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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자동차가 멈추었다.
이케부쿠로역 근처의 호텔, 사쿠라 호텔이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 거점으로 사용할 곳.
건립할 당시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어졌기 때문에 우리가 있을 곳으로 지정되었다.
와타누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화사한 갈색 빛이 우리의 시야를 휘감았다.
"이거, 비싸지 않을까.."
하지만 내부가 잘났든 못났든 나에게는 가격이 중요했다.
와타누키가 낮게 웃었다.
"무료이니까, 너무 부담 갖지마세요."
만세.
하지만 나의 기분과 달리 그의 옆에 선 하나는 매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키를 받아올테니까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로비를 둘러보았다.
교실 몇십개를 붙여 놓은 듯한 넓은 공간. 실제로 보는것은 처음인 천장에 과일처럼 맺혀있는 샹들리에.
어딜보나 고급이 아닌것이 없었다.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려 호지를 보았다. 여전히 귀엽지만 무관심한 얼굴이다. 메이드 복을 보았을때만도 못한 표정이다.
호지가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아빠... 그렇게 보면 부끄러운데."
"응? 아, 미안. 여전히 예뻐서."
슈가 보면 졸도할, 그리고 요연이 들었으면 다리를 꼬집을 말을 하자 호지가 얼굴을 더욱 붉히며 몸을 베베 꼬았다. 호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호지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그때, 와타누키가 다가왔다.
"306호입니다. 거기서 머무시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305호의 하나에게 물어주십시오."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만요, 와타누키씨가 이쪽으로서는 친근해서 편한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지국천을 붙잡아둘 인원 중 하나니까요. 다리를 묶어야 하죠. 그러니, 우리로도 강한분들은 전부 출정해야 한답니다.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하나로 참아주세요. 아직 어린아이지만 아는 것은 많으니 쓸만할겁니다. 아, 그리고 일이 없으실때는 관광가이드 역할도 할겁니다. 이쪽에서 해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편의니까 망설임없이 부려주세요."
하나가 도끼눈을 치켜뜨며 와타누키를 올려보았다.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그녀의 눈빛을 가볍게 받아내고는 호텔밖으로 나가버렸다.
하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오세요."
그녀를 따라 3층에 오자, 하나는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는 로비쪽으로 다시 내려가 버렸다.
"이곳인가?"
'ㄷ'의 형태로 이루어진 호텔이라 1호부터 5호까지, 6호부터 10호까지의 방들이 반반씩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의 방은 번호상 엘레베이터에서 왼쪽의 초입부근.
문을 열었다.
"와아, 내부도 굉장하네. 공짜로 쓰기는 조금 미안한걸?"
내부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었다. 컴퓨터가 없다는 것만 빼면 모델 하우스 급.
호지가 빠르게 신발을 벗고 소파로 뛰어들었다. 요연이 그림자에서 나와서 내가 들고 있는 짐들을 가지고 방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호지가 소파에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아빠, 지금 설명해줄까?"
호지의 말에 이해를 못해 눈만 깜빡거렸다. 호지가 볼을 부풀렸다.
"영신마와 육신마."
기억났다. 광이 이야기할 때 나중에 가르쳐준다고 눈짓했었지.
머리를 긁적이며 부엌쪽에서 의자를 가져와서 호지와 마주 앉았다. 호지가 손으로 턱을 괴며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빠. 소유한테서 수업받는 것, 맞지?"
"응."
"그런데 그런 상식을 왜 몰라?"
소유는 상식은 가르치지 않는다. 마법은 가르켜주거나 하지만, 지식에 대해서는 전혀 수업을 하지 않는다. 아니, 있기는 있었다.
동서양의 가문과 마수분포외의 기타등등.
가르켜주기는 하지만 그것에대한 지식은 없었다. 그저 자습하는 우리들에게 간간히 조언을 해줄뿐이었다.
그 사실을 호지에게 말해주자 호지가 격분했다.
"이사장이 뭐 그래! 따지겠어!"
전화기로 달려가려는 호지를 끌어안으며 말렸다. 호지가 축 늘어졌다. 딱히 아픈것이 아니라, 내 매력(?)에 취한 것이다.
나는 그것에 의문을 가질지언정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불만을 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후인계획(조금은 다른 목적이 있지만)을 우리에게 말했을 때, 나와 슈는 수업을 해주지 않겠다고 소유가 말했었다. 우와 하여가 불만을 토로할지언정 나나 슈는 그럴 수 없다.
호지가 내 품속에서 뒤척거렸다. 호지가 내 무릎에 앉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가슴에 호지의 등이 닿았다.
"흥.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 일단은 육신마와 영신마...."
"둘 중 하나는 제가 설명하도록 하죠. 밥만 얻어먹는 것은 죄송하니 말입니다."
짐을 풀어놓는 것이 끝난 요연이 나오면서 말했다. 호지가 그녀를 보며 으르렁 거렸다.
"필요없어. 용의 지식도 못 이어 받았으면서. 차라리 네가 말하는 것보다 내가 다~ 가르쳐주는 것이 더 나아."
요연은 여전히 무표정을 지우지 않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의 말속에는 불쾌함이 드러나 있었다.
"용의 지식은 없습니다만 당신보다는 나을겁니다. 오인된 옛날 지식을 배우는 쓸데없는 시간은 불필요하니까요. 차라리 현대를 살아왔던 사부님의 개정된 지식을 듣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르쳐 드리도록 하죠."
"뭐야? 힘도 제대로 못다루는 반쪽짜리가!"
요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감투'도 없는 팔푼이인 주제에!"
호지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짓다가 얼굴을 분노에 표정으로 바꾸었다. 요연을 마주보며 서로를 죽일 듯이 꿰뚫어보았다.
호지를 내 앞에 앉혀 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으로 요연의 살기를 받게 되었다.
젠장.
가만히 있기도 뭐했기에 호지의 눈이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을 가리며 요연을 불평 섞인 눈으로 올려보았다.
호지가 조용해지고 요연이 고개를 돌렸다.
"둘 다 그만. 육신마와 영신마는 호지가 설명해 줘."
"아빠~."
뒤에서 껴안은 내 팔을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요연이 절규하는 것처럼 말했다.
"요님!"
불만을 내보이는 그녀에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아. 너한테는 따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그리고 네 말대로 조금쯤은 세월을 거쳐 바뀐것도 있을테니 호지가 말해주다가 수정해주면 돼. 어때?"
"..알겠습니다."
"쳇."
나름 수긍하는 요연과 입을 내밀며 혀를 찼을 호지를 보며 작게 웃었다. 호지가 불만을 떨쳐머리며 내 팔을 요연에게 보여주 듯 끌어안았다. 요연의 안색이 굳었다.
또 다시 그녀들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그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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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책방을 들른 사이 누님에게 연참을 부탁하고 나갔는데 작품정보를 LT로 바꿔놓았더군요..(전편에서 이름만 말하고 그냥 끝내다니!)
덕분에 오늘은 3연참으로 변경.
비축분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있어!
지금 비축분 현황은 일본편이 거의 끝나..가나?
뭐 대충 그런 상황입니다.
어찌되었든, 추천선작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