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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7화 (1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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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소누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강당안의 기온이 영하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거절..이라고요?"

그녀가 가진 표정이 깨져나갔다. 하지만, 살의도 적의도 보이지않았다. 그저.. 울것같은 여린 소녀의 표정만이 거기 있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 거절이다."

"어째서!!"

평소의 소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인 그 박력에 밀려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났다.

"미안하다. 하지만 거절이야. 넌.. 안돼. 너무 많은 기적을 펼쳤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거절 할 만 한 조건을 가졌어."

"말이 되지 않아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준 것이 잘못이라는 겁니까? 어째서 더욱 많은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안되는 일인 거죠?"

지금 확신했다. 이 아이는 누굴 해하거나 할 녀석이 못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에게 힘을 줄 수 없다.

내 예상이 맞다면 결사의 표적은 바로 신소누일 것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마법이 양지로 나오지 않았을까? 그것은 협회의 강력한 제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전매 특허나 다름 없는 힘을 남에게 넘기기 싫은 것이다. 그런데 소누같은 사람이 나타나 기적이란 말의 마법을 행한다면?

척살일게 뻔하다.

게다가 그런 경우에는 기적을 받은 민간인 마저 살해당한다. 하지만 낮은 확률이니까,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나는 표적이 아니라도 힘을 줄 생각은 없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주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드니까.

하지만, 그런 이유는 납득 못할테니 일단은 노려지고 있다로 몰아야지.

"소누, 지금 널 매우 싫어하는 자가 있다. 그 사람은 네가 기적을 부리는 것을 매우 탐탁치 못하게 여기고 있어."

"제가 노려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아마도. 그 위협이 꽤 크다는 말이 있어서."

그녀는 모든 정황을 다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모든것을 이해했다(구라지만).

그녀는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길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눈을 보였다.

거짓말한게 조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저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이 깊었으니 자고 가시길. 치지. 손님에게 안내를."

포기가 빠르다. 어차피 자신이 어쩔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으리라.

치지가  걸어 나오며 목례하고는 나를 인도했다. 아니, 하려했다.

갑자기 문을 열려던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서 소누가 있는 곳 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소누가 깜짝 놀란 소리쳤다.

"치지! 손님께 무슨 무례를..."

"습격잡니다. 아마... 요님께서 말했던 위협일겁니다."

말도 안돼. 구라였는데?

말이 씨가 된다는 옛 성현(?)의 말은 옳았어!

치지의 말에 소리가 죽었다. 산간에 있음에도 새소리는 커녕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치지가 검을 뽑아들었다. 나도 풍백을 전개 했다.

빛도 어둠도 없는, 바람의 세계가 머릿속에 그려 졌다. 이 교회에 남아있는 사람은 셋. 우리 뿐이다. 교회 밖에서 원을 그리며 우리를 몰아넣는 형태로 진을 짠 결사의 마법사의 수... 36명.

바람이 경고한다.

위험하다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알턱이 없다.

하여는 나랑 같은 근접전투계니까 일단은 예외. 우는 방어전문이니 예외. 가장 나은 것은 슈지만, 성격 때문에 대련은 커녕, 마법을 쓰는것도 못 봤다.

대응방법을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치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만한 양은 상대해 본 적 없는듯, 긴장된 표정이다.

"대응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적 36명... 뼈를 묻을 각오를 해야겠군요."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입 사이로 절망적인 현실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알았죠?"

그녀는 작은 신음을 내며 나를 돌아봤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켰다.

"저는 눈이 안보입니다. 신은... 제게 눈 대신 초능력 하나를 주셨죠. 저는 확장의 눈이라 부르는 기술인데 오감이 극한까지 단련되면 일정 공간이 제 몸의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에 실험해 봤는데 대략 범위는 전방 500M정도더군요."

눈이 작은게 아니라 감은 거였구나.

게다가 무슨 그런 괴물같은 능력이 있지?

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치지. 나 때문에.."

소누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치지는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이 상황에 후회는 없습니다. 후회한다면, 이 상황이 되도록 알아채지 못한 자신에게 있겠죠."

투박한 손길이 매끄러운 살결을 어루 만졌다.

"저의 모든것은 당신을 위해.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

소누가 치지의 굳은 표정을 올려다봤다. 나도 그 결의에 찬 얼굴을 바라봤다.

이것은 절대적인 충의. 사랑도, 우정도, 그 무엇도 침범하지 못할, 신의.

소누는 치지가 자신을 위해 죽어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결의에 대답했다.

"응. 반드시 살아남을께."

치지가 나를 돌아봤다.

"제가 어찌된다면... 소누님을 부탁합니다. "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가 외쳤다.

"옵니다!"

문이 벌컥, 열렸다.

탕탕탕.

세번의 총성과 함께 세개의 빛줄기가 우리앞에 그어졌다. 쇠와 나무가 부딫이며 울리는 청량한 소리가 울렸다.

바닥에 두쪽난 총탄이 떨어진것을 보았다. 그제서야 이해했다. 총탄이 우릴 향해 날아왔고, 그 탄환을 치지가 베어버렸다는 것을.

