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41화 (41/340)

0041 / 0340 ----------------------------------------------

그녀의 과거

나는 사람이 적다고도, 많다고도 할 수 없는 아파트 근처 인공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심요연이 나에게 등을 보인체, 서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기에 나를 앉게 한 뒤,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나 또한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아니, 나의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옳으리라.

'어쩔셈일까..'

전까지만 해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얼굴을 싹 바꾸고 구해준다는 것이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이 멸망할때까지 입을 열지 않을 것같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제 이름... 아셨군요."

그러고보니 그녀에게 보쌈(?)될때 낮게 요연의 이름을 중얼거리기는 했었다.

알고 있는 이유가 궁금한 것일까. 아니면...

"분명 그 여자가 가르쳐 주었겠지요."

요연은 누나를 그 여자로 표현했다. 나름 분노가 절제된 표현이지만, 그녀가 그 말을 내뱉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성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어떤쪽이라도 좋습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약간 당황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을 구워 죽일까요, 아니면 삶아 죽일까요?'라고 묻는게 오히려 편할것같다.

내가 계속 침묵하고 있자, 그녀가 참지못하고 말을 이었다.

"분명 모든 사실을 들었을겁니다. 절,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냐에서 원망하냐로 질문의 폭이 좁아졌다. 이제는 조금쯤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널 원망하지는 않아. 아마, 네가 날 죽이더라도 그렇겠지."

그녀가 등을 돌려 나에게 정면을 향하게 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 얼굴에 여실히 들어났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전, 부당한 이유로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사부님의 경우에는 유서까지 받았음에도 당신을 죽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절 원망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조금쯤은 절 원망하는것도... 좋을텐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녀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이 풀릴때까지 무기를 휘두르려한 자신에게 실망해서.

그렇기에 나에게 원망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글쎄? 이유라고 한다면... 이해 할 수 있달까."

내 말에 스스로 코웃음칠 뻔했다.

남을 이해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것은 전설의 성인이 와도 불가능하다.

그녀는 떨리는 얼굴을 그저 무표정의 가면으로 가장한체 나를 주시했다.

"이해입니까. 남을 이해 할 수 있을리가 없죠. 어휘를 정정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외로 깐깐한 아가씨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상대하는 말투와 함께 양손을 들어올렸다.

아마, 지금은 그녀가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는 은연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예, 정정합죠. 공감할 수 있지. 비유하자면..."

전에 호지에게 해주었던 말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누나가 천만명을 죽이고 그 댓가로 누군가에게 죽는다면, 난 그 사람을 찾아서 죽일거거든. 그 사람이 선인이고, 악인이고간에."

그녀는 놀란듯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어깨를 으쓱했다.

"누나는 선악을 떠나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야. 그런 사람을 죽인다면... 나도 가만히 못있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너의 마음에 조금쯤은 공감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가 나를 죽이더래도 나는 날 죽인것에 대해서는 널 원망하지 않겠지. 다른면에서는 모르겠지만."

잠시 숨을 멈추고나서 말을 이었다.

"뭐, 그건 대외적인 이유고. 실제론 그저 내키지 않는 것뿐이야."

내키지 않는다.

그것은 비단, 탄이 빠져나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누님의 언질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그러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녀는 탄식같이 말을 뱉어내고는 또 다시 나에게 등을 보였다.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때까지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자리했다.

침묵으로 점철된 둘만의 공간에 내가 먼저 운을 땠다.

"너도, 조금은 보여 줄 수 있지 않아? 너의 생각같은것."

내가 말을 끝맺자 또 다시 침묵이 자리했다. 그리고 무거운 침묵을 밀어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저는... 기대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그녀를 흉내내 듯,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요연은 신경 쓰지않고 말을 이어갔다.

"부모님이 죽기전까지 부모님께 기댔고 할아버지가 죽기전까지 할아버지께 기댔습니다. 그리고... 사부님에게 기댔고요. 하지만...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모두.. 사랑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여자를 공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한이 담긴 말을 길게 뽑아내었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들어갔다.

