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9화 (19/340)

0019 / 0340 ----------------------------------------------

~특별편~

세상은 어둡다.

내가 본것은 그 뿐.

그저 어둠속에서 빛을 갈구하며 달려나갈 뿐이었다. 아니, 달려 나갈 수 조차 없었다. 나에게 다리는 장식에 불과했으니까.

내가 있는 어두운 이곳은 기이한 냄새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병원이라했다.

약 냄새.

사람의 목소리.

보이지 않는 것에 불안을 느끼지는 않았다.

난 어둠에서 태어났고, 어둠에 묻힐 사람이니까.

하지만 누구든지 좋았다.

이 알을 깨줘. 날 이 답답한 곳에서 나가게 해줘.

----------------

나의 인생을 바꾼 두명의 인물이 생각났다.

첫번째는 누군지는 모른다. 이름, 나이. 목소리로 봐서는 남자같지만, 그는 나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마법전사다. 눈과 다리는 능력이 안닿아 고칠 수 없지만, 너에게 세계를 보여주마."

미친놈인가?

이세상에 마법따위 있을리가 없다. 이세상에는 기적은 없다.

오로지 필연만이 있을 뿐.

어차피 그도 진심으로 말한것은 아니리라.

그녀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좋아요. 조건은 없겠죠? 다리도, 눈도 불편한 아이한테 부탁할 것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그는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있다. 너만이 할 수 있는 것."

그의 말에 날 감싼 어둠의 알이 잠시 회색빛으로 바뀐 것같았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가족도, 친척도,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도.

하지만 그는 그것을 깨고 나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세계따위는 필요없다. 그저 그에게 감사하고 싶을 뿐.

눈물이 나올 것같은 얼굴을 가리고 물었다.

"뭐... 죠?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이란...?"

"날 사부라 불러라."

간단한 대답.

겨우 그것이라는 실망감보단, 그에게, 아니 사부님에게 무능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있다는 것이 기뻤다.

잘 나오지 않는 말을 겨우겨우 배안에서 끌어올렸다.

"사부님..."

사부님은 작게 '좋았어'하며 내 얼굴에 손바닥을 댔다.

크고 따듯한 느낌이 날 감쌌다.

봄바람같은, 부드러운 손이었다.

"핫!"

짧은 기합성이 들린 것같았다.

내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그 감각은 내가 기적을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날 막는 어둠이 얇아졌다.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느껴'졌다.

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윤곽은 알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이 피부에 느껴지는 것처럼, 가깝게 다가온 것처럼느껴졌다.

"어때, 세상은?"

"사부님... 바보. 이건 보이는 게 아니잖아."

그가 다가왔다. 작은 천뭉치로 나의 얼굴을 문질렀다.

나는 울고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담아.

사부님은 그 이후로 두번 다시 볼 수 없었다. 걱정되지는 않았다.

세계를 돌아보고 온다고 했으니까.

두번째는 여자였다. 나보다 더 어린.

열두 살이나 됬을까, 하지만 사부가 준 이 능력은 그녀의 이목구비를 읽어주었다. 머리는 후에 미인이 되겠구나라고 판단했다.

개인실인 나와는 만날 일없는 인연. 하지만, 가계가 기울자 다인실로 바뀌어버렸기에 만날 수 있었다. 그 무엇도 보다도 소중한 이 인연을.

나는 뭔가 매우 짜증난 듯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있니? 내가... 도와줄까?"

"머리빗을 찾아... 아니야."

그녀가 말하다가 내 다리와 눈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 단한번의 행동에 아이의 성품을 알 수 있었다. 착한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힘을 전개했다. 방안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내 선반의 주전자 뒤에 빗이 있었다.

손에 닿을 거리.

그래서 집어서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이거니?"

"우와, 눈도 안보이는 데,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웃는 것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 후로 그녀와 나는 매우 친해졌다.

이 능력덕에 어지간한 사람처럼 행동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최초의 친구였다.

어느날, 그녀가 말했다.

"나, 메시아가 될꺼야!"

사부님의 '마법전사' 만큼의 두개골에 병원을 떨군 것같은 큰 충격을 남기는 한마디.

하지만 절망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사부님과, 이 아이 덕에 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긍정적 사고가 가능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나 말야, 외로워. 제대로 된 친구는 너 밖에 없는 걸. 그러니까, 구세주가 되겠어. 그러면 영웅의 동료같은 사람이 생길테니까!"

그녀는 파이팅 포즈로 말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말했다.

집이 부유해서 사람들이 꼬인다고. 이 병원에 오게 된것도 그 탓이라고.

하지만 병원에 오게된것은 감사한다고 했다. 날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 때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할 수 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삐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그럼, 기적을 보여주면 되겠지?"

그녀의 손이 다리를 어루만졌다. 죽어버린 다리의 감각이 살아났다.

없었던 새로운 신체부위가 생긴 느낌.

일어섰다. 일어설 수 있었다.

내가 어둠의 알을 깨고 나가 빛을 딛을 수 있게 된 이 순간, 맹세했다.

그녀의 옆에 있겠다고.

-----------------------

검이 피를 뿌렸다.

자신을 집법자라 소개한 마법사들은 빠르고 강했다.

집법자들의 마법이 사방에서 짓쳐들었다.

나의 검이 나무를 잘라버리고, 나무위에 뛰어올라 보드를 타 듯, 집법자를 눌러버렸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땅에 닿았다.

나는 다짐하듯 외쳤다.

"모든건-"

뒤에서 달려드는 집법자를 동강내며 앞말을 이었다.

"소누님을 위하여!!"

검의 빛이 수십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공격째, 적의 몸체를 베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녀를 지켜내겠다고.

===============

예~ 특별편입니다.

본편 쓰는게 질렸거든요(정확히는 전투묘사가). 그래서 썼습니다.

재밌으셨길 빌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