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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폭탄같은 쇳소리가 연달아 공동안을 메웠다. 푸른 한쌍의 빛이 곡선을 그리며 연달아 날아들었으나, 번번히 붉은빛이 직선을 그릴때마다 여지없이 튕겨져나갔다.
강하다.
선생님과 하여 둘다. 감성적으로 보면 하여가 강해보였다. 일사불란하게 륜을 휘둘러서 눈을 어지럽힐정도로 화려했으니까.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선생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강소를 끼고 있음에도, 정면으로 부딫혔는데 멀쩡하다. 게다가 륜이 한번 휘둘러질때마다, 창은 두번이나 움직이며 륜을 쳐냈다. 둘의 공방에 넋놓고 있을 때, 슈가 소매를 잡아당겼다. 슈를 보자, 슈의 손가락이 벽을 향해 있었다. 그러고보니 우가 쳐박힌 곳이지. 우리는 그곳에 달려가 돌들을 걷어냈다.
"여,여어"
"뭐해? 도와주러 않가고."
슈의 말. 우는 머쓱한 미소를 짓고는 어께를 으쓱거렸다. 이 유인원에게는 협력이라는 개념을 뼈에 새겨주어야 하나?
"움직일수가 없거든. 방어는 확실한데 공동의 벽에 쳐박힐 때, 돌들이 떨어져서 말이야. 돌에 깔려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겠어."
그런가? 확실히 내가 이 '물건'을 쓰지 않았으면 무지 무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슈는 그것을 모르는지 우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 돌을 다 걷어내자, 바람과 같은 속도로 둘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것이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
"요, 또 이상한 생각하지."
쳇, 훼이스 컨트롤을 자주 뚫리는 것 같다. 손을 잡았을 때의 힉힉거리며 얼굴을 붉힐때는 무지 귀여웠는 데. 물론 지금도 그러지만. 나는 그런 사고를 멈추고 둘에게로 달려나가는 우를 바라봤다. 우가 슬라이딩 하며 팔을 X자로 교차시켰다.
"그랜드 엑스~...."
선생님은 륜을 쳐내며 발로 우의 턱을 올려찼다. 우의 몸이 스프링처럼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축발을 들어올려 다시 턱을 위로 쳐올렸다. 이것은..!
"제노사이드 컷터.."
마지막일격을 맞고 우리 쪽으로 다시 날아온 우가 내뱉었다. 음. 저건 전에 내가 맞았던 기술인데. 우를 날려보내고 륜을 몇번쳐내던 선생님은 갑자기 스탭을 밟으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다리를 크게 굽히지 않았음에도 삼십미터 가까이 뒤로 물러날수있었다.
공동안을 뒤덮은 전기(戰氣)가 사라졌다.
"자아~ 여기까지. 재밌었어. 아, 무기 돌려줄 필요없이 그냥 가져. 애초부터 내 주무기는 창이거든. 문신으로 돌리고 싶으면 쓰지않겠다고 머릿속에 되네이면 돼."
창이 생성될 때를 되감기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창이 사라졌다. 하여도 륜을 들어올리더니 이윽고 도께비 불같은 푸른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하여의 양손등에 푸른 나비가 새겨졌다.
우와, 득템이다.
"자~ 소유, 나와."
선생님이 노크하듯 공간에 손등을 움직이자 공간이 알이께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은빛비늘을 가진 용이 나왔다. 간간히 달려있는 손에는 붉은여의주가 여럿 달려있었다. 저게 소유?
은빛용의 붉은 눈이 한번 깜빡였다. 설마 저거, 윙크한건가.
"이런 모습으로는 처음보지? 그때는 환영을 두르고 있었으니. 이게 본모습이다. 그리고 너희에게 부탁할게 있다."
우리는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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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 밀어라. 때가 안벗겨지잖냐."
