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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그들의 모임
"캬아아..."
"약속은...키.."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목소리가 한마디한마디 이 곳을 울릴때마다 어둠이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둠속으로 파고드는 한줄기 빛을 잡아, 알속에서 빠져나왔다.
"어...?"
알껍질(눈꺼풀)을 드러내고 가장 먼저 본 것은 어디선가 보았던 흰 천장.
데자뷰가 느껴졌다.
자신에게 현실을 인식시킬 요량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병원이구나..."
내 말에 몇몇의 시선이 느껴졌다. 살의가 아닌, 걱정을 담은 시선이다.
허리를 바이스(고정용 목공도구)처럼 조여오는 감각에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호지가 반쯤 울것같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며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울먹이는 눈동자가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아빠... 전에도 걱정시키더니, 또...!"
질책이 분노로 바뀌고 나를 노려다 본다.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습관적으로 호지를 껴안아버렸다.
"'히약!?'...웅."
조그마한 비명 후, 얌전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런면이 귀엽다니까. 그런데, 비명에 다른 사람의 비명도 겹쳐울린 듯한 느낌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짧은 금발머리를 떨며 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평소의 따뜻한 시선이 아니다.
"호지가, 좋은거야? 그런... 아무리 양녀라도 따, 딸인데!"
이제는 말까지 더듬고 있다.
호지는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슈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런거아냐."
오른팔로 호지를 껴안으면서 자유로운 왼팔로 그녀의 손을 잡자,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분노가 아닌 호의로.
음, 역시 슈는 이 표정이 어울려.
누워있던 시간이 꽤 되었는지 목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상당히 오래잤던 모양이네. 목이 잘 안움직여."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 슈가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고있다.
"목에 능파를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어서라고 생각해."
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에 중량을 싣던 능파가 혀를 차며 왼팔로 기어가며 거주지를 변경했다.
뭔가 매우 아쉬운 어투다.
"할아버지 목이 따뜻해서 좋았는데..."
...지금의 나는 환자라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호지가 잠들었는지 잠꼬대를 작은 입술 사이로 흘려보냈다.
"음냐.... 아빠...."
나는 침대도 아니다.
심심한지라 TV를 켤 요량으로 시선을 돌렸다.
침대옆의 탁상 위에서 리모컨이 보였다.
자그마한 불평은 접어둔 체, 능파가 거주하고 있는 팔을 들어 탁상에서 리모컨을 집어올렸다. 능파 나름의 배려일까, 팔에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손을 놓는 슈가 매우 안쓰러워 보였기에 TV를 켜자마자 다시 슈에게 돌려주었다.
슈가 손등에 볼을 댔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예, 사건현장입니다. 한 아파트단지의 인근공원에......"
그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TV를 꺼버렸다. 어떤 무서운 말이 나올지 두려웠다.
'뭐, 들키지는 않았겠지만.'
설사 들켰더라도 호지가 알아서 처리 해놓았으리라.
잠시간의 평온을 만끽하던 그 때, 문이 열렸다.
"일어나신 모양이군요. 다행입니다."
같은 나이대(이것을 누님에게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설마 스물도 안되었다니)의 목소리치곤 딱딱한 말투.
그런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한 사람 밖에 없다.
급히 고개를 문쪽으로 돌렸다.
과일 바구니를 팔에 걸고 나타난것은 예상대로 심요연이었다.
그녀가 병실안에 들어오자 병실의 기온이 몇도는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느낌이 아니구나.'
슈가 내 손을 놓고 어느샌가 여왕의 증표를 꼬나쥐고 있었다. 잘하면 찌를 기세다. 알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왕의 증표는 창이 아니다.
나 누구한테 설명하는 거지?
일단은 환자이기에 이런상황은 내키지 않았음으로 슈의 팔을 잡아내림으로서 그녀의 전기(戰氣)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괜찮아, 오빠믿지?"
말하면 반드시 차인다는 그 기술이 내 입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내 단어선택외에는 별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며 여왕의 증표를 없애버렸다.
문화의 차이를 지금 느끼고 있다.
요연이 살짝 삐딱한 표정으로 날 노려본다.
아, 요연은 한국인이지.
"...바람둥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요."