"저는, 죽고싶었습니다. 그녀에게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옳은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 죽일생각이 없었습니다. 매번 죽이려들어도, 그저 땅에 눕히는 것이 끝이었죠. 그것이 저는 불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부님이 돌아가셨을때, 유서가 있었음에도 머릿속에 담기만 해두었던 말을 내뱉었겠죠."

그녀와 내가 동시에 그 말을 내뱉었다.

"'네년이 나의 소중한것을 빼앗았듯이 나도 네년의 소중한것을 빼앗겠다.'"

공명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리의 한마디.

그녀가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무표정의 가면을 되찾았다.

"그래서 당신을 죽이려 들었습니다만... 분명 당신을 죽이려하면 그녀라도 저를 죽여주리라 생각했는데, 오지않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당신을 죽여서라도 그녀의 손에 죽겠다고."

그녀의 눈에서 작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 눈물에 담긴 감정은 무엇일까.

회한? 통곡? 슬픔?

그녀가 다시 등을 보였다.

나에게는 더이상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는 듯이.

"어찌되었든, 당신을 죽이려는 이유는 이것이 끝입니다. 외적으로는."

그녀가 다시 나에게 정면을 향했다.

요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린것같았다.

"내적으로는 그저 변덕이지만요. 이번에 구한것도 합쳐서."

나와 똑같은 가벼운 어투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일이 끝났다는 듯이 등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버리려는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에 손을 황급히 놓아버렸다.

왠지 모르게 지금 헤어져서는 안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슈의 기분을 알것도 같았다.

"...어디가?"

"저도 일단은 인간이니까요. 먹고 살아야하기 떄문에 취업을 했죠. 걱정마시길, 이번처럼 습격이 늦지는 않을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이 서서히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누나에게 요연의 이야기를 들었을때부터 생각해왔던 한마디를 말하기로 결심했다.

"요연, 주제넘은 말일지도 몰라. 그래도, 혹시라도 나에게..."

그녀의 발이 멈추었다.

나의 말도 멈추었다.

요연의 시선에 침을 삼키고는 무슨 전세계 인간들에게 단식선언이라도 하는 것같은 어투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한마디를 토해냈다.

"나에게 기대어 보지 않을래?"

그녀가 나를 바라보던 시선의 분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화내는 것같은 어투로 나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요연은 그렇게 한마디를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언뜻 얼굴이 붉어보인것은, 착각이겠지.

"당신은 안됩니다. 당신이기에 안됩니다. 당신은 너무 약해요, 제가 기댈만한 재목이 되지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생사를 걸어야 할 만큼 약한사람에게 제가 기댈정도로 저는 싸구려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험해볼래?"

"시험?"

그녀의 물음에 사악하다고 생각될만한 미소를 지었다.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장을 꺼내어 한장을 뜯어버리고는 거기에 적었다.

9일 뒤, 9시에 공원에서 결투.

그것을 내밀자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메모지 안을 굴러다녔다.

"결투장입니까?"

"그래, 내기가 걸린 결투장이지. 내가 지면, 내 목숨을 주마. 하지만 네가 지면 너는 나에게 기대면 되는거야. 설사 내가 이기더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기댈 필요는 없어. 그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되지. 어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내가 준 종이를 고이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째선지, 그녀가 내 제안에 기쁜 것같은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후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녀의 등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 그녀를 보고있었다.

==============

예, 아이젠입니다.

퓨전란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마 주말에 옮기겠죠.

그리고 이번파트 비축분이 완성~ 다음 파트이야기를 지금 막, 쓰고 있습니다.

예~ 해외로 출동입니다.

이것은 제쳐두고, 제가 이번편에서 가장 길게 쓴 것이 전투씬입니다.

전투씬으로 한편을 어떻게 채워라며 비명을 지르는 것도 옛말.

전투씬이  3편이나 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떤분이 말하시길, 주인공 발린다라고 하시더군요.

이번 전투에서는 나름 멋진(?)모습을 보실수 있을겁니다.

그날을 기대하며, 리플과 추천과 선작을!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