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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슈가 말했다. 내가하는 행동은 희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뭐, 지금은 슈도 마찬가지 인것 같지만.
"장군."
"말,말도 안돼. 벌써 0승 11패..."
괴물의 탄식. 솔직히 이렇게 쉬울줄은 몰랐다. 내가 세계적인 체스 대회(주니어가 아니다)에서 우승한적이 있었다. 그래서 두뇌 게임쪽은 자신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용을 닮았다(다른 것도 닮았지만). 때문에 전력을 다해 승부했는 데, 모든게임을 쉽사리 이겨버리고 만것이다. 이제 장기도 이겼으니 이제 뭐 할 게임이 남아있나? 뒤에서 우가 헤드락을 걸었다.
"네녀석의 실력을 잊고 있던 내가 바보지! 여전하구나, 그 실력!!"
그러고보니 그때에는 우랑 같이 갔었지. 나와 우의 하이파이브가 끝나자 괴물이 탁자를 쳤다. 쾅하는 소리가 공동을 울리고 나를 비롯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고요한 정적을 조성하고는 그 괴물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입술(로 추정되는)이 떨리는 것을 보아 매우 분한 모양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내가 졌다. 약속을 이행하지."
게임을 하던 중(괴물전적 0승 5패) 괴물이 말하길, '나랑 싸워서 전승 한다면 너를 포함한 모두를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오 선물도 주마'라고 했다. 눈앞의 괴물은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한것이다. 괴물이 시체의자에서 일어나 시체의자의 뒤, 공동의 벽쪽으로 다가갔다.
"따라와라. 해코지는 하지않아."
우리는 머뭇거렸지만 내가 앞서 한걸음 따라나가자 나머지 녀석들도 뒤 따라오기 시작했다. 슈는 아직 불안한지 내 손을 꽉 쥐었다. 손에 땀나서 기분 나쁠텐데. 나는 슈가 무서워하지 않을정도로 괴물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이름은 뭐지? 부를 때 당신이라고만 부르는 건 입이 싫어하거든."
"소유. 그리 불러라. 쳇, 요즘 꼬마가 그리 게임을 잘 할 줄은 몰랐어.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선물을 주게 생겼으니."
내가 이리 쉽게 말을 걸수있는 이유는 11번의 게임 때문이었다. 소유가 지는 과정에서 공포가 많이 희석 됬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문득 조그마한 의문이 생겨 소유를 불렀다.
"소유. 그런데 학교에서 어떻게 살게된거야?"
"그건..... 다음주 월요일이면 알게될거다."
소유는 말 어물거리고는 멈춰섰다. 그에 따라 우리도 멈췄다. 잠시후 키잉하는 쇳소리가 울리고 허공에 수직으로 실선이 그어졌다. 실선이 그어진 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서 금빛 육질을 가진 장기 하나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신비였다. 죽음도 다른 무엇도, 심지어 소유도 육박하지 못할 절세의 신비였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슈가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자궁'이다."
소유는 그 광경을 보고 말했다. 소유가 말하는 그 모습은 매우 기분 나빠보였다. 소유가 손가락 하나를 들자 손톱이 길어지고 '자궁을 내리 그었다. '자궁'이 잘려나가고 그 안에서 선홍빛의 핏물이 흘러내려 오며 금빛 피부로 싸인 듯 한 또 다른 자궁을 나에게 건네주고 말했다.
"'내자궁'이다."
우리는 이 한 순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X로로가 동료들과 공명하듯 우리의 정신도 한가지 사념으로 공명했다.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어쩌라고."
우리의 말에 소유는 잠시 얼굴을 찌푸린 뒤 설명했다. 얼굴의 표정은 너희들은 그런것도 모르냐는 표정이었다.
"자궁안에서 태어나는 것이 뭐라 생각하지? 아이다. 나와 같은 괴물의 아이. 그것을 키워 보란거다. 걱정할건 없다. 용과 같은 심장을 가져서 에너지도 스스로 만들어내 식비도 안들것이고 처음 본 자를 어머니로 생각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니 말을 안들을 걱정도 없다. 게다가 어려도 괴물이라 강해서 보디가드로 쓸수도 있다. 이정도면 너에게 줄 선물은 충분하다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나에게 육아를 맡긴건가?나는 내가 낼수있는 최대한의 표정을 지었지만 소유는 무시하고는 다시 허공에 가로로 선을 긋듯 손가락을 휘둘렀다. 허공에 실선이 그어지고 실선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는 자궁이 아닌 다른 물건들이 3개 튀어 나왔다. 갈색의 조끼, 검은 장갑, 얼음 지팡이였다. 그는 우선 허공에 뜬 조끼를 잡아 우에게 던져주었다.
"그건 방어구다. 이름은 교자. 조끼형태이기는 하지만 얼굴같이 조끼가 닿지않는 부분도 보호된다."
이번에는 장갑을 하여에게 던졌다.