내가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보기는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나는 솔로부대 넘버 666을 자랑하는 분이거든? 아, 뭔가 불길한 숫자.."
과장되게 얼굴을 감싸쥐었다.
물론, 이것은 말뿐으로 정말 부대원은 아니다.
그녀는 앞의 말을 완전히 배제할 생각인지 고개를 털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강하더군요, 당신. 그 여자의 동생이니 약할 것(나를 일반인으로 알고 있었다)이리라 생각했던게 잘못이겠죠... 하지만."
"만?"
그녀의 끝말을 따라했다.
뭔가 불길한 말을 내뱉을 것만 같다.
"그것은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이야기. 제가 기댈만한 재목은 되지 못합니다. 패배는 인정합니다만, 기댈만한 사람으로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말에 내가 반박하기도 전에 슈가 창처럼 소리를 내질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소리야! 요가, 요가 그렇게 분투했는데.. 약속이 다르잖아!"
"약속? 어찌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조건은 '제가 만족할 경우'입니다."
슈가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눈이 '진짜?'냐고 묻고 있다.
딱히 숨길일도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슈는 분한 표정으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요연이 내 쪽으로 다가와 양손으로 왼손을 감아쥐었다.
부러뜨리거나 하려는것이 아닌, 단순한 호의의 전달 용도.
그녀가 감아쥔 손에 이마를 대고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는 많은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평탄한 어조지만 의문문이라 생각하는 말을 내뱉었다.
"당신의 팔에 있는 백룡도, 품안에 있는 도깨비 아가씨도 최소한 당신보다는 강한 자들이겠죠. 하지만, 당신에게 기대고 있군요. 당신에게는 제가 모르는 다른 힘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착각이다.
나는 운좋게 호지를 만났고, 능파는 호지가 데리고 온 아이다. 나에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한마디 말하고는 말을 이었다.
"뭐, 어찌되었든 상관없나.... 당신은 제가 이곳에 머물면서 당신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하시겠습니까?"
누나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요연을 죽이지 말아줘. 되도록 너와 요연이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나는 무언가 쑥스러운 말을 내뱉는 것처럼 볼을 긁적였다.
"친구...로 대해줄거야."
"친구입니까. 좋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에게 기대어 살아보도록 하죠. 그리고, 당신도 제게 기대어 주십시오. 당신은 약하니까, 제가 지켜드리지 않으면 아니되지 않습니까?"
뭐랄까, 남자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는 한마디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의 표시
조금쯤은 이리될것을 알고 말한 것같아 미안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의 손을 맞잡는 것으로 미안한 감정은 떨쳐버리기로 했다.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인님."
공간이 얼어붙었다.
그것은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얼음이 토해내 듯 소환해낸것은 길다란 얼음의 지팡이.
슈가 여왕의 증표를 소환해낸것이다.
지팡이가 요연을 겨냥했다.
"무무무무무, 무슨 소리야! 주, 주인님이라니. 21세기..가 아니라, 왜!?"
"히스테리 부리지 마십시오. 그저, 책임져주시리라 믿을 뿐입니다."
팔에 감긴 능파와 슈가 '책임'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각자 분노, 의혹의 감정을 내비치면서 눈빛으로 나에게 정황을 부탁했다.
그래봤자 나는 모르는데.
요연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처녀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 누구였죠?"
분명 싸울 때 가슴팍을 친적이 있고 사룡의 단말마때에 화기를 집어넣은 다리로 그녀의 가슴팍을 찼으니, 처녀의 가슴에 불을 지른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은...
"할아버지, 최저."
"거, 거짓말.."
매우 심각한 오해를 부른다는 것이다.
내가 변명할 요량으로 손을 내저으려는데, 요연이 양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점점 얼굴이 가까워졌다.
얼굴사이의 거리가 1CM도 남지 않았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쪽.
"이것은, 선물입니다. 여성의 첫키스를 받아가셨으니 댓가는 스스로 지불하시리라 믿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오도록 하죠."
볼에 옅게 홍조를 띄우며 입가에 미소를 걸고 문밖으로 대사를 마친 배우처럼 퇴장했다.
공간이 얼어붙는다.
눈앞에 수차례 나타나는 저것은 분명, 얼음기사.
