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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강력한 힘. 자신이 가진 힘을 조금 줬지만 무능한 아버지는 반의 반도 흡수하지 못하고 흘려버렸다(흘러나간 힘은 내가 다시 흡수했다). 어차피 준 물건은 딱히 그런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몸이 늦으면 돼지목의 진주나 다름없는 법. 그렇기에 힘을 줬지만, 아빠의 몸은 범재 수준을 넘어서 둔재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일단은 흡수를 위해, 그리고 내가 태어난 것을 지켜봐준 아버지를 위해 재워 놨다.
"아빠.."
내가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본 사람.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도 조건없는 사랑을 해준 아버지는 나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인지 덜컥, 겁이 났다. 그 사랑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나의 마음을 절벽위에 세워둔것처럼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그 마음에 거짓은 없었다. 단지 기억을 살필 때 은자궁의 은룡한테 죽을 뻔 한 것과 다른 친구들이 받은 것을 부러워 하고 있었다는 점이 조금 걸려, 선물도 할겸 4가지 물건을 아버지에게 주었다. 아버지는 기뻐했고 나도 기뻐했다(날 더욱 기쁘게한 건 내가있으니 필요없다고 한 부분이었다). 나는 강하게 하고자 아버지를 재운후, 나는 잠든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고싶어 아버지의 몸에 올라탔다. 따듯한 온기가 아지랑이가 오르듯 내 몸을 감쌌다. 그리 잘생긴 얼굴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쪽이 정감이 갔다. 나는 얼굴을 아버지의 입에 가까이했다.
"헤헤헤."
쪽하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기억을 읽었을 때 아버지는 키스 경험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까,
"아빠는 내 첫키스 상대. 후후 나도 아빠의 첫키스 상대~"
코를 흥얼거렸다. 나는 아버지의 몸 위에서 신체를 흔들며 가볍게 리듬을 주며 노래를 불렀다. 자궁안에서 나가려 할 때 아버지가 불러준 반짝반짝 작은별이었다. 내가 그렇게 몇번이나 곡을 반복할 무렵 어느세 해가 떠올라 있었다. 어차피 내일은 학교를 가지 않는날.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뭐라 그럴 사람도 없으리라.
"띵동."
벨이 울렸다. 나는 잠시 문을 열까 고민하다가 슈라는 사람이 집에 오기로 한 것을 상기하고는 대문 손잡이에 손가락을 향했다. 자그마한 마력이 대문 잠금장치에 스며들어 조작하자 찰칵하는 쇠의 단단한 마찰음을 내며 풀려버렸다. 그 순간, 왠지모를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지? 이건..탐색인가... 그것도 예지식. 파괴는 불가. 어쩌든 상관은 없지만, 아버지한테 방해가 된다면.."
죽인다. 나는 강하게 띄운 살기를 지우고 손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문밖에서 금발벽안의 소녀가 들어왔다. 작은 체구 짧은머리. 내면을 빼면 아버지랑 동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모다. 오히려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다.
"왜 이렇게 늦게....."
그러고는 그녀는 말을 멈췄다. 왜지? 나는 가벼운 의아함과 함께 인사했다.
"처음뵙겠습니다, 슈드나이 랑페르제씨. 제이름은 고호지라 합니다."
그녀는 내인사를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녀가 거실안으로 들어오고 나를 들어올렸다. 근력이 딸려서 제대로 들지 못했겠지만 내가 얼결에 다리에 힘을 줌으로서 내 몸은 손쉽게 일어섰다.
"아무리 딸이라도 아버지가 자는데 그런곳에 앉아있으면 안돼지."
아, 그것 때문인가? 미묘하게 질투의 감정을 띄운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녀는 나를 거실바닥에 앉히고 종이가방안에서 여러 천쪼가리를 꺼내왔다. 옷?
"네가 입을 옷이야. 어젯밤에 네가 입을 옷을 가져가겠다고 했거든. 크기를 몰라서 종류별로 가져왔는 데 그러길 잘했네. 게다가 속옷도 가져왔고.
슈드나이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폈다. 그러고보니 아버지의 기억안에는 그런것도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무슨짓을!?"
딱히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었으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계속 그 와이셔츠만 입고있을 수는 없잖아?"
"전.. 이걸로 됐습니다. 그 옷은 나중에 입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속옷도 없이 계속 그런 차림은..."
나는 손으로 셔츠의 옷깃을 잡으며 부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정을 담아서. 말하면서 조금의 홍조가 떠올랐다.
