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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0화 (1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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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환룡(幻龍).

은빛비늘을 가진 은자궁태생의 용.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문학가계열의 환수. 주식은 고기, 채소가리지않는 잡식이지만, 그들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

이야기라 함은 즉, 기억.

한마디로 우릴 잡아먹겠다던 소유의 말은 소유와 만났던 시간의 기억을 잡아먹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소유에게 초등학교 도덕부터 다시 가르치겠다며 이사장실에서 나가버렸다.

"그랬구나... 그럼 꼭 이길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네."

하여의 한마디.

제길 진짜 목숨걸고 게임을 했는데! 나는 분노를 담아 비늘이 벗겨지게 닦았지만, 당연히 비늘은 벗겨지지 않았다. 진짜 용비늘인데 벗겨질리가 있나.

"지나간 일은 잊자구. 난 다음 내용이 궁금하니까."

우가 호기심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유인원은 아직도 저런 지식이 더 필요한가? 소유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눈꺼풀을 신비한 빛무리로 치유하며 헛기침했다.

"흠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법사같은 능력자가 압도적으로 적어. 그런데. 일단은 한국에 거주중인 환마들이 회의했지. 이래서는 안된다고."

"뭐가 이래서는 안돼는데?"

소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소유도 나름 용이라서인지 한숨에 조그마한 적색 불길이 따라나왔다.

"우리, 그러니까 마수들은 되도록이면 인간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물론 꼭 지켜지는 것만은 아닌지라 암중으로 간섭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지간히 멍청한 놈이 아니면 간섭하지 않아. 멍청한 놈의 예를 들면, 드래곤이 공주를 납치한 다던가하는 이야기가 있지. 그런 멍청이는 동족에게 말살당하거나, 대(代)룡무기를 받은 용사가 처리하게 되지."

어쩐지 이야기속의 용이 한방에 죽는가 했더니, 그런 이유였던 모양이다.

"일이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땅을 차지한 인간에게 권한을 행사 할 수가 없게 됐지. 그래서 주제도 모르는 멍청한 양키 마법사놈들이 이곳 영맥을 노렸지. 노린것만이라면 괜찮았겠지만, 어쩌다가, 금자궁출신의 동지를 건드린거야."

나름 진중한 성격의 소유가 양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전에 당한적이 있는 모양이다.

표정도 '그 연놈들!'이라는 표정을 한 소유가 이를 갈았다. 용이 이를 갈아서인지 이가 갈리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것같이 울렸다.

그런데 금자궁이라니, 호지랑 같은 출신인가?

"그래서 구소는 그 일을 계기로 결사하나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뒤, 한국의 마수를 소집했다. 그 소집에 참가한 놈들은 혼자서 세계를 오시 할만 한 능력을 가진자들이 모였지. 참고로 나도 그곳에 갔다. 그 중에 난 막내였던지라 발언권은 없었지만, 구소가 얼마나 화난지는 알겠더군. 기세만으로 죽을뻔했으니까."

피해를 봤다는 금자궁의 괴물 이름이 구소인 모양이다.

그런데 소유가 기세만으로 죽을 뻔하다니. 내 딸도 크면 그렇게 되는건가? 딸내미랑 실수로라도 싸우면 경천동지 할만하겠군.

소유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처음 구소가 내놓은 발안은 '우리도 사는 땅이니, 우리도 권한을 주장하자'였지. 그런데 기존 세력, 한국에 살아남은 3가문이 걸리는 거야. 솔직히 싸워서 이기자면 못 이길것도 없지만, 구소조차 죽을 각오를 해야하니까.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후인을 키우자'는 이야기였다."

"후인?"

"그래.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나. 용과 정을 통해서 아이가 생겼다든가. 물론, 현재 인간에게 그런짓했다간 모체가 견디질 못하기 때문에 그런것은 못하고 조금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후인이 우리동지들의 권한을 주장해주는거지. 한마디로 대리인이야. 그렇게 하면 집적관여하는 것보다 규율을 덜 어길수있으니까."

다른 것은 다 이해 했지만, 단하나 이해 가지 않는게 있었다.

조금 삼천포로 빠질것도 같았지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현재의 인간? 그럼 과거의 인간은 된다는 소리야?"

"유명한 성인이 있지 않나. 예수라고. 그 녀석이 죽으면서 죄업을 가지고 갔다고 했지. 난 그녀석이 성인이고 신의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석이 죄업이란 것을 가지고 간다며 죽은 후, 인간안의 마의 인자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어. 덕분에 예수가 죽은 후의 인간들은 신체적으로도, 마력적으로도 약해졌지. 그래서 정을 통하는 게 불가능 해졌어. 간혹 그렇지않은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세상이 추앙하는 성인이 그렇게 좋은(?)걸 없앴어?

"본 내용으로 돌아와서, 일단 후인을 세우기로 한 우리는 자신이 사는 곳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일정 조건이란, 재력, 재능을 말한다. 그러한 조건을 가진 인간을 찾기위해 어떤 마수는 노조에 가입했다. 나의 경우에는 사람을 찾기위해 재산을 털어서 학교를 세웠고."