슈가 울것같은 얼굴로, 어느샌가 슈의 목에 감긴 능파가 눈에 불꽃을 태우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댓가... 오라질년."
분명, 이것으로 댓가가 끝이길 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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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나온 요연이 무언가 이상한 낌세를 느꼈다.
어렸을때 자주 느꼈던 그 느낌, 복제공간.
검을 뽑아들 요량으로 자세를 숙였지만, 검이 잡히지 않았다.
'부러졌었죠...'
사룡의 단말마 이후로 그 검은 가루가 되어버렸기에 지금은 무기하나 없는 처량한 신세다.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일이 있어서 불러들였네. 살기는 거두지 않겠나?"
운천이 복도 끝에서 걸어나왔다. 허리에는 네자루의 검을 동여맨채다.
하나하나가 사룡의 검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보구다.
"그런것을 가지고 왔으면서 경계를 하지말라는 건 무슨의미입니까."
"아, 이거? 자네 것이라네."
"내 것?"
그녀의 반문에 운천이 허리에 두른 네자루의 검을 풀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청색의 장검, 백색의 장검, 묵회색의 짧은 광도검, 적색의 곡검.
하나하나가 사룡의 검 이상의 신비를 보이는 무구다.
그녀가 검을 받아들이자 운천이 말을 시작했다.
"사신검.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의 신검이지. 아가씨한테 드리지."
"이것의 저의가 무엇입니까."
그가 손사래를 쳤다.
"저의라니, 그런 망발을. 그저, 그대가 와... 고요를 지켜주었으면 할 뿐이네. 그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니까."
"의심스럽지만, 고맙게받죠."
그녀가 소드 벨트를 몸에 두르자 백호검과 청룡검은 등뒤에 교차되서 걸렸고 주작검은 허리에 사선으로 걸렸다. 현무검은 허리 뒤에 가로로 걸렸다.
"그런데, 주작검은 검이 아니라 도..."
"검일세."
"하지만 아무리봐도..."
"검일세."
"이 휘어진.."
"검일세."
"이..."
"검일세."
운천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주작검을 검이라 주장했다.
딱히 사심이 담긴것이 아닌, 검공(劍工)으로서의 사소한 고집.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손톱으로 그어버렸다. 허공이 갈라지며 생겨난 오묘한 빛이 일렁이는 공간에 발을 딛으며 한마디 내뱉고 사라졌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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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원장실.
하군과 유운이 앉아있었다. 딱히 병 때문에 온것은 아닌 듯, 유운의 안색은 편안하기만 했다.
철컥.
문이 열렸다.
"일은 끝났습니까?"
하군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운천을 맞으며 질문했다.
"아아. 사신검주도 찾았으니, 이제 남은 사람이 몇이나 남은거지?"
유운이 편 손을 하나하나 접으며 말했다.
"각성을 끝낸사람이라면.. '육왕', '사신검주', '영왕', '동방불패', '성녀'... 5명을 찾았으니 6명남았군요,"
하군이 질문했다.
"'칠흑검주'와 '백색아성'은 왜 빼놓은 거지?"
"말했잖습니까, 각성이라고. 왕을 만나서 자신의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있으나마나 아닙니까. 백색아성은 알아서 온다고는 했지만요."
유운의 말에 운천이 긍정한다.
"맞는 말이야. 칠흑검주 그녀석만 전선에 서준다면 이쪽도 한결 편해질텐데."
하군이 고개를 저었다.
"미쳐버린 전사를 제대로 다룰수있는 것은 왕뿐인데... 이 나라로 안오니 어쩌겠습니까."
"마인사냥꾼이라는 자식이 정작 마인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다, 무서운것일지도 모르지요."
유운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 했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탁 쳤다.
"'소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을래. 벌써 그 얘기야? 아직은 멀었어."
"그렇습니까..."
그의 탄식과 같은 한숨이 원장실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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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대충 갈길이 정해졌군요. 다음편은 해외로 출발입니다.
그리고 연재주기랑 다르지 않으냐는 분들이 있을 것같은데요. 그것은 '확실히'올리는 날이고 다른 날은 안올릴수도, 올릴수도 있는 날입니다.
대충 이정도로 설명은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천,선작,코멘트를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