"그래도 이건, 아버지의 냄새가 베어있으니까."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녀의 감정만을 나타내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녀가 손을 위로 들어올리자, 공기가 얼어붙으면서 입술같은 공간이 얼음의 지팡이를 뱉어냈다. 지팡이는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저것은 '여왕의 증표'. 잊혀진 왕국의 여왕이 가졌던 무기. 그녀의 사병, '얼음기사'를 무한정으로 쏟아내며 최후에는 '함대'마저 소환하는 보구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의 물건. 그런게 어째서...
"헤, 에, 에... 자세히 설명해 줄래?"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쓸 의향은 없는 듯 했다(내 대답에 따라 의향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께어났다. 맙소사, 최악의 타이밍에!
"응..호지? 어라 슈도 왔네? 그러고 보니 오기로 했었지.."
그녀는 내가 하려는 말을 듣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이...변태!!"
슈드나이의 지팡이가 관자놀이를 가격하자, 아버지는 어?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너무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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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나는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덮치기라도 한 줄.."
아무리 그래도 그럴정도는 아니다! 나는 지팡이에 가격당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호지는 어께에 올라타서 머리를 마법같은 걸로 치료하고있고(그런걸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물건과 지식은 자식에게로 귀속된다고 했다).
"슈는 날 그런 파렴치한 놈으로 봤구나..."
장난같은어투. 하지만 그녀는 지은 죄가있기에 그정도의 말에도 속아 넘어갔다. 나는 프릴 달린 드레스를 입고있는 호지(입은 모습을 보고싶다니까 빛보다 빠르게 입었다)를 내 다리에 앉혔다. 호지는 나에게 등을 맡겨왔다. 호지의 머리위에 턱을 걸치고 끌어안았다. 이번행동은 슈에게는 별 영향이 없었다. 쳇, 노림수가 듣지않다니.
"아, 우하고 하여한테도 연락했어."
슈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뭐를?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자신이 했던 말에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아이가 태어났으니까 오라고 했어. 하여가 먹을 것 들을 가져온다고 하던데?"
그러면 아침은 걱정 할 필요없나? 호지가 날 올려다 봤다. 호지는 먹을 필요 없겠지만 아닐수도 있겠지. 양수도 없었고. 크기는 7살짜리만 하지만... 혹시란게 있으니.
"호지. 아~"
"아~"
호지가 입을 벌렸다. 이빨은 정상적으로 돋아나있었다. 음. 씹는데 무리는 없겠군. 벌린 입을 다물게 하자, 호지의 몸이 변했다. 붉은 몸이 살색의 먹물을 뿌린듯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붉은색을 잡아먹으며 살색으로 감싸였다. 그리고 뼈가 꺽이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뿔이 머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누가봐도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스스로 변한것이리라.
"뭐 한 거야?"
"변신. 나중에 사람들이 오면 들키지 않게."
과연 내 딸.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구나. 다리에 앉은 호지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에구 귀여워라.
"그녀석들도 사정을 아는 녀석들이니까 상관없는데?"
호지는 '그래도'라며 대답을 우물거렸다. 그때 벨소리가 울렸다.
"도착했나봐. 내가 열게."
슈가 종종걸음으로 대문을 열었다.우와 하여가 같이들어왔다. 하여는 뭔가를 머리에 이고 있었다. 하여는 들어오자마자 머리에 이고 있는걸 내려 놓고 집주인 허락도 없이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맙소사 설마 저건...?
"전골이야."
슈가 우한테 물어봤는지 대답은 우한테서 나왔다. 아침부터 이런것을 가져오다니, 센스가 부족해. 하여는 상을 차리는게 끝나자 나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호지를 빼앗았다.
"얘구나~ 응~ 귀여워라. 이름이 뭐야?"
귀여운것에 사족을 못쓰는 타입이었나. 그렇게 우리넷이 모이자,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와 하여가 오기전에 있었던 일(슈가 내어께를 마구 때렸지만), 호지의 이름에 대한 것(작명 센스가 구리다고 욕먹었다)이라던가.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지나갔다.그런데 우가 그런 시간에 태클을 걸었다.
"그런데 소유가 호지는 밥을 먹지않아도 된다고 하지않았나?"
우리의 시선이 호지에게 향하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먹으면 안돼?"
하여의 강소가 우의 턱에 작렬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여자는 요물이다.
왜냐하면... 우는 것처럼 고개를 돌린 호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붙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