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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6화 (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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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집에 돌아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집 창고를 뒤져 커다란 수조를 꺼내는 일이었다. 양수를 받기 위해 꺼낸 것이 조금 꺼림칙했지만, 천재가 된다는데 안 할 녀석이 어디있어? 일단 수조안에 내자궁을 집어넣고 방 한 가운데에 둔 뒤 옷을 벗고 그대로 욕실로 직행했다. 샤워기를 잡자 기분좋은 온수가 쏟아졌다.

"목욕은 기분 좋다니까."

내 취미 중 하나가 컴퓨터도 독서도 아닌 목욕이었다. 사시사철 아침저녁으로 목욕하는 것이 내 낙이었다. 그리고 긴장해서인지 몸이 땀으로 채워놓은 우물에 집어넣었다 뺀 것 같은 상태여서 더욱 기분 좋았다. 그러고보니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 덕분에 요금 많이 뜬다고 혼나기도 했지. 나는 과거일을 회상하며 천천히 목욕을 즐기고 욕실을 나왔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방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말도 안돼, 저런게 가능해?"

수조안의 내자궁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라 농구공정도의 크기로 커져 있었다(처음에는 주먹3개 정도 크기 였다) 나는 옷입는 것도 잊고 그대로 수조 가까이로 다가갔다. 커지면서 육벽이 얇아졌는지 안이 조금 비쳐 보였다. 뭔지는 잘 모르겠고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식별 할 수 있을 정도 였다.

"인간은 아니지만, 생명의 신비를 눈앞에서 목격하다니.. 난 운이 좋은건가? 아! 맞다."

나는 세상에서 태교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방안의 오디오를 꺼내어 클래식CD를 집어넣었다. 오디오에서 비창이 흘러 나왔다. 하필 고르고 고른게 비창이라니, 내 인생은 비참하다. 하지만 딱히 다른 게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냥 그대로 틀어 놨다. 그 때 음악을 들었는 지, 자궁안의 괴물이 육벽을 살짝찼다.

"오오오!! 사진기,사진기!! 아니, 비디오 카메라!"

귀찮은 것을 떠 맡았다는 생각이 방금 그 행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귀여움으로 격상됐다.

"여깄다."

나는 창고에서 안 쓰는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수조앞에 설치했다. 창고에 갔다 오자 어느새 1.5배의 크기로 늘어났다. 딸이야 아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오렴 아가야~ 아빠가 기다리고 있단다~."

나는 아는 노래를 머리 도서관을 뒤지고 뒤져서 동요,가요 할 것 없이 불러주자, 내자궁이 기분좋다는 듯이 몸체를 흔들었다.

"움직였어, 움직였어! 그래, 이 영광의 순간을 알리자."

학교를 나오기 전에 전화번호를 적어둔 쪽지를 꺼내 누군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번이 울려서야 겨우(내 지금 심정으로는 겨우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hello?"

갑작스런 영어에 당황했다. 슈드나이라고 쓴 쪽지가 발치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슈였구나.

"슈야? 지금, 영광스런 순간이야."

"요구나.. 근데, 이 밤중에 갑자기 무슨소리야?"

잠시 슈의 한국어 어휘실력을 의심했다. 억양은 어색해도 맞춤법같은 것은 한번도 틀리지 않았던 그녀다. 그런데 '이 밤 중에'라니, 나중에 학교에서 국어특강을...응?

"12시....52분?"

전화기의 액정은 슈의 국어특강이 아닌 나의 시간감각 회복특강을 예고하고 있었다. 우리 아기(벌써 호칭도 바뀌었다)한테 신경쓰다보니 시간감각이 조금 틀어졌나.

"무슨 일 있어?"

슈는 내가 계속 말이 없자, 불안 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응? 아니야. 그런 것 보다 지금, 아기가 태어나려고 해."

슈는 잠시 '아기?'라고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생각났는지 박수를 쳤다.

"금자궁의?"

내가 응이라고 대답하자, 슈는 의아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렇게 싫어하더니?"

후후후, 슈학생은 뭘 모르는군. 귀여우면 다~ 용서가 된다네. 나는 그런 생각을 삼키고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슈는 조금 위험한 제안을 했다.

"그러면 내일 아침 요의 집에 갈께."

