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22화 (22/340)

0022 / 0340 ----------------------------------------------

과거

소누가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뭐하는 거야? 용서라도 빌려고?

"기도할거니까, 움직이지 말아요. 축복하는데 방해되니까요. 당신이 죽으면 나도 끝이니 최선을 다해 당신을 회복해야죠."

그렇게 말하며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인 뒤, 부드러운 입술을 조그맣게 달싹이며 성가를 외었다. 너무 작게 외어서 입술을 보지 않았으면 외고 있는 지도 몰랐겠다.

그녀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 바닥에서 끌어올려지는 마력이 나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습은 경건하고 또, 아름다웠다.

그 모습은 인세의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천상의 광경.

능력 또한 탁월했다. 마력의 회복속도가 눈에 괄목상대하게 바뀌었으며, 마력개방의 반동으로 나른 했던 몸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과연, 이런 모습이라면 이시대의 성인이라 불리는 건 당연한가.

"굉장하네..."

"이정도는 하지 않으면 교주가 될수없답니다. 요즘 사람은 눈으로 직접봐도 못믿는 사람이 허다 하니까요."

소누가 잔인한 현실을 말하며 일어섰다. 갓 교주가 되었을 당시를 회상하던 그녀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교주라는 것이 쉬울리가 없겠지.

완전히 회복된 몸을 일으켜 세우고 풍백을 전개했다.

바람이 풍백의 제어하에 놓이고, 풍백은 나에게 제어된다. 짙은 바람이 나를 중심으로 약 500M거리를 질주했다.

치지와 같은 탐색범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런 영역에 무언가가 잡혔다.

인간형의 허공이 길쭉한 막대기를 들고 있는 형상.

마법사다. 총을 든 짝퉁.

아직 거리가 있다. 지금은 싸울 힘을 비축해야할 때.

그 때, 소누가 물었다. 우수에 젖은 눈이다.

"당신은 살아남으면.. 하고싶은게 있나요?"

"이런때에 장래희망이라니. 정말이지 분위기 못맞추는 아가씨군."

그녀가 부서진 권총파편을 들어올렸다. 뾰족하게 깨진부분을 나한테 향하게해서.

이 아가씨, 죽일셈인가?

"다시한번 권총에 찍히고 싶어요?"

"닥치고 대답하겠습니다."

풋하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래서, 있나요?"

그 물음에는 뺨을 긁적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 하나 쯤은 있다. 장래희망이라기 보다는 목표같은거지만.

같은 소린가?

"누나를 찾고 싶어. 행방불명이거든. 그 바보 누나가 '마법사가 되서 돌아올께~'라면서 나간지가, 어언 5년. 정말이지 못된누나거든."

그녀는 내 말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평소처럼 화사하게.

이 모습이 어울린다. 이 아가씨는.

"그런 누님을 왜 찾으려하죠?"

당연한걸 왜 묻냐?

"그런 사람 시체는 거름으로도 못 쓸 테니까, 지구를 위해 내가 희생해야지. 가족이니까."

소누가 웃었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

요가 있는 시고건물로 향하는 도로에 1남 3녀의 구성으로 지금 달리고 있었다.

우, 하여, 슈, 하윤이다.

하윤의 탐색마법이 빛을 발해(그래도 실력이 떨어져서 방향밖에 못찾았다) 지금 요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마음에 담긴 불안이 발걸음을 계속 재촉했다. 그렇게 달리던 도중, 코너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하윤과 하여가 무기를 구현화시켰다. 적색과 청색이 눈앞의 3인조에게 겨누어졌다.

눈을 감은 여자와 두명의 외국인이었다.

우가 그들(이랄까, 그녀)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소누 호위다!"

"치지라고 불러주시죠."

그녀의 말에 하여와 하윤이 무기를 내렸다. 슈가 대뜸 나와 치지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았다.

"요는 어떻게 된거야! 살아있는거지!?"

치지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행동에는 미안함과 분함이 담겨있었다.

행동에 새겨진 감정에 잡았던 손을 풀었다.

그녀가 심호흡을 한번하고 간단하게 일축해서 의문에 답했다.

