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31화 (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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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포고

생각외로 내 간음(?) 사건은 허무하게 끝났다.

갑자기 소유가 들어와서 호지에대한 설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설명이라 함은.

"호지? 아, 그 아이.. 불쌍한 아이지.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은 후로 가장 처음 본 사람인 고요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거든. 남에게 할 얘기는 아니었겠지. 간혹 외로워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너무 박대하지는 마라."

당연히 구라다.

하지만, 학우들은 쉽게 믿었고(주동자인 경홍이 수긍했으니), 너무나 쉽게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여차저차해서 폭풍같은 하루가 지나고 이사장실에 들어섰다.

책상과 양 구석에 세워진 학교를 상징하는 깃발이 있는 전형적인 이사장실의 모습이 보이고, 일그러진다. 평소에 우리가 모였던 거대한 공동의 중심에 소유가 은빛몸체로 똬리를 틀고는 길쭉한 몸을 물결쳤다.

소유가 우리를 발견하고 입에 물고있는 것을 건넸다.

조그마한 종이조각이 내 손에 잡혔다.

침은 안 묻었군.

"이게 뭐야?"

"편지다. 애석하게도 영어는 배운 기억이 없어서 해석은 못했지만."

대외적으로 이사장인데 그래도 돼?

슈가 내 손에서 편지를 쥐고는 읽어내렸다.

"go yo... 요거네."

자세히보니 국제 편지다.

부모님은 아니다. 회사 이름이 다르니까.

일단은 뜯어서 내용물을 꺼내놓았다.

백색의 A4용지에 영어로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흰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

난 영어를 못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한국어를 냅두고 영어를 익힌다는 것은 어불성설.

슈에게 종이를 넘겼다.

슈가 의아함을 담은 눈초리로 올려봤다.

"나, 영어는 못하니까. 대충 요약해서 읽어줘."

"응. 그러니까...."

슈의 눈이 빠르게 종이의 내부를 훑었다.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최종으로 변한 얼굴은 뭐 씹은 얼굴이다.

슈가 울 것같은 눈망울을 내게 향했다.

"요... 이거, 선전포고야."

뭐?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선전포고라 함은 전쟁을 말하는 것 아닌가?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마법협회에서 왔다는 데... 협회소속의 결사를 괴멸시켰으니 협회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야. 어떡해? 어떡하지, 요?"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신소누 습격사건의 피해자다.

그런데 지들이 날 적으로 하네마네 한단말인가?

"당황하지마라. 그건 그렇고, 왜 나만 그렇지?"

의문을 밖으로 내뱉자 의문에 대답은 위에서 들렸다.

"공식적으로 너는 배경이 없으니까."

컴퓨터의 배경같은 것은 아니겠지.

아마, 소위 빽이라 불리는 것.

소유가 말을 이었다.

"일단, 소누와 치지를 보자. 예상은 하겠지만 이녀석들은 신가의 비호를 받는다. 한국은 마법사들이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니까 척살령이 내려진 것이었을텐데 신가의 일원인 이상, 덤비지는 않겠지."

삼가의 위상은 예상보다 강력한 모양이다.

"용병인 고든과 루카는 숭례문의 소속이니 당연하고."

"남대문을 말하는거야?"

"예(禮)와 무(武)를 숭상하는 곳. 우리나라 삼가의 일원인 운천이 오백 년전에 창설한 세계최강의 무장조직이다. 거의 용병같은 사람들이라 욕을 많이 먹기는 해도 건드리지는 않을거다. 죽고 싶다면 모르지만."

생각외로 엄청난 곳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삼가라는 것들은 뭐하는 것들이지?

"하윤과 하여, 우를 보자. 딱히 빽이 없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있다. 난 이래뵈도 용.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덤빌일은 없겠지."

잘보니 나와 슈를 제외하면 전부 뒷 배경이 탄탄하다.

젠장, 사회의 암울함이여..

응? 그럼 슈는?

내 표정을 읽은 소유가 손톱으로 턱을 긁적였다.

"이녀석은 발견이 되지를 않았어.건물 구석에서 기사만 소환했으니 당연하지."

그런가.

나는 갑자기 떠오른 의문을 입밖으로 냈다.

"로데오와 집법자는 모조리 죽였다는 데, 어떻게 협회가 눈치챈거야?"

"사역마다. 집법자의 사역마. 아마 네크로노미콘을 발견했으니, 편지 아래에 살고 싶으면 책 내놔라고 썼을 걸."

슈를 돌아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미쳤냐, 책을 넘기게. 그건 슈 꺼거든. 일단은 답장을 해야지."

"뭐라고 쓰는거야?"

"전쟁이다, 개새끼들아라고."

내 말에 소유는 잔웃음으로 반응했다.

"재밌는 것을 계획하는 모양이군."