내일은 놀토다. 분명 우리집에 올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남자하나사는 집에 여자 한명이 당당히 들어오겠다고 말하다니, 자기보호의식이 부족한데? 슈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이 옷, 필요하지않아? 인간의 모습일지 괴물의 모습일지는 모르겠으니까 내일아침에 동물옷하고 아이옷 하고 전부 싸가지고 갈께."

과연, 그런이유라면 대환영이다. 나는 짤막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 때, 비창이 베토밴의 운명으로 바뀌었다. 찌익,하고 천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어?"

나의 폐에서 바람이라도 빠진것처럼 의문을 토하고 고개를 돌렸다. 금색의 자궁에 강조하 듯 은빛의 손톱이 뚫고 올라와 있었다. 뭐랄까, 낭중지추가 생각났다. 나는 그대로 수조안쪽으로 달려가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은빛의 손톱은 마름모의 형태로 육벽을 자라내더니 잘려나간 육벽을 자궁안쪽으로 가져갔다. 아작아작하는 소리를 보아 먹고있는 것 같다. 아직 구멍이 작아서 아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알수있었다. 인간형의 아이였다. 피부가 새빨간 것 만 빼면.

"잘 먹는다.."

나는 아이가 자궁을 섭취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자궁에 비쳐보여 대충은 행동을 알수있었다)에 귀여움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이윽고 자궁을 다 섭취한(이상하게도 양수는 없었다) 아이가 수조 밖으로 뛰어나왔다(7살아이만한 크기였다). 붉은색의 몸과 검은색의 머리칼, 황금빛의 눈, 이마에 작게 돋은 한 쌍의 뿔. 이것은...

"도깨비?"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밖으로 나왔지만 아이는 내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엽다.....

"자, 아, 아빠라고 해봐."

난 떨리는 가슴을 잡고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한다는 그 행동을 취했다. 그 작은 도깨비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고는 확실한 한 마디를 내뱉고 내품에 뛰어들었다.

"아빠!"

그 붉은 도깨비는 아무것도 안입은 내 가슴팍에 아빠라는 말을 반복하며 얼굴을 비비적 거렸다. 그 때 옷을 안 입었음을 상기하고는 옷을 입으며 와이셔츠 하나를 꺼내어 딸(아래를 보니..이 이상의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다)에게 걸쳐주었다. 나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매주며 딸에게 이름을 말해 주었다.

"호지. 네 이름은 앞으로 고호지다. 알았지?"

호지는 내 말에 배시시 웃으며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그 모습에 나는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내 반드시 너를 공주로 만들어주마!"

프X세스 메이커를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갑자기 호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삭충식물의 유혹같은, 떨쳐낼수 없는 그런 목소리였다.

"아빠. 강해지고 싶어?"

내 기억속을 들쳐봤는지 그런 질문을 해왔다. 친구들이 무기(라기보다 방어구)를 받을때 부럽기도 했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 뺨을 긁었다.

"하핫, 뭐 조금. 그래도 이제는 별로 상관없어. 네가 있잖아? 우우웅~"

그렇게 말하며 호지의 볼과 내 볼을 밀착시켜 부비적거렸다. 호지는 내 볼 때문에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우웅..갖고 있는 것, 줄게."

뭘?

토요일 아침. 7시 30분.

"여긴가?"

아파트단지 7층의 202호가 바로 요의 집이다. 처음으로 가는 남성의 집이라 불안 반, 기대 반의 감정을 품고 아파트안으로 들어섰다.  괴물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그대로 상승했다. 조그마한 부양감이 몸을 감쌌다. 그녀는 왼손에 든 종이가방을 들어올렸다.

"어떻게 생겼을까.."

소유처럼 생겼을수도 있고 아니면 귀여울수도 있다. 그녀는 '귀여운아이면 좋겠는데'라는 사념을 띄우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202호라고 써있는 거대한 철문에 서서 벨을 눌렀다. 전자적인 종소리가 울렸다. 몇번이나 울렸지만 요는 나오지 않았다.

"자고있나? 어떡하지.. 좀 빨리오기는 했는데."

제자리를 빙글빙글돌며 고민할 때 자동으로 문이 철컥하고 열렸다.

"왜 이렇게 늦게....."

그녀는 말을 잊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에 들어온건 잠옷차림으로 거실에 大자로 누어있는 요와 그위에 올라탄 붉은 도깨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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