 세계를 경험한 뒤. 그곳으로 날 끌어들인 소유라면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비웃 듯이 소유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의 그런 반응에 나는 더욱 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에, 에에에엣!"

여러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에 화투판처럼 나열하다가, 뒤에서 울려퍼지는 소프라노 성악가도 울고 갈 고음에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슈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내 앞의 남자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상당히 질투나는 이 광경에 나는 살짝 고까운 표정으로 그를 아래에서 위로 치켜뜨며 올려봤다. 나의 반응에 그는 입가에 미소을 떠올리더니 미동 않던 입술을 열었다.

"간만에 보는군요 언데드 퀸. 기억은 하는 데 누군지는 모르겠습니까?"

온몸의 혈액, 호흡, 생장. 그 모든 것이 멈추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사뭇 다른 기세를 품은 체 그를 노려봤다.

척보기에도 손윗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존칭을 받은 것은 상관없었다. 외국인이 능숙하게 우리말을 다루는 것도 근래에는 너무 자주봐서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극소수. 아니, 지금 와서는 그리 소수도 아니지만 이상한 것은 이상한 거다.

그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나이차가 극심하다. 중장년인이라면 성장이 멈춘 상태라 구별이 가능했겠지만 나는 청소년이라 불리기 전의, 성장기 꼬마였다. 게다가 그 때에는 상당한 콤플렉스(조금 유치하지만)도 가지고 있던 터라 분위기도, 생김새도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알아봤다고?

나는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도리질치며 부정했다.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나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리라.

나는 가볍게 마력을 순환시키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너무 어깨에 힘줄 필요는 없습니다 언데드 퀸. 그저, 딸아이를 만나러 온 것뿐이니. 뭐, 이 나라에 쓰래기마냥 던져진 것은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그렇게 자조하듯이 키득거리는 그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하려다가 '딸아이'라는 단어에 내 MP3에 담긴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 길시언 앰블레인씨?"

슈의 반응과 그의 말을 대조해보면 나오는 답은 하나. 내가 생각해봐도 왜 이리 그 답이 안 나온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그는 슈의 아버지이자, 선대 시간의 마법사.

"후후후. 지금은 길리안 랑페르제랍니다. 궁금한 것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지요. 우선, 뒷분들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굳어있는 슈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그들 중, 고르곤의 마안을 가장 빠르게 풀어낸 우가 더듬더듬 물었다.

"저기, 며, 몇세...?"

"이번해로.... 56이던가요."

뭔가 미묘한 대답이었지만 그것의 파장은 컸다. 나를 비롯한 소유. 호지와 요연, 능파는 그다지 놀란 기색이 아니었지만 나의 학우들과 선생님(소유 덕분에 별로 놀랄일은 없지 않나?)은 입이 바게트 빵이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내 어깨를 탁탁치며 말했다.

"하하하.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언데드퀸?"

나를 친근하게 부르는 그에게 나는 시선을 주었다. 아리송한 나의 표정에 그는 눈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

"저를 부를때는 '장인'이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상은 니플헤임(최초의 얼음)의 정적으로 가득찼다.

나와 슈에게 떨어지는 날카롭고 무거운 중압감이 그 이유를 묻지 않으면 날 죽이겠다는 통에 나는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입을 겨우 움직였다.

"어, 어째서?"

"그야 제 딸에게 벌써 받으셨다면서요."

그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지가 내 등 뒤에 매달리면서 울부짖었다.

"아빠! 뭐, 뭘 받은거야?! 벌써 그, 그그그그그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도대체 어떤 오해를 한 것인지 의심가는 질문에,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마냥 순수하기만 했던 호지의 과거가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런 감상도 잠시. 뒤에서 울면서 팔로 목을 조르는 호지 덕에 나는 그 날밤에 슈에게 받았던 것이 무엇인지 밝힐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냥 고백 받은 것 뿐이야! 그외에는 아무런 일도 없......"

지는 않았다. 기습 키스를 당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은 호지에게 매일 같이 해주는 것이고(볼에) 요연도 병원에서 한번 해주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친구들에게 고백과 키스를 받았는데 결정도 못 한 놈으로 취급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내가 말을 끊은 것은 그다지 신경 안 쓰는지 추궁은 없었지만 슈의 아버지가 나이를 말했을 때 이상의 파장이 일었다.

목을 조르던 호지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덕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호지가 손으로 눈을 비비며 훌쩍거렸다.

"흐, 흑 훌쩍 힉 후에에엥.... 아, 아빠가 슈랑 벌써 사귀는 거란 말야..? 우아아아앙...."

"아, 아냐! 아직 대답은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울지마. 착하지?"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호지를 안아 올리며 그렇게 부정하자 호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헤헷하고 웃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웃음을 즐길 틈 없이 이곳저곳에서 비난이 날아들었다.

"우유부단해..."

하여의 질책.

"역시 체스와 연애는 다른건가?"

우의 탄식.

그외에 기타등등의 질책들을 받으며(다행히도 능파와 요연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한숨을 내쉴 때, 길리안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날은 술을 먹고 풀죠. 미성년자? 남자라면 술 정도는 할 수 있어야죠. 후후후."

슈가 무언가를 짐작한 듯, 나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도 모르고 그의 뒤를 털래털래 쫓아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의 슈 생일.

나는 술에 취한 상태로 생일에 참석해 그곳에서 잠이 드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 결국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드는 나에게 슈의 비명이 들렸다.

"으아앙!!! 역시 주충(酒蟲)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었어!!!"

미안하다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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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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