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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80화 (8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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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침대위에서 누군가가 찌뿌듯한 몸을 뻗으며 굳은 몸을 풀었다. 그(혹은 그녀)는 커다란 등산가방에서 얼굴크기의 목합을 꺼냈다. 목합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안의 그것은 가면이었다. 보는것만으로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청동가면은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를 아는 그(혹은 그녀)로서는 자신의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자를 해쳐버릴 무서운 물건에 불과했다.

그것은 보물이지만 마물이었다. 그(혹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저 그런 의미밖에 가지지 못했다.

그(혹은 그녀)는 가면을 목합에 집어넣고 그대로 방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은, 무엇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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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닷가 근처의 콘도 사인실에서 호지와 능파랑 뒹굴고 있었다. 요연은 앞으로 있을 전투를 대비해 검을 차고 명상. 요연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않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위험한 일은 아니다.

위험한 일이란 바다밑바닥의 용궁에서 아쥴은 말했던 의뢰를 말함이었다.

크라켄 퇴치.

크라켄은 대형오징어처럼 생긴 마수로 해양마수치고는 상당히 강한편에 속하는 대마물이다. 귀수산인 아쥴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옛날 리바이어던에게 입은 상처덕에 크라켄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했다.

그것까지는 상관없었겠지만 그 크라켄이 이끌고 다니는 열마리의 대왕오징어. 그것이 참전하면 아쥴도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상대가 바로 크라켄이 끌고 다니는 대왕오징어가 되었다. 우리의 상대를 들은 순간 이해했다. 소화의 잡지에 떴었던 전술구사 오징어가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놀러온것이나 다름없는 여행에 싸우게 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걱정할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해봤자 결국 오징어. 전부 크라켄으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고전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요연에게 말했지만 요연의 대답은 나조차 경계하게 만들만한 말이었다.

"일본의 일을 잊으셨습니까? 아무런 전조도 없이 크라켄이 나타나고 귀수산을 습격한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일본의 신 파괴도 흑기사단과 같은 변수가 작용했지. 이번에도 그러지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유도 있고 호지도, 요연도 있다. 딱히 누가 다칠거란 생각은 들지않는다.

"우자자잣...!"

몸을 펴며 허리를 틀었다. 계속 딱딱한 거실바닥에 누워있어서 그런지 근육이 군데군데 뭉쳤다. 뭉친 근육을 스스로 두들기며 풀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이사장실패밀리와 아쥴의 심복(?) 주아라는 소녀다.

"팔자좋게 늘어졌구나. 자, 받아라."

우가 던지는 과자봉지를 받아내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 때, 슈가 쪼르르 달려오며 내 손을 양손으로 꼬옥 붙잡았다.

아직도 나와 호지, 요연이 같은 방을 쓰는 것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처음 방을 배정할 때, 자연스레 사인실을 고르는 나를 보며 여자들이 저질이라는 눈초리로 쏘고 슈는 울먹였었다.

겨우겨우 설명해서 변태로 오인받는 것은 피했지만 역시 슈는 납득하기 힘든 모양이다.

우리는 과자를 풀어놓고 그자리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린은 부끄러운지 아니면 친해지기가 싫은건지 앉지 않았다.

"주아야. 평소에 해안가 위로 올라올때는 어디서 나오니? 그 거대한 모습을 감추려면 상당히 힘들텐데."

"해안가 옆의 곶에서 나와요. 우리가 처음 만난것도 거기고요. 평소에도 자주 거기서 만나기도 한답니다."

슈의 질문에 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와 나름 친해진 덕분이다. 다짜고짜 팔목을 잡은 요연은 조금 꺼리는 모양이지만.

"오, 처음만났을때는 어땠어?"

하여가 감자칩을 씹으며 질문했다. 주아는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받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전에 길을 잃었을때 그곳에서 만났었죠. 그때는...."

계속되는 주아의 말에 우리는 웃으며 그 말을 경청했다. 평소와는 다른 시각으로 마수를 볼수있는 몇안되는 기회다. 다들 주아의 말, 한음절이라도 못들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조용히 경청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고 여러 대화가 오간 뒤, 상당히 오묘한 표정을 짓는 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친구에게 전화 좀 하고 온다."

우가 그렇게 말하며 나가자 다들 자신이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는 듯이 줄줄이 사탕처럼 각자의 사유를 대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수행 계획표나 짜며 다음 전투를 기다릴란다."

수행광다운 하여의 말.

"이만 자러 갈께."

여전히 남을 대하는 게 부끄러운 린의 말.

"나는 멍청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보러간다."

말은 험하지만 남자친구걱정이 심한 소화의 말.

"요,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 좀 하고 올께."

아버지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룰 것 같은 슈의 말.

주아도 인사를 하며 집으로 돌아가버리자 이 방에는 이곳에서 머무는 4명의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능파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눈치챘어?"

"뭐... 나도 눈은 있으니까."

능파가 무겁게 놀리는 말에 나도 무겁게 답해주었다. 나와 능파는 이상을 '느낀'것이다.

우, 슈, 이린, 소화, 하여. 이 다섯명. 대답은 이상할 것 없으나 왠지 불온한 공기가 느껴졌다. 저들만의 사정이겠지하며 넘어가기에는 조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빠, 무슨소리야?"

눈치채지 못한 호지가 내 다리위에 올라오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더운 숨결이 목에 닿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고개를 돌리며 대충 얼버무리려다가 호지의 뚱한 표정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호지를 소파에 앉히고 내가 거실바닥에 앉았다. 명상하던 요연도 내 옆에 와서 섰다.

"방금 모였을 때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것 없었어? 말이라든가, 행동이라든가."

내 질문에 호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는 모르겠지만 행동은 조금... 린은 서 있었고 하여는 왠지모르게 안절부절했어. 그리고.. 슈는 안색이 나빴고 우는 뭔가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소화는 별반응 없던 것 같은데. 평소랑 조금 다르다는 것 외에는 별로."

호지의 말에 이마에 손을 얹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분위기만을 감지했지만 호지는 거의 관찰하디시피 보았음에도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여가 안절부절 진정하지 못했다? 평소에 남자보다 호탕한 걸로 유명한 하여가? 게다가 이상한 질문도 했었다.

용궁으로 가는 법. 그것을 질문했었다. 하여답지 않다.

우는 여전히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딱히 하여처럼 무식한 것은 아니나 생각에만 빠져있는 것은 그답지 않다. 슈는 아버지 생각이라 치고 넘어가고. 소화는 이상한 것이 없다고 했으니 패스.

린은 앉지 않았을 뿐 평소와 똑 같았다.

"분명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내부의 적은 없을 겁니다. 이곳은 일본이 아니지요. 너무 예민하신 것 아닙니까?"

"요연."

뒤에서 이르는 요연을 보았다.

"사생활은 지켜주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쓸데없이 신경 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요연의 말이 옳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법. 내가 관여해도 되는 건 그들이 말했을 때부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침실로 향했다.

내일은 크라켄과 싸워야하니 체력보존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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