소유가 명령했다. 어느 틈엔가 가져온 걸레로 은빛비늘을 윤이 나게 밀었다. 우리가 지금 뭐하고 있냐면... 소유 목욕중이다(솔직히 자동차 세척하는 느낌이다). 슈는 여의주를 한데 모아서 입김을 불면서까지 광이 나게 닦고 있고 하여와 우는 나랑 함께 비늘을 닦고 있었다. 참고로 얼굴쪽과 뿔은 선생님이 닦고 있었다. 왜 이런것을 하냐면, 재밌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기에 했다(어차피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드디어 소유가 말을 시작했다.
"전세계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다. 동서양할것없이. 일단 유럽쪽에 마법사들의 가문은 몇곳이나 있을까? 물론, 이레귤러는 제외다."
은빛비늘을 닦았다. 윤이 나는게 하나 뜯어서 팔면 비쌀것 같다. 나는 그런 흑심을 삼키고 말했다.
"한 백개?"
"각 나라당 12개정도다. 아메리카대륙은 남쪽에 45개 북쪽에 37개. 인디언들의 가문은 거의 사라졌지만, 새로운 영맥을 찾기위해 온 사람들이 꽤 많았으니까."
슈가 여의주를 다닦았는지 용의 손톱을 닦으며 '헤에~'하는 탄성을 냈다.
"그럼 동양쪽에는?"
"일단, 일본은 17개. 영맥자체가 좋으편이지만, 잡귀가 잘끼는 기질이 있어서 생각외로 적지. 물론 땅덩이가 작은 것도 한 목 했겠지만."
잠시 말이 멈추고는 으음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무슨일인가 싶어 올려다보니 선생님이 닦다가 비눗물이 눈에 들어간 모양이다. 소유는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었다.
"중국은 정확히 300개다. 가장많고 가장 다양하지. 땅이 넓다보니 괜찮은 영맥도 많이 가지고 있다."
나와 우는 한마음이 되어 외쳤다.
"과연 대륙의 기상."
우리말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 한국은 3곳이다. 전쟁이라든가 일제 강점이라던가에 많이 사라졌거든. 그대신 살아남은 곳은 국가하나를 상대할 만큼 굉장하지 예를들면 소씨가문이라던가."
무언가 굉장한것 같지만 그것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우리한테는 솔직히 현실감이 떨어졌다.
"질문을 바꿔서 이번에는 마수의 숫자로 보자. 유럽은 국가당 많이 잡아 셋이다."
가문에 비해 굉장히 적었지만, 나름이해가 갔다.
소위 마녀사냥이란것이, 나쁜쪽으로만 쓰였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아메리카쪽은 남북 합쳐서 50정도다. 그곳의 동지들은 대개 인디언의 수호신같은 입장이었던지라, 가문이 멸해지면서 많이 사라졌지. 동양으로 넘어와서, 일본은 100내외다."
다른 지역과 달리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다. 많기도 하고.
"말했다시피 충분한 사념만 모이면 영맥에 힘으로 잡귀가 되거든. 뭐, 일일이 퇴치하는 모양이지만. 영맥의 지조가 없달까."
오호라 그런 이유였는가? 슈가 손톱정리가 끝났는 지, 비늘 청소를 도왔다.
"중국은 400정도. 땅덩이가 넓은것은 물론이요, 좋은 영맥은 다 그녀석들 차지거든."
우를 보자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륙의 기상"
"기상은 무슨..참고로 한국은 십만이상이다. 일종의 강남이랄까."
뭐? 우리의 표정에 전부 의문이 떠올랐다. 자궁받을 때 이상의 공명이다. 하여가 물었다.
"그, 그거 위험한거아냐?"
"아니. 안 위험해. 대개 늙은것들이 여기 몰려서 신선놀음을 하거든. 인간에게 득이 됬으면 됬지, 해가 될일은 하지 않아. 덕분에 마술세력이 침투하지 못하지. 결사놈들의 지부가 유일하게 없는 곳이 우리나라니까."
우리는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하지만 처음에는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잖아?"
선생님이 소유가 뭐라하기도 전에 소유의 눈꺼풀을 안쪽의 눈이 부서지도록 밟았다.
"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