문밖에서 4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총과 검, 방탄복등으로 완전무장된 남자들 이었다.

상상과 달랐다. 고깔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총같은 현대 화기를 사용할 줄은 몰랐다.

흑인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유창했지만,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남아있는 그런 한국어였다.

"심안 능력자는 알고 있었지만... 저런 소년에 대한 말은 들은적이 없는 데? 흥, 상관없지. 어차피, 내 손에 다 죽을 테..."

저렇게 한국말로 하는 이유는 정신부터 꺽어놔서 편하게 처리하기 위함이리라.

나는 녀석의 말을 끊으며, 풍백의 힘으로 손안에 집중된 압축형 바람의 공을 놈들 앞에 터뜨렸다.

외부 공기와 공안의 내부 공기의 기압차 때문에 자그마한 바람의 공은 폭탄처럼 터지며 4명의 남자를 문밖으로 튕겨냈다.

나는 그것을 본 즉시 몸의 중심에 묵직하게 들어선 마력을 한계점까지 개방했다.

학교에서 브레이크 걸때나 썼던 부위한정의 강화가 아닌, 전신의 강화였다.

나의 이 기술은 불안정하다. 본디 강화라는 것은 외부에서 장갑을 쓰듯 거는것이 통상의 강화다. 하지만 내 강화는 내부에서 세포 하나하나에 마력을 집어넣어 만드는 것이다. 효율로 따지면 나의 강화가 좋지만 단점이라면, 몸이 망가져 버린다.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세포가 괴사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분만 강화하면 몸의 밸런스가 기울어서 몸이 내부에서 부터 찢어진다.

하지만, 호지가 만들어준 이 기술은 조금 다르다. 마력을 온몸에서 순환시키면서 패널티를 줄이는 기술인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은 반병신이 되겠지만, 나는 온갖영약으로 개조된 몸이라 약간의 통증을 수반하는 것으로 페널티를 줄 일 수 있었다.

물론 한계점을 넘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내 몸의 주변에 몸을 뚫고 나온 마력의 스파크가 튀었다. 내가 양 허리에 소누와 치지를 끼고 한 발자국 도약하자 20m거리에 있는 창앞에 내려섰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사라져서 창앞에 나타난것으로 보이리라.

"꺅?"

소누가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흠, 슈한테도 한번해줘야지.

나는 발로 창을 걷어차서 깨고 밖으로 다시 한번 도약했다. 땅에 내려 서자 포위망을 짜고 있는 세명의 남자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속도로. 필시, 강화를 걸었으리라.

데자뷰가 느껴질듯한 빛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머리를 꿰뚫었다.

치지가 빠른 속도로 적들을 찌른것이다.

마력을 다시 봉인한 나는 소누를 품에 안고 그대로 앞을 향해 달렸다. 치지는 그런 나를 호위하듯 뒤에서서 간간히 날아오는 총탄과 형형색색의 마력탄을 베어내며 따라왔다.

난생 처음보는 상대방의 공격마법일텐데도 그녀는 수월하게 베어내면서 우릴 따라왔다.

심안이라 불린 그 힘이 마력탄의 취약점을 가르쳐 준 것이리라.

그들과 우리의 격차가 다시 좁혀질듯 말듯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치지가 속삭였다.

"제가 여기에 남도록 하죠. 아마 도망칠 시간은 될겁니다."

내 품의 소누가 표정을 굳혔다.

"안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살 수 있어. 둘 다 살아 남는거야!"

치지는 소누의 말을 무시하고 나를 쳐다봤다.

"요, 당신이라면 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테죠. 소누님을 부탁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싫어졌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소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진짜다. 나는 그 숭고한 마음에 보답해야한다.

소누가 치지를 불렀다.

울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제발... 가지마. 제발..."

그녀는 소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돌아오면 머리, 빗어줄께."

평소의 존대가 아닌 부드러운 평대.

그녀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요, 반드시 막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도망치십시오."

나에게 부탁한다기 보다, 자신에게 다짐하는 듯한 한마디와 함께 그녀의 등이 멀어졌다.

그녀의 등에 소누가 소리쳤다.

"기다릴테니까! 반드시 살아와!!"

내 품에 안긴 소누가 새끼 손가락을 내 등뒤로 내밀었다.

치지가 웃는 얼굴로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에는 새끼 손가락이 펴져있었다.

그것을 본 소누가 조용히 내 품에서 울었다.

이 마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내가 할수있는 것. 그것은 최대한의 속도로 도망치는 것.

가슴에 품은 결심이 마력을 개방시켰다.

신영을 남기면서 산 밑으로 내몸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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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아이젠입니다.

요즘은 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정말이지, 괴로운 날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웅덩이에 빠지고 차에 치일 뻔하고...)

제가 기다리던 책이 나온다는 군요. (오트X님 만세!)

...책을 읽느라 연재가 늦어지진 않아요.

다음 파트는 호지를 주역으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어째 주역으로 삼기가 힘들답니다, 호지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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