"요님은 소누님과 했던 거래의 대답을 해주러 오셨습니다. 그러던 중, 로데오라는 마법 결사가 침입해 소누님을 해하려 했기에 요님께서 소누님을 데리고 도주. 저는 뒤에 남아 적들과 교전하던 중 뒤의 용병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원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누님이 있는 곳을 찾으러 가는 중 입니다."

학교 쪽 인물들이 입을 벌렸다.

치지는 고개를 까딱이며 의문을 표했으나 입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뭔가 침중한 분위기였으니까.

치지뒤의 루카가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주변을 환기했다.

"지금 당장은 위험한 사람들을 구하는게 급선무요. 지나간일을 후회할 시간따위는 없소. 안 그렇소?"

모두가 끄덕였다.

요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면서 우가 치지를 불렀다.

"치지 씨? 일본도를 주무기로 쓰지 않으십니까?"

"예. 하지만, 싸우던 도중 부러져 버렸습니다."

우가 손을 뻗었다. 그녀가 우의 손을 맞잡았다. 자로 잰 듯, 꼭 맞는 손이다.

우의 팔에서 금빛 호랑이가 일렁이며 생동감을 갖더니, 치지의 팔로 뛰어들었다. 치지의 팔에 호랑이의 문신이 나타났다.

그녀가 팔을 옆으로 뻗자 금빛의 도가 허공에 각인 되면서 치지의 손에 쥐어졌다.

"금호도란겁니다. 그런데 굉장하시네요. 전 불러네는데 3일이나 걸렸는데."

치지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 심안덕이리라.

오감의 확장은 여러부분에서 쓸모가 있는 기술이니까.

치지가 검날을 만지작거리며 감탄 할 무렵, 요가 다시 한번 탄성을 냈다.

"아, 그러고보니."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하윤이 장난스레 말했다.

"뭐야,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은거야?"

"아뇨... 요도 쫓기고 있다고 했죠? 치지씨."

치지가 검지손가락을 검으로 살짝 누르면서 대답했다. 쳐다보지도 않고 매우 무성의하게.

"예. 뭔가 잘못됬습니까?"

"그러면, 일단 두사람의 생사는 걱정 할 필요 없지 않아? 소유처럼 인간이 아니거나, 요가 무기가 없다면 모를까."

슈의 표정을 본 하여가 요의 배에 팔꿈치를 박아넣었다.

요가 컥하는 단말마를 내지르며 허리를 접었다.

"너의 우정은 그정도 밖에 안되냐? 요가 걱정도 안돼? 무려 23명이라잖아!"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전에 요는 그것보다 많은 수를 죽인적이 있는 걸. 운이 좀 따르긴 했지만."

공기가 얼어붙었다.

우의 선언에 모두의 몸이 굳었다.

슈가 뭔가 형용할수없는 얼굴로 우를 봤고, 치지만이 뭔가 이해한 듯한 얼굴이었다.

"확실히,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살인경험이 있지않은 이상에야 없겠죠."

슈가 떨리는 목소리로 우에게 물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낮고 안타까운 어조로.

"무슨 소리를...하는거야? 그럴리가..."

우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13살 때, 나하고 요가 납치됐어. 그리고 내가 고문을 당했고, 그걸로 그녀석이 맛이 가서 간수를 죽이고 총하고 수류탄 뺏어서 쏴죽이거나 터뜨리거나 했지. 살인에 대한 거부감자체는 없을 걸?"

치지가 부정했다.

"말이 되지않습니다. 거부감을 갖지 않을 정도라면, 하루일과로 착각 할 정도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오지 않으면 안됩니다. 용병이라면 모를까."

전문가의 견해같은 한마디.

하지만, 요가 그 말을 부정하면서 말했다.

"보통은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석은 달라. 전생에 아마 엄청난 살인마였을걸. 사람을 첫 살인에 가부감없이 찔러죽이고 시체를 자연스레 방패로 삼고, 그런놈이?"

슈가 소리쳤다. 논리도 뭣도 없는 순수한 감정의 외침.

"사,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잖아!"

하지만 그것에 우가 냉정하게 반박했다.