뭐랄까, 노조라니. 우리나라 전경에게 명복을 빌도록 하자.

"그러다가 가장 처음 만난 것이 너희 담임, 하윤이지."

우리가 처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소유는 갑자기 몸의 온도를 높였다.

"하지만 윤이는 사소한 일로 후인으로 키울수 없게 됐지"

사소한 일?

우리의 표정을 읽고는 크게 헛기침 하고는 말했다.

"크흠. 내가... 그녀랑 사귀기 때문이다."

사귄다고? 친구와 친구의 사귐은 아니겠지?

나를 비롯한 친구들의 표정이 기괴하게 바뀌었다. 얼굴에 떠오른 공통적인 사념은 '늙어서 주책이야', '영계다!'였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그이'라고도 했었지.

소유는 외쳤다.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넘는다!"

나이도 나이 나름이지.

나는 일단 삼천포로 빠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 짝하는 박수소리가 공동을 채우고 시선은 나에게로 집중됐다.

"일단 여기까지.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를 후인 삼고 싶다. 이말이지?"

"요약하자면 그렇다. 참고로 말하자면 후인 삼고 싶은 사람은 둘이다. 우와 하여. 너희다."

잠깐, 그런게 어딨어! 나는? 슈는?

소유는 내 표정을 읽고 내 의문에 대답했다.

"이유를 설명하지.둘은 일단은 재능이 있다. 그리고 상황도 맞지. 우의 경우에는 재력을, 하여의 경우에는 큰 도장을."

저녀석들이 선택된이유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우리가 안돼는 이유가 아니잖아?"

"슈드나이, 너는 애초에 우리나라 사람조차 아니지. 여기서 영원히 살것도 아니라면, 내가 가르칠 필요는 없지. '여왕의 증표'을 준이유도 그것이고."

슈의 거품처럼 솟아오른 기대감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건 인종차별인가?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요. 너는 조건의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재력도 없으며, 재능도 없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상관없지 않나? 네 아이한테 가르쳐달라 하면 그만인것을."

이해는 가지만 묘하게 화가나는 말이었다. 2시간에 걸친 세척이 끝나고 나서야 선생님이 돌아왔다.

진짜로 초등학교의 '즐거운 생활'과 '바른 생활'을 가지고 왔어!

"어라? 목욕은 다 끝났나 보네?"

소유는 초등학교 공부를 하고 싶진 않은지, 흐르는 땀을 훔치며(우리의 세척성과가!!), 말했다.

"또 뭔가 묻고 싶은것 없나?"

우가 손을 들었다.

"거부권은 없는 겁니까?"

"있다. 하지만 그럴것 같진 않은데?"

우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다. 하여가 손을 들었다. 진짜 초등학교 수업같다.

"소씨가문을 설명에 주세요. 능력이라던가, 기타등등"

국가도 상대 할 만한 능력자가 퍽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느새 눈에 안경까지 쓴 소유가 칠판(눈 깜빡할세에 나타났다)을 분필로 '소씨가문'이라적었다.

"소씨가문은 영(靈)능력자 가문이다. 간단히 말해 무당이지. 무당과는 조금 다르지만 각설하고, 그녀석들의 무서운점은 '현계'다. 현계란 죽은 자, 애초에 영체인자들을 육신을 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것은 금자궁의 동지들도 불가능한, 소위 특허기술이다."

특허라, 요즘은 마법용어도 현대화하는 모양이다.

"물론, 현계만 쓸수있는 건 아니지만 강력하다는 점은 부정할수없고. 현계에 한정도 없는 모양인지라, 마음만 먹으면 백만대군을 만드는 것도 할수있지. 그런데, 그만한 영들을 어디서 충당하느냐? 초혼이라는 기술로 채운다. 문자 그대로 혼을 부르는 기술이지. 뭐 대략 이런능력을 가진 가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녀석들에게 기습은 불가능하다. 유령 몇천마리를 옷처럼 두르고 있는데다가, 유령스스로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조건없이 스스로 현계할수있는 괴물만 데리고 다니니까."

국가를 상대 할 수 있다는 말이 조금 실감이 났다. 생사의 경계를 마음대로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 할테니까.

그말이 끝나고도 약간 두서없는 설명이 더 이어졌다.

우리는 그 후로도 몇가지 문답을 주고 받고는 학교를 나왔다. 두시간에 걸친 노동을 강요(는 아니지만) 받아서인지 몸이 조금 나른했다. 겨울인 덕분에 하늘은 금방 붉어졌다. 슈가 한숨을 내쉬었다.

국외인이라 안가르치겠다는 것에 실망한 모양이다. 나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너도 호지한테 배우면 되니까."

슈는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표정을 폈다.

그때, 인기척을 감추지도 않고 우리에게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복장은 다 달랐다. 교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양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었다. 하지만 다들 왼팔에 눈안에 역십자가가 세겨진 붉은 완장을 차고있었다.

딱히 적의는 없어 보였다.

"우리랑 같이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대장으로 보이는 20대 청년이 어수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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