"별 것 없어.. 한국안에 있는 이상, 군대를 끌고 올수도 없으니 남은 것은 암살자. 학교나 하교중에는 우도 함께하니 상관은 없겠지. 집이야 뭐, 호지가 있으니까."

호지가 있다. 그것으로 내 안전은 충분하다

소유가 과장되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이런. 호지를 일찍 눈치채지 말았으면 좋겠는 데. 너무 쉽게 항복하면 재미없으니까."

후후후. 사악한 미소를 짓는 나와 소유를 본 학우들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갑자기 우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스나이퍼는 좀 위험하지 않겠어?"

"그건 아니다. 전의 로데오는 위세가 약해져서 총화기를 씀으로서 위상을 빨리 되찾고자 자존심을 버린거야. 보통은 마법만을 쓰지. 용병을 고용할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로데오는 특수 케이스인 모양이다.

설사, 스나이퍼등의 총기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호지가 도께비침을 강화해서 박아넣은 것 중 전격결계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내가 슈를 손짓으로 부르자 슈가 총총걸음으로 걸어왔다.

손에 쥐고있는 백지의 편지지를 건네주고 내가 쓴 편지를 건네주었다.

"슈, 거기다가 영어로 '적을 삼고 자 하는 멍청이들아. 적의 언어조차 모를까봐 적어둔다.'쓰고 이걸 영어로 번역해서 써줘."

"괜찮겠어?"

"물론."

슈는 망설임없이 휘갈겨 쓰고는 나에게 넘겨줬다. 다 쓴 편지를 봉투에 넣자 스스로 공중에 떠올랐다.

빠른속도로 구겨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유리로 된 새의 모습을 하고는 벽으로 날아들었다.

벽에 작은 파문이 일며 새를 빨아들였다.

"단순한 마법이다. 난이도가 높지만. 부럽다면 수련을 해야지."

소유의 그말에 수업이 시작됬다.

하여의 단조로운 트레이닝과 우의 책 정독.

정말이지 평소랑 전혀 다른 것 없는 하루.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달가닥, 달가닥.

해골이 움직인다는 점일까.

전에 빼앗은 네크로노미콘의 기능 중 하나인 언데드 소환이다.

소유의 말로는 굉장히 궁합이 잘맞아서 줬다고 했다.

슈는 지금 허공에 떠 있는 책을 집고 지휘하듯 몇번의 곡선과 직선을 그려냈다. 해골병들은 일사불란하게 태세를 정비했다.

빠르고, 정확하다.

전에 배운 구속 마법진과 마력고갈 마법진이다.

지금 슈가 하는 마법은 어떠한 물체를 점으로 삼아 거대한 마법진을 형상화하는 기술로, 보통은 마법사들이 공방을 기지 삼을 때 쓰는 마법이다.

점으로 삼으려면 꽤나 강력한 마력을 품은 물체가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의 전용기술이라고 했다.

슈의 경우에는 전부 용아병이니 돈 걱정은 없고.

나는 옆에서 여러가지 기자재 안의 액체를 흔들거리며 섞고 있는 중 이었다.

"연성술은 힘들단 말이지..."

연성술을 배운 뒤부터 압도적으로 늘어나버린 한숨을 내 쉬며 초록 액체가 든 병에 고무 찰흙 같은 것으로 뭉쳐만든 공을 집어넣었다.

공이 따따닥하는 소리를 내며 스파크가 올랐다.

조금씩 색이 갈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간다.

"호지... 너무해."

마력량이 불어나고 마력을 쓸 수 없다니까, 가르치게 된 것이 바로 연성술이다.

동양의 연단술과 서양의 연금술에 뿌리를 둔 그것은, 마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게는 제격이라는 것이다.

"견상야록의 뿔이... 여기있다."

호지가 하숙인이라며 보여줬을 때는 놀랐지. 하지만 그것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뿔 내놔'라면서 망설임없이 부러뜨릴 때는 '내 딸이 언제 저렇게'라며 비명 지를 뻔 했다. 알고보니 영약을 받는 대신이라는 것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놨지만.

나는 옆에 놓인 짤막한 단검으로 뿔을 살살 긁어내기 시작했다.

뿔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가 병안으로 떨어져 약하게 빛을 냈다.

"하아아!!"

"우라챠!"

깡!

강렬한 쇠의 충격음이 공간을 압도했다.

하여와 하윤의 기합소리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싹둑.

어?

엄지 손가락만한 뿔조각이 병안으로 떨어졌다.

치이이이이!!!

너무 많이넣으면...

"포, 포, 폭발한다~~!!!!"

나는 기자재를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던져었다.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던져넣었어도 강화가 걸려있어서 깨질 염려는 없었다.

강렬한 빛을 토해내는 병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꽈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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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저리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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