"그건 힘을 늘려주는 물건으로 강소란 이름을 가졌다. 내 친우의 시신으로 만든것이니 아껴주길 바란다.
하여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슈는 자신의 손에 내려오는 지팡이를 붙잡았다.
"그건 내가 서양에 놀러 갔을 때 친구집에서 주어온거다."
훔쳤군. 우리 모두 동시에 그런 표정을 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그 지팡이는 소환의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바다가 아닌 다른 지형에서는 능력이 감소한다. 그것만 기억해둬."
펜의 설명이 끝나고 나는 최대한 분노를 절제한 모습으로 그의 어께(로 추정되는)를 잡았다. 소유가 뭐 더 있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소유. 나만 왜 생물을 주신겁니까? 그리고 이것을 보실 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건 재 착각입니까? 아마도 귀찮은 일을 나에게 떠 넘긴것 같은데요?"
"떠 넘긴 것은 아니다. 단지...난 은자궁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종에 서열이야. 나보다 어린주제에, 아니 태어나지도 않은 주제에 나보다 강하니 열받은 것에 불과해. 질투라는 이야기다. 신경쓸 것 없어. 참고로. 애가 태어날 조짐이 보이면 바가지나 항아리에 넣어라 그래야 양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받은 양수는 마셔. 엄청난 힘을 갖게 될거다."
그는 말이 끝나고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우리에게 나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우리는 그 손짓에 더 묻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얼어버린 듯 열리지 않던 문이 가볍게 열렸다. 우리가 밖에 나오자 석양(학교의 식당은 반 지하라 하늘이 보였다)이 복도 안쪽을 비춰 시간을 알려 주었다. 밖에 나오자 내 안에서 억눌렸던 공포가 솟아올랐다. 덕분에 다리가 풀렸는 지 그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살았다!!!!"
난 주저 앉은 채로 외쳤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슈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손을 으스러지게 쥐었고 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그 표정은.
"멍청아... 왜 죽을 짓을 하고 그래? 뭐, 다 살았으니 더이상 뭐라 하진 않으마."
잠시 침울했던 표정이 사라지고 우는 손에 있는 조끼를 들어 올렸다.
"그런 것 보다, 이걸 보라구. 소설에나 나올법 한 물건이잖아 이거! 교자랬던가.. 가보로 삼아야지."
우의 말을 신호로 다들 자신이 받은 물건들을 자랑하며 들뜨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여의 얼굴이 무간지옥에 떨어진 것 같이 어두워졌다. 얘는 왜이래? 나의 시선을 읽었는 지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 건 현대사회에서 쓸만 한 것 들이잖아. 요, 너는 투덜대지만 가장 용도가 많고, 우는 교통사고 걱정은 없잖아. 슈는 하인이라도 소환해 청소시킬수도 있지만 내 건 힘이 세진다 뿐이잖아? 공사판 뛸 생각이 아닌 이상에야 쓸모없는 능력이라구."
우리는 절망하는 하여를 위로했다. 하지만 소유는 보는 눈은 확실한 모양이다. 근력상승의 물건을 주다니. 우리는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학교를 나와 헤어졌다. 조금 섭섭한 기분도 들었지만. 뭐, 아주 못만나는 것도 아니니까. 학교 안에서는 잘 못느꼈는 데 상당히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어차피, 부모님은 해외 거주에 누님은 떠돌이 생활 중. 늦게 가도 상관은 없지만 손에 들린 내자궁이 금색 육질을흔들면서 아이가 곧 깨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기에 그것을 비닐봉지(출처:게이트 오브 포켓)에 넣고 얼른 택시를 잡아탔다.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불안했던 것이다.
택시를 잡고 상투적인 택시기사 아저씨와의 대화가 오간 후, 출발했다.
"하아.. 이거 어쩌지."
택시안에서 앞으로의 일을 설계하며 번뇌했다. 난생 처음하는 육아. 게다가 만일 부모님이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제길, 아이는 인간도 아니라 인터넷에 칠 수 도 없고.
"학생. 무슨 고민있어?"
기사 아저씨는 내 푸념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다행이군, 동방예의지국의 의지는 살아있던거야! 나는 사소한 기쁨을 뒤로하고 질문에 대답했다.
"예..뭐, 사고를 좀 쳐서."
사고치고는 좀 초현실적이지만.
"하하하, 그 나이 때는 다 그런거야. 이 아저씨도 그때는 많이 사고쳤었지. 뭐 그래도 어떻게든 되더라고 인생은. 그러니까 쉽게 포기하지마라. 나는 청소년의 자살보도가 가장 슬프단다."
아저씨께는 죄송하지만 불경하게도 정치인들이 저런 말을 많이 하지않나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감추고 접대용(해본적은 없지만) 미소를 띄웠다. 아저씨는 내 미소에 속아 기분좋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다.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소유를 만나 죽을 뻔 했음에도 날 살려준것은, 누님이 알려준 저 한마디 였으니까.