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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입
"쉽네."
"생각외로 쉽습니다. 의외군요."
쉽다는 것은 상대적인 거라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이번 전투는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쉬운 싸움이었다. 물론, '생각외'이기 때문에 상처가 없을 정도로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사결을 기대한 그들로서는 매우 쉬운 싸움이었다.
그저 요연의 소매가 잠시 불탄 것과 어깨에 깊은 검상이 남은 것이 끝이었다. 상처가 깊기는 해도 마법적인 작용은 없기 때문에 상처는 용족의 재생력을 생각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단은 생각대로 해보실까."
호지가 날아서 청룡의 눈썹을 밟으며 가면을 지팡이로 떼어냈다. 청룡의 비늘사이에 끼어있는 가면이 떨어져나가자 그녀의 발바닥 아래가 갑자기 횅하니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청룡의 현계(現界)가 풀린 것이다. 가면이 청룡의 이변에 원인일 것이라는 그녀들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둘밖에 남지 않은 폐쇄공간의 내부에 또 다시 청룡이 현계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대비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딱히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대들에게 감사한다. 이것으로 나는 저 '배반룡'처럼 되지 않을 수가 있었어. '왕'에게 죄를 범한다는 것은 '괴롭다고 정해져'있으니."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청룡에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못한 호지가 물었다. 그녀답지 않게 존대였지만 상대방은 십만년가까이 살아온 청룡, 그녀로서도 존대할 수 밖에 없다.
"배반룡은 무엇이고, 왕은 무엇이죠? 괴로움이 정해져있다는 것은 또 뭐고요?"
그녀의 질문에 오히려 청룡이 놀랐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가, 아직 그대들은 알지 못하는 가.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 그것이 '이례'를 일으킬지도 몰라."
"알 수 없는 소린 그만해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당신을 이렇게 만든자들. 그들은!"
계속해서 동문서답하는 청룡에게 호지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하지만 청룡은 그녀의 발언을 깡끄리 무시하며 자신이 할말만을 했다.
"'히탄 그레타리아'. 아니, 양소유. 그를 믿지 마라. 그리고 '정해진 미래'를 믿지 마라.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너희에게 힘이 될거다. 솔직히 내키지않는 칭호지만 용족의 현자로서 보장하지. 그대들은 분명히 '이례'를 일으킬 수 있어. 우리처럼 실패아닌 실패를 하지 마라."
또 다시 동문서답하는 그를 쏘아붙이려다가 양소유라는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호지는 그가 또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양소유. 그는 비밀이 많은 자였다.
고요, 그녀의 아버지도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요와 소유가 만난이유, 대가없는 지원, 은근한 관심.
그런 감정을 복합적으로 몸속에 숨긴체, 이사장이란 타이틀로 움직이는 자다. 하지만 그의 비밀을 청룡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말할 것이다. 소유가 누구고,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
호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뒷얘기를 기다릴 때, 청룡은 또 다시 주제를 돌렸다. 아니, 돌렸다기보다 그녀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며 다른 말을 할 뿐이었다.
"그대들이 지금 알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번째'인 우리가 아니라 '세번째'인 그대들이 결정할 것. 그리고 나를 습격한 자들... 그것은 스스로 찾아라. 어차피, 너희들 손바닥안이겠지만."
그렇게 말을 마친 그는 그곳에서 사라졌다.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이곳은 원래 비어있었다는 듯이.
호지가 알 수 없는 의문만을 남기며 사라진 청룡이 있던 자리를 주시하다가 몸을 홱 돌렸다. 요연조차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저,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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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콰과광!
백색의 폭발이 소리마저 죽어버린 검은 하늘을 비추었다. 폭발의 사이에서 연기를 끌며 밖으로 나온 악신을 보며 혀를 찼다.
방금 것으로 내가 가진 대(代)영신마용으로 변환시킨 물건들이 모조리 소진해버렸다. 아니, 몇개가 남긴했지만 그것은 지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몸안의 마력이 전등의 불꽃처럼 한순간에 사그라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과 동시에 하늘을 부유시키던 마력이 사라졌다.
"엇...?!"
갑자기 대지로 곤두박질치는 몸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리고는 기억해냈다. 나의 마력개방은 내 마력의 근간이라는 것을.
일전에 호지가 이것을 가르칠 때, 경고한적이 있었다. 경고의 내용은,
"오래 쓰지마."
이것이다.
내 마력개방은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한다. 난폭한 마력성질 덕분에 금세 몸안에서 사라져 버린다.어쩔때는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호지는 '방전'이라 불렀다. 그 방전은 마력이 없어지면 일어나기도 하지만 마력량이 적을 때도 간간히 일어난다.
그 현상이, 지금까지 단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그 현상이 지금 일어난 것이다.
"크윽..!"
부유의 술을 계속 사용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몸속에 박힌 노심의 회복력이 사용 최저치에 도달할때까지 움직일 수 없을 것같다.
지면을 향한 시야에 넓다란 대지가 커다랗게 보였다. 악신이 짓쳐드는 모습이 보였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머니에서 붉은 구슬 두개를 양손에 쥐었다. 그 순간, 온몸에 점점이 빛이 새어나왔다. 일전에도 사용한적이 있었던 도깨비 침의 마력화.