"그것말고도 두개가 더 있어. 그렇게 나와 요가 도망치던 중, 마지막에 내가 인질로 잡혔지. 요는 망설임없이 쐈어. 그것이 납치범의 미간을 관통했고. 그 다음 시체를 밟으며 광소했지. 본인은 웃은 걸 기억 못하는 모양이지만. 그래서 저녀석, '어렸을 때 무슨 테러조직의 병사로 키워졌구나.'하고 생각해봤는데 다시 생각하니 내가 그녀석이랑 소꿉친구더라고. 결국, 타고난 재능이지."

부정하려던 슈가 입을 다물었다.

부정할 부분도, 뭣도 없었다. 그저, 요가 인간을 죽이는 데 꺼리낌이 없다.

그저 그 뿐이었다.

슈는 그저 묵묵히 요가 있을 곳을 향해 달렸다.

"어라? 어쩌다가 이런말이 나왔지?"

우의 얼빵한 혼잣말에 하여가 우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

바람이 풍백에 전달한다.

풍백이 나에게 전달한다.

밖의 상황을, 적의 전력을,

살아남을 가능성이 한없이 낮았다. 적의 수는 24명.

이길 수 있을까.

등뒤에서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소누가 내 등에 기대어 있었다.

"겁먹지 말아요. 제가 기댈곳이 없어지니까."

매우 이기적인 발언을 하며 내 등을 밀며 나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는 미련이 남지않을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녀와요. 그리고 살아서 돌아와요."

나는 그 미소에 보답하기위해 최대한 환하게 웃었다.

"오냐. 그리고 말야..."

말을 흐리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망울이 빛내면서 나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뒤로 돌아섰다.

"네 장래희망은 뭐야? 나만 말해주다니, 억울하잖아?"

그녀가 대답하려다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뭔가 매우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살아사 나갈 수 있다면, 대답해줄께요."

나는 옆의 커튼을 찢어내며 왼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헛웃음을 날리며 창가에 다가갔다.

"그거 참, 이기적인데?"

창가에 다가서자 나를 발견한 이발이 건물 입구에 서서 부러진 칼을 들어올렸다.

부러진 일본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치지의 패배.

"그 빌어먹을 여자는 처리했다!!!"

그 뒤로도 이발이 뭐라 더 말했지만, 듣지않고 창가에서 물러났다.

그 때까지 몸을 지탱하던 치니라는 기둥이 사라지자 소누의 몸이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얼굴을 잡아 내 얼굴에 가까이 했다.

"좋은 소식이다. 치지는 살아있는 모양이야. 그것도 잘 도망쳐서."

그녀가 토끼눈을 하고 날 바라봤다.

"정말로 처리했으면 치지의 시체를 가져왔을 거고 포로로 잡았으면 너와 교환하라고 나에게 협상을 걸었겠지. 그러니까, 치지 걱정은 말고 내 걱정을 해. 정작 치지가 살아있어도 내가 죽으면 너도 죽고, 네가 죽으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녀가 옷소매로 눈가의 수분을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대답으로 뜯어낸 커튼에 마력을 주입했다. 바람도 불지않는 실내에 커튼이 펄럭였다.

창가에 올라서서 마력을 개방한 채, 내 몸은 그대로 건물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건물의 중간 쯤되자 몸을 틀면서 커튼을 회전시켰다.

아주 거대한 팽이 같았다.

내 발이 땅에 닿았다.

콘끄리트 바닥이 움푹패였다.

그 모습에 마법사들도 할말을 잃었다.

15층 높이가 낮지 않다. 오히려 높다. 그런데 나는 그런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멀쩡한것이다.

땅을 향하던 고개가 마법사들을 향했다.

내 강렬한 눈빛에 마법사들이 저마다 한 발자국씩 물러났다.

바람이 불지않는데도 커튼이 여전히 펄럭였다.

나는 커튼을 뒤로 돌리면서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입가를 가렸다.

"쉿. 착한어린이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야. 그러니... 조용히 할까?"

나는 내게 겨누어지는 총구를 향해 뛰어들었다.

=================

아이젠입니다.

이번편은 나름 재밌으라고 썼는 데, 그저 그렇군요.

일단 이것은 제처 놓고.

친구녀석이 묻더군요.

"하루에 몇'편' 써?"

"하루에? 송'편'."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