이것이라면 부족한 마력을 순식간에 되찾을 수 있다.
땅이 닿기 직전에 몸을 크게 벌려 바람을 받 듯이 허공에 멈춰섰다. 양손이 새하얀 불꽃에 휘감기면서 내 눈앞까지 다가온 악신에게 겨누어졌다.
"포의 형, 화정 부여. 열화포(熱火砲)."
완벽하지 못한 혈문신이라 사용하는 양팔이 부러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통각을 애써 무시하며 손안에서 발현되는 화염을 악신을 향해 밀어냈다.
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불꽃이 대포처럼 쏘아져나갔다. 대영신마용으로 개조한 탓인지 그것을 막는 악신의 도(刀)마저 불살라먹으며 악신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우오오오오!!]
분노에 찬 비명. 하지만 상관없다. 가슴을 꿰뚫렸으니 가만히 두어도 죽을 터.
"사라져라, 악신이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슴에 동그란 구멍을 내며 불타오르던 열화포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악신이, 그 일격을 버텨냈다.
악신이 분노를 온몸에 두르고 달려들어 발로 나를 하늘로 차올렸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확연해지며 의식이 송두리째 날아갈뻔했지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알고도 못 피한것은 조금 아쉽군.. 크억..!"
피를 한움큼 토해냈다.
방금 그 공격은 보탑에 의한 미래시가 알려주었지만 방심했던 탓에 고스란히 맞아버렸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일이다. 이것으로 완벽히 놈을 끝장낼 수 있게 되었다.
부활시킨 마력을 바탕으로 부유술을 펼치며 악신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내 예상대로라면 놈은 날 끝장내기 위해 반드시 달려들 것이다.
그리고 악신은 예상대로 나와의 직선루트를 통해 달려들었다. 나와의 거리가 1M남짓 남았을 때, 발동했다.
뻐어엉!
지면에서 원형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지며 진의 중심에 솟아오른 백색의 격류가 악신을 감싸올렸다. 마력의 폭포에 휘말려 이윽고 몸이 보이지 않게 됬다.
"만든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은 반쪽이지만 가슴에 바람구멍이 난 너에게는 최상의 백제관일거다."
하지만 악신은 백제관의 마력폭포속에서 헤엄치 듯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놈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저항. 저항이 의미가 있었는지, 조금씩이지만 몸이 백제관의 격류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미소지으며 주머니에서 푸른 구슬을 양손에 쥐고 악신에게 돌격했다.
백제관 덕분에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한 악신의 머리에 달해 손의 구슬을 깨부수며 놈의 이마에 냉기가 가득한 양손을 가져다 댔다.
대지에 새겨진 마법진의 선이 그어진 곳곳에 푸른빛이 떠올랐다.
"이건 내 기술이 아니다? 슈드나이라는 녀석의 비전인데 안가르쳐 주더라고. 의외로 마법사다운 녀석이지."
푸른빛이 하늘로 떠오르며 악신을 포위하듯 원형으로 나열했다. 나열한 푸른빛이 점차 현실감을 갖더니 점점 약 10M 크기의 얼음의 기둥으로 변해갔다.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얼음의 기둥이 악신의 전방위에서 미사일처럼 겨누어졌다.
숨을 한번 들이켰다.
"후읍, 하아... 간다."
[우오오오오!!]
악신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어차피 최후의 발악. 이것으로 끝이다.
"스페셜 에디션. 모델(model), 슈."
강력한 냉기가 빙주(氷柱)로 묶이지 못하고 밖으로 퍼져 나간다. 순식간에 가라앉은 기온 덕분에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완전히 진정시킨 뒤, 손안에 힘을 불어넣었다.
손과 놈의 이마가 맞닿은 부분이 얼어붙었다.
영신마에게는 일어날수없는 현상. 하지만 부여를 이용하여 대(代)영신마용 마법으로 만들었으니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만년뢰(萬年磊), 빙뢰옥(氷儡屋)"
얼음기둥이 악신의 전방향에서 꿰뚫었다. 가슴팍을 뚫리고도 멀쩡했다지만 아무리 저녀석이라도 버틸 수는 없으리라.
점점 얼어붙어가는 놈에게서 등을 보였다.
쩌저적.
풍백이 완전히 얼어붙은 악신에게 금이 갔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땅에 발을 디디면서 나를 쳐다보는 용병과 결사들의 보다가 손가락을 튕겨 풍백으로 악신을 강타했다.
"신이라도 나를 상대하려면 한참은 멀었어. 니플헤임에서 더 공부하고 와."
부서져내리는 최초의 얼음(니플헤임)을 배경 삼으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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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입니다.
이것으로 일본편은 에필로그만이 남았군요.
일본편. 재밌으셨습니까?
뭐 이건 넘어가고. 에필로그 다음편부터는 바다편입니다. 이것도 열심히 즐겨주세요.
바다편이라고 해서 여성 캐릭들의 수영복을 원하시는 분이 몇몇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기대는 조금 어긋날겁니다. 왜냐? 한번나오고 끝이니까.
그리고 본편의 내용에서 청룡이 나왔습니다. 뭐랄까, 나름 많은 것을 드러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알수없게된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어찌됬